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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24 서울숲 나들이
일상2011. 4. 24. 00:23
4월 20일. 급 서울숲 나들이 단행! 한양대에서 스터디 후. 바람이 너무 좋아 같은 스터디원에게 급 제안. 한 명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집에 가야했고. 그래서 남자와 단 둘이 ㅠㅠ

"바람 쐬러 갈까요?"
"아, 네. 좋아요."

그간 도대체 서울숲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서 가보고 싶었는데...
뉴욕에 센트럴 파크가 있다면, 서울엔 서울숲!!
사실 서울숲에 간 것 보다, 같이 간 서로 말 높이는 친구랑 이런 저런 이야기 한게 더 기억에 많이 남는다.
정말 속 깊고, 따뜻한 마음씨를 갖고 있는, 배려심이 최고여서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그 친구.


 

 
이 아이 너무 부러웠음. 나도 저렇게 배깔고 놀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음. 시간적인 여유와 마음의 여유. 물론 요즘 시간적 여유야 넘쳐나지만 ㅋㅋㅋㅋㅋ마음의 여유가 없다고 해야하나.


허브 농장인가? 있었는데, 꽃이 너무 예쁘게 피었더라.

문득 생각났던 구절 하나.
항상 광화문 교보빌딩 지나갈 때, 뜬금없이 꽃을 사고 싶게 만드는 그 문구!


별안간 꽃이 사고 싶다.
꽃을 안사면 무엇을 산단 말인가?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나
('11년 광화문 글판 봄편)


                                      이진명 시인


우이동 삼각산 도선사 입구 귀퉁이
뻘건 플라스틱 동이에 몇 다발 꽃을 놓고 파는 데가 있다
산 오르려고 배낭에 도시락까지 싸오긴 했지만
오늘은 산도 싫다
예닐곱 시간씩 잘도 걷는 나지만
종점에서 예까지 삼십분은 걸어왔으니
오늘 운동은 됐다 그만두자
산이라고 언제나 산인 것도 아니지
젠장 오늘은 산도 싫구나
산이 날 좋아한 것도 아니니
도선사나 한바퀴 돌고 그냥 내려가자
그런 심보로 도선사 한 바퀴 돌고 내려왔는데
꽃 파는 데를 막 지나쳤는데
바닥에 저질러앉아 있던 꽃 파는 아줌마도 어디 갔는데
꽃, 꽃, 꽃이로구나
꽃이란 이름은 얼마나 꽃에 맞는 이름인가
별안간 꽃이 사고 싶다
꽃을 안사면 무엇을 산단 말인가
별안간 꽃이 사고 싶은 것, 그것이 꽃 아니겠는가
몸 돌려 꽃 파는 데로 다시 가
아줌마 아줌마 하며 꽃을 불렀다
흰 소국 노란 소국 자주 소국
흰 소국을 샀다
별 뜻은 없다
흰 소국이 지저분히 널린 집 안을 당겨줄 것 같았달까
집 안은 무슨, 지저분히 널린
엉터리 자기자신이나 좀 위로코 싶었겠지. 자가 위로
잘났네, 자가 위로, 개살구에 뼉다귀
그리고 위로란 남이 해주는 게 아니냐, 어쨌든
흰색은 모든 색을 살려주는 색이라니까 살아보자고
색을 산 건 아니니까 색 갖고 힘쓰진 말자
그런데, 이 꽃 파는 데는 절 들어갈 때 사갖고 들어가
부처님 앞에 올리라고 꽃 팔고 있는 데 아닌가
부처님 앞엔 얼씬도 안 하고 내려와서
맘 같지도 않은 맘에게 안기려고 꽃을 다산다고라
웃을 일, 하긴 부처님은 항상 빙그레 웃고 계시더라
부처님, 다 보이시죠, 꽃 사는 이 미물의 속
그렇지만 다른 것도 아니고 꽃이잖아요
부처님도 예뻐서 늘 무릎 앞에 놓고 계시는 그 꽃이요
헤헤, 오늘은 나한테 그 꽃을 내어주었다 생각하세요
부처님, 나 주신 꽃 들고 내려갑니다
젠장, 이런 식으로 꽃을 사다니, 덜 떨어진 꼭지여
비리구나 측은쿠나 비리구나 멀구나


이날 스터디 하면서, 토끼랑 옹달샘 얘기가 나왔었는데, 서울숲에서 진짜 토끼랑 옹달샘 봐서 빵터졌더랬다. 그래서 이 사진 찍어서 바로 전송!

이건 타일도기. 사진 찍은 것보다 훨씬 많은데, 인상적인 몇 개만 사진 찍어놨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한 것 같은 동심이 묻어난 그럼도 있었고, 전문가의 손길이 묻어있는, 그리고 옆집 동네 아저씨가 쓴 것 같은 타일도 있었고. 여튼 한데 모아 놓으니, 알록달록 예쁜 그림들.

요즘 바람을 너무 자주 쐬는 감이 있긴 한데. 여튼, 이렇게 좋은 봄날.
별안간 산책이 하고 싶었다.
산책을 하지 않으면 무엇을 한단 말인가?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