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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3 연어와 연아
  2. 2009.04.12 안도현님의 <연어> 중에서
2009. 5. 3. 00:18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라는 연어. 나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음. 왠지 이런 생각하니 서글퍼지네. 어쨌든 어른 위한 동화라는 말에는 모순이 있긴 하지만, 어른이 되어 가는 나를 위한 동화인 느낌이 들었다. 참고로 동화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이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던 안도현 시인. 시인이 쓴 문장들이라서 그런지, 섬세하고 예뻤다. 이야기를 읽는 기쁨 외에, 예쁜 문장들을 읽는 기쁨도 있었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지루하지 않게(?) 연필로 휙휙 그린 듯한 그림들도 좋았다.

 

 이 책에서의 사건(?)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한가지 사건은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사랑이다. 고작 연어들의 사랑이야기이지만, 괜스리 설레였다.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맑은 그런 사랑인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사건은, 폭포앞에서 다른 연어들이 쉬운 길로 가려고 할 때 주인공인 은빛연어는 쉬운 길보다는 꼭 가야 할 힘든 길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힘들게 폭포의 사나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던 일이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모습을 보고 쉬운길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연어를 읽는 내내, 이름이 비슷한 연아가 생각이 났다. 이건 뭐지. 어쨌든, 연어의 어에 점 하나를 지우고 옆으로 다시 찍으면 연아의 아가 된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연아와 연어의 공통점을 찾자면, 연어는 거센 물결을 헤쳐 올라가고, 연아는 중력의 힘을 거슬러 올라가는(점프하는) 것. 아마, 연어도 연아도 자신을 무력화 시키는 것들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거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다른 점이 있다라면, 연어는 힘겹게 물살을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자신의 생을 마감하지만, 연아는 중력의 힘을 거스르는 점프를 하고서 많은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 다는 것.

 

11쪽 연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연어를 옆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알기 쉽게 말한다면, 마음의 눈을 갖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상상력은 우리를 이 세상 끝까지 가보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입맞춤이 뜨겁고 달콤한 것은, 그 이전의, 두 사람의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인 것처럼.

 

39쪽 그리움, 이라고 일컫기엔 너무나 크고, 기다림, 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넓은 이 보고 싶음. 삶이란 게 견딜 수 없는 것이면서도 또한 견뎌내야 하는 거래지만, 이 끝없는 보고 싶음 앞에서는 삶도 무엇도 속수무책일 뿐이다.

 

60쪽 지나간 과거, 특히 아픈 기억의 과거를 함부로 말하는 것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안다. 기억이란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위험이 늘 있는 것이다.

연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안도현 (문학동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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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맛있는 단어 & 문장2009. 4. 12. 23:20
113쪽 은빛연어는 그 인간들 가까이로 헤엄쳐 가서 은빛 몸뚱어리를 실컷 보여주고 싶었다. 카메라가 시간을 찍는 기계라면, 자기 자신이 카메라 속으로 들어가서 정지된 시간이 되고 싶었다.

 카메라는 시간을 찍는 기계. 그리고 사진은 정지된 시간을 나타내는 것.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갑자기 시간을 찍고 싶었고, 나 또한 정지된 시간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카메라가 없다는. 중국에 있는 동생에게 빌려줬는데, 이 문장을 본 순간 만큼은 엄청난 후회가.

 평소에 카메라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수중에 있던 아껴놓았던 돈을 대방출해 작년 이맘 때 즈음에, 큰 맘 먹고 구입했었는데, 갑자기 생각나네, 낯선 이국 땅에서 잘 지내려나. 음. 어차피 요즘 대부분 카메라의 고향은 중국이라서, 어떻게 보면, 카메라의 입장에서는 환향(還鄕)이겠지만.



<자료출처 : 디지털타임즈>


 이 카메라를 사려고, 약 일주일 정도를 고민했었더랬다. 친구의 적극 추천에 따라, 이 카메라를 샀다. 솔직히 오래 쓰지는 않았고, 이 카메라에 대해서 공부를 하지도 않아서. 그냥 사진만 찍었더랬다. 다시 한국으로 온다면, 이 카메라 공부를 해서, 격하게 아끼며 사용해야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