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27. 00:45

 인터넷 서점에서 반값 할인하길래, 냉큼 샀던 책이다. 클래식 수첩이라는 책의 제목답게, 조금 큰 수첩 정도의 사이즈여서, 들고 다니면서, 부담 없이 읽기에도 편하다. 그리고 기자가 독자에게 알게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가 있어서 그런지, 클래식 입문서로도 훌륭한 책이다. 또한 기자답게, 최신의 정보 및 음악 산업에 대한 동향도 실려 있어, 전반적인 클래식 시장에 대해서도 알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중간 중간의 유머도 웃기진 않지만, 뭐랄까 귀엽다고나 할까.

 

46쪽 한 편의 공연을 관람하는 경험 역시 프로그램과 연주 단체를 조사하고, 날짜와 장소를 확인하며, 티켓을 구입하기까지의 망설임을 모두 포함합니다. 혹시 늦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하면서 지하철을 타고, 졸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커피를 마시고, 연주자의 입장에 박수를 보내는 과정이 모두 한 편의 공연을 이루는 것입니다. 얼마든지 편하게 음악을 접할 수 있는데도, 굳이 공연장을 찾는 것은 이처럼 공연에 ‘아우라’라고 부를 수 있는 속성이 녹아 있기 때문입니다. ‘안다 박수’는 홀로 영광을 누리려는 독점욕일 뿐 아니라, 다른 관객의 소중한 추억까지 훼방 놓는 얌체 행위이기도 합니다.

 

 위의 문장은 내가 이미 갖고 있던 생각이기도 하다. 공연뿐만 아니라, 누군가와 영화를 같이 본다거나, 심지어는 좋아하는 사람과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책에 대한 기억은 이렇다. 군복의 건빵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이기 때문에, 건빵주머니에 담고서, 예비군 훈련받다가, 짬이 나면 꺼내어 읽던 책. 걷기에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어쨌든 책을 읽다가, 잠시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기도 하고, 도대체 언제 끝나나 푸념하기도 했다.

 

172 쪽 「전원 교향곡」이나 「환상 교향곡」처럼 표제가 붙어 있지 않는 한, 기악 음악은 ‘순수한 음표의 덩어리’일 뿐입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네 마음뿐”이라는 김지운 감독의 영화 「달콤한 인생」의 대사를 빌리자면, 음악을 들으며 자아를 투영하는 것도 바로 우리들 자신입니다. 이 음악에서도 흔들린 건 베토벤이나 등장인물이 아니라, 어쩌면 톨스토이 자신일지도 모르지요.
지금 당신은, 어떤 음악에 마음이 흔들리고 있는지요.

 

 클래식에 처음 관심을 갖고 이 책을 보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클래식을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될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 중의 한 명이지만. 중간에 소개되는 음악을 천천히 찾아 들어야겠다.

 

 날이 추워지고, 밤이 더 길어져서 그런지, 여름보다는 클래식 듣기에 더 좋은 계절인 것 같다. 아무래도 집에 일찍 들어가는 일이 잦고, 데이트를 한다면 - 물론 나는 그럴 일은 없지만 - 밖에서 하는 활동보다는 공연장을 찾는 것이 추울 때는 더 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여튼 이번 겨울에는 싼 공연이라도 한 번 찾아가볼까 생각중이다. 음. 이런 게 진짜 허세일까. 여튼 이 책 강추.


클래식수첩
카테고리 예술/대중문화 > 예술일반
지은이 김성현 (아트북스, 2009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