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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4.03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
단상2011. 4. 3. 01:20

 god 노래 제목 중에 헤어짐보다 아픈 그리움이라는 곡이 있다. 예전 MP3 Player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파일. 그냥 제목의 여운이 진하다는 생각을 해봤다. 정말 아픈 것은 헤어짐보다는 그리움이라는 것을 모를리가 없지만, 왜 인지 고찰 - 고찰이라고 해서 거창해 보이긴 하지만,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이다. - 해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감정적인 것에 대해서는 당연(當然)을 이유로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문득 헤어짐보다 왜 그리움이 더 아픈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헤어짐은 공허함이다. 항상 함께 하던 것 나의 일부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헤어짐은 텅빔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그 텅빈 무언가는 어떤 걸로 채워져야 한다. 하지만, 그 텅빈 공간에 가장 먼저 찾아오는 것은 그리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가득 채웠던 그 무언가가 다시 채워지는 것을 바라는 허전함. 그 허전함이 그리움을 부르는 것 같다.

 

 사실 진짜로 고찰해보았던 것은 이것이다. 점과 선의 관계. 헤어짐은 점(點)이지만, 그리움은 선(線)이다. 점은 찰나이지만, 선은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리움이 더 아픈 것이다. 선은 언젠가는 끝이 있을 테고, 중간에 끊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끊어 진다고 하더라도, 다시 묶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리움은 언제나 우리가 안고갈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도 설명할 수 있겠다. 문득 문득 가슴 속에서 뛰쳐나와 미어지는 아련한 그런 기억 말이다.

 

 헤어짐 보다 아픈 그리움 말고도, 우리의 삶 가운데, 어떤 사건들은 하나의 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서, 최종 면접에서 떨어진 것도 하나의 점이다. 그 때는 그냥 쿨하게 괜찮다라고 생각했었는데,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는 것은 하나의 선이라고 할 수 있다.

 

 매 순간의 삶은 선과 점의 연속이다. 점이 이어진 것이 선이기 때문이다.

 

 부정적인 예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는 했지만,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이 글을 쓰면서 그냥 아무 이유 없이 생각났던 여운이 남았던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의 나래이션.

 

 

가끔은 시간이 흐른다는 게 위안이 된다.

누군가의 상처가 쉬이 아물길 바라면서.
또 가끔 우리는 행복이라는 희귀한 순간을 보내며

멈추지 않는 시간을 아쉬워 하기도 한다.

 

어떤 시간은 사람을 바꾸어 놓는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랑은 시간과 함께 끝나고

언젠가 변해버릴 사랑이라 해도 우리는 또 사랑을 한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처럼..

 

시간이라는 덧없음을 견디게 하는 것은 지난 날의 기억들.
지금 이 시간도 지나고 나면 기억이 된다.
산다는 것은 기억을 만들어 가는 것.

 

우리는 늘 행복한 기억을 원하지만

시간은 그 바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일상은 고요한 물과도 같이 지루하지만

작은 파문이라도 일라치면
우리는 일상을 그리워하며 그 변화에 허덕인다.

 

행운과 불행은.. 늘 시간속에 매복하고 있다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달려든다.
우리의 삶은 너무도 약하여서

어느날 문득 장난감처럼 망가지기도 한다.

 

언젠가는 변하고 언젠가는 끝날지라도

그리하여 돌아보면 허무하다고 생각할지라도
우리는 이 시간을 진심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슬퍼하고, 기뻐하고, 애닳아하면서,
무엇보다도 행복하기를 바라면서.

 

고통으로 채워진 시간도 지나고
죄책감 없이는 돌아볼 수 없는 시간도 지나고
희귀한 행복의 시간도 지나고
기억되지 않는 수많은 시간을 지나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가끔 싸우기도 하고

가끔은 격렬한 미움을 느끼기도 하고

또 가끔은 지루해하기도 하고
자주 상대를 불쌍히 여기며 살아간다.

 

시간이 또 지나 돌아보면
이 때의 나는 나른한 졸음에 겨운듯

염치없이 행복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여기가 내 시간의 끝이 아니기에
지금의 우리를 해피엔딩이라고 말 할 수는 없다.




오늘도 쓰잘떼기 없는 이야기 한 가득이구나.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