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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17 tigerbh's 칼럼
  2. 2009.02.13 폴 오스터의 신작
tigerbh's 칼럼2011. 7. 17. 00:39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그래서 한 신문사에 원서를 넣고, 필기도, 1차 면접도 어쩌다 보니 통과해서, 최종 면접까지 간적이 있다. 물론 최종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나에게 글쓰는 자질이 정말로 있나?'라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계기로 삼기로 했다.

 

 그래서 팔로윙하고 있는 기자에게 Direct Message로 기자에 대해서 진지하게 물어봤는데, 메이저 언론사에서 기자를 하는 게 아니라면 박봉이라는 답변. 남다른 사명감이 있는 게 아니라면 비.추.

 

 생각해보면 나에게 남다른 사명감이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냥 한 번 써본거였는데, 된거라서.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특히 언론 고시를 준비한 사람들이 볼 때는 재수 없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여름에 메이저 언론사에 인턴 지원 서류를 제출했는데, 결론은 광탈. 아마 간절함이 없어서 였을 게다.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글쓰는 것으로 업을 삼을 수는 없을까? 전업으로 글 - 어떤 종류의 글이든지 - 쓰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라는 책을 읽으며, '타자를 치며 빵을 굽는 게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라는 걸 느꼈다. 즉, 소위 말하는 배고픈 직업이다.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 『빵굽는 타자기』중에서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신문, 잡지, 일을 하고 있는 회사 사보에라도,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일상 생활에서 맞닥뜨린 일에서 느낀 깨달음, 따뜻함, 그리고 때로는 - 가뭄에 콩나듯이겠지만, 그래도 가뭄에 콩나는 게 어딘가? - 통찰력이 있는 그러한 글을 말이다.

 

 

 며칠 전에 잠이 안와서 누워서 두 시간여를 뒤척였다. 뭔가 뒤늦게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를 보고 나서의 잔상이 오래 남아서 잠이 안왔는지도 모른다. 특히 말하는 대로를 들으며 여운이 오래 남아서 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오랜만에 마신 아메리카노도 오밤중의 뒤척임에 기여하긴 했지만.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아, 그런데 말이지, 꼭 나중에 칼럼니스트가 될 필요가 있나? 싸이에라든지 블로그에라든지 칼럼 비스므레 한 것을 올려서 칼럼이라고 우겨볼까나?' 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앞으로 간혹쓰는 일기와는 구분 되는 글을 이 폴더에 쓰려고 한다. 그냥 별것도 아니고. 칼럼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글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누고 싶은 생각들을 써보려고 한다. 그것도 내가 사실은 게을러서 - 뭐 새삼스럽게. - 정기적으로 쓴다는 말은 못하겠고, 비정기적으로 영감(?)이 떠오를 때 칼럼을 연재하려고 한다.

 

음. 그런데 1회에 그칠 수도?

 

혹시 칼럼을 기다리다가 눈이 빠질 것 같으면, 독촉 한번씩 해주시길. 아니면 계좌(?)에 구독료를 입금한다면 책임감을 갖고 써보겠음.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2. 13. 16:50


이 괴상한 세상은 계속 굴러가고 있다.

  작년에 빵굽는 타자기를 읽었더랬다. 그 책은 소설책은 아니었고, 그냥 자전적인 이야기 책이었다. 나름대로 재밌게 읽긴 했지만, 익히 들었던 명성에는 못미친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내 기억속에 그가 잊혀질 때 즈음에 조제는 언제나 그 책을 읽었다에서 소개된 조인성, 신민아 주연의 영화 마들렌에 그가 등장했다. 영화에 배우로 등장한 것은 아니고, 그의 책 달의 궁전이 출연 했다. 조인성이 신민아에게 빌려준 책이다. 그리고 또 잊혀질 때즈음에, 신문에서 폴 오스터의 신작 어둠 속의 남자가 출간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재밌을 것 같아서, 바로 책을 샀다. 책을 산지는 한참 전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리뷰에 줄거리를 쓰는 것은 별로 의미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살짝 줄거리를 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브릴은 불면증이 있다. 잠이 못드는 한 밤중 긴 고요한 적막 가운데에서 그는 이야기를 지어낸다. 그가 지어낸 인물은 마술사 브릭인데, 이야기 가운데 브릭에게 임무를 부여한다. 그 임무는 바로 브릭을 만들어낸 브릴을 죽이는 것이다. 이야기 속에 전쟁을 만들어낸, 수 많은 사람을 죽게만든 브릴을 말이다. 브릭은 이야기 가운데 첫 사랑을 만나는데, 이는 브릴의 첫사랑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야기 속에서 브릴을 죽이기 전에 브릭이 먼저 죽는다. 이야기는 약간 허무하게 끝났다.

