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만원 세대'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03.18 아프니까 청춘이다
  2. 2009.08.09 초식남으로 살아가기
단상2011. 3. 18. 12:07

#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

 

 어디를 가도 이 책이 보인다. 깜짝 깜짝 놀란다. 약간 푸르스름한 책을 들고 있으면, 100% 이 책이다. 도대체 아픈 청춘들이 왜 이렇게 많은거야. 분명 위로 받고 싶은 거다. 아파도 괜찮다는. 나만 아픈게 아니라는. 그래도 아픈 거 티내기는 싫어, 나는 가방에 슬그머니 집어 넣는다.

 

 쉬운 게 없다. 한 치 앞을 몰라, 발을 어디로 내 딛어야 할지. 과연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바른 길이고, 또 정말로 내가 가야할 길인지. 기도해도, 모르겠다. 선하신 하나님께서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은 곳으로 인도하실 줄 믿는다. 하지만 이 믿음이 희미해져버리지는 않을지. 또한 나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그저 "자기확신"에 그치는 것은 아닐지 하는 일말의 불안도 있다. 결국 믿음이 없다는 것을 티내는 거구나.

 

 몇 년 전에는 우석훈 교수님의 88만원 세대라는 청춘을 위한 책이 인기를 끌었다. 이 책도 비슷한 위로를 주긴 한다. '너만 88만월을 받는게 아니야.' '그런데, 우리 이 사회를 바꿔보는 건 어때?'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위로를 주는 반면에, 88만원 세대는 투쟁심을 불러 일으킨다는 점이 다르다. 역시 뭔가 나서서 해야하는 투쟁보다는, 가만히 있어도 전해지는 위로가 청춘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더 필요했던 건 아닌가 싶다.

 

 항상 면접을 앞두고는 이게 정말로 내가 가야하는 길인지 잘몰라 확신이 서질 않는다. 정작 자기소개서 쓸 때는 꼭 서류 통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정작 서류를 통과하면, 우왕좌왕. 아마 간절함이 없기 때문에, 은연 중에 이것에 묻어나와 면접에서 계속 떨어지는지도 모른다. 뭐, 물론 다양한 이유들이 많겠지만. 그런데. 진짜로. 떨어뜨렸으면 이유 좀 알려주라고 진짜 ㅡㅡ


Posted by 데이드리머
단상2009. 8. 9. 20:30
 올해 초에 호타루의 빛이라는 일드(일본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있게 추천해줄 만한 드라마로 아마 내 기준으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드라마인 것 같다. 아야세 하루카의 건어물녀 연기가 일품이었다. 여기에서 건어물녀란 일하느라 지쳐 연애는 잊고 살다 보니 연애세포가 바짝 말라 건어물 처럼 된 여자를 말한다. (출처 : 네이트) 극중에서 아야세 하루카는 직장에서는 인정받는 여성인데, 퇴근 후에는 자신의 본연의 모습(?)인 건어물녀로 탈바꿈하게 된다. 퇴근 후의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는 귀찮아 잘 갖지 않고, 그녀에게 낙이라면 마루에 누워 오징어 같은 건어물을 뜯으며 맥주를 마시는 것이다. 결국 이런 생활이 반복되니 연애는 커녕, 좋아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갈팡질팡해 하며, 급기야는 좋아하는 맥주 때문에 데이트도 잊어버리기도 한다. 결국에는 건어물녀 그녀 모습 자체를 좋아해주는 사람과의 아름다운(?) 결실을 맺으며 끝나게 된다.

<출처 : 다음>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극중의 인물이 나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래서 스스로 나를 건어물남이라고 규정했다. 하지만 몇 달 뒤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차트에 랭크된 검색어 중에 건어물남은 없었고, 초식남이 있었다. 초식남은 건어물녀의 남자 버전으로 '남성다움'을 어필하지 않고, 취미활동에는 적극적이나 이성과의 연애에는 소극적인 남성을 일컫는 용어이다. (출처 : 네이트) 딱 나의 모습을 제대로 묘사한 느낌이다. 뭐 초식남 테스트를 하고 말것도 없었다. 내가 초식남 자체이니까.

 언제부터 나는 초식남의 외로운 길(?)을 걷게 되었을까?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다. 아마도 공익근무를 시작하고 나서 부터 였던 것 같다. 이성과의 연애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굉장히 소극적이었고, 연애 안하면 그만, 여자친구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물론 중간에 위기(?)도 있었고, 친구에게 나의 이런 생각들을 얘기 하기도 했었다. "여자 친구 생기면 주말에 쉬어야 하는데, 귀찮을 것 같아. 그리고 연애하면 돈도 많이 들 것 같고.", "그런데 이런 생활에 너무 익숙해져버리면 나중에 어떻게 하지?" 이런 얘기들. 당시에 드라마 연애시대를 보고 있었는데, 그 드라마 덕분에 괜스리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다.

