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1. 4. 30. 01:48

# 이제 모르는 사람 만나는 것. 말거는 것은 일도 아닌 것 같다. 대학교 입학 후, 지식이 늘어난 것 말고, 대인관계의 기술 - 이것도 기술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 이 는게 하나 있다면, 이거다. 모르는 사람한테 말걸기.

 

대학교 입학 후에, 정말 쓸쓸했다. 학과의 O.T, M.T 참여를 하지 않아서, 아는 사람 한 명도 없이 - 아, 같은 과에 한명 있었네; 생각해보니; -  여튼 대학생활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도, 항상 친구들과 함께 생활했었지만, 대학교 입학 후에는 친구를 사귈 의지가 없다면, 진짜로 친구가 생기지 않았다. 그래서 입학 후, 한 동안, 눈물을 머금고, 학생회관에서 혼자 밥먹기도 했었다. 솔직히, 이런 대학생활이라면, 오래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문제는 내게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사람 사귀기 위해서, 학과에 있는 신문사 동아리에 들어가고, 행정학도였던 하숙집 옆 방 형의 권유에 룸메이트인 HJ이와 전혀 연고가 없는 행정학과 축구부에 들어갔다. 우연히 들어간 행정학과 축구부에서 고향 형을 만나기도 했다. 정말 잘 챙겨주셨는데.

 

행정학과 축구부에서, 형들한테 귀여움을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축구를 그다지 잘한 건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뛰는 것 밖에. 덕분에 축구부에서 내 별명은 깡조 - 제일 교포 출신의 단신의 축구선수 박강조, 한 때, 국가대표 선수로도 뛰었었다 - 였다. 친구의 별명은 을용이ㅋㅋㅋㅋ

 

여튼 대학교 1학년 때는, 신문사 인맥과 행정학과 인맥. 그리고 같은 