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 자소서 마무리하고, 학교 후문 미용실에서 이발할까 해서, 학교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에. 날씨도 좋으니, '어린이 대공원에 가볼까.' 해서 가봤다.
대학교 2학년 때에는 친구들이랑 몇 번 갔었는데, 그 이후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특히 최근에는 자주 지나가면서도, 선뜻 가기가 어려웠었는데, 오늘은 바람도 쐴 겸.
평일이라서 사람이 없을 줄 알고 갔는데, 왜 이리 많은 거야. 특히 연인들. 혼자서 벚 꽃 길을 거니는데, 의식이 안될 수가 없더라.
꽃 길을 거니면서, 생각났던 시 한편.
고려시대 유리왕의 황조가
편편황조(翩翩黃鳥) 펄펄 나는 꾀꼬리는
자웅상의(雌雄相依) 암수 서로 놀건마는
염아지독(念我之獨) 외로운 이 내 몸은
수기여귀(誰其與歸) 뉘와 함께 돌아갈꼬
어대 산책을 마치고, 미용실 고고. 오랜만에 만난 미용실 누나.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그냥 면접 볼 것도 아니라서요. 대충 잘라주세요."
"왜 대충 대충할라 그래요. 그래 인생 뭐 있어.
그까이꺼 그냥 대충 자르면 되지.(내가 장동민 닮은 지 알고 있어서.)"
"아, 아참. 현빈처럼 잘라주세요."
"고놈의 현빈 타령. 현빈 처럼 시원하게? 다 밀어달라고?"
# 대학교 1학년 때였나, 어린이 대공원의 코끼리에 얽힌 기억.
공연을 하던 코끼리의 도주. 어린이 대공원을 뛰쳐 나와서, 학교 후문 근처까지 왔더랬다. 지나가던 행인들 다치기도 하고, 후문의 식당 파손시키고 난리였었는데. 그 이후로, 학교 후문에 코끼리 들어온 집이라는 식당도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