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09.13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2009. 9. 13. 02:23

 촘스키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가 아마도 2년 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장정일의 공부라는 책에서였다. 그 책은 장정일 자신의 독후감을 쓴 책인데, 그 책에서 촘스키를 어떻게 다뤘는지는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래서 방금 찾아봤더니 그 책이 읽은(?) 촘스키 책의 제목이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였다. 이 죽일놈의 기억력이란. 지금 당장 책이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조만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봐야겠다.
 
 촘스키란 이름. 음. 그리고 가장 최근에 그의 이름을 국방부가 지정한 불온서적 리스트에서 봤다. 볼온서적에 포함된 그의 책에는 <정복은 계속된다>, < 미국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이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한 그의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불온서적에 대응하는 한국인의 자세(?)에 대해서, "불온서적 판매량 증가는 한국인들의 양식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8&aid=0001971644) 부끄럽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뿌듯한 기사였다. 어쨌든 이번에 읽은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에서 누누히 강조하는 내용이기도 하지만,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국방부는 군인의 아니 우리의 자유를 억압하려 했던 것 같았다. 생각과 표현의 자유를 통제하려고 했던 하나의 예이다.
 
 역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은 포리송 사건을 통한 '표현의 자유' 에 대한 그의 생각이었다. 그는 표현의 자유에 대해서 39쪽 "내게 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입니다. 우리가 증오하는 사람들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허락되어야 합니다. 우리 마음을 흡족하게 해 주는 생각만을 인정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당연한 이치입니다. 우리가 진실로 정직하다면 반대편의 주장까지도 수긍할 수 있어야 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도대체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하길래 자신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누구인지도 모르는 '포리송의 표현의 자유' 를 지지했을까. 사실 나 같은 소인배는 잘 모르겠다. 음. 하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새삼깨닫게 되고 있다. 아. 참고로 포리송 사건은 41쪽 "나치 포로 수용소의 존재에 의문을 제기하고, 모두가 독일의 일방적 악행으로 인정하던 쇼야Shoah를 상대적 반응으로 분석한 글을 발표" 함으로 발생한 사건이라고 한다. 촘스키는 "다른 생각을 가졌다는 이유로 능욕당한 사람들이 글로써 그들의 생각을 널리 알리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라는 이야기를 했다. 음. 사실 맞는 얘기이기도 한데,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사회적으로 정말 인정되지 않는 얼토당토 않은 말들, 감언이설로 사람들을 꾀는 말들도 권리가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뭐 그건 사람들의 가치판단의 문제이니까. 최근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를 기회(?)로 보수논객들의 이런저런 글들을 썼는데, 이런 것들도 인정되야 할까? 나는 속이 좁은 사람같다. 참고로 촘스키는 "누군가에게 생각을 표현할 권리를 인정한다고 그것이 곧 그의 생각에 공감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음. 표현의 자유 이외에, 선전에 관한 이야기도 관심을 끌었다. 지금 우리들이 하는 사고들은 알게 모르게, 우리들이 살아오면서 언론, 광고 등에 의해 누적된 것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 동안 우리들이 지향했던 가치들도 바뀌어 "잘 먹고, 잘 살자." 가 지상 과제가 된 느낌이다. 배금주의가 팽배해져있고, 1인 1표의 민주주의가 점차 1주 1표의 자본시장의 논리로 바뀌어 가는 것 같은 느낌이다. 돈이 즉 권력이 되는 느낌. 나도 그런 생각에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뭐 나 뿐만 아니라 대다수 주위 사람들도 또한. 어쨌든 이러한 생각들이 여러 선전에 의한 것들이란다.
 
 69쪽 "2차 대전이 끝난 후 사회민주주의 사상과 다소 급진적인 민주주의 사상의 유입으로 기업의 지배가 위협받자, 선전은 더욱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여론과 행동을 통제하기 위해 언론기관과 홍보기관이 총동원되었습니다. 기업계 지도자의 표현대로 '개똥철학' 즉 사람들이 '순간적으로 유행하는 소비재와 같은 천박한 것' 에 집착하는 인생관을 노동자들에게 심어주면서 장시간 노동을 기꺼이 수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연민, 타인과의 연대 등과 같은 위험한 생각을 잊게 만들었습니다. 요컨대 인간의 가치를 완전히 망각하도록 만들었습니다." 
 
