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을 쫓는 모험'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01.04 진정한 그리움과 외로움
  2. 2009.09.04 양을 쫓는 모험
단상2010. 1. 4. 23:39

 무엇인가를 진정으로 그리워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을 때, 예전에 읽었던 청년 박문수가 쓴 기쁨의 천마일이라는 책에서 그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아프리카에 있어도 아프리카가 그립다는. 진정한 그리움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노래 가사의 그것처럼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이것이 진정한 그리움일 게다.

 

 반면에, 진정한 외로움이란 무엇일까? 진정한 그리움에 대한 설명과 비교했을 때, 아마도 함께 있어도 혼자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일 것 같다. 함께 있어도 외로운,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그런 느낌들.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 일반적인가라면,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야 말로 진정한 외로움인 것 같다.

 

 사실 이런 진정한 그리움과 외로움은 드문 것 같다. 이런 생각이 미치게 된게, 예전에 읽었던 무라카미 하루키양을 쫓는 모험에서, 진정한 나약함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생각을 빗대어 설명하자면

 

"일반론은 그만두자.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물론 인간은 누구나 나약해. 그러나 진정한 나약함은 진정한 강인함과 마찬가지로 드문 법이야. 끊임 없이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나약함을 자네는 모를걸세. 그리고 그런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거야. 모든 것을 일반론으로 규정 지을 수는 없어."

 

 진정한 그리움도 외로움도, 일반론으로 규정지을 수 없고, 실제로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일반론으로 생각하는 일반 사람들은 그런 것들을 잘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별거 아닌 잡.생.각.이다. 그냥 이런 생각을 갑자기 했을 뿐이다.

 

 사실 어제 감기에 걸렸다. 별로 심하게 걸린 것도 아니고, 아마 하루, 이틀 자고나면 금방 나을 정도의 증세이다. 그런데, 어제 문득 갑자기 스친 생각인데, 혹시, 만약에, 내가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 아무 말도 못할 때, 혼자 있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되는거지? 이런 생각을 했다. 그래서 궁상맞게, 지금으로썬 내 거처를 아는 유일한 친구에게 문자를 하나 보냈다. 그래도 덜 궁상맞게 ㅋㅋ를 많이 붙여서 보냈다. "혹시..며칠동안나랑연락두절되면ㅋ나찾아와줘ㅋ지금내거처아는사람너밖에없는것같아ㅋ","나감기걸렸는데 ㅋㅋ혹시방에서꼼짝못하게되면ㅋ 도와줄사람이없어ㅋㅋ혹시해서..ㅋ" 이렇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생각하면 궁상맞고, 어이없어서 웃음이 나오는데, 왜 갑자기 어제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9. 4. 18:20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여름에 읽어야 제맛(?) 이라며 이 책 읽기를 여름이 되기까지 주저해왔다. 결국 무더운 7월달에 이 책을 집어 들어 읽었다. 그리고 리뷰를 쓰려고 하는 지금은 9월 초.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앞으로는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겠다. 음. 하지만 지금 리뷰가 밀린 책이 벌써 몇권이더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질리지가 않는다. 벌써 이 책이 4번째다. 한 작가의 책을 이렇게 많이 읽은 적은 처음 인 것 같다. 대부분 3권정도에서 그치는데 반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질리지가 않는다. 읽는 책마다 느낌이 다 다른 것 같다. 어떻게 한사람의 머리에서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이야기 보따리가 정말 있다면, 그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머리에는 무한대로 있는 것 같다.
 
 음. 이 책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왠지 차분한 추리소설이라고나 해야할까. 차분한 이라는 단어와 추리소설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어쨌든 양을 쫓아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마 이것때분에 차분한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의 모티브는 아마도 283~289쪽의
 
"양이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중국 북부, 몽고 지역에서는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라네. 그 사람들 사이에서는 양이 체네에 들어온 다는 것은 신의 은총이라고 여겨지고 있지. 예를 들어서 원(元) 나라 시대의 어떤 책에는 징기즈칸의 체내에는 '별을 짊어진 백양' 이 들어가 있었다고 씌여져 있지. 어때, 재미있지?"
 "재미있습니다."
 "사람의 체내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여겨지고 있다네. 그리고 양을 체내에 가지고 있는 사람 역시 영원히 죽지않는다는 거야. 그러나 양이 달아나 버리면, 그 불사성(不死性)도 상실되는 거지. 모든 것은 양에 달린 거네. 양은 마음에 들면 몇십년 이라도 같은 데에 있고, 마땅찮으면 홱 나가 버리지. 양이 달아나버린 사람들은 보통 '양이 빠져 나간 사람' 이라 불리는 데 즉 나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거네."
 
인 것 같다. 정말로 이런 이야기가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서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 양은 순한 느낌인데, 이 책에서 나오는 양은 뭔가 다른 느낌이다. 신비한,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꼭 양(羊)일 필요는 없을텐데. 아마 위의 설화가 양이 아니라 개(犬)였다면, 개를 쫓는 모험이었을려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는 학생운동에 빠졌던 자신의 과거를 청산이라고 한다. 사실 이것은 해설을 통해 알게 된 건데, 관념을 의미하는 양을 쫓았지만, 결국 양은 죽고(관념이 무너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그런 이야기 인 것 같다. 본인이 직접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에 있는 해설과 연관지어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면  자신의 나약함인 것 같다.
 
420쪽 "일반론은 그만두자.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물론 인간은 누구나 나약해. 그러나 진정한 나약함은 진정한 강인함과 마찬가지로 드문 법이야. 끊임 없이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나약함을 자네는 모를걸세. 그리고 그런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거야. 모든 것을 일반론으로 규정 지을 수는 없어."
 
423쪽 "난 나의 나약함이 좋아. 고통이나 쓰라림도 좋고 여름 햇살과 바람 냄새와 매미 소리, 그런것들이 좋아. 무작정 좋은 거야. 자네와 마시는 맥주라든가……"
 
 아마도 뭔가 해설과 연관지어 본다면 자신이 쫓았던 관념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번에도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생각을 담은 독특한 문장들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아참, 그리고 이 책에는 다른 책과는 다르게 언급된 책이나 작가의 이름이 적은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 여러 작가와 여러 책들을 언급하는데, 상대적으로 이 책에서는 적었다. 이 책속의 책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고요한 돈강, 도이치(독일) 이데올로기, 주니타키의 역사이다. 위의 3권의 책은 검색하면 결과가 나오지만, 주니타키의 역사는 검색 결과가 없다. 이 책의 중심 배경이 되는 곳이 주니타키인데, 하루키가 주니타키에 찾아 가면서 읽은 책이다.
 
447쪽 나는 강을 따라서 하구까지 걸어가 마지막으로 남은 50미터 정도 되는 모래사장에 앉아 두 시간 동안 울었다. 난생 처음 그렇게 울어 보았다. 두 시간 동안 울고 나서 겨우 일어설 수가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나는 일어서서 바지에 묻은 고운 모래를 털었다.
 날은 완전히 저물었고, 걷기 시작하자 등뒤에서 파도 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장이다. 왠지 상실의 시대의 마지막 부분과 느낌이 비슷했다. 무언가 깨닳은, 하지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그런 느낌.
 
 음.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뭔가 이해가 잘 안되었었는데,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때 그랬던 것 처럼. 이 또한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었던 것 처럼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양을 쫓는 모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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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