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0.29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2. 2011.06.06 기억을 기억하기
2011. 10. 29. 23:15

최근 이준석 새누리당(구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이 과거에 트위터에 철거민에 대해 썼던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것은 좀 미친 X들이 아닌가 싶다’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 짧은 글을 쓸 때에, 훗날 이렇게 파장을 일으킬 줄 본인은 알았을까? 마찬가지로, MC몽도 과거에 네이버 지식IN에 썼던 병역 면제에 대한 질문이 병역 기피 의혹을 불러 일으킨 발단이 되었다. 이는 꼭 유명인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SNS를 이용하는 사람은 언제고 위와 같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이렇듯 디지털 기술은 우리에게 망각을 허락하지 않는다. 조심하라. 언제 네티즌 수사대가 본인을 겨냥할지 모르니.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의 <잊혀질 권리>(지식의 날개, 2011)는 과거에 마이스페이스에 올린 ‘술 취한 해적’이라는 제목의 사진 때문에 교사 임용이 취소된 스테이시 스나이더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는 이력서에 SNS나 블로그 아이디를 요구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 우리나라에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원자의 사회적 관계망을 파악하려는 의도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이제 취업을 위해서는 SNS도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하는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서 자유롭기 위해서는 SNS 사용을 하지 않으면 간단하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해도, 내가 찍힌 사진은 친구의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게시가 될 수도 있다. 즉, “안 하면 그만.”이 통하지 않는다. 우리는 보이지 않는, 예상치 못한 누군가에게 언제 어디서나 감시를 당할 수 있다. 우리가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포털 사이트에서의 검색 내용도 데이터로 저장되고 있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연관 검색어가 나타나는 것이 그 예이다. 인터넷 사용뿐만 아니라, 신용카드 사용 내역, 스마트 폰을 사용하며 전송되는 위치도 저장되고 있다. 조지 오웰 소설 <1984>(민음사, 2007)에 등장하는 빅브라더는 소설 속만의 가상의 인물이 아니다. 이제 현실이 되었다.

 

유사 이래로 인류에게는 망각이 일반적이었고, 기억하는 것이 예외였다. 그렇지만 디지털 기술과 전지구적 네트워크 때문에 이 균형이 역전되었다.(18쪽)


저자는 역사적으로 언어의 발명, 종이의 등장과 출판 기술의 발달을 소개하며 망각을 지연시킨 사례를 소개한다. 그리고 그 정점을 디지털 기술로 소개한다. 디지털 기술은 드디어 망각을 망각하도록 만들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이나 글을 인터넷에 저장하고, 본인이 지우지 않는다면, 그 사이트가 폐쇄되지 않는 이상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기록의 풍요에 살아 가고 있는 우리는 행복한 걸까, 불행한 걸까? 우리는 보이지 않는 원형감옥에 살아가고 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디지털 기록은 기억을 지배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기술이다. 하지만 언젠가 기억은 마모되고 기록에 의해 기억도 조작될 여지가 있다. 그리고 그 데이터 자체가 조작될 여지 또한 상존한다. 이 책은 이러한 위험성에 대해서도 경고한다. ‘잊혀질 권리’는 그러한 위험성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다. 잊고 싶은 기억에 대해서, 그리고 잊고 싶은 기억 그 자체를 잊었을 지라도, 잊혀질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만들어 져야 한다. 저자는 잊혀질 권리를 위한 여러 가지 선택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 여러 대안 중에서 가장 실효성 있는 것은 바로 ‘정보 만료일 설정’이다. 이것은 미리 기기에 설정한 만료일에 저장된 정보가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하는 것이다. 저자는 만료일이 망각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고, 만료일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정보의 수명에 대해 스스로 돌아보도록 하는 것에도 의미가 있다고 이야기 한다. 개인적인 차원 이외에도, 제도, 서비스 업체, 그리고 기술적인 부분에서도 정보 만료일에 대해서 설명한다.


이 책은 우리에게 잊혀질 권리라는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우리가 망각하고 있었던 망각의 축복 또한 일깨워 준다. 故 김광석은 그의 노래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1992)에서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묻히면 그만인 것을/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또 잊지 못해 새울까”라고 노래한 적이 있다. 지나간 시간은 추억 속에 고이 묻는 것도, 잊지 못해 긴긴 밤을 새우는 것도 우리 삶이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나야 지새운 밤이 무색해 질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이제 우리는 잊혀지지 않는 영원한 디지털 기억에 맞서, 잊혀질 권리가 절실해 지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잊혀질권리디지털시대의원형감옥당신은자유로운가
카테고리 정치/사회 > 사회학
지은이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 (지식의날개,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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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세계문학전집77)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지은이 조지 오웰 (민음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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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단상2011. 6. 6. 23:27

# 과거를 추억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있다.

 

 일단은 기억으로. 그리고 추억하기 위해 많은 사진들을 찍는다. 지금은 가장 사진이 보편적인 방법. 적극적으로는 추억의 현장에 방문함으로, 과거를 떠올린다. 그 곳의 향기와, 분위기, 정취 등을 느끼며, 그 때 그 시간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물론 과거를 추억하기 위한 증거를 남기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시간이 지나, 예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다보면, 그 때 느꼈던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한다.

 

 오늘 과거를 추억하기 위한 기발한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사실 기발하지도, 독창적이지도 않다. 내가 온전히 생각해 낸게 아니다. 예전에 우연히 읽었던 주간지 - 아마도 주간 동아인 것 같다 - 를 보고 떠오른 것. 

 

 한 필자가, 여행지에서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수집하는 것이 있다고 했다. 수집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떤 물건이나, 기념품을 수집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쩌면 의외인 영.수.증.

 

  여행지에서 어떤 물건을 사고, 받았던 영수증. 그리고 그 영수증을 볼 때, 어디에서, 언제 - 친절하게, 날짜와 시간도 나와있다 - , 왜 샀는지를 기억할 수 있다고 했다. 왜 샀는지 기억할 수는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지만.

 

 최근 우연히 버리지 않고, 모아놨던 영수증을 정리했다. 대부분 버릴만 한 가치(?)가 있는 것들이었지만, 게중에는 버리기 아까운 영수증들이 있었다. 물론 영수증을 보면, 내가 샀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쓰라린 기억도 찾아오지만 말이다.

 

 누구와 어느 식당에서, 어느 찻집에서 몇 시 쯤에 어떤 얘기를 했었는지, 대략 떠올릴 수 있고. 누구와 어떤 영화를, 공연을 봤었구나. 그래 그랬었지. 아참, 이 사람한테 선물도 줬었구나.

 

 그래서 그러한 기억의 마모를 조금 더 더디게 하고자, 영수증과 공연 티켓 등을 최근 장만한 내 노트에 붙일 예정이다. 참고로 노트의 용도는 평소에 흘려 보내가 아까운 글들을 스크랩하고, 신문을 읽을 때, 그냥 흘려 보냈던 행간을 기록하기 위한 거였는데. 영수증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이제 잡(?) 노트가 되어 버렸다. 음. 노트에 이름을 붙이고 싶은데. 뭘로하지? 생각해 놓은 게 있었는데, 사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으로 노트 이름을 지을까 생각했었는데, 뭔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중. 아무것도 아닌 노트로 할까도 생각했었다. 그러니깐 노트의 이름은 아무것도 아닌.

 

 어쨌든 지금 영수증을 2개 붙여놨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