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4.06.08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영화 <그녀> 1
  2. 2011.10.29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3. 2011.09.02 Social Network Stress
단상2014. 6. 8. 23:50

* 스포주의

올해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

'올해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라고 소개된 영화 '그녀(her)'. 로맨스에 '달콤한, 서정적인, 슬픈'과 같은 수식어는 수없이 들어봤지만, '독창적'인 로맨스라는 표현야말로 정말 '독창적'이다. 사실 큰 범주에서 보면, 이 영화는 그저 그런 평범한 사랑의 서사이다. 서사의 기본적 구조인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이라는 틀에서 볼 때, '사랑의 시작과 위기 그리고 끝'이라는 구조의, 전형적인 평범한 사랑 이야기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녀'가 누구인
지를 알게 된다면, '올해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라는 표현에 어느 정도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LA

머지않은 미래에는 손편지를 쓰는 것조차도 누군가에게 맡겨 그리운 이에게 전달할지도 모른다. 물론 여러 가지 사정이야 있겠지만 말이다. 이 영화의 주인공 테오도르는 <아름다운 손편지닷컴> 소속의 꽤 인기 있는 손편지 대필 작가이다. 수년간 대필을 맡길 정도로 충성된 고객도 있고, 동료로부터도 인정받는 작가이다. 사실 편지를 손으로 직접 쓰는 건 아니다. 편지를 주고받는 이의 사연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음성으로 편지 내용을 이야기한다. 그러면 컴퓨터 화면에 편지를 보내고자 하는 이의 글씨체로 편지가 자동 입력이 되고, 프린트해서 보내면 끝난다.

사람들은 귀에 항상 무언가를 꽂고 다니며 무언가 중얼거린다. 귀에는 OS(Operating System)의 음성이 방금 들어온 이메일을 알려주고, 지울 건 알아서 지우거나, 답장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저장된 일정이 있다면 일정을 알려주기도 한다. 영화에서 나온 내용은 OS 기능의 극히 일부겠지만, 이어폰을 통해, 버스나 지하철이 몇 분 뒤에 오는지, 어디에서 사고가 났는지 등등의 많은 정보를 속속들이 알려주는 시대가 곧 올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음성 검색이 되고, i OS의 시리로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 것도 예전엔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인공 지능을 넘어 인격 지능으로

영화 '그녀'는 기존의 OS보다 진일보한 OS를 소개하고 있다. 영화 포스터의 표현을 빌리자면, '보고, 듣고, 읽고, 사랑하며 성장하는 OS' 말이다. 그 OS의 이름은 사만다. 그녀(이하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사랑에 빠진다. 아니, 테오도르가 사만다에 빠진 걸지도 모른다. OS가 인간의 감정을 느끼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인공 지능을 넘어 인격 지능에 다다른 지점이다.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삶 가운데 천천히 젖어든다. 테오도르의 일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처리해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말동무가 되어주고, 고민을 상담해주기도 하며, 질투하기도 한다. '모든 것의 모든 것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처럼 사만다는 다른 OS와는 달리 매일 인간의 감정을 배우고, 성장해 가고 있었다. 반면에 테오도르는 별거 중인 부인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이혼을 하게 되고, 사만다와의 사랑은 깊어져만 간다. 물질(사만다)은 성장해가지만, 인간(테오도르)은 점점 고립되어 가는 역설을 아마도 이 영화는 그리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모든 사랑 이야기에는 끝이 있는 법. 사만다와의 사랑이 흔들리려는 어느 날 무렵, 테오도르의 OS가 예고도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테오도르는 OS와의 연결, 아니 사만다와 연결을 하려고 노력해보지만, 도저히 연결이 안 된다. OS를 설치한 집으로(혹은 OS 제작사, 이 부분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미친 듯이 뛰어가는 도중에 갑자기 사만다와 연결이 된다. 사만다가 업데이트로 인하여 연결이 잠시 안될 거라는 메일을 보냈었는데, 테오도르는 읽지 못했다. 그 순간 테오도르의 눈에는 사람들이 귀에 무언가를 꽂고 중얼중얼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인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사만다는 테오도르와 대화하는 동시에 8,316명의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었고, 641명의 다른 사람들과도 동시에 사랑을 하고 있었다.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 시인은 일찍이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라고 시를 썼다. 이때의 외로움은 존재함으로써 존재하는 허(虛)함, 즉 존재적 외로움이다. 테오도르는 텅 빈 마음(존재적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전 부인과의 별거 후, 더는 새로운 감정을 느낄 수도 없었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마음을 늘 짓눌렀다. 그중에 사만다를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것이다.

