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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25 챔피언 KIA TIGERS! V10 이루다
단상2009. 10. 25. 01:53

 오늘은, 아니 어제는 KIA TIGERS가 우승을 확정 지은 날이었다. 12년만의 우승이라, 정말 감회가 남다르다. 아마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승한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정말 감격의 하루였다. 그리고 그 감격의 현장에 내가 있었다는 것이 정말 다시 한 번 감격이었다.

 7차전 경기를 어떻게 직접 경기장에서 볼 수 있었는지 이야기 하자면 조금 길다. KIA의 광주무등경기장 예매는 아마 기억상으로 10월 12일 월요일이었을 것이다. 그때만 하더라도 플레이오프 승자가 가려지지 않아서 일단 경기일정이 확실한 무등경기장의 예매 가능했었다. 그리고 SK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정 이후 10월 15일에 남은 경기 일정 예매를 시작했는데, 나는 예매 시간에 수업이 있어서 동생에게 부탁해놨었고, 친한 친구에게도 부탁해놨었다. 동생은 예매에 실패했고, 친구(의 친구)는 예매에 성공. 하지만 7차전 경기. 예매에는 성공했지만, 설마 7차전까지 갈까 하는 생각이 먼저들었었고, KIA 팬으로서, KIA가 7차전 경기를 갖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뿐이었다.

 1,2 차전 경기를 이길 때만 해도, 4차전에서 끝날 기세였는데, 이런, 문학경기에서 2패를 당해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그리고 운명의 잠실경기에서도, 6차전까지 3승 3패로 팽팽한 균형을 이루었고, 드디어 7차전. 7차전까지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었는데, 원하지 않던 7차전 경기는 현실이 되었다.

 10월 24일 아침. 지하철 2호선을 타기위해 마을버스를 탔다. 마을버스를 탔는데, 등번호 7번이 새겨진 이종범의 유니폼을 입은 사람이 탔다. 인사를 해볼까 하다 안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을 탔다. 종합운동장역까지 가는 길이 왜이리 먼지. KIA와 SK의 우승을 열망하고 지하철을 탄 사람이 꾀 많이 있었고, 대부분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렸다.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 야구장으로 가는데, 갑자기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는데, 나도 영문을 모르고 뛰기 시작했다. 아마 예매를 못한 사람들이 현장판매분 티켓을 구하기위해 뛴거였는데, 나는 뛸 필요가 없었는데, 그냥 따라 뛰었다. 야구장 앞에서 친구를 만났고, 경기장에서의 명당(?)을 차지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 하지만 이미 명당이라고 생각한 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차지가 되어있었고, 그나마 좋은 자리라고 생각된 자리로 찾아가 앉았다.

 2시경기인데, 11시에 만나 경기장에 찾아간 나와 친구는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경기를 기다렸다. 지정석을 예매했더라면 일찍 갈 필요가 없었는데, 일반석에 앉아야 했기 때문에. 어쨌든 야구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은 금방 흘렀고, 2시에 야구가 시작되었다. 초반은 양팀 모두 팽팽한 경기를 가져었다. 하지만 경기 중반으로 가더니 어느새 점수는 5대 1로 벌어졌고, 패색이 점점 짙어져갔다. 사실 나도 '에이, SK 너무 강하다. 이러다 SK가 우승하겠네.' 하는 생각을 점차 했었다. 그러면서도 KIA는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점겨가고 있었고, SK는 찬스에서 시원하게 점수를 못 뽑고, 조금씩 달아나고 있었다.

 6회, 7회 기아는 각각 2점을 뽑아 동점을 기어코 만들었다. 나지완의 투런 홈런이 있었고, 우리 찌롱이(안치홍)의 솔로 홈런이 있었다. 우리 어린 아기 호랑이들이 정말 장하게도 경기를 원점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왠지 한국시리즈에서 내가 격하게 아끼는 찌롱이가 잘 해낼꺼라고 생각했었는데, 정말 한국시리즈 때 빈틈없는 수비와 알토란 같은 공격으로 KIA V10의 주역으로 당당히 활약했다. 잠실야구장의 모든 사람들이 나지완과 안치홍을 연호했다. 이미 그 때 기아의 우승을 직감했다. 분위기는 KIA로 넘어왔고, KIA가 우승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조범현 감독이 했던 이야기. '우주의 기(氣)가 타이거즈를 감싸고 있다'는 이야기는 빈말이 아니라 진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기다리던 점수는 더이상 나지 않았고, 위기를 거쳐 어느새 9회.

 이제 어쩌면 연장전까지 가야할 상황이 올지도 몰랐다. 불펜에서는 등번호 20번 윤석민이 몸을 풀고 있었다. 어쩌면 KIA 벤치에서는 연장전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9회초,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0점대의 유동훈이 마운드에 올라 깔끔하게 막았고, 9회말. 이제 여기서 점수를 못내면 연장전으로 가야했다. 9회 1사. 타석에는 나지완. 관중들은 나지완이 들어서자, 나지완의 응원가를 부르고, 끝내기 홈런을 외쳤다. 볼카운트 2스트라이크 2볼. 6구째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공이 허공을 갈랐다. 공이 펜스를 넘기기도 전에 모든 사람들이 홈런을 직감했고,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 나도 눈물이 찔끔 나왔다. 나지완 선수가 홈런을 치고 우는 모습을 보고서, 나도 괜스리 눈물이 나왔다.

