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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3 수다 떠는 남자
일상2009. 5. 3. 01:39

# 1

 

 최근 알게 된 사실. 내가 수다떠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깨워준 한 사건(?)이 있다.

 

 친구가 하는 이야기.

 

 친구 : "너는 도대체 좋아하는 게 뭐냐? 술, 담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기숙사 들어가면 뭐 하는 것도 없으면서, 재미있어 하는 게 뭐냐?"

 나 : "뭐지? 나도 잘 모르겠다."

 친구 : "아, 하나 있다. 수다떨기."

 

 약간 각색을 한거지만, 요지는 수다떨기이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수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서 나의 수다력(歷, 이 한자가 맞게 쓰인건지 모르겠다.) 떠올려 보았다.

 

 음. 정말 수다를 좋아하긴 좋아한다. 이 역사는 고등학교 때 부터 시작되었다. 중학교 이전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 버렸고, 특별히 수다를 많이 떨지는 않았던 것 같다. 친한 친구와 같은 방에 묵기라도 한다면, 거의 그날 밤은 잠을 못잔다. 수다를 떠느라. 그리고 한 때 전화 통화를 자주 했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통화를 하면 기본이 한 시간이었다. 뭐 여자친구도 아니었고, 그냥 친구 사이었는데, 할 얘기가 왜 이렇게 많았었는지. 

 

 할 얘기가 왜 이렇게 많았던지,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았던 친한 친구와는 집에 거의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바퀴를 돌며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그리고 찻집에 가면 수다가 아마 기본이 2시간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리고 최근에 수다를 많이 떨었던게, 친구와 책 수다를 한시간 정도 떨었던 것 같다.

 

 수다를 떨고 나서 돌아서 생각해보니, 수다 떠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 것이, 그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못해서 아쉽다고 느꼈을 때 이다. 다른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헤어지고 나서 생각났을 때의 괴로움이란.

 

 뭐, 이건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 건데, 나만 유난스럽게 수다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일 수는 없다.

 

 이러한 수다는 꼭 말로만 하는 수다가 전부는 아니다. 가끔 그냥 아무나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그럴 때 생각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한다. 사람들, 왜 이렇게 바쁜지 첫 번째 전화에 안받는 경우가 많다. 늦게 전화가 오면, 수다 떨고자 하는 의욕(?)도 조금 떨어져 있고, 덜 재밌다. 그리고 전화로 수다를 떠는게 약간은 어색한 사람에게는 문자를 보내곤 한다.


 음. 또 생각해보니 메신저가 있다. 메신저에 접속. 그리고 말걸기. 혹은 누군가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기. 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접속하기도 하는데, 누가 접속해 있나 보러도 접속하기도 한다.
 

 전화나, 문자, 메신저로 하는 수다 이외에 또 다른 수다의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그냥 글을 쓰는 것이다. 뭐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머리에 맴도는 생각들을 그냥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면, 뭐랄까, 수다에 준하는 만족(?)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지껄인 글들이 어느새 글곳간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지금 이 글도 약 40분 정도 쓰고 있는데, 일단 이렇게 쓰고 나면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음. 그런데 오늘 포스팅을 2개나 해서 조금 힘들긴 하다.

 

# 2

 

 수다 떠는 남자라. 뭔가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자상(像)은 과묵하고, 입이 무거운 모습이다. 나는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 입이 가벼워 믿을만 한 사람이 아니란 뜻은 아니다. 나는 비밀은 잘 지키는 편이다. -  뭐 말이 많다고 해서, 노홍철처럼 쉬지 않고 말을 많이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목적은 입근육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어쨌든,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것에 당당해지자. 앞으로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 다면 당당하게 수다라고 말해야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