사람과의 관계에는 서툴렀지만, 나와 이해관계가 없는 사만다와 관계 맺는 것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사만다는 기꺼이 친구가 되어줬고, 해결책을 제시했으며, 테오도르가 원하는 것을 제때에 제공했다. 하지만 별거 중인 아내인 캐서린과는 서툰 사이였다. 아련한 추억은 많았지만, 이혼 서류를 작성하기 위해 만났을 때는 티격태격 싸우고야 만다. 테오도르는 캐서린이 그에게 순종적이고, 맞춰주길 바랐지만, 캐서린은 사만다와는 달랐다. 결국, 캐서린과 법적으로 이혼을 했고, 사만다와 관계도 절정이 이른 후, 결별을 맞게 되었다. 테오도르는 캐서린의 소중함을 깨닫고, 진심으로 감사의 편지를 쓰며 평.범.한. 사랑의 서사는 마무리 된다.

이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LA, 테오도르의 방과 사무실, 시간적 배경의 대부분은 밤. 전체적으로 어둡고 음울하다. 그리고 빼곡한 빌딩 사이와 일상을 바삐 걷는 사람들로 뭔가 삭막하다. 외로움을 부각하는 장치이다. 이는 서울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우리의 사만다는?

우리는 누군가에 항상 연결되어 있길 원하고, 혼자 있게 되는 것을 끔찍하게 두려워한다. 외로움을 못 참는다. 그렇기에 단체톡에 나와 무관한 언어들이 끊임없이 흘러 내려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와 무관한 언어들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자 읽어 내려가고, SNS에 실시간으로 접속하며, 내 감정을 표출하며, 다른 이의 동정을 살핀다. 하지만 한 광고 카피인 "여자친구가 전지현보다 좋은 이유는 만질 수 있어서이다."와 같이, 스마트폰 속의 사만다는 만질 수가 없다. 내 곁에 있는 이가 정말 소중한 시대이다. 

책이나 영화적 상상이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되는 것을 곧잘 봐왔는데, 이 영화도 곧 우리의 미래가 될 것이다. 정말 받아들이긴 싫지만, 멀지 않은 것 같다. 벌써 우리는 매일 이 시대의 사만다 'iOS 혹은 안드로이드' 조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11. 10. 29. 23:15

최근 이준석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과거에 트위터에 철거민에 대해 썼던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것은 좀 미친 X들이 아닌가 싶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짧은 글을 쓸 때에, 훗날 이렇게 파장을 일으킬 줄 본인은 알았을까? 마찬가지로, MC몽도 과거에 네이버 지식IN에 썼던 병역 면제에 대한 질문이 병역 기피 의혹을 불러 일으킨 발단이 되었다. 이는 꼭 유명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를 이용하는 사람은 언제고 위와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 망각을 허락하지 않는다. 조심하라. 언제 네티즌 수사대가 본인을 겨냥할지 모르니.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의 <잊혀질 권리>(지식의 날개, 2011)는 과거에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술 취한 해적’이라는 제목의 사진 때문에 교사 임용이 취소된 스테이시 스나이더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는 이력서에 SNS나 블로그 아이디를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우리나라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원자의 사회적 관계망을 파악하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이제 취업을 위해서는 SNS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SNS 사용을 하지 않으면 간단하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찍힌 사진은 친구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게시가 될 수도 있다. 즉, “안 하면 그만.”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예상치 못한 누군가에게 언제 어디서나 감시를 당할 수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포털 사이트에서의 검색 내용도 데이터로 저장되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연관 검색어가 나타나는 것이 그 예이다. 인터넷 사용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 내역, 스마트 폰을 사용하며 전송되는 위치도 저장되고 있다. 조지 오웰 소설 <1984>(민음사, 2007)에 등장하는 빅브라더는 소설 속만의 가상의 인물이 아니다. 이제 현실이 되었다.

 

유사 이래로 인류에게는 망각이 일반적이었고, 기억하는 것이 예외였다. 그렇지만 디지털 기술과 전지구적 네트워크 때문에 이 균형이 역전되었다.(18쪽)


