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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2010. 12. 13. 22:59

 2010년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올 한해, 내가 어떻게 지내왔나 돌아 보려 한다. 일단은 시간 순서대로 시작하려고 하는데, 글의 방향을 어떻게 될지도. 그리고 글이 이어질지도 잘 모르지만, 일단은 써봐야겠다.

 

# 미약했던 1월

 

 송구영신 예배 드리고. 나래, 은성, 경민과 함께 말 그대로, 새 해를 보기위해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고, 아차산으로 갔다. 눈이 많이 쌓였고, 많은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해뜨기 전에 해가 잘 보이는 명당에 갔어야 했는데, 이미 사람들이 붐벼서, 발 디디기도 힘들 지경. 결국 해는 못보고, 사람들 머리구경만 많이 하고 왔다.

 

 내려 오는 길에, 한 살 더 먹음을 떡국을 먹음으로써 가장 먼저 내 장에게 알렸다. 떡국을 먹고, 전날 이사한, 하숙집에 가서, 숙면을 취했다. 숙면을 취한다는 게, 정확히 몇 시간인지는 몰랐지만, 15~20시간 정도는 된 것 같다. 물론 중간에 한번은 깨기도 했었고.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하숙집 이야기를 하기 위함이다. 원래는 방학 때도 기숙사에서 살 수 있는데, 기숙사 개보수 때문에, 나가야했다. 그래서 급하게 잡은 하숙집. 월 25만원에, 한 달 반 동안 30만원에인가. 살기로 쇼부 보고 구한 하숙집이다. 원래 계약은 한달 단위로 하는데, 방학 동안에, 어차피 비워질 방이 채워져서, 하숙집 아주머니는 좋고, 나는 딱 한 달 반정도만 살 거처가 필요했는데, 서로의 계약이 급체결되었다.

 

 음. 그런데 입주(?)하고 보니깐, 왜 방학 때 방이 비워져 있는지 알겠더라. 너무 추웠다. 방에서 숨을 쉬면 입김이 나왔다. 게다가 따뜻한 물도 잘 안나왔다. 아침에 머리를 감는데, 손가락도 얼 뻔, 머리도 얼 뻔, 이러다 내 뇌도 얼 뻔. 그래도 깨끗한 척은 하니깐, 샤워도 해야하는데, 내 몸과 장기도 얼 뻔. 여튼 그랬다. 속으로 되뇌웠던 말. "ㅁㅇ러ㅐㅁㅇ러ㅏㅊㅍ" 잘 땐, 파카를 입고 잤다.

 

 방이 추워서 기침을 달고 살았다. 어느 날은 친구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다. 일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내 거처를 유일하게 아는 친구 - 방 구할때 같이 다닌 친구 - 에게 "혹시..며칠동안나랑연락두절되면ㅋ나찾아와줘ㅋ지금내거처아는사람너밖에없는것같아ㅋ","나감기걸렸는데 ㅋㅋ혹시방에서꼼짝못하게되면ㅋ 도와줄사람이없어ㅋㅋ혹시해서..ㅋ" 지금 생각하면, 귀여운(?) 문자다.

 

 집 구하는데, 같이 돌아 다녔던 친구는 나에게, 독거 노인 같다며. 방이 이게 뭐냐며, 불쌍하게(?) 쳐다봤다. 그럴 것이. 가구는 하나도 없었고, 빨래를 거실에 널 수는 없어서 - 여학생도 있고 해서 - 방에 널면, 딱 누울 공간 하나만 남았다. 그리고 이리 저리 쌓인 책들, 박스들. 도저히 방이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데, 별로 부끄러울 게 없는 것이, 어차피 잠깐 살다 나갈, 그저 임시 거처 였기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된 게, 최근 며 칠 전이었다.

 

 얼마전에 교회 젊은이 예배 때 들었던 간증. 우리는 본향을 향해 나아가는 나그네의 삶을 살아야 한다. 좋은 것은 하늘에 있기 때문에, 이 세상 살아가면서 맹목적으로 집착할 필요는 없다는 이야기. 잠시 잠깐, 1개월 반 동안 나그네의 삶을 살았다고, 스스로 미화해본다. 그 때는 불평 불만 한 움큼 가득했었는데.

 

# 오랜만의 학교 근처 하숙 생활 여담

 

 정환 형이 밥을 자주 사주셨다. 나도 뭐 한 5번 얻어먹으면, 한번 사는 꼴로. 음 어쩌면, 5:1 그 이상 일 수도.

 

 심신이 피로했었다. 방이 추워서 항상 긴장 가운데 수면을 취하다 보니.

 

 하숙 생활 동안, 계절 학기 듣고나서, 통영 선교에 뒤늦게 참여했다. 사실 계절 학기 핑계로 안가려고 했는데, 알고 보니, 통영 선교 중간에 계절 학기가 끝났다. 더 이상 핑계를 댈 구멍이 없어서, 결국 끌려 갔다. 정환 형과의 바톤 터치, 정환 형은 월~수. 나는 수~금. 선교 기간에, 정말 오히려 더 잘 먹고, 잘 씻었다. 하숙집에서 많이 먹으면 2끼였는데, 선교 때, 하루 3끼 꼬박꼬박. 그리고 목욕탕에서 아침, 저녁으로 씻어서, 피부가 더 뽀송해졌다. 나는 실질적으로 목요일 사역에만 참여하고, 금요일 관광. 나더러, 놀러 온거 아니냐는 장난섞인 핀잔을 누군가 했었다.

 

 설날이 되기 전에, 방을 비워주기로 해서, 박스를 집에 택배로 보내야했다. 한 상자에 20여Kg 정도 되는데, 눈이 펑펑 오는 날, 낑낑대며, 학교의 학생회관에 있는 우체국까지 옮겼다. 3박스를 옮기고 나서, 나는 왜 이러고 있나. 하는 생각이 급 들었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