 한편으로 기업들의 선전은 어느정도 성공(?)한 것 같은데, 정부 선전의 효과는 점차 감소하는 것 같다. 대중들이 점차 성숙해졌다고나 해야할까. 어쨌든 인터넷이 발달해서인가, 점차 정책에 대한 선전에 대해서는 불신들을 갖는 것 같다. 이와 관련해서 조작된 동의에 대한 개념이 새로웠다. 즉 동의(여론)가 조작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주로 정치 권력자들, 대기업의 최고경영자들, 홍보 관련 기업들이 자행한다고 한다. 이는 권력을 강화시키는 도구라고 말 했다고 한다. 그는 여러 사례를 통해서 이를 설명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들 이외에도 암울한 이야기들이 더 많은데, 더 책을 읽은지 오래되어서 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책을 읽고 바로 썼더라도 마찬가지였을테지만.
 
 이 책의 원제는『두 시간의 대화』이다. 사실 이 원제 보다는 저자와 촘스키의 대화의 일부였던 조금 더 자극적인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제목을 내세워 책의 판매를 도모한 것 같은 느낌이다. 사실 나 같아도 원제로는 흥미가 생길 것 같지는 않지만, 조금 씁쓸하긴하다. 그리고 이 책이 한국에 2002년에 출판된 책이고, 촘스키와의 인터뷰는 1999년 11월에 했다고 하는데, 인터뷰가 있은지 10년이 지난 지금 읽어도 최근 우리사회의 조류를 볼 때 한국인 독자로서 공감이 되고, 걱정이 되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닐 것 같다.
 
28쪽 나는 다시 한번 강조해두고 싶습니다. 사회가 민주화될 때, 달리 말해서 국민을 강제로 통제하고 소외시키기 힘들때 엘리트 집단이 선전이란 방법을 동원합니다.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지만, 과학적 수법과 선전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타의 수법까지 동원한 공개적이고 의도된 현상이기도 합니다.
 
29쪽 신문과 방송, 광고와 예술 등 어떤 수단을 사용하든 간에 선전 자체는 결코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선전수법이 나날이 교묘해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로울 뿐입니다. 예전부터 그 역할은 지식인의 몫이었습니다. 학식과 지식을 지닌 사람들의 몫이었습니다.
 
94쪽 시장에서는 누구나 소유한 몫만큼의 권리를 행사하려 합니다. 가령 당신에게 25달러가 있다면 그 25달러만큼 시장에서 당신의 위치를 갖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시장에 없는 사람, 즉 미래 세대가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내리는 결정의 결과를 짊어져야 할 사람이 바로 그들입니다.
 
94쪽 현재의 경제체제가 붕괴된다면 그 이유는 금융위기나 생태환경의 재앙일 가능성이 큽니다. 대중의 각성과 경계 이외에 현 사회의 미래를 보장해 줄 것은 없습니다. - 그의  혜안을 느낄 수 있었다.
 
109쪽 "외국에 투자되는 자본은 대부분이 경영 지배권의 확보를 위한 돈입니다. 공공기업의 민영화는 공공기업을 민간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 넘기려는 속임수일 뿐입니다. 이런 민영화는 대체로 부패한 정부에서 주로 시행됩니다."
 
165쪽 시대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무정부주의자들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 기분 원칙이 있습니다. 지배구조와 계급구조는 어떤 형태를 띠더라도 의혹의 대상으로 삼아 그 정당성을 확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부모와 자식, 남자와 여자, 국가와 국가 사이의 관계도 예외가 아닙니다. 노동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형태의 지배구조를 찾아 내서 정당성을 입증하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물론 누가 보아도 정당성을 지닌 지배구조가 있습니다. 예컨대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는 일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당성을 입증할 수 없는 지배구조는 부당한 것입니다. 따라서 그 관계를 전복시킬 권리가 우리에게는 있습니다. 개인의 관계부터 국제 관계까지 그 차원을 따질 것이 아닙니다. 내 생각이지만, 이것이 무정부주의 사상의 기본 틀입니다. 이런 기본 틀은 민중투쟁, 즉 계몽주의 시대의 유산입니다.
 
219쪽 미국은 변덕스럽고 보복을 잊지 않는 국가로 인식되기를 바랍니다. 그래야 세계 모든 국가가 미국을 두렵게 생각할 테니까요. 지나치게 합리성을 따지는 국가로 인식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결론이비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에 두려움을 주어야 합니다. 따라서 핵무기에 의존해야 합니다. 미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 나라, 핵확산방지조약에 서명한 나라에도 서슴없이 핵무기를 사용할 국가입니다.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드니 로베르 (시대의창, 2002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