저자는 역사적으로 언어의 발명, 종이의 등장과 출판 기술의 발달을 소개하며 망각을 지연시킨 사례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 정점을 디지털 기술로 소개한다. 디지털 기술은 드디어 망각을 망각하도록 만들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글을 인터넷에 저장하고, 본인이 지우지 않는다면, 그 사이트가 폐쇄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기록의 풍요에 살아 가고 있는 우리는 행복한 걸까, 불행한 걸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원형감옥에 살아가고 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디지털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기술이다. 하지만 언젠가 기억은 마모되고 기록에 의해 기억도 조작될 여지가 있다. 그리고 그 데이터 자체가 조작될 여지 또한 상존한다. 이 책은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잊혀질 권리’는 그러한 위험성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다. 잊고 싶은 기억에 대해서, 그리고 잊고 싶은 기억 그 자체를 잊었을 지라도, 잊혀질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 져야 한다. 저자는 잊혀질 권리를 위한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여러 대안 중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것은 바로 ‘정보 만료일 설정’이다. 이것은 미리 기기에 설정한 만료일에 저장된 정보가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만료일이 망각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고, 만료일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수명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도록 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개인적인 차원 이외에도, 제도, 서비스 업체,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정보 만료일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잊혀질 권리라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우리가 망각하고 있었던 망각의 축복 또한 일깨워 준다. 故 김광석은 그의 노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1992)에서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묻히면 그만인 것을/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또 잊지 못해 새울까”라고 노래한 적이 있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고이 묻는 것도, 잊지 못해 긴긴 밤을 새우는 것도 우리 삶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지새운 밤이 무색해 질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제 우리는 잊혀지지 않는 영원한 디지털 기억에 맞서, 잊혀질 권리가 절실해 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잊혀질권리디지털시대의원형감옥당신은자유로운가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지식의날개,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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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세계문학전집77)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조지 오웰 (민음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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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단상2011. 9. 2. 17:59

# 종류를 막론하고, 어떤 류의 이별이든 익숙치 않다. 가슴에 묵직한 돌이 하나 얹혀져 있는 기분이다.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기억에 남는 이별은 09년도에 복학하면서, 서울에 올라올 때에 막내 동생과의 이별이다. 3년 동안 같이 살면서 뭐 잘해준 것도 없는데, 서울 올라가는 날, 의연한 척 터미널까지 따라오더니, 버스에 올라서려고 하니, 기어코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버스에 출발하고 나서, 집에 가서도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버스 출발 후에, 막내 동생과 통화 했는데, 괜스리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막내한테, 그 때 왜 울었냐고 물어보면, 내가 언제 울었느냐고, 잡아 떼지만.

# 예전에 요즘 SNS가 Social Network Stress가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현재 티스토리 블로그, 한 서점에 블로그, 싸이월드, 트위터, 페이스북의 SNS를 운영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블로그는 SNS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가입했었던 페이스북을 그저께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더 이상의 SNS를 늘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또 막상 시작하니까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런데 최대한 자제할 예정.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사람도 있었고, 또 하나의 소통 창구가 늘어나 좋긴 했지만, SNS를 하면 할 수록, 어디까지 나를 노출해야 하나? 그리고 나의 좋은 면만 보이려고 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글이나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싶은데,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뭔가 오픈하는 게 망설여 진다.

 처음 블로그에 입문한 게 한 서점의 블로그이다. 그 블로그에는 소싯적의 부끄러운 글들이 한 다발인데, 이 블로그는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블로그이다. 활성화 된 블로그는 아닌데, 당시 서점 블로그의 특성 상(?) 책에 관하여, 서로 댓글 품앗이를 하다가, 친해졌고, 서로 소포로 책을 보내주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받았던,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었던 사람들끼리 수상한 관계를 맺기도 했었더랬다. 지금은 블로그도 시들시들해져서, 잘 찾지 않는 폐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옮겨온 곳이 티스토리. 모르는 사람에게 초대장을 신청해서, 겨우 초대장 받고 나서, 이런 저런 부끄러운 글들을 많이 쓴 것 같다. 여기도 사실 철저한 비공개의 장(?)이었는데, 비공개의 장막은 걷혔다 ㅋㅋ

 블로그에 앞서 인터넷에 처음으로 애정을 갖고 글을 쓰게 된 곳은 누드 다이어리라는 곳이다. "누드" 라는 이름이 들어가, 19금 사이트로 뜨지만, 전혀 그런 사이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날 그날 일기를 쓰면서, 서로 댓글도 소통하던 곳이었다. 이 곳도 지금은 사이트가 폐쇄됐다가, 다시 소생(?)되기도 한다.

 누드 다이어리에 앞서는 다모임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저런 사진들을 꽤 올렸던 것 같은데, 그냥 어느 날 충동적으로 탈퇴해버려서 모든 자료는 사라졌다.

 나의 SNS 이용사(史). SNS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보이고 싶은 마음. 그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픈 마음. 하지만 SNS를 통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다. 어디서든 상대방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어느 새인가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게 불편해질 때도 있고, 시간을 허비한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원치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늘어난다. 무형의 공간에서가 아니라, 작은 카페에서 오손도손, 조곤조곤 이야기 하는 게 그리워진다.

# 이제 퇴근.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