 이렇게 2009년 프로야구의 일정은 모두 끝났다. KIA는 경기의 시작과 끝을 모두 잠실에서 하게됬고, 모든 구단 통틀어 0.1세기에 한 번 이상 우승을 한 유일한 팀이 되었다. 80년대, 90년대, 2000년대에 우승을 기록한 유일한 팀.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2009년에 우승을 이룩했다. 80, 90 년대에는 최강팀이라 할만했지만, 2000년대에는 종이호랑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2000년대가 끝나기 전 2009년에 우승을 기록해, 2000년대의 강팀 중의 한 팀으로 기록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그 현장에는 자랑스럽게(!) 내가 있었다. 아마 평생의 이야기거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경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아는 후배를 만나 그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야구이야깃거리는 정말 소중하다.

 조범현 감독의 "우주의 기(氣)" 발언이 있어서 말인데, 올해는 정말로 꼭 우승했어야 하는 해였다. 조범현 감독은 내년 시즌의 계약을 위해, 이종범 선수와 이대진 선수는 언제 다시 한국 시리즈 무대에 등판할지 모르기 때문에 꼭 이번에 우승했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KIA 팬들의 바램이었다. 이종범 선수와 이대진 선수가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 아마 어쩌면 KIA의 V10 보다 그것을 더 바랬는지도 모른다. ( 뭐 그게그거지만)

 그리고 우리 고생한 선수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 윤석민. 올 시즌 궂은 일 맡아가면서 부상까지 얻었었지만, 끝까지 의젓하게, ACE의 역할을 해냈다. 6차전 경기에 선발로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여차하면 등판하려 했던 그의 뒷모습이 기억에 계속 남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 찌롱이(안치홍). 찌롱이는 정말 운이 좋은 놈(!)이다. 데뷔 첫해에 정규시즌 풀타임으로 경기를 뛰었고, 신인으로 14홈런을 기록했고, 올스타전에서는 MVP,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는 주전 2루수로 모든경기에 선발출장했고, 특히 마지막 경기에서는 홈런을 쳐, 종전 심정수가 가지고 있던 한국시리즈 최연소 홈런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그리고 입단 첫해에 우승을 기록하는 행운을 얻었다. 오늘 정말로 자신의 응원가에 맞춰, 안타치고, 도루까지 했다.

 끝내기 홈런을 기록한 나지완. 사실 시즌 때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였었는데, 홈런 하나로 다 만회했다. 이제 입단 2년차, 그 동안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었고, 그에 걸맞은 실망도 많이 했지만, 이제 입단 2년차이다. 내년 시즌이 정말 기대된다.

 드래곤 Q 이용규.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때 정말 경기의 맥을 끊는 모습을 많이 보여줬었지만, KIA 후반기 돌풍의 주역이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연승을 해서 정규시즌 우승을 했던 힘에는 분명 이용규 선수도 크게 기여를 했다. 올 시즌, 부상으로 시즌의 대부분을 재활로 보냈지만, 내년엔 더욱 더 잘하리라 생각된다.

LG에서 돌아온 김상현, 그리고 포카리 박에서 샴페인 박으로 승진한 박기남 선수. 김상현 선수가 없었다면 올해 KIA는 4강싸움을 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김상현 선수의 이적 이후에, KIA의 성적이 급상승했고, 결국 홈런왕까지 기록했다. 본인에게는 최고의 한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포카리 박 매의 눈 박기남. 불안한 내야의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서 수비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리고 이현곤 선수. 올 시즌, 그가 등장하면 광고가 나온다고 하여(공격이 끝난다고 하여) 광고니라는 별명을 얻었지만, 철벽 유격수 수비로 KIA 내야를 이끌었고, 한국시리즈에서 정말 좋은 활약을 펼쳤다. 내가 알기로는 3가지 지병을 갖고 선수생활을 하는 걸로 알고있는데, 정말 인간 승리인 것 같다. 화이팅!

 원섭동무 김원섭 선수. 이제 당당한 KIA 외야의 주전. 사실 시즌 초에 팬들이 주전으로 생각하지 않아서 조금 서운해했다는 김원섭 선수. 하지만 이제, 모든 팬들은 당신을 주전 외야수라고 생각한답니다. 올 시즌 이용규 선수가 부상으로 경기 출전을 못할 때, 1번 타자자리를 훌륭하게 메꾸어준 원섭동무!

 형저메 에서 형저매 로 승진한 최희섭 선수. 한 때 이승엽 선수에게 "형, 저 메이저리거에요." 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소문으로 네티즌들의 조롱을 받았던 최희섭 선수. 올 시즌에는 별명이 바꼈다. "형, 저 매일 걸어나가요." 올 시즌 홈런을 많이 쳐서, 매일 볼넷을 얻어나갔던 최희섭 선수. 올 시즌 못하면 유니폼 벗을 각오로 준비했다던데, 내년 시즌에도 김상현 선수와 함께 같이 홈런왕 경쟁을 이어나가길!

