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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22 행복한 작은 학교
2009. 2. 22. 01:22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행복한 작은 학교. 누구나 가고 싶어할 학교. 나도 초등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다면 꼭 이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 학교는 학년의 이름부터 다르다. 해가 떠오르면(해오름) 터를 일구고(터일굼) 싹을 띄우니(싹틔움) 물이 오르고(물오름), 꽃을 피온 뒤(꽃피움) 씨를 영근다(씨영금). 대자연의 흐름과 같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상주남부초등학교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영상을 못 봐서 아쉽기도 하지만, 책으로라도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행복한 학교를 만든 선생님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안학교도 아닌, 소수의 뜻을 모아 만든 사립학교도 아닌, 폐교 위기에 처하기까지 했던 공립 초등학교를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로 만들어진 모습에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시험성적에 비관해서, 자살을 하는 초등학생이 나오는가 하면, 영어 발음을 위해 혀를 수술한다거나, 어린 나이에 조기유학을 보낸다거나,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초등학생들은 아마 이 학교가 천국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고, 권위를 내세우는 선생님이 아닌 친구 같은 선생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모습을 보며, 참다운 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전교 회장을 뽑는데, 한 학생이 약간은 불분명하게 투표를 했는데, 이는 투표 결과에 당락을 미칠 정도로 중대한 한 표였다. 선생님들이 그 투표 용지를 보고, 어떻게 처리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결국엔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를 해서 학생들에게 알려 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이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 것이었다. 그리고 힘든 원두막 공사를 통해서도 아이들에게 과정을 가르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이 곳의 아이들은 시험 성적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등수를 매기는 시험 보다는 배운 지식을 잘 이해했느냐를 알아보는 수준에서 시험을 치른다. 특이한게, 시험을 보다가 선생님한테 스스럼 없이 질문을 하기도 한다는. 하하. 나는 고등학교 때 쪽지시험을 보다가, 목이 뻐근해서, 고개를 살짝 돌렸는데, 컨닝이라며 시험 점수 C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음. 상주남부초등학교 학생들을 생각해보면, 상급학교로 진학 할 수록, 심해지는 경쟁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이 아이들의 초등학생 시절을 생각해 보면 왠지 가련한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 잠깐 언급이 되긴 했었는데, 상주남부초등학교의 선생님들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중학교가 지역에 있다고 한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아이들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은 뭔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다른 학교에는 없는 주사님의 퇴임식을 통해서 아이들은 누구에게 보이는 화려한 일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게 학교를 가꾸어 가는, 묵묵히 일하는 것도 큰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나는 시골의 작은 분교 5년 넘게 다니다가, 비교적 큰 학교로 전학을 갔었다. 지금은 수몰이 되어서, 어떻게 학교를 찾아 가려면, 스쿠버 다이빙을 배워야 한다. 아마 물고기들과 수초들이 학교를 점령했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자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갈 수가 없다는 생각이 한동안 정말 울적했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 창가의 토토 리뷰를 쓰면서도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썼었는데, 도시 친구들이 들으면 우리나라에 그런 학교도 있어?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특별한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뭐 공부와는 먼 생활을 했다는 거. 예전에는 그런 학교를 다녔었다는게 창피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이야기 거리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어서 좋다.

 

저자의 말 중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교육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희망은, 마음을 활짝 열어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아이, 또 다른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가 모여 말 그래도 '참된 삶' '참된 사람다움'을 고민하고 몸으로 실천해 갈 때 가능하다.

 

70쪽 "누구나 인간다운 교육을 받을 권리는 있는 것이죠. 삶의 수준이 교육의 질적 수준까지 결정해 버린다면 얼마나 슬픈 현실입니까. 이곳의 아이들 얼굴을 보세요. 모두 다 웃고 있잖아요." - 김화자 선생님

 

79~81쪽 '공교육' 이라고 부르는 것. 세상 속에서 교육이 같는 '공공재적인 성격' 때문에 부르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전 공교육 스스로가 공교육이기를 포기하는 것 같다. 세상 모두가 브레이크가 터진 폭주 기관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다.

 

112쪽 지금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교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영어몰입교육, 우열반 편성 모두 학력 수준의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교육은 '사람을 길러 내는 것' 이지 '평가나 테스트를 위한 기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알까? 그 모든 평가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136쪽 시험이라는 것은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다만 아는 것을 제대로 행하지 못할 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197쪽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생은 절대 후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갈 수는 있어도 초등학교에서 다시 유치원으로 갈 수 없다는 얘깁니다." - 노윤중 주사님의 퇴임사 중에서

 

 이 책을 덮고서 미친듯이 돌아가고 싶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로. 하지만 노윤중 주사님이 퇴임사 중에 하셨던 말씀 처럼 인생을 뒤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다.

행복한 작은학교 365일간의 기록
카테고리 가정/생활
지은이 이길로 (글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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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