  신문 기사에서는 여기까지만 소개되었는데 소설은 여기에서 끝나지는 않는다. 그래서 브릭의 이야기가 끝나가는데, 아직 읽어야 할 분량이 많이 남은 것을 보고, 이거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어쨌든 이야기가 허무하게 끝나고, 손녀와 밤새 이야기를 한다. 뭐 이런 저런 할 얘기가 많나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미국의 할아버지와 손녀는 거리낌 없이 친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인 브릴의 젊을적, 자신의 부인인 소니아와의 결혼, 그리고 외도 이런 이야기를 손녀에게 한다. 물론 손녀가 물어봐서이다. 그리고 손녀의 죽은 남자친구 이야기도 하고,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영화 이야기도 있다. 음. 영화 이야기에서 어떤 도구(사물)가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등장 인물들의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특히 책에서 등장한 영화 도쿄 이야기는 보고 싶어진 영화이다. 그리고 브릴의 정치관 - 즉 뭐 폴 오스터의 정치관이겠지 - 도 읽을 수 있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오랜만에 조금 특이하고, 뭔가 읽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리고 이야기로서 내면을 치유하는 등장 인물들. 그리고 독특한 설정, 좋았다. 음. 그리고 폴 오스터 특유의 묘사, 가령 (23쪽) 텔레비전 화면 위에서 춤추는 이미지들의 끝없는 행진, (39쪽) 태양이 이른 아침의 안개를 태워 주었고, (82쪽) 고통이 홍수 난 것처럼 마술사의 온몸으로 넘쳐흘렀다. (101쪽) 망각의 검은 구멍으로 떨어지지. 죽음처럼 깊고 어두운 허무 (228쪽) 아마 4시가 넘었을 것이다. 어쩌면 5시 가까이 되었는지 모른다. 새벽이 오기까지 한 시간. 어둠은 옅어지고 창문 곁의 나무에 사는 때까치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울음을 울어대는 불가사의한 시간 이 그것이다. 작가 지망생은 아니지만, 뭔가 독특한 묘사를 하고픈, 글을 잘쓰고 싶은 사람으로서, 어떻게 이런걸 쓰지, 하는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주었다.

107쪽 오로지 선량한 사람이 자신의 선량함을 의심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선량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쁜 자는 자신이 선량하다고 생각하지만, 선량한 자는 자신의 선량함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남들을 용서하면서 삶을 살아 나가지만, 정작 자기 사진은 용서하지 못하는 것이다. - 영화 도쿄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중

120쪽 사람들은 상심으로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웃음을 터트린다. 하지만 그들은 세상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사람은 정말로 심장이 깨져서 죽는 것이다. 이런 일은 매일 벌어지고 있다. 이 세상이 끝날 때 까지 계속될 것이다.

140쪽 나 자신을 그 속에 집어넣음으로써, 이야기는 현실이 된다. 아니면 비현실, 즉 나 자신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그림이 된다. 어느 쪽이든 그 효과는 만족스럽고 나의 분위기와 더 조화를 이룬다.

237쪽 그의 존재를 깊이 호흡하여 우리 내부에 그를 간직할 수 있도록. 그 외롭고 비참한 죽음을 우리 내부에, 그 마지막 순간에 그가 당했던 그 잔인함을 우리 내부에 간직함으로써 그를 휩싼 저 무자비한 어둠 속에 그를 혼자 내버려두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 이라크전에서 피랍되어 살해된 손녀 남자친구의 동영상을 보며

  이 문장을 읽으며 어둠 속의 남자란 이 글의 주인공으로 불면증때문에 어둠 속에서 이야기를 짓고 있는 브릴 뿐만 아니라 이라크에서 무자비하게 살해된 타이터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는 모두를 얘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야기는 뭐 책 소개에도 없고, 그냥 이 문장을 읽었을 때 딱! 든 생각이다.

  아. 그리고 빵굽는 타자기에 나왔던 희곡이었던가. 뭐였나. 하여튼, 거기에 나온 주인공 중의 한명의 이름이 브릭이었던 것 같은데, 아니었나. 음. 그리고 그 것을 읽을 때, 웬지 고도를 기다리며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음. 이 책에서도 그러한 비슷한 설정이 나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을 때는 몰랐었다. 역자가 말하는데, 폴 오스터가 베케트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 때 내가받았던 느낌이 정당해졌다는 생각에 웬지 뿌듯한 느낌이다. 

 재밌다. 폴 오스터의 다른 책도 읽어야지.

어둠 속의 남자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폴 오스터 (열린책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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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