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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7.04 아차산, 용마산 나들이
일상2011. 7. 4. 00:41



지난 금요일. 마지막 특새를 마치고 산에 다녀왔다.

하루하루, 잉여력만 늘고 있는 상태에서, "오늘은 뭐하지? 내일은 뭐하지?" 고민만 늘어나고 있다.

그리하야, 그간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던 곳, 집 뒷동산(?)인 아차산 등반 고고!

 

오후 3시에 집에서 출발. 산 기슭에 가는 길이 왜 이리 멀던지. 지하철 한정거장 거리인데,

막상 걸어가려니, 초행길이라서 헤메이다가, 겨우 도착.

평일이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어르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차산에 깃든 기억은 2010년 1월 1일 해맞이를 했다는 것.

눈이 녹지 않아서, 산에 올라가는 길이 미끄러웠었고, 기억으로는 당시 암벽(?)은 아니지만,

경사진 바윗길을 타고 올라, 겨우 해맞이를 보러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해맞이가 아니라,

새해 기념 등산객 뒷통수 구경을 실컷하고 왔던 게 기억난다.

 

그 때 갔던 길과는 다른 길로 갔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4월에 축구 할 때 땀뺀 이후로, 실로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 땀을 뺀 것 같다.

산을 오르면서 땀에 흠뻑 젖었던 것 같다. 앞으로 운동을 자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뭔가 땀을 흘리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도중. 아차산 명품 소나무 1, 2호를 마주쳤다.

오랜 세월, 바람에, 비에, 그리고 햇볕이 그들 명품을 만들었겠지.

사실 정상적인 소나무라면, 곧게 자라야 겠지만,

그들의 굽어 있는 가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어떤 인고의 시간을 견뎌왔는지,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생각해보았다.

인고의 시간. 그 시간을 버텼기에, 명품이 되었겠지?

우리네 삶도, 인고의, 무명의 시간을 잘 견딜 때,

드디어 명품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떻게? 하나님의 열심으로!

 

 

아차산 정상은 허무했다.

나는 정상인지도 몰랐었는데, 지나가는 등산객 아저씨께서,

아까 지나온 곳이 정상이었고, 용마산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야한다고 하셔서,

그제서야 내가 정상을 지나왔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용마산까지 갈 생각은 없었는데,

한 큐에 용마산까지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 어차피 할 일도 없고 - 용마산까지 고고!

 

용마산 가는 길이 훨씬 재밌었다.

아차산 정상 가는 길 보다 더 가팔랐기 때문에.

 

용마산 정상을 즈려 밟고 가볍게 사진 한 컷 찰칵!

 

 

 

등산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엄청 많이 했다.

달리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혼자서 하는 활동은 이런 저런 생각을 잇고 또 이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혼자 달리기를 하면서 글의 소재를 떠올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도 썼더랬지.

하루키 에세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 중의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지리산 종주, 히말라야 트레킹하고 싶다는 생각, 복싱, 우쿨렐레도 배우고 싶고.

그럼 공부는 언제 하지?

CFA 공부 다시 해볼까나 하는 생각도.

리더도 쫌 열심히 해야지 이제는.

- 그래놓고 선교 강습회랑 철야는 등산으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안 감 -

이제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고,

그 동안 못 만났던 사람도 만나고 싶기도 하고,

집에도 내려갔다 오고 싶고,

이런 자유 시간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그리고 나는 이런 자유 시간을 엄청 허비 했던 것 같아서,

뜨끔뜨끔했다.

뭐 변명을 하자면, 100%의 자유 시간은 없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2011년 하반기의 첫 날의 등산.

이런 저런 생각에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