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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06 기억을 기억하기
단상2011. 6. 6. 23:27

# 과거를 추억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다.

 

 일단은 기억으로. 그리고 추억하기 위해 많은 사진들을 찍는다. 지금은 가장 사진이 보편적인 방법. 적극적으로는 추억의 현장에 방문함으로, 과거를 떠올린다. 그 곳의 향기와, 분위기, 정취 등을 느끼며, 그 때 그 시간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물론 과거를 추억하기 위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다보면, 그 때 느꼈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오늘 과거를 추억하기 위한 기발한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사실 기발하지도, 독창적이지도 않다. 내가 온전히 생각해 낸게 아니다. 예전에 우연히 읽었던 주간지 - 아마도 주간 동아인 것 같다 - 를 보고 떠오른 것. 

 

 한 필자가,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수집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수집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떤 물건이나, 기념품을 수집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의외인 영.수.증.

 

  여행지에서 어떤 물건을 사고, 받았던 영수증. 그리고 그 영수증을 볼 때, 어디에서, 언제 - 친절하게, 날짜와 시간도 나와있다 - , 왜 샀는지를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 왜 샀는지 기억할 수는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최근 우연히 버리지 않고, 모아놨던 영수증을 정리했다. 대부분 버릴만 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지만, 게중에는 버리기 아까운 영수증들이 있었다. 물론 영수증을 보면, 내가 샀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쓰라린 기억도 찾아오지만 말이다.

 

 누구와 어느 식당에서, 어느 찻집에서 몇 시 쯤에 어떤 얘기를 했었는지, 대략 떠올릴 수 있고. 누구와 어떤 영화를, 공연을 봤었구나. 그래 그랬었지. 아참, 이 사람한테 선물도 줬었구나.

 

 그래서 그러한 기억의 마모를 조금 더 더디게 하고자, 영수증과 공연 티켓 등을 최근 장만한 내 노트에 붙일 예정이다. 참고로 노트의 용도는 평소에 흘려 보내가 아까운 글들을 스크랩하고, 신문을 읽을 때, 그냥 흘려 보냈던 행간을 기록하기 위한 거였는데. 영수증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이제 잡(?) 노트가 되어 버렸다. 음. 노트에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 뭘로하지? 생각해 놓은 게 있었는데, 사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노트 이름을 지을까 생각했었는데,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중. 아무것도 아닌 노트로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니깐 노트의 이름은 아무것도 아닌.

 

 어쨌든 지금 영수증을 2개 붙여놨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