 그리고 올해 KIA 선발의 주축이었던, 구로연합(구톰슨, 로페즈 연합). 이닝이터의 면모를 보여줘 다승, 투구이닝 1위인 로페즈. 여우같은 투구를 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구톰슨. 정말 올해 용병 농사는 최고의 작황(?)을 보였다. 내년에도 꼭 남아주세요!

 올 시즌 국내 최고의 포수로 성장한 김상훈 포수. 그리고 매년 일취월장하는 차일목 선수. KIA 투수력의 안정을 이야기할 때 이 두 선수를 빼고서 얘기를 하면 안된다. 올 시즌 정말 수고했어요!

 KIA의 좌완 에이스. 양현종. 무럭무럭 성장해서, 김광현, 류현진을 뛰어넘는 좌완 투수가 되었으면 좋겠다. 올 시즌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던 그. 내년에는 얼마나 더 성장할지 벌써 기대가 된다.

 KIA의 뒷문을 철벽같이 지켜준 유동훈 선수. 싱커로 모두를 제압하고, 선동렬 이후 두번째로 20세이브 이상 기록한 선수 중에서 0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선수. 시즌 초반에는 경기가 끝나도 끝난게 아니었는데, 후반기에 정말 리드하는 경기는 무조건 이기는 경기로 만들어줬던 유동훈!

 무엇보다도 타이거즈의 12년 전 우승의 주역이었던 이종범, 이대진 선수. 우승을 확정짓고 가장 먼저 떠오른 선수는 무엇보다도 이종범 선수, 이대진 선수였다. 정말 타이거즈의 전설. 그리고 아직까지 많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모범이 되는 두 선수. 이종범 선수와 이대진 선수와 같은 팀에서 경기를 하는 것은 아마 후배들에게 정말 행운일 것이다. 오래오래 타이거즈 맨으로 남아주세요!

 조범현 감독님 수고하셨습니다. 조갈량 감독님. 10번째 우승 시켜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 타이거즈 출신이 아니라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았지만, KIA의 체질을 변화시켜서 이길 줄 아는 팀으로 탈바꿈 시켜준 감독님. 감사합니다!

 이 외에도 많은 선수, 코치님들 수고하셨습니다.

 아. 오늘 정말 행복하다. 그런데, 이제 야구끝나서, 무슨 재미로 살지?


<오늘의 사진들>

사진에 출처들 다 박혀있으니까, 따로 출처는 안쓸게요. 문제가 된다면 지우겠습니다. 하지만 봐주세요. KIA가 우승했으니까요.


 정상호의 병살을 막기 위한 슬라이딩으로 두 선수의 충돌이 있었다. 5차전 경기때, 김상현 선수와 나주환 선수의 충돌로 예민해져 있던 상태에서, 다시 한번 충돌이 있었다. 아마 두 선수간의 다툼이 있었다면 벤치클리어링이 다시 한 번 발생했을텐데, 정상호는 미안해했고, 이현곤은 괞찼다는 아마 무언의 대화를 했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다시 동영상으로 봤는데, 정상호의 슬라이딩은 쓰리피트 라인에서 벗어나지 않은 정상적인 플레이였다.

  우리 찌롱이 홈런치고 3루 돌 때, 오늘 너 아니었음 우승 못했다! 혼자서 2타점 올린 우리 안치홍 선수!


 나지완 선수 홈런치고 가장 먼저 뛰어오는 이용규 선수. 아마 오늘 찬스에서 번번히 물러나 동료 선수들에게 가장 미안해 했을 이용규 선수. 입단년도는 다르지만 친구 나지완 선수의 홈런을 가장 기뻐해주고 있다.


포카리 박에서 승진한 샴페인 박 박기남 선생. 축하는 이렇게 해야한다고 몸소 보여주고 있다.

  가장 멋진 포옹. 올 시즌 유독 로페즈의 등판때 수비실수를 많이 했던 나지완 선수. 로페즈와 다투기 까지 했다고 한다. 로페즈가 조범현 감독님에게 자신의 등판 때 나지완 선수를 수비수로 출전시키는 것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자, 나지완이 욱(!)해서 다퉜다고 한다. 한국시리즈 마지막 경기 때 포옹으로 화해했다. 아마 이미 그 전에 화해를 했을지도 모른다. 음. 그런데 나지완이 MVP를 타서 로페즈가 삐졌을 것 같다.


 바람의 아들과 바람의 조카의 포옹. 두 바람이 모여 올 시즌 태풍을 이루었다. 눈물흘리는 종범형님을 보니. 나도 눈물이 날 것 같다. 어쨌든, 올해 우승했어야 하는 이유가 이종범 선수때문이었다. 그리고 이종범 선수때문에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이종범 선수를 행가래 하는 KIA 선수들. 정말 행복해 보인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