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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2.02 시험 기간만 되면 생각나는 것들
단상2009. 12. 2. 21:21

 어느 새 2009년도 마무리 되어가고, 나의 대학 생활도 사분의 삼이 지나가는 시점. 코 앞에 닥친 기말고사. 복학하고 나서, 4번째 시험. 매 시험기간만 되면 느끼는 거지만, 항상 시험기간만 닥치면 땡기는 것들이 있다.

 

 1.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평소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포스팅을 자제하지만, 이상하게 시험 기간만 되면 포스팅의 욕망이 다른 때보다 더 커진다. 지금까지 밀린 책 리뷰도 신경쓰이고.

 

 2. 독서. 책꽂이에 지금 나에게 읽히지 않은 책들이 나에게 읽혀지기를 원하는 것 같은 느낌. 아마 시험기간때 읽는 교과서의 빽빽한 글자들을 잠시라도 피하고 싶은 욕망 때문일 게다.

 

 3. 영화. 평소에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영화도 잘 안보고, 일년에 많이 가봐야 고작 네, 다섯번가는 극장이지만, 시험기간만 되면 영화가 고프다.

 

 4. 여행. 여행도 마찬가지로, 평소에 돌아다니는 것을 귀찮아하고, 궂이 여행하는 것 보다 잠을 자는 것을 더 좋아하지만, 시험 기간 때 읽는 신문 - 신문도 마찬가지로, 이상하게 시험기간만 되면 재미있는 기사들이 더 많은 것 같다 - 에 나오는 여행란의 여행지들이 나에게 손짓하는 것 같다. 여행이 아니더라도 평소에 가지 못했던 곳들이 갑자기 생각난다.

 

 5. 컴퓨터. 컴퓨터에 널부러져 있는 이런 저런 파일들. 정리하고 싶다.

 

 6. 청소. 시험기간 때는 평소보다 방에 있는 시간이 길고,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 책상이 아니라 의자구나 - 방에 있는 먼지들, 책상에 있는 티끌들, 머리카락들, 다 깨끗히 정리하고 싶다. 평소에는, 음. 청소를 자주 안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경이 덜 쓰였던 것들.

 

 7. 전화. 시험기간이면 생각나는 사람들이 많은 걸까? 아님 그냥 하소연을 하고픈 걸까? 그냥 전화가 하고 싶어져, 평소보다 통화를 자주 하는 것 같다.

 

 8. 쇼핑. 쇼핑에 취미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왜 시험기간만 되면,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는 거지?

 

 9 일드, 미드. 원래 적어도 한달에 한편은 볼 정도의 일드 매니아였지만, 올해들어 봤던 일드는 고작 두편 뿐이다. 갑자기 2009년 4분기 일드가 궁금해지고, 2010년 1분기에 재밌는 일드는 머가 있지? 하는 참을 수 없는 궁금증이 밀려온다. 미드도 마찬가지, 지난 여름을 나와 함께 했던 그레이 아나토미도 개강하면서 끊었지만, 다시금 생각나게 하는 시험기간.

 

 이 외에도 많지만, 음. 지금 생각나는 것은 여기까지. 사실 어제 밤에 오랜만에 정지영의 스위트뮤직박스를 들었다. 오래만에 정지영 누님의 목소리도 듣고, 좋았다. 중학교 3학년 겨울 방학 밤을 이 방송과 함께 했었는데, 실로 오랜만에 마음먹고 들은 것 같다. 어제 방송에서 나왔던 주제가 시험 기간만 되면 하고 싶은 것들 혹은 시험 기간만 아니라면 당장 했을 것들을 주제로 문자로 사연을 받았다.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들이 거의 내 생각과 다르지 않았다. 음. 독특한 것 중에, 시험기간만 되면 100분 토론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는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시험기간 끝나면 바로 하고 싶은 것이, 다음 시험 준비라는 사람도 있었다. 벼락치기를 하지 않기 위해, 바로 공부할 것이라는 의미인데. 과연.

 

 음. 시험기간 전에 못했던 것들을 후회하는 것은 배고플 때 전에 남겼던 음식들이 더 간절히 생각나는 류의 후회인 것 같다. 후회할 짓은 되도록 안하는 것이 좋지만, 이런 류의 후회는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는 것 같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