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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3. 24. 19:0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뭔가 우리 인간의 존재를 다룬 철학적인 책인 듯, 제목은 말하고 있지만, 사실 철학책은 아니다. 철학적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소설책이다. 밀란 쿤데라의 책을 읽다 보면, 인간에 대해서 한꺼풀 더 벗겨지는 그런 느낌이다. 예전 그의 소설 농담을 읽었을 때도, 느꼈던 거지만, 인간의 뭔가 밝히기 꺼려 하는 약한 그런 속마음을 그는 거부감이 덜 들도록 글을 쓰는 듯한, 개인적인 느낌이다.
 
 존재의 무게
 
 존재에도 무게가 있을까? 사실 무게라는 것은 상대적이다. 어떤 사물에 대해서 무겁다, 가볍다라고 말 할 수 있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게를 재는 우리의 관념에는 보편적인 기준이 있기 때문에, 함부로 말 할 수는 없지만, 가볍고 무거운 것에 대한 이야기들은 모두 다 동의할 것이라는 가정을 먼저 해야 했을 것 같다.

 

 가볍기도 하고, 무겁기도 한 우리의 존재. 이러한 제목의 책도 있더라지. 두꺼운 삶과 얇은 삶. 이 책에서는 일단 주인공인 테레사와 토마스를 통해 가볍고 무거운 삶을 조명한다.

 

 이 두 사람은 우연에 대해서도 상반된 생각을 갖고 있다. 우연을 불쾌히 여기는 남자, 우연의 주술성을 믿는 여자. 여러 우연은 그 두 사람을 만나게 했고, 그 우연은 베토벤이 불멸의 연인에게 했던 <그래야만 한다!>는 필연으로 가장하게 만들었다. 우연히 만난 그 둘은 사랑을 하게 되고, 정말 가볍고 약한 테레사는 토마스라는 전 존재를 사랑하게 된다.

 

 토마스에게는 두 여인이 있다. 토마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과 토마스가 필요한 사람. 이 두 사람은 또한 삶에 대해 가볍고 무거운 삶을 사는 사람들의 표상이다. 당연히 토마스의 사랑에는 가볍고, 무거운 사랑의 이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랑의 무게뿐만 아니라, 처음엔 약하고 가벼웠던 테레사 또한 점점 토마스만 의지하는 삶이 아니라, 그의 참 삶을 살게 되는 것도 이 소설의 포인트가 아닌가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또한 가볍고 무거운 것은 사람뿐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체코의 정치적인 상황을 비추어 볼 때, 밀란 쿤데라는 분명 체코의 참을 수 없는, 어찌할 수 없는 가벼움도, 이 책에 녹이지 않았나 싶다. 주인공인 토마스는 정치적인 선택에서도 그는 어찌할 수 없는 약자로, 신념에 대해서 비굴함을 강요받기도 한다.
 
257쪽 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 사람의 내면에는 가볍고도, 무겁운 존재가 혼재해 있다는 것이 결론인 것 같다. 그렇게 참을 수 없이 존재가 가벼운 것은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삶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군가를 의지 하지 않고서는, 사랑하지 않고서는 살아가기 힘든 약하디 약한 우리의 모습, 그리고 나의 모습.

 

 이 책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이유는 결말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인 테레사와 토마스의 죽음에 관한 것이다. 뒤엉킨 시간으로. 음 그러니깐 이러한 구성을 액자 구성이라고 고등학교 때 배웠던 것 같다. 읽는 독자는 이미 그들의 죽음의 소식을 들어 알지만, 이야기 속의 이야기의 결말은 그들의 존재에서 끝나기 때문에, 먹먹했다.

 

 너무 오래 전에 읽은 책이라서,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나중에 한번 더 읽고 싶은 책이다. 아오. 나도 리뷰 잘 쓰고 싶은데.

 

 여담인데, 예전에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의 야나체크 편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원작으로 한 영화 프라하의 봄을 살짝 보여 준 적이 있다. 그 영화에서 야나체크의 음악이 사용되었기 때문에, 영화에서 사용된 야나체크의 음악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 때, 진행자가, 혹자는 이 영화를 보고, 참을 수 없는 흥분의 무거움이라고 이야기 한다고도 했다. 또한, (교양있는) 우리는 야한 영화를 볼 때,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난다.


11쪽 영원한 회귀가 가장 무거운 짐이라면, 이것을 배경으로 거느린 우리의 삶은 찬란한 가벼움 속에서 그 자태를 드러낸다.
 
15쪽 테레사와 함께 사는 것이 나을까, 아니면 혼자 사는 것이 나을까?
 도무지 비교할 방법이 없으니 어느 쪽 결정이 좋을지 확인할 길도 없다. 모든 것이 일순간, 난생 처음으로, 준비도 없이 닥친 것이다. 마치 한 번도 리허설을 하지 않고 무대에 오른 배우처럼. 그런데 인생의 첫번째 리허설이 인생 그 자체라면 인생이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렇기에 삶은 항상 초벌그림 같은 것이다. 그런데 <초벌그림>이란 용어도 정확지 않은 것이, 초벌그림은 항상 무엇인가에 대한 밑그림, 한 작품의 준비 작업인데 비해, 우리 인생이란 초벌그림은 완성작 없는 밑그림, 무용한 초벌그림이다.
 토마스는 독일 속담을 되뇌었다. 한 번은 중요치 않다. 한 번 뿐인 것은 전혀 없던 것과 같다. 한 번만 산다는 것은 전혀 살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36쪽 자신이 사는 곳을 떠나고자 하는 자는 행복하지 않은 사람이다.

 

59쪽 그런데 한 사건이 보다 많은 우연에 의해 좌우될수록 보다 중요하고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나 않을까?
 우연만이 우리에게 어떤 계시로 보여졌다. 필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 기다려왔다는 것, 매일 반복되는 것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오로지 우연만이 웅변적이다. 집시들이 커피잔 바닥에서 커피 가루가 그린 형상을 통해 의미를 읽듯이, 우리는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애쓴다.

169쪽 영혼을 흥분시키는 것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서 행동하는 육체에 의해 배신당하는 것, 그리고 이 배신을 목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40쪽 사랑은 메타포로 시작된다. 달리 말하자면, 한 여자가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시적 기억에 아로새겨지는 순간,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참을수없는존재의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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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밀란 쿤데라 (민음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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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