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단어 & 문장2011. 7. 24. 23:27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의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매 순간 만나는 사람들.

그들의 일생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하니,

모든 만남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또한 나의 일생 또한 그들에게 간다.

 

하지만, 이런 인연들을 경히 여기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잠시 잠깐의 만남이라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매 순간의 만남을

지나쳐 흘려 보내는 만남이 아니라,

평생 마음을 나눌, 일생과 일생의 만남을 갖고 싶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맛있는 단어 & 문장2010. 1. 28. 01:24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이 갖고, 또 어떤 사람들은 지나치게 모자라고. 세상은 참으로 불평등한 것인가보네. 슬픔 말고는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이 없으니.

행복한 왕자
카테고리 유아
지은이 오스카 와일드 (마루벌, 2008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맛있는 단어 & 문장2010. 1. 21. 00:48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 확신도 없지만 더 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것 때문에 떠나는 이의 발걸음은 가볍다.

새의 선물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은희경 (문학동네, 1996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맛있는 단어 & 문장2010. 1. 9. 00:29

그땐 아무 말 없이 보내놓고

지금 와서 왜 애타게 그리워하는지

그 이유를 묻지 말라.

그걸 나도 모르겠으니

그래서 더 괴롭고 괴롭나니.

혼자 사랑한다는 것은(CD 1장포함)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이정하 (명예의전당, 2002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맛있는 단어 & 문장2009. 11. 27. 23:08
외로울 때는 사랑을 꿈꿀 수 있지만 사랑에 깊이 빠진 뒤에는 망각하기 십상이다. 그러니 사랑하고 싶거든 외로워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나에게 정말 외로움이 찾아 온다면 나는 피해가지 않으리라.

외로울 때는 외로워하자
카테고리 시/에세이
지은이 안도현 (샘터사, 1998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맛있는 단어 & 문장2009. 4. 12. 23:20
113쪽 은빛연어는 그 인간들 가까이로 헤엄쳐 가서 은빛 몸뚱어리를 실컷 보여주고 싶었다. 카메라가 시간을 찍는 기계라면, 자기 자신이 카메라 속으로 들어가서 정지된 시간이 되고 싶었다.

 카메라는 시간을 찍는 기계. 그리고 사진은 정지된 시간을 나타내는 것.

 이 문장을 읽었을 때, 갑자기 시간을 찍고 싶었고, 나 또한 정지된 시간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카메라가 없다는. 중국에 있는 동생에게 빌려줬는데, 이 문장을 본 순간 만큼은 엄청난 후회가.

 평소에 카메라가 없어서, 아쉬운 마음에, 수중에 있던 아껴놓았던 돈을 대방출해 작년 이맘 때 즈음에, 큰 맘 먹고 구입했었는데, 갑자기 생각나네, 낯선 이국 땅에서 잘 지내려나. 음. 어차피 요즘 대부분 카메라의 고향은 중국이라서, 어떻게 보면, 카메라의 입장에서는 환향(還鄕)이겠지만.



<자료출처 : 디지털타임즈>


 이 카메라를 사려고, 약 일주일 정도를 고민했었더랬다. 친구의 적극 추천에 따라, 이 카메라를 샀다. 솔직히 오래 쓰지는 않았고, 이 카메라에 대해서 공부를 하지도 않아서. 그냥 사진만 찍었더랬다. 다시 한국으로 온다면, 이 카메라 공부를 해서, 격하게 아끼며 사용해야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맛있는 단어 & 문장2009. 4. 2. 08:39
-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37쪽 글쓰는 사람의 첫째 목적은 그가 쓰는 글의 내용이 아닙니다. 그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쓴다는 행위입니다. 쓴다는 것은 세상과 자기 자신을 문학적 구상의 소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다루는 '주제'에 대한 문제는 그 다음에야 제기되는 것입니다. 주제는 필요조건입니다. 글을 만들어 낼 때 부차적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지요. 글을 쓸 수만 있게 해준다면 어떤 주제든 좋은 주제입니다.

52~53쪽 나는 내 생각을 구조화하기 위해 이론이 필요했고, 구조화되지 않은 생각은 항상 경험주의와 무의미 속에 빠져버릴 위험이 있다고 당신에게 반박했습니다. 그러면 다인은 대답했지요. 이론이란 언제든 현실의 생동하는 복잡성을 인식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