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6.07 시험 기간과 읽고 싶은 책들
  2. 2009.05.24 잃어버린 헌법의 변론
단상2009. 6. 7. 03:20

 또 시험기간이다. 평소에는 과제다 뭐다 해서, 블로그에 자주 오지 못했는데, 오히려 시험기간이 되니까 블로그에 자주오는 나는 뭐지? 뭔가 엇박자이다.

 

 음. 시험기간체제(?)에 들어감에 따라, 요즘 읽고 싶은 책을 못읽고 있다. 최근에 들고 다니던 책은 600여 페이지 분량의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다분히 야구 매니아적, 혹은 일본말로 오타쿠적인 책이다. 어쨌든, 약 200여 페이지를 읽다가, 시험공부 한답시고, 책을 못읽고 있다. 원래 지하철에서, 도서관에서 책을 조금씩 읽는 편인데, 요즘은 뭐랄까, 정말 속된, 내가 교양을 운운하는게 조금 웃기지만, 교양없는 표현이긴 자히만, 똥줄이 탔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지하철에서도 강의 교재를 읽거나 - 막상 기숙사에 들어오면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는다 - 노트 필기 같은 것을 읽는다. 뭔가 급하긴 급했나보다.

 

 어쨌든, 평소에는 책도 그리 많이 읽는 것은 아니지만, 시험 기간이 되니까 읽고 싶은 책들이 왜 이렇게 눈에 밟히는지. 두꺼운 전공 서적만 보다가, 뭔가 아담한 아기자기한 그런 책을 보고 싶다. 예를 들어서 얼마전에 찜해 두었던 맛있는 문장들이라는 책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가서 샀던 달과 6펜스 같은 책들이다. 음. 내용은 몰라서 아기자기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표지를 봐서는 아닌 듯. 어쨌든, 사놓고 안본 책들이 조금 많이 쌓여 있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쌓아 놓지 않고, 읽고 싶을 때 사서 읽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당장 읽지 않더라도, 책을 사는 편이다. 책이라는 게, 살 때 사야지, 미루다 보면, 그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떨어지는데, 미리 사놓으면, 언젠가는 손길이 갈 것 같아서이다. 덕분에 책들이 쌓여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헌법의 풍경에서, 저자 김두식씨가 쓴 내용이 오래동안 남았다. 헌법의 풍경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그의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읽고 싶은 책''읽어야 할 책' 들을 두고 스스로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인데, 재밌다.

 

 21쪽 일단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때부터 저는 법률가의 길이라고 하는 '생존을 위한 현실적 목표' 와 읽고 싶은 책이라고 하는 '오늘의 즐거움' 사이에서 끝없는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법대에 가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당위를 애써 무시한 채, 읽고 싶은 책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학교 성적은 뚝뚝 떨어져만 갔습니다. .....(중략)..... 고3 기간 내내 시달렸던 '읽고 싶은 책' 과 '읽어야 할 책' 들 사이의 딜레마는 법률가로서 제 삶에 대한 일종의 예고편이었던 셈입니다. 그때 '읽고 싶은 책' 쪽 전공으로 제 진로를 선택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후회도 없지 않지만, 지금은 그것도 제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사학, 인류학, 사회학 대신 법학을 선택한 것은, 늘 경계선에 서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가면 꿈이나 이상 대신 현실을 택하는 저의 부끄러운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도 했습니다.

 

 나 또한 최근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 을 두고, 자그마한 내적 갈등(?)을 하고 있다. 뭔가 대단한 독서가인 양 말하는 내가 싫지만. 음. 단지 두꺼운 전공 서적에 질렸다고나 해야할까. 어쨌든 다독가인 것 처럼 글을 쓰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어쨌든 지금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소박한 소망이 있다.

 

 그래서 말 인데, 방학되면, 정말 책 많이 읽을거다. 항상 결심만 이렇게. 음. 그래도 벌써 방학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뭔가 스펙이라는 것도 쌓아야 할테고, 음. 뭔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책을 많이 읽어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시험 공부 조금 하다가, 새벽 3시 17분 즈음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는 말이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5. 24. 00:55


