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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4 야구인의 필독서
2009. 7. 24. 02:01
 프로야구 전반기 일정이 이제 모두 끝났다. 사실 정확히 전반기는 아니지만.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을 전반기라고 한다면 적어도 그렇단 이야기. 유례없이 치열한 4강 아니 5강 싸움에 어느 해보다 야구가 더 재밌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5강 싸움에 KIA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더더욱. 올해는 꼭 우승을~
 
 그리고 올 시즌 프로야구의 인기에 편승해 이 책을 읽었다. 지난 4월에 교보문고에 책구경을 하러 갔었는데, 마침 이 책이 생각나서 어떤 내용이 있나 보러 이 책을 찾아 갔다. 책을 보자마자 안 살 수가 없었다. 사실 이 책의 저자인 레너드 코퍼트와 역자인 이종남 기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가장 신뢰하는 야구 기자인 박동희 기자의 글 때문에 안 살 수 없었다.
 
"자, 야구에 관해 알고 야구를 더 많이 이해하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주저 없이 『야구란 무엇인가』를 펼치길 권한다. 이 책이 바로 야구의 성인聖人들이 쓴 야구의 성서聖書이기 때문이다."


<야구인의 필독서>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야구의 모든 것을 망라 해놓은 느낌이다. 이것들 이외에 더 이상 야구를 언급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야구와 관련된 것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정말 야구 이야기로만 600페이지를 채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

 
<다른 책들에 비해 심하게 두껍다>

 먼저 타자의 두려움. 타자의 두려움은 사실 야구 기사나 해설에서는 거의 들은 적이 없는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는데, 그것이 타자의 두려움이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가 타자의 몸쪽을 향해 온다. 잘못 맞으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 그리고 맞으면 굉장히 아프다. 그래도 아픈 내색을 하면 안된다. 사실 초창기 야구에서는 공이 별로 단단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베이스러닝을 할 때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방법 중에 타자를 직접 맞히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공이 단단해지고 타자는 두려움에 맞서 타석에 서고, 베이스 위의 주자를 아웃시키는 방법으로 선수를 맞히는 방법은 사라졌다고 한다.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몸에 공을 가장 많이 맞은 선수는 SK 와이번스의 최정이다. 최정은 몸에 맞는 볼에 대해서 "요즘 같아서는 내가 맞은 공을 집어 나를 맞힌 투수를 향해 전력으로 집어던져 맞히고 싶다. 얼마나 아픈지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사구를 의식하면 몸쪽 공을 칠 수 없다." 며 "아직 몸쪽 공에 두려움이 없다. 내가 만만해서가 아니라 내가 잘치기 때문에 위협구가 많고 사구가 늘어간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109&aid=0002036825&)
 
 그리고 야구 선수들의 외로움. 사실 우리나라 프로야구보다 이동 시간이 길고 야구 팀이 많은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 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새로웠다. 야구는 초저녁에 끝나서 밤 늦게 끝나는 운동이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다른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과의 경기를 위해 이동을 해야한다. 특히 원정을 떠나는 경우에는 가족과 떨어져 멀리 이동해야 한다. 미국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할 정도로 거리가 먼 경우도 많은데, 멀리 이동해 낯선 도시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냄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했다.
 
 투수의 피칭. 투수가 피칭을 하는 것은 굉장히 부자연 스러운 행동이라고 한다. 사실 사람의 팔은 아래로 축 늘어져 있어야 정상이지만, 야구에서 투수가 피칭을 하는 동작은 분명 중력을 거스르는 동작이다. 그래서 투수는 특히 어깨 부상을 자주 당한다. 이에 반해 언더핸드 투수는 피칭을 할 때 부담이 적다고 한다. 초창기 야구에서는 피칭을 할 때 오버핸드스로는 허용되지 않았고, 오로지 언더핸드스로로만 던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주 경기에 나올 수 있었고, 호스 레드본이라는 선수는 1884년 시즌에 60승 12패를 거뒀다고 한다. 헉.
 
