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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12.27 감사 3
단상2010. 12. 27. 00:28

# 어제 너무 피곤해서 12시 전에 자리에 누웠다. 정말 단잠을 잤다. 푹 8시까지 잤다. 그 때 일어나서 바로 빨래를 했어야 했는데, 침대에서 한참을 빨래를 할까 말까 고민을 하다가 결국 8시 15분에 빨래를 하기로 결심(!)을 하고, 빨래를 돌리기 시작했는데. 나가야 하는 시간을 계산 못하고 무턱대고 돌렸다. 다행히 세탁은 다 되었고, 헹굴 때 알게 되어서, 급탈수 후. 지금 다시 헹구고, 탈수 대기중! 기숙사에 살다보니깐, 이런 일들도 생기네.

 

# 오늘 GBS 주제는 허영이었다. 또 허영빼면 시체인 나. 이렇게 글쓰는 것도 어쩌면 허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허영에 대해서 많이 나눴다. 하나님의 인정과 사람의 인정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그리고 사람의 인정에 더 갈급했던 나의 모습. 사람의 인정은 거기에 그치고, 하나님의 인정에 대한 상급은 하늘 나라에 쌓일텐데, 나는 땅에 쌓일 것만 바라보며 사는 그런 사람. 물론 하나님 인정, 사람의 인정 모두 다 받으면 좋긴 하지만. 음. 그런데 인정을 받는 다는 것. 인정을 받게 되면 교만해지는게 하나의 코스이다. 그 코스를 잘 벗어 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팀 모임때, 감사의 제목들을 나눴었다. 내가 올 해 감사할 것들이 뭐였나. 사실, 실패로 점철된 올 해의 모습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감사할 것들이 없었을 지도 모른다.

 

올해의 타이밍은 차암 절묘하다. 6월을 기점으로 올 해 내 삶이 조금은 나뉘어졌기 때문이다. 6월 부터 리더를 시작한 거? 맞다. 그거다. 그런데, 6월 전까지는 내 인생을 돌아보면, 내가 목표로 한 것들, 물론 소소한 것들이었지만, 나의 노력 이상으로 열매를 맺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의.능.력.과 의.지.로 말이다. 물론 그 중에 실패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소소한 실패들은 나에게 겸손이라는 것들을 알려주기에 너무 소.소.한. 것들이었다. 그래서 언젠간 예배 때 목사님께서 "지금까지 고난이 없었던 사람 있었는지, 손 한번 들어 보라."는 질문에, 나는 장난스레 손을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차암 교만했던 나의 모습이었다. 장난으로 손을 들긴 했지만, 하나님은 교만했던 나의 모습을 보셨다.

 

그리고 6월 이후 이상하게 리더를 하면서부터였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해석이지만, 그 이후에, 뭐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던 것 같다.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 진게 없었던 것 같다. 그 전까지는 아까 썼던 대로, 내가 원하는 것들은 대부분 나의 노력으로 이뤄왔던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까마귀가 날기 시작하니깐, 정말로 배가 떨어졌다. 취업에서부터, 말 할 수 없는 이것 저것. 내가 진짜로 진짜로 원하는 것들이 이루어 진게 없는 것 같다.

 

새삼, 나의 능력 없음을 그리고 예전의 나의 교만을 떠올리며, "나는 정말. 정말. 되는일이 없구나.(미약하구나)"라는 말 밖에 안나오는 것 같다. 물론 그 모든 시간이 겸손으로만 채워진 것은 아니었지만. 돌이켜 보면, 그 시간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나에게 하시고 싶은 말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나의 능력을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의지하라는 뜻 같다. 그리고 지금 내가 마음 속에 주인 삼은 것들을 내려 놓으라는 뜻 같기도 하다. 지금은 내가 해석을 더 잘 못하겠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해석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정말, 내년에는 정신차렸으면 좋겠다. 올 해 너무 힘들었거든요ㅠ.ㅠ

 

하나님의 열심이라는 책을 읽다가,

 

36쪽 예수를 믿고 난 다음에 믿어야 할 가장 중요한 믿음은, '좌절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좌절하려면 아예 교만하십시오! 교만하는 것은 좌절하는 것보다 신앙이 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좌절하는 것은 진실로 신앙이 없는 것입니다. 겸손한 것과 절망을 혼동하지 말아야 합니다. '믿음'에는 결코 절망이 없습니다. 왜 없을까요? 그것은 구원 자체가 내가 요구하거나, 내가 무엇을 했다거나, 내가 협의할 사항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구원은 내가 믿었기 때문에 얻어진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감사의 제목을 찾자면, 그 가운데에서도 소망을 하나님께서 주시는 것 같기 때문이다. 찬양과 예배를 통해 회복시켜 주시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주신 것. 그리고 정말로 사랑하는 11진 2팀의 지체들을 통해서도. 이게 감사의 제목이다.

 

물론 취업 안된거, 그거 하나로 무슨 좌절이냐, 호들갑떨지 마라,고 얘기 한다면, 할말은 없지만, 내 인생에서 이와 같은 실패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팀모임때 얘기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이것인데, "아, 리더 하면서부터 되는 일이 없었네요. 그래도 내년에 주실 것들 생각하며, 미리 감사하네요." 하고 끝마쳐서.

 

# 어린 아이와 같은 믿음 이란 무엇일까.

 

사실 예전에는, "순수한 그런 믿음인가? 그럼 순수한 건 뭐지? 에잇. 나는 하나도 순수하지 않는데ㅠ.ㅠ"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그런데 수요 예배 때, 목사님께서 두 가지 얘기를 해주셨다.

 

어떤 아이가 있는데,

 

"아빠, 요즘 힘드시죠? 제가 오늘 학교 마치고, 돈 촘 벌어 올게요. 그러니 용돈 주실 걱정은 안하셔도 되요."

 

이런 아이와

 

"아빠, 과자 사먹게, 용돈 좀 주세요. 나한테 용돈 줄 사람은 아빠 밖에 없잖아요. 그리고 내가 달라고 하면 주실꺼잖아요. 아빠만 믿어요."

 

두 아이 중에, 후자의 아이가 정상이다.

 

어린 아이와 같은 믿음은 후자의 믿음이다. 어린아이와 같은 믿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 이렇게 글 쓰는거. 오늘 GBS때 했던 허영이 아니길. 허영과 허세로 가득한 나의 모습. 이 글 속에도 나의 허영이 투영되어 있을 것이기 때문에.

 

# 빨래 다 헹구고 탈수도 완료! 이제 빨래 널고 빨리 자야지. 내 특유의 전형적인 용두사미의 글. 하지만 이번에는 사두사미! 빨래로 시작해서, 빨래로 마쳤다. 이건 수미상관. 수미상관이란 "시가에서 첫 연을 끝 연에 다시 반복하는 문학적 구성법" 아. 나의 문학적 재질이여. 문학 소년!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