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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6.25 엄마를 부탁해
2011. 6. 25. 01:26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가 있더라. 사실 베스트 셀러를 골라 읽는 내 모습이 싫어, 이 책 읽기를 미뤄왔다. 사실 소설 상실의 시대의 한 등장 인물이 했던 말.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읽지 않는다는. 나도 이 때 이게 기억에 오래 남았던 것 같다. 비록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시류에 따른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오래 남을 책을 읽고 싶어서 베스트 셀러에 쉬이 손을 옮기지 않으려고 노력 중. 어쨌든 이는 쓸데 없는 개똥 독서학이라고 해야할까?

 

 주저 하고 있다가, 이 책이 미국의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한 번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괜한 개똥 독서학은 괜한 독서 사대주의(?)라고 해야할까? 여튼 그런 거라고 해두자. 한 번에 와르르 무너져, 줏대 없음을 인증하게 되었다. 물론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이야기 이지만.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그냥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고, 엄마가 생각나서, 엄마한테 일주일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전화를 살짝 더 자주하긴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는데 나는 그냥 가슴이 먹먹해지기만 하고, 왜 눈물이 안나는지, 눈물이 메마른 사람인 것 같다. 그래도 책에 눈물 한 방울은 떨어뜨려줬다. 중학생 때, 가시고기를 읽고, 또 딴 사람들도 이 책 보고 울었다니깐. 조창인의 가시고기, 그리고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책을 읽은 이 후로 오랜만에 책 읽다가, 눈물 - 한 방울 - 흘린 것 같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가족이야기 인 것 같다. 위에 언급한 가시고기와 아버지라는 소설, 그리고 엄마를 부탁해 모두 가족의 부재 - 질병, 실종 - 로 인한 슬픔을 그린 소설이다. 시대가 각박해질 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있을 때는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 소중한 지 깨닫지 못한다는 것. 이게 안타깝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익숙한 지명이 자주 등장해서 반가웠다. 숙대입구, 남영동, 남영역, 서울역 등. 이는 신경숙 작가의 전작 외딴방을 읽었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외딴방도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사실 외딴방에서도 엄마에 대한 아련한 미안함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게 등장했었는데, 이 책에는 아련한 미안함이라기 보다는 이 세상에서 미안해 할 수 있는 가장 미안한 그런 정도의 미안함이 묻어 있다. 그리고 그건 신경숙 작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엄마에게 갖고 있는 미안함이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 그리고 그 무조건 적인 희생을 항상 엄마의 부재로 밖에 느끼지 못 한, 그리고 못 할 우리의 모습. 왜냐면, 엄마는 당연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외딴방 168쪽 부재의 느낌은 그렇게 엉뚱한 곳에서 오는 것 같아요. 특히 죽음으로 인한 부재는 처음엔 실감이 안 나죠. 점차 일상 속에서 그 사람이 없다, 다시 만날 수 없다, 라는 걸 깨달아가는 것 같아요. 생전에 그 사람이 즐겨 앉았으나 이젠 텅 비어 있는 의자나, 세숫비누를 놓는 위치, 양말을 신는 스타일, 그런 것으로 말이죠.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매 장마다, 관점이 다르다는 점.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 딸, 큰 아들, 남편, 그리고 마지막에는 엄마로 책의 관점이 바뀌면서, 각자의 삶 속에서 엄마의 부재를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는 엄마의 이야기.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가슴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던, 아무도 모를 비밀 이야기.

 

 나는 4개의 관점 중에, 남편의 관점에서, 엄마(부인)의 부재를 그린 부분이 가장 슬펐다. 잘 해 주지 못해 가장 미안할 사람이라서, 그러한 미안함이 서린 슬픔이 가슴을 여미었다.

 

 또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고향이 시골이라는 점과 신경숙이 그린 소설 속 가정의 모습이 우리 가정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골집의 모습과 부모님께서 서울에 올라오는 모습, 서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그런데 이렇게 신경숙만의 아름다운 문장과 우리 나라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가 어떻게 번역되었을까 궁금하다.


18쪽 모든 일은, 특히 나쁜 일은 발생하고 나면 되짚어지는 게 있다. 그때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싶은 것.

 

26쪽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40쪽 세상의 대부분의 일들은 생각을 깊이 해보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뜻밖이라고 말하는 일들도 곰곰 생각해보면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뜻밖의 일과 자주 마주치는 것은 그 일의 앞뒤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


엄마를부탁해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신경숙 (창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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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