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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2.15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2012. 2. 15. 17:33

 ‘청춘(靑春)’이라는 단어가 작년처럼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해는 없었을 것이다. 푸른 봄을 생각하면, 당연히 따스한 봄이 가슴에 스며들어야 하는데, 사실 청춘이라는 단어를 들여다보면, 실상은 안쓰럽다. 그 이유는 그들에게 과연 ‘따스한 봄과 같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면, 어찌할 수 없는 막막함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이런 청춘을 위로하는  김란도 교수의 책 <아프니까 청춘이다>(쌤앤파커스, 2010)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청춘의 아픔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귀기울이기 시작했다. 책 이외에도, 청춘을 감싸 안으려는 박경철, 안철수의 청춘 콘서트가 인기를 끌었었고, 기성 정당들은 청춘을 끌어안기 위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청춘들의 문제는 청춘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의 문제이다. 최근 우리 사회의 주요 화두는 다름 아닌 청춘이다.


 이런 청춘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려고 하는 시도는 많지 않았다. 최근 들어, 20대의 정치 참여가 두드러지면서, 20대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을 만들고, 그들의 표심을 모으기 위해 많은 정치인이 노력하고 있지만, 그들을 진정으로 20대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생각을 하지는 않는다. 단지, 20대가 주요 투표의 캐스팅 보드(casting board)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듣는 척만 할 뿐이다. 그런 면에서 엄기호 교수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푸른숲, 2010)에서는 20대의 ‘the right to speak’를 넘어서, ‘the right to be heard’를 위한 노력의 흔적이 돋보인다. 저자는 이 책을 “2년간 대학에서 학생들이 어떤 언어로 세상을 보고 있는지에 대해서 그들과 함께 나누었던 지적 대화의 기록이다. 형식적으로는 이들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겠지만, 내용을 보자면 이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내가 깨닫게 된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이다.”(19쪽)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들과의 수많은 대화 가운데, 인문학적 개념을 도출해 내고, 학생들이 “개념적 사유가 가진 짜릿함을 만끽”(249쪽)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했다고 한다. 그 결과가 이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 책은 20대 스스로에 대한 자기고백적 혹은 변론적 성찰, 그리고 20대가 바라본 이 사회에 대한 고발적 성찰을 담는다. 특히, 앞으로 더 나아질 것 없는 미래에 대한 그들의 생각은, 과거 더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갖고 살아가던 기성세대의 그것과는 다르다. 기성세대는 정치적인 자유를 꿈꾸었지만, 20대는 경제적 자유를 희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세대는 20대를 속물로 볼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예속된 그들의 모습은 부정할 수 없는 이 사회의 자화상이기에, 속물로만 볼 수도 없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경제적 속박은, 그들이 조금 더 높은 순위의 대학에 가야 하는 이유가 되고, 또한, 그들이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노동력이 초과 공급 상태인 현대 사회에서는, 그들의 열정조차 ‘자기 소설서’에 그럴싸하게 표현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삽질’ 또는 ‘잉여’로 표현되는 현실은 이 사회의 서글픈 이면이다.


 상품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그 사람은 사회에서 아무런 가치도 없는 쓰레기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나 스스로 나에게 어떤 가치가 있는지를 드러내고 상품으로 치장하여야 한다. 우리 모두는 본래 속물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해서 속물이 되어야만 하는 존재이다. (67쪽)


 이런 20대를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비판 보다는 그들의 언어를 이해하고, 그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조성해줘야 한다. 마음껏 사랑을 하지 않는 20대를 향한 비판에도, 사랑을 하기에도 사회적 환경, 즉 사랑을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조성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저자는 ‘삶이 임시적이고 일시적인 것이 되었는데 어떻게 사랑이 임시적이지 않을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임시적인 사랑, 그것은 왜 또 사랑이 아니란 말인가.’(163쪽)라고 반문한다. 이 외에도, 저자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도 20대의 가감 없는 생각들을 그대로 전하고자 노력한다. 책을 읽다 보면 그저 철없을 것 같은 20대의 성찰이 놀랍기도 하다. 깊은 사유를 통해 드러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듣다 보면 그들이 철부지가 아니라고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나는 대학을 거부한다.’라고 선언한 전(全) 고려대학생 김예슬 양의 선언에 대해서 이 책에 등장하는 학생들이 그 선언의 순수성과 저의 사이에서 공감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 책을 읽는 독자들도 20대의 고군분투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할 수 있다. 일단 수많은 대학생 가운데 일부, 제한적인 학생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자칫, 20대 대부분의 생각일 거라고 여길 일반화의 오류에 당착할 위험이 있다. 또한, 그저 20대의 변명거리만 가득한 것 같아서, 20대 밖의 시선에서는 이 책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책 제목에 청춘이라는 단어가 들어갔다는 이유로 이 책은 아마도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책은 비교를 당할 수밖에 없는 숙명일 게다. 굳이 비교를 해보자면,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같은 청춘을 지나온 아버지가 자식들에게 위로를 하는 책이라고 한다면,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는 이 시대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마치 친구와도 같은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20대를 진심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이들은 꼭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특히, 20대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노력하는 척만 하는 정치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것은왜청춘이아니란말인가20대와함께쓴성장의인문학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엄기호 (푸른숲,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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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