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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1.11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일상2011. 8. 2. 00:16

요새 달리기 시작. 쿠 행님의 "무료니까 일단 받어." 어플인 NIKE + GPS 어플을 이용하여, 매번 같은 기준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어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냥 요즘 체력이 많이 달린 것 같아서, 운동을 해서 체력을 늘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사 온 이후로, 제대로 운동을 해본지가 오래되었다. 작년에는 기숙사 뒤의 공원에서 달리기를 많이 했었는데. 올해는 최적화된 장소가 없어서 - 물론 핑계지만 - 달리기를 미루다가, 좋은 장소를 발견. 그래서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 사실은 장소가 없어서 달리기를 못한 게 아니라, 달리기를 하려고 하다 보니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체력이 좋아야 건강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몸이 너무 비슷한 패턴만 기억하다 보니, 사고도 매번 비슷하게 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서 '운동을 하면서, 폐와 심장 박동수에 변화를 주면, 조금이나마 더 건강한 정신을 갖을 수 있지 않을까?'도 이유이다.

 

마지막 이유는, 토요일에 축구를 하게 될 지도 모르는데, 축구하다가 토하기 싫어서, 미리 운동을 해놓는게 좋을 것 같아서이다.

 

어찌됬건, 일단 달리기 시작했고, 언제까지 지속 될 지 장담은 못하지만, 꾸준히 하려고 노력해야겠다.

 

 



첫 째날, 힘들어 죽는 줄 알았음. 실로 오랜만에 하는 달리기여서. 처음에 오버 페이스 해서, 마지막 1km는 최저 기록.

 

 

오늘은 고민하다가 이번 주에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아직 근육 피로가 덜 풀렸음에도, 그냥 달렸다. 사실 오늘은 띵똥 음료수를 마실 빌미를 찾기 위해서 달렸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번에 달리기 마치고 마셨던 음료수가 너무 맛있어서, 오늘도 그 맛을 느끼고자!

 

이번에는 지난 번에 오버페이스를 해서 막판에 힘들었던 것을 상기하며, 처음에 천천히, 나중에 조금씩 빠르게 달렸다. 그런데도, 아직 피로가 덜풀렸고, 발바닥이 아파서, 제대로 뛰는 게 힘들었다.

 

달리기를 하면서, 하나의 원칙은 절대로 걷지 않는 다는 것. 이 원칙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에 쓴 그의 원칙이기도 하다. 그런데 오늘 한 걸음 정도 걷긴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달리기를 하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모르겠다. 글감을 생각했을 것 같은데, 사실 나도 달리기를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고, 거창하진 않지만 언젠간 글로 써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도 정리하기도 했다.

 

음. 하여튼 뭐 하나 하고 이렇게 생색 내는 건 나의 특기 중 하나인 것 같다. 마치 마라토너처럼;;; 여튼 이 어플은 짱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섬뜩하다, 나의 이동 경로가 이렇게 저장된다는 게. 빅 브라더(큰 형님)의 감시.)
 

# 요새 번역을 하다보니, 번역본 책을 읽다보면 약간 거슬리는 게 있다. 같은 번역가(?)ㅋㅋㅋ는 아니지만;; 영어를 우리 말로 그대로 해석해서 올리는 게 굉장히 부자연스러운데, 그런 표현을 자주 쓰는 게 거슬린다. 사실 나는 실력이 없어서 거슬리게 번역을 당당히 하지만, 적어도 내가 돈을 주고 사서 읽는 책은 번역이 제대로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그래서 최근에 읽다가, 번역이 거슬려서 도저히 읽을 수 없겠다 싶은 책을 과감히 덮고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한 번 읽기 시작한 책은 끝까지 읽는 다는 게 하나의 원칙인데, 이미 읽은 내용을 매몰비용이라고 생각해서, 과감히 매몰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 게 살짝 자랑스럽긴 하다. 또 여기서 경제학 배운 걸 티냄;;


Posted by 데이드리머
2010. 1. 11. 01:52

 하루키의 팬이라거나, 혹시 하루키의 다른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면, 하루키가 달리기를 좋아한다는 사실 쯤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약 2년 전에 읽었던 비밀의 숲이라는 에세이에서 취미로서의 그의 달리기를 처음 알게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다시금 그의 취미가 달리기였다는 것을 일깨워 준 책이 이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이다. 도대체 달리기를 얼마나 좋아하길래, 이렇게 책으로까지 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이 책은 달리기에 대한 내용일 뿐만 아니라, 그의 삶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2008년, 뜨거웠던 여름. 나도 달렸다. 달리려고 노력했다. 적어도 일주일에 3번은 30분 이상 달리자고 스스로 다짐하고, 적어도 10월 이전까지는 그렇게 지켜왔다. 그 때 뭔가 달리기를 하는데, 동기부여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뭔가를 찾다가, 이 책에 이르게 되었다.
 
45쪽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나는 하루키처럼, 강물을 생각하려 했고, 구름을 생각하려 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전혀 안들고, 도대체 왜 뛰고 있을까, 그 때는 사람들 많은 곳에 있으면 신종플루 걸리는데,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저녁 8시 정도 쯤에는 달리기를 하려는 사람이 공원에 많았기 때문에, 괜한 걱정을 했었다. 그리고, 달리기를 하면 뭔가 머리 속에 드는 생각은, 내일 해야할 것, 오늘 잘못했던 것들을 생각하게 된다. 아마 그 때 이런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내일은 쓸데 없는 생각 안하고, 도서관에서 쫌 더 오래 공부해야겠다.'
 
