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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2009. 3. 29. 10:42

 오늘 씻으면서 문득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실 어제 조금 과음을 했는데, 적어도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마신 듯 하다. 다른 사람들 기준으로 봤을 때, 내가 마신 양은 미미한(?) 수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과음한 덕분에, 속이 조금 안좋고, 머리도 살짝 "띵"하다. 새벽 1시쯤에 잠을 자서, 6시쯤에 일어났다. 앞으로 다음 날 일찍일어나야 할 일이 생기면 술을 많이 마시고 볼일이다. 음. 생각해보니, 어제 2차를 간다고 했는데, 안가고 몰래 빠져나오길 잘한 것 같다.

 술자리를 별로 안좋아해서, 술자리에서 술을 안마시거나, 술자리에서 빠져나온다거나 하는 일에는 약간 도가 튼것 같다. 사람들은 왜 맛없는 것을 먹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시고 나면 속이 쓰리기도 하고, 머리 아프기도 하지만, 항상 이렇게 말을 하는 나도 마시기는 하니,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적어도 나에게는 술을 마시고 이내 몇 잔 후면 효용이 마이너스가(마실 수록 고통이 되는) 된다. 음.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왠지 즐거운 술자리다 싶으면 더 마시게 되기는 하지만,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는다.

 음. 술자리에 가게되면 항상 나오는 질문은, 주량이 어떻게 되느냐이다. 나의 경우는 술을 취할 때 까지 마신 적이 없어서, 주량을 잘 모른다. 술을 잘 마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되면 스스로 자제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왠지 술에 취해 비이성적으로 바뀌는 - 정신줄을 놓는 -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는 하다. 어쨌든 주량 얘기를 하면 은근히 자존심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내가 술을 안좋아 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그러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려고 그러느냐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 얘기를 조금 확대 보자면 '사회생활=술자리', 즉 술을 마시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나는 사회생활 부적격자인 것 같다. 

 언젠가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다. 누군가와 밥을 먹으러 가면, 당연하다는 듯이 술을 시킨다. 그리고 어떤 모임을 하게 될 때 호프집을 가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진다. 밥을 먹을 때 술을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그리고 모임을 가질 때 호프집으로 가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인가? 뭔가 나에게는 어색한 행동이다. 내가 술을 시킨다거나, 호프집에 가자고 주동하는 건.
 
 일본 드라마를 보게되면, 유독 캔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여러명이서 마신다기보다는 주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 같다. 내가 그 중에서 멋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별거 아니지만, 롱 베케이션에서 기무라 타쿠야가 밤에 집에 들어와서, 티브이로 야구를 보며 캔맥주를 마시는 장면이다. 왜 이게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음. 누가 보면 변태인 줄 알겠다. 

 그리고 최근에 본 호타루의 빛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회사일을 마치고 나서, 집에 들어가 마루에 누워 맥주를 마시는 장면도 뭔가 구미를 당겼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에는 오랜만에 평소에 좋아했던 남자와 데이트 약속이 있었는데, "데이트. 데이트. 데이트" 하고 혼잣말을 하고 다니다가, 일을 마치고 퇴근시간에는 어느새 "비루. 비루. 비루"로 바뀌어서, 자기도 모르게 데이트 약속장소로 안가고, 집으로 가버린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엄청 웃었었는데.

 아마 내가 일본 드라마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는, 혼자 마시는, 하루를 정리하는 뭔가 특별한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만의 생각일 지도 모르지만. 아. 그런데 사람들은 왜 진짜 술을 마시는 거지?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술을 악마의 선물로 묘사했던 것 같다. 모두 술은 적당히 마셔요!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