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09. 3. 24. 01:15

 오늘 학교에서 진중권 교수님 강연회를 했다. 주제는 디지털 시대의 문화였다. 열심히 강의 필기를 해가면서 들었다. 유익했던 강의였다. 강의 요약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야하는데, 오늘은 졸려서, 못하겠다. 그래서 일단 교수님을 만났던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티비에서만 보던 진중권 교수님을 실제로 보니깐 새로웠다. 그렇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목소리도  귀에 익고, 방송에서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아서 마치 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막힘없이 말을 하시고, 학생들의 질문에도 곧 바로 대답을 하시는 달변가이신 것 같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안좋아 할 수도 있는데, 음 나는 그 분을 좋아한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강연을 마치고 대단한 만족감을 갖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 역을 가는 길에, 뭔가가 아쉬웠다. 역시 막혀있는 공간에서는 생각도 제한되는 것 같다. 길을 걸으며, 생각하는데, 뭔가 강의에서 본질적인 질문을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러면서 그냥 아쉬운 마음을 갖고 걷는 길에, 학교 후문의 서점을 발견했다. 서점가서 이런 저럭 책을 스치며 보니, 아쉬운 마음은 조금 풀렸다. 여러 책들을 스치며 보는 중에 진중권 교수님이 얼마 전에 출판한 이매진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나중에 읽어야하고, 그냥 훑어보고, 서점에서 나왔다.

 

 서점을 나와서, 가는 길에 진중권 교수님 일행을 마주쳤다. 근처의 호프집에에 들어갔는데, 진보신당 당원과 학교 교지편집위원회의 조촐한 뒤풀이 같았다. 뭔가 그냥 가기 아쉬워서, 사인을 받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예전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짓을 저질렀다. 서점에가서 이매진을 구입하고, 사인을 받으러 조금 뒤 늦게 따라 들어갔다. 사인을 받고나서 가려는데, 진중권 교수님께서 시간있으면, 조금 있다 가는게 어떻겠느냐는 말씀에, 사실 0.000001초만 고민하다가 바로 진중권 교수님 옆자리에 앉았다. 뭔가 꼽사리라고 해야하나, 주최 측의 모임에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된 것 같아서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사실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이런 저런 얘기는 많이 못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재밌었고, 진중권 교수님 옆에서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티비 토론회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토론회의 특성상, 조금 날카로운 모습만 보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예의바르시고, 상대를 배려하고, 음. 이런걸 젠틀이라고 해야하나. 젠틀 앞에 수식어를 하나 붙이자면, 뭔가 자유로운 젠틀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에 악수를 하고 진중권 교수님은 먼저 들어가셨다. 그리고 나도 지하철 시간도 있고, 기숙사까지 들어가려면 너무 늦으면 안되니까, 적당한 시간에 먼저 일어났다.

 

 오늘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진중권 교수님의 책을 탐독해야겠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재발견이다. 사실 예전이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무슨 일로, 내가 이런 일을 했는지. 한편으로는 가상하기도 하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나저나 내일 1교수 수업이라서 빨리 자려고 했는데, 일단 기숙사에 늦게 들어와서, 씻고 나니 12시가 넘었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네이트온에서 수다를 떨면서 벌써 1시가 넘었다. 오늘 강연도 정리 못했는데, 이것은 아마도 내일 혹은 주말로 미뤄질 듯 싶다. 흑. 빨리 자야겠다.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엔 지하철을 타고 파김치가 되서 학교에 도착하곤 하는데. 조금 더 일찍 출발해야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