  음. 하지만 10월 이 후에는, 중간고사를 전 · 후로 갑자기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과제와 시험공부 때문에 달리는 시간을 확보하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어서, 결국 일주일에 겨우 한 번 하다가, 11월 이 후로는 달리기를 한 적이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덕분에 나의 심장과 폐는 몇 달 동안 계속 같은 패턴으로만 운동하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하루키의 달리기는 집착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그의 본업은 러너?, 그리고 하루키는 한가하다?'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엄연히 하루키의 직업은 작가이다. 그런데 그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글을 더 잘 쓰기 위해서이다.
 
264쪽 내 경우, 이렇게 운동을 계속하고 있는 까닭은 '소설을 착실하게 쓰기 위해서 신체 능력을 가다듬어 향상시킨다' 라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므로 레이스나 연습을 위해서 작품을 쓸 시간을 빼앗겨버리고 나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일이라고 할까, 약간 곤란한 일이 되고 만다. 그런 이유로 현재로서는 비교적 온건한 단계에 나 자신을 머물게 하고 있다.
 
 사실 처음 하루키의 소설을 읽고 생각했던 하루키의 모습과는 전혀 다르다. 상실의 시대, 해변의 카프카, 양을 쫓는 모험을 읽고서 느꼈던 하루키는 괴짜일 거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글쓰는 것만 빼면 평범한 직장인과 비슷한 모습이다. 규칙적인 기상과 취침, 그리고 일(글쓰기 혹은 강연). 그리고 취미로서의 달리기. 뭔가 그의 에세이를 읽어보면 분명히 평범한 남성인데, 어떻게 그의 머리에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는지.
 
 하루키는 33살 즈음에, 러너로서, 소설가로서의 출발점에 섰다. 지금은 만 60이 넘은 나이인데, 그 나이 이후로 꾸준히 달리기를 해왔다. 그는 그의 서른세살에 의미를 부여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난 나이. 스콧 피츠제를드의 조락은 그 나이 언저리에서 시작되었고, 하루키는 소설가로서 그리고 러너로서 발을 내딛는다. 그의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달리기와 함께 시작되었다.
 
 그의 달리기 이야기들. 실제 아테네 병사가 뛰었던 마라톤 코스, 뉴욕 그리고 보스톤, 트라이애슬론까지. 그의 이야기들은 무궁무진하다. 바로 달리기를 하고 싶게 만들 정도로. 마라톤에서의 마라톤에 관한 그의 글을 읽을 때는 그의 인간적인 면도 엿볼 수 있었다. 먼저 '그까짓 쯤이야 -> 덥긴하지만 뛸만한데? -> 목마른데, 맥주마시고 싶다. -> 지겹다. 괜히 시작했네. -> 아, 화난다. 그런데, 화낼 기운도 없다. -> 휴. 도착.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아도 좋다.' 대충 각색해서 이런 심경 변화가 있었다. 아테네의 마라톤 코스의 달리기는 한 남성 잡지에서 하루키에게 부탁해서 이루어진 것인데, 이 달리기가 결국 그의 첫번째 마라톤 완주 기록이 되었다. 음. 그리고 그의 트라이애슬론에 관한 글을 읽을 때는 나도 한번?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는데, 음. 언젠간 하게될지도? 어쨌든, 하루키는 달리기를 하면서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은 작가이자 러너이다.
 
 아마, 우리도 하루키의 달리기와 같은 매일 규칙적으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무엇인가가 있을 것이다. 비록 사소한 것일지라도. 나의 경우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신문을 꼭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 특히 토요일 신문. 음. 우리도 뭔가 나름대로 규칙적인 것에 의미를 부여해서, 하루처럼 철학적인 것으로 승화시킨다면, 아마 우리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something!
 
87~88쪽 건전한 자신감과 불건전한 교만을 가르는 벽은 아주 얇다. 젊었을 때라면 확실히 '적당히 해도' 어떻게든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혹사시키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이제까지 쌓아왔던 체력의 축적만으로도 무난한 기록을 올릴 수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나는 더 이상 젊지 않다. 지불해야 할 대가를 치르지 않으면 그에 상응하는 것밖에는 손에 넣을 수 없는 나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103쪽 마라톤 마을의 아침 카페에서 나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찬 암스텔 비어를 마신다. 맥주는 물론 맛있다. 그러나 현실의 맥주는 달리면서 절실하게 상상했던 맥주만큼 맛있지는 않다. 제정신을 잃은 인간이 품는 환상만큼 아름다운 것은 현실 세계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115~116쪽 만약 바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는 연습을 중지한다면 틀림없이 평생 동안 달릴 수 없게 되어버릴 것이다. 계속 달려야 하는 이유는 아주 조그맊에 없지만 달리는 것을 그만둘 이유라면 대형 트럭 가득히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가능한 것은 그 '아주 적은 이유' 를 하나하나 소중하게 단련하는 일뿐이다.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빈틈없이 단련하는 것.
 
246쪽 가령 몇 살이 되어도 살아 있는 한, 나라고 하는 인간에 대해서 새로운 발견은 있는 것이다. 발가벗고 거울 앞에 아무리 오랜 시간 바라보며 서 있는다 해도 인간의 속까지는 비춰주지 않는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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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