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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6.29 귀향 & 상경 & 복학생 똥칼라 파워!
일상2009. 6. 29. 01:30

# 1 방학 하고나서 집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가족도 보고, 친구들도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고향 내려가는 버스에서부터 친구를 만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이런 저런 얘기하니깐 금방 도착했다. 오랜만에 시골 향기~를 맡으며, 집까지 걸어갔다. 집에 가서 가장 먼저 했던게 라면 직접 끓여서 먹는 것이었다. 기숙사 살면서 컵라면만 먹고, 혹시 분식집에나 학교식당에서 사먹는 라면만 먹다보니 직접 끓인 라면이 그리웠었다. 그래서 라면 끓여먹고 나서 씻고, 퍼질러 잤다.

 

# 2 집에 가서 뭐했을까? 정말 아무것도 안했다. 주로 잠을 많이 잤고, 컴퓨터 하고, 책은 하나도 안봤다. 책 보려고 몇 권 가져가긴 했는데, 책을 가져간 가방은 열어보지도 않을 정도였으니까. 예전에 고등학교 작문 시간에 작문 선생님께서 방학 때 책 한 권, 아니 활자 하나도 읽지 않는 계획을 가져보라고, 하셨던 게 기억난다. 그러면 며칠 지나지 않아서 활자가 그리워져 미친듯이 공부하게 될 거라는.

 

# 3 가족들 만난 시간 외에 만난 사람들은 일단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이다. 사실 말이 고등학교지, 초, 중, 고 동창이다. 친구들 만나서 한 잔씩 기울이면서 얘기도 많이하고, 다음 날에는 캐치볼하고 놀았다. 다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나를 포함해 2명은 학생이고, 다른 1명은 배를 타는(?) 친구인데 장기 휴가를 나왔다.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아서 같이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친했던 친구들 모이면 6~7명 씩 모이곤 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맞아야 3명이라도 만난다. 음. 이제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조만간 8월달에 놀러갈 계획 잡아놔야겠다.

 

# 4 그리고 교회 청년부 형, 누나, 후배들을 만났다. 여전했었다. 3년 동안 머물다, 서울 올라갈 때 너 없으면 이제 심심해서 어떻하냐고 다들(?) 걱정했었는데, 사실 나 없어도 재밌게 다들 잘 지내고 있었던 것 같다.ㅎㅎ 다들 뵙고 간단한 담소를 나누고, 나는 금방 나왔다. 버스 시간도 있고해서 더 놀다 가고 싶었는데, 막상 빨리 헤어지니 아쉬웠다.

 

# 5 집에 내려가 있는 동안에 모든 성적이 떴다. 다른 글에서도 썼듯이, 걱정이 많았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학점을 받았다. 학점 인플레가 있다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잘 모르겠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 학점 인플레 때문제 저평가 받는 느낌이다. 뭔가 평가절하 받는 느낌. 마치 실제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느낌이다. 어쨌든 복학 전에 비해서 눈에 띄게 성적이 잘 나왔고 기분은 좋다. 장학금을 받을 성적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아서 열심히 했으면 이라는 생각에 아쉽긴 하다. 음. 그런데 열심히 했어도, 틀렸던 문제는 다시 풀어도 또 틀릴 것 같다.

 

# 6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긴 좋은데, 그 중에서 더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다들 기피하는 교수님의 과목에서 모두 A+를 받은 것이다. 나름대로 쾌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수강신청 하기 전에,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들어서 걱정 했었는데. 점수를 보고 절망한다는, 교수님께서 원하는 키워드가 답안에 있지 않으면 철저하게 점수를 깎는다는, 그런 얘기들 말이다. 어쨌든, 나는 복학생 파워(?)로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정도로 재밌는 강의였을 정도로 좋은 강의였다.

 

# 7 이제 상경할 차례이다. 이런 저런 가져왔던 짐들을 싸고, 짐이 많아 3월달에 가져가지 않았던 책 몇 권들도 챙겼다. 어머니께서 찐 옥수수를 싸주신 다고 했는데, 그냥 안가져왔다. 버스 타고 나니깐 후회했다. 그리고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막내 동생이 버스 터미널까지 배웅 나왔다. 3월 달에 헤어질 때는 3년동안 같이 지냈던 형이랑 헤어지니깐 동생이 많이 울었었는데, 이제 중학생이라서 그런지 더 의젓해졌다. 버스에 올라타고, 동생은 곧 시험기간이라서 학원에 가야했다. 버스에 타고 나서 드는 생각이었는데,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줄껄 하는 뒤늦은 생각이 들어서 버스에서 다시 내려서 동생을 찾았는데 동생이 빠른 걸음으로 학원에 갔나,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다시 버스에 올라탔는데, 몇 분 후에 동생이 음료수를 사들고 창문쪽으로 왔다. 버스 떠날까봐 빠른 걸음으로 음료수를 사러 갔던 것이었다. 형이 동생을 챙겨야 하는데, 동생이 형을 챙기는 뭔가 어울리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고마운 마음이다.

 

# 8 버스는 출발했고, 2번 휴게소를 들렀고 서울에 도착했다. 2번째 휴게소에서 같은 버스에 탔었던 교회 권사님께서 과자를 사서 내가 앉아 있던 자리로 오셔서 건내 주셨다. 나도 음료수를 사드릴려고 했었는데, 휴게소에 가서 간식거리를 살 때 깜빡 했었다. 죄송했다.

 

# 9 저녁에 기숙사에 도착했고,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다시 내 방으로 왔다. 음. 날씨가 덥긴 덥다. 후텁지근 한데, 선풍기도 없고, 에어컨은 장식용으로 있는지 작동이 안되고. 조만간 선풍기를 사야겠다. 비가 내릴 준비(?)만 하고 있고, 정작 비는 안온다. 그래서 더 후텁지근하고, 불쾌지수도 높은 것 같다.

 

# 10 이제 진짜 방학 느낌이 난다. 뭐해야하지? 일단 영어공부 계획은 세웠는데, 의지력, 실천력이 없는 나로서, 방학동안 영어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해야겠다. 자격증 공부도하고, 음. 일단 방학이니깐 놀러도 가야겠지? 복학생 파워(!)로 방학도 알차게 보내야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