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gerbh's 칼럼2014. 11. 18. 20:46

참 아이러니컬하다. SK 와이번스 감독 시절만 하더라도, 그는 7개 구단 팬들의 공공의 적이었었다. 하지만, 그가 물러난 뒤에야 그의 자리가 커보이기 시작했다. KBO의 2000년대 이후의 야구는 김성근 감독의 SK 와이번스 취임 전과 후로 나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의 해임 이후에는 - 여러가지 요인이 있었겠지만 - 기술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KBO 야구 수준이 퇴보했다. 김성근 감독은 올해 기사를 통해 "한국 프로야구의 다가올 위기"에 대해서 언급하기도 했었다.


어쨌든, 작년부터 "한국 프로야구의 질"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는데, 야구보는 식견이 눈꼽만큼도 없는 나조차도, 선수들의 기본도 안 된 플레이와 정신상태를 보자니 답답해져서 야구에 대한 관심이 점차 멀어져 갔다. 물론 이는 제한된 인프라와, NC 다이노스의 1군 진입 등으로 얇아진 선수층에도 기인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철학없는 감독도 한 몫을 한 것이 분명하다. (특히 KIA 타이거즈의 야구를 보고 있노라면 더욱 그랬다.)


하지만, 내년 야구는 정말 기대된다. 그 이유는 한화 이글즈의 감독으로 김성근 감독이 부임했기 때문이다. 이제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전 경기 승리를 목표로 치열하게 경기를 할 한화 선수들의 모습이 기대되고, (모 감독은 시즌 시작 전에 항상 '5월까지 5할이 목표다' 라는 혈압 오르는 이야기를 했었더랬다.) 그 모습이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막상 시즌에 들어가면 "저 영감은 이기려고 별짓을 다한다."라는 비판이 분명히 일겠지만, 이는 그가 없던 동안 이런 얘기를 들을 정도로 치열하게 야구를 한 감독이나 팀이 그만큼 없었다는 방증이 아닐까? 여튼 내년 시즌은 KIA의 성적과는 상관없이 정말 기대되는 시즌이다.


"고등학교 들어갈 때 새벽 우유배달로 학비를 벌었어요. 그래도 힘들지 않았어요. 배달을 시작하면서 '오늘은 1분만 단축해보자'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즐겼지요. 건설현장에서는 삽질을 하면서 팔이 아닌 무릎의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요. 그런 것들이 모두 야구에 도움이 됐죠. 인생이 괴롭다고 생각하면 이미 그 삶의 미래는 어두운 겁니다."

- 김성근 "목표는 승리..'사람 좋다' 소리 들으면 조직 망가져" [한국경제 2014.09.25 기사] 중에서(http://durl.me/7h83xe)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