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9. 28. 23:50

  개인적으로 가장 신뢰하는 경제전문가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통찰편에 이은 분석편.
 
 분석편은 기술적 분석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그것도 본인이 뽑은 액기스만을 썼다고 한다. 사실 기술적 분석에는 이런 저런 이론들이 난무하고 있어서, 공부를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해야할지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이 책의 서문에서 시골의사가 기술적 분석에 대해서 이 책에서 다룬 내용 이상의 것을 공부하는 것은 낭비라고 자신 있게 얘기 했는데,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시골의사의 얘기라면 믿음이 간다.
 
 이 책은 한참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하던 때에 출간되었다. 그 때 바로 읽었더라면 더 도움을 받았을 텐데, 요즘 다시 주가가 회복된 때에 읽어서 그런지, 뭔가 절실함(?)이 예전에 비해서 떨어진 느낌이다. 불과 올해 초만 하더라도 반토막난 주식을 보며 이를 부득부득 갈며 주식 공부 열심히 해서 복수해야지 - 그런데 누구에게 복수한다는 건가 -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은 원금을 다 회복하다보니깐, 복수해야 겠다는 마음이 사라졌다.
 
 어쨌든 최근에 많이 오르긴 올랐다. 이렇게까지 많이 오를지는 몰랐다. 이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연못에 외국인이라는 고래가 다시 들어오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예전에는 큰 고래 한 마리 뿐이었지만 지금은 예전과 비교하자면 고래가 2마리인 느낌이다. 외국인과 국민연금이라는 고래. 고래가 2마리로 늘어서, 연못의 물이 조금이나마 더 안정적이 됬다고나 해야할까. 금융위기 때 외국인이라는 고래가 연못에서 빠져나가면서 연못물이 크게 출렁거렸는데, 국민연금이라는 고래가 조금씩 커가면서 연못이 조금이나마 평안해지지 않았나 싶다.
 
 음. 여러 금융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이것저것 아는 것은 늘었을지 모르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별로 없었다. 그냥 외우기만 했지 매커니즘이랄까, 그런 것들은 몰랐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 새로 배우는 마음으로 읽었다. 재밌게 읽었던 부분은 거시경제지표 부분의 소비자동향지수에 관한 내용이었다. 특히 소비자기대지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소비자동향지수와 주가지수 추이를 비교해보니 유사한 움직임을 보였다. 음. 간단히 책에 나온 매커니즘을 설명하자면 <소비지출 → 생산증가 → 고용증가 → 설비투자 → 소비지출> 이러한 순환 구조이다. 그런데 주가가 폭락하기 이전에 이미 소비자 동향지수는 하락하고 있었다고 한다.
 
 거시경제지표에 이어, 기업분석에서는 재무제표와 재무비율, 그리고 재무제표를 이용한 주가승수에 관한 내용도 쉽게 쓰려고 노력한 것 같다. 뭐 읽고나서 바로 잊어버리긴 하지만, 적어도 책을 읽을 때는 감명깊게(?) 읽었더랬다.
 
 그리고 이 다음으로 본격적으로 차트를 보며 기술적 분석을 배웠는데, 윽. 이런걸 다 알아야 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 읽었다. 이 정도는 알아야 주식 시장에서 매매를 할 수 있는 라이센스를 얻은거라는 시골의사의 말에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뭔가 시골의사의 치열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본업인 의학 공부 이외에도 젊은 날 이렇게 책을 낼 수 있을 정도로 지식을 쌓았다는 것 자체가 귀감이 된다. 기술적 분석에 관한 내용에서는 변동성 지표인 볼린저 밴드가 가장 신선했고, 유용했던 것 같다. 볼린저 밴드는 표준편차의 개념을 주가에 대입해서 편차 내에 가격이 존재할 확률을 매매 판정에 이용한 것이라고 한다. (351쪽) 역시 이 개념도 자격증 공부를 하면서 들어보기는 했지만, 그냥 변동성 지표라는 것만 알고 자세히 공부는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공부하게 되었다. 내가 사용하는 HTS에 볼린저 밴드를 추가하고 보니깐 왠지 괜스리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통찰편을 읽을 때는 무릎을 치면서 읽었다고 할 수 있고, 분석편을 읽을 때는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다. 뭐 무릎을 치는 것과 고개를 끄덕이는 것의 동기에는 큰 차이는 없겠지만, 굳이 두 책을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어쨌든 재밌는 책을 읽었고, 이 책에서 또 가지치기를 해서 다른 재밌는 투자관련 책도 찾아 읽어야겠다.
 
52~53쪽 주식투자가 도박이 되는 것은 투자자들이 도박하듯 투자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말이 출발한 뒤에 게임에 참여해도 되는데 굳이 어느 말이 앞서 나갈지를 예측하려 들거나, 룰렛의 원반 속도가 느려져 어느 구멍에 구슬이 들어갈지 예상될 때 배팅해도 되는데 굳이 구슬이 던져지자마자 배팅하는 행위가 바로 그것이다. 또 내 손에 좋은 패가 들어올 때까지 10번이고 100번이고 기다려도 아무도 시비 걸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게임에 매번 참여하는 것이 바로 주식투자를 도박과 다름없게 만드는 원인이다.
 
69쪽 주가는 전망이 아니다. 전망은 오로지 통찰에 의한 것이고, 모든 투자는 상황에 대응하는 것일 뿐이다. 기술적 분석이든 아니든 전망이 실패하는 이유는 바로 '전망을 하려 들기 때문' 이다. 그리고 기술적 분석에 국한하여 생각한다면 기술적 분석을 보조수단으로 여기지 않고 전부로 여기기 때문에 실패하는 것이다.
 
481~482쪽 기술적 분석이란 어떤 '도구'를 사용하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어떤 '기준' 으로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 모든 기술적 분석 도구들은 그것의 정확성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삼아 적용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만약 그 적용의 기준이 일정하지 않고 어떤 필요나 자신의 심리적 요인에 따라 흔들리거나 불안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2: 분석편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박경철 (리더스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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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