<출처 : SBS>

 열심히(?) 초식남 생활을 하다가, 올해는 3년 만에 학교에 복학한 해로, 초식남 생활 청산을 위해 조금 노력했었다. 즉,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음. 혈안(血眼)을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눈에 핏발이 섰다는 뜻인데, 사실 그 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그 당시 그리 큰 노력은 아니었지만,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었다. 그 성과는 맘에 드는 사람 전화번호를 직접 받은 거였는데, 모두 남자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그냥 아쉽게도 다시 본연의 모습인 초식남의 생활로 접어들었다. 그런데 전화번호를 직접 받으면서도 "만나면 뭐해야 하나?, 만나면 무슨 얘기로 시간을 보내야 하나?, 야구하는 시간에는 야구 봐야하는데, 주말에는 축구해야하는데" 라는 생각 때문에 편치 않았다.

 어쨌든, 이런 생활이 지속되니 당연히 내 생활에서 여자는 불편한 관계가 되버린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여자 앞에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호감이 있는 사람 앞에서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거나, 대화를 해도 뭔가 생각하는 말들이 제대로 나오지 않곤 했다. 그냥 편하게 지내는 누나나 친구들 앞에서는 웃음이 빵빵 터지게 얘기도 잘 하고 그렇지만 이상하게 관심 있는 사람 앞에서는 그런 유머가 나오지 않는다. 아마 나에게는 뇌가 2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렇듯, 연애세포가 이제 말라 비틀어지려고 하고 있다. 덕분에 초식남 생활은 더욱 지속될 것 같다. 연애세포가 말라버렸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는 조언도 잘 하고, 내 조언으로 인한 성공작도 주변에 있다. 하지만 정작 내 앞가림은 못하는 듯 하다.

 초식남으로 오랜 기간을 지내다 보니, 주위에 친한 사람들도 다 초식남 뿐이다. 고등학교 친구며, 대학교 친구, 선배 등. 이상하게 주변에는 초식남 뿐이다. 거국적인(?) 초식남 클럽을 하나 만들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초식남의 이야기는 너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제 많은 88만원 세대의 이야기가 된 듯 하다. 갑자기 글의 주제가 넓어진 이유는 최근 한겨레 21에서 읽은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사의 제목은 사랑은 88만원보다 비싸다이다. 즉, 미래가 불안정한 88만원 세대에게는 사랑은 사치이며, 초식남, 철벽녀는 그들의, 아니 우리들의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요지의 기사이다. 그리고 이와 관련된 다른 대담 기사는 국가 경쟁력이 성욕까지 몰수했다인데,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이야기 인 것 같다. 나는 초식남, 철벽녀는 자기애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강하기 때문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 기사는 뭔가 이를 사회적인 문제로 이끌어 낸 점에 대해서는 신선했지만, 너무 앞서갔다고나 해야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 기사를 읽고 또 한가지 생각한 점이 있는데, 그것은 20대의 보수화이다. 신자유주의로 인해 국가는 살찌워졌을지 모르지만 - 정말 모르겠다 - 일반 국민들, 특히 20대는 살이 더 빠진 느낌이다. 그(신자유주의) 덕분에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고, 20대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정, 불투명을 선물해 주었다. 이 때문에 88만원 세대가 직면한 문제는 스펙을 쌓아 취업을 하는 것이다. 다른 것들에는 관심을 기울이기 힘든 구조가 되었다. 보수란 새로운 것이나 변화를 반대하고 전통적인 것을 옹호하며 유지하려 한다는 뜻이고, 진보는 역사 발전의 합법칙성에 따라 사회의 변화나 발전을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보수와 진보 뜻 출처 : 다음)  사실 젊은 사람들에게 보수나 진보 모두 관심 없는 것이긴 하지만, 진보는 귀찮은 것, 보수는 덜 귀찮은 것으로 여겨진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미디어에서는 지난 대선과 총선 때 20대가 보수화되었다고 말 하지만, 사실 보수화라기 보다는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커졌기 때문일 것이다.

 초식남에 대한 글을 쓰다가 글이 갑자기 무거워진 느낌이다. 이럴 계획은 없었는데, 쓰다 보니까. 어쨌든 오늘도 내일도 자발적 초식남건, 강요된 초식남이건 우리는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