 올해 1월달이었나. 교보문고에서 반 값 할인 행사를 했었는데(아마 정확한 행사 이름은 OIL이 었을 것이다. Once In a Lifetime, 맞나?) 이 책이 리스트에 있었다. 그 때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엔 샀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는 법과 관련된 책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평도 좋고, 교양도 쌓을 겸, 이 책을 샀다. 한 권만 사니깐 배송료가 붙었는데, 배송료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사게됬다. 음. 그런데, 솔직히 책꽂이에만 꽂아놓고, 계속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이번에는 이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일단 책 제목처럼, 우리나라 헌법의 풍경에 대해서 쓴 책이다. 책은 서장과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마다 헌법 조항을 들어가며, 현실과 유리됨을 지적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써내려 갔다. 대학 교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으니까 마치 대학교 교양 수업을 듣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아마 이렇게 강의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05년도에 법학 입문이라는 교양 과목을 들은 적이 있었다. 사이버 수업이었는데, 교양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제도 많았고, 인터넷 상으로 토론도 해야했고, 귀찮은 수업이었다. 그리고 수업과 관련해서 읽어야 할 책들도 많았는데, 그 때는 교양 수업이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 생각을 하며 귀찮았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교양 수업중에 기억에 남는 수업 중 하나가 되었다. 생각할 거리들도 많이 남겨주고, 뭔가 사고의 폭도 넓혀 준 것 같고(정말?;;) 음. 조금 뜬금 없는 소리이지만.
 
 이 책도 마찬가지로, 한번 쯤 곰곰히 생각해볼만한 것들을 머릿속에 던져준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2장. 국가란 이름의 괴물이다. 국가라는 이유로 최고의 선으로 여겨져, 자행되었던 일들. 그 중에서도 제주도와 실미도, 두 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제주 4.3 사건. 실미도 사건. 모두 사람들을 죽인 것은 누구였을까? 다름 아닌 국가이다.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로 인해 소리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 이런 사건들에는 늘 엉터리 재판이나 국가 권력의 무조건적 정당화를 통해 이를 묵인한 법률가들이 끼어 있었음(99쪽)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뭔가 법률가로서 자기반성적인 글 이다. 이러한 자기반성적인 글들이 전반적으로 책의 많은 부분을 통해 나와있다. 사법연수원에서, 훈련소에서, 그리고 검사로 재임기간 동안 느꼈던 것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런 기간동안 자신도 모르게, 특권의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사회 정의를 위해 법조인이 된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게 특권의식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를 내면화된 특권의식이라고 했다.
 
 그리고 리갈 마인드라는 단어의 허구성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리갈 마인드란 법률가들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그 어떤 것'(46쪽)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하는데, 리갈 마인드란 매우 주관적인 법률가의 가치관 또는 판단력에, 객관성이라고 하는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에 지나지 않고, 이것이 소수 법률가 집단의 독점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48쪽)고 말하고 있다. 결국 리갈 마인드는 법조인의 편의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리갈 마인드를 강요하는 것은 조금 모순 인 것 같다. 사실 경제학에서도 얼핏 들어본 것 같은데, 이코노믹 마인드, 책 제목으로까지 있는 이코노믹 씽킹이라는 말이 있다. 그냥 한글로 쉽게 경제학적 사고라는 단어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많이 들어보고 있다. 나는 스스로 경제학적 사고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런데 경제학적 사고가 무엇일지 생각을 해본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진짜 경제학적 사고는 어떻게 하는거지? 음. 아마 이건 타고 나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나에게는 이것이 없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 이외에도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남겨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 무죄추정의 원칙 등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조금 부정적인 것들을 많이 언급했는데, 최근에 사법시험 합격자가 늘어나고, 전국적으로 다양한 로스쿨이 설립되고, 법조인의 공급이 늘어나다 보니까, 다양한 색깔의 법조인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사실 로스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저자는 최소한 법학 교육의 다양성만은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른바 똥개 법률가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허약한 순수한 혈통의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 귀공자 법조인들보다 잡초처럼 자란 똥개 법률가들이 나타남으로써 싸움을 할 줄 아는 법률가들, 의뢰인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법률가들이 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제목에 이 들어가는 책을 읽기 전에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고,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편하게 읽을 수있는 책이라서 좋았다.
 
 
21쪽 일단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때부터 저는 법률가의 길이라고 하는 '생존을 위한 현실적 목표'와 읽고 싶은 책이라고 하는 '오늘의 즐거움' 사이에서 끝없는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31쪽 한번 궤도를 이탈해보고 나니 '남과 다르게 사는 자유'를 알게 되었고, 그 자유에 기초한 선택은 이전보다 훨씬 더 수월했습니다. 마침내 좀 거칠더라도 '읽어야 할 책' 대신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65쪽 '대화'는 "나만이 절대적인 진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자각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들 중 누구도 정답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데서부터 대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내가 잠정적으로 정답이라고,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에 의해 내가 가진 정보의 양이 늘어나다 보면 분명히 어느 지점에선가 내 생각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대화' 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67쪽 민주주의는 그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합의가 도출된 이후에는, 외견상 효율적으로 보이는 권위주의 독재 체재보다 훨씬 손쉽게 굴러가게 됩니다.

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김두식 (교양인, 200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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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