 야구 규칙의 변화. 사실 많은 스포츠 가운데, 규칙이 가장 복잡하고, 심판의 성향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야구 인 것 같다. 일단 스트라이크 존은 심판마다 미세하게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트라이크 존도 몇 년전에 비해 좌우폭은 줄어들고 상하폭이 더 늘어났다. 또한 최근 투고타저로 인해 마운드의 높이를 낮춘적도 있다. 음. 올해는 타고투저인데,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다시 마운드의 높이를 높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야구는 항상 변화한다. 그리고 야구 규칙의 복잡성인데, 왠만한 야구팬이 아니라면 야구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야구를 볼 때마다 새롭게 규칙에 대해서 배우는데,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음. 최근에 배운 것은 포스 아웃에 관한 규칙인데, 뭔가 알고 나니 뿌듯하다. 어쨌든 야구는 공부할 게 너무 많은 스포츠이다. 아참. 그리고 초창기 야구의 규칙 변화는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맞추는 변화였다고 한다.
 
 구장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각 팀마다 경기장이 다르기 때문에, 야구장의 특성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 기록이 미세하게 변한다고 한다. 음. 구장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우리나라도 올림픽 우승국, WBC 준우승에 걸맞는 야구 실력에 맞는 경기장이 하루 빨리 지어졌으면 좋겠다. 되도록이면 각 구장의 개성이 묻어있는. 또 야구장의 특성 중에 인조잔디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인조잔디에 따른 타격, 수비에 대한 내용도 새로웠다. 일단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에서의 공격, 수비를 비교해서 보여준 것도 재밌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구단 증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뭔가 새로운 안목이랄까 어쨌든, 미처 생각치 못한 것들을 배운 느낌이다. 예전에는 구단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금 8개 팀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10개팀 정도면 적당한 게 아닌가 싶다. 팀이 많아질 수록 선수들에게는 직장(?)이 늘어서 좋겠지만, 좋은 선수들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경기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출중한 선수들이 띄엄띄엄 있다보면 공격력이 약화된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미국 야구에 대해서 정통하지 못해서, 집중이 잘 안되었던 점이다. 특히 커미셔너에 관한 부분은 그냥 문자만 읽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한국판 야구란 무엇인가"를 언젠가는 읽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야구의 본질은 바뀌지 않지만, 더 재밌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음. 야구팬으로서 한번 쯤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 인 것 같다. 책을 읽고나서 야구가 더 좋아졌다.

20쪽 야구가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과학은 자연의 법칙이며 불확실한 인간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어떤 법칙에 어떤 요소를 대입하면 언제나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자연의 법칙은 흐트러지는 경우가 없으며 이를 부정하려고 대들다간 언제나 패배만 맛볼 뿐이다. 그러나 예술은 어떤 결실을 맺기까지 직관과 의지가 덧붙여진다. 여기에도 어떤 원리와 원칙이라는 게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당사자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선수나 감독일지라도 필자의 눈에는 완성을 향해 정진하는 예술가로 보일 뿐이다.

163쪽 선수의 마음 한구석에는 나도 언젠가 감독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욕망이 담겨 있다. 팬들은 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 이미 감독이 돼 있는 거나 다름없다. 게임의 결과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는 것이 야구팬들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재미니까. 그리고 야구 감독은 직업의 생리상 그런 추궁을 면할 길이 없다.

171쪽 아무리 위대한 감독이라도 새롭고 특별하고 기발한 작전을 고안해 낼 수는 없으며, 미식축구나 농구 코치처럼 공수 패턴을 뿌리째 바꿔 놓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야구는 옛날부터 모든 가능성을 폭넓게 타진해 본 끝에 더 이상 좋은 것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틀을 갖춰 놓았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작전은 '언제 하느냐' 하는 것이지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게 아니다.

612쪽 야구는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하며 지켜보는 데에 묘미가 있는 경기다. 가장 팽팽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은 2사 만루 볼카운트 2-3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기 '직전'이다. 그 다음의 결말은 순식간에 내려지며 그것은 바꿔 놓을 수 없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된다. 텔레비전에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이른바 '주요 장면'만 지켜본다면 우리가 과거 150여 년 동안 야구를 접하면서 길러 놓은 식의 흥미는 도대체 어디서 느낄 수 있을 것인가?

 612쪽 야구가 독특하게 갖고 있는 매력 중의 하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얘깃거리와 쓸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지금 쓰고 있는 이런 책도 남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건 상관없이 '야구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130년 전에 헨리 채드윅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20년 뒤에도 이런 식의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을까? 우리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야구란 무엇인가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지은이 레너드 코페트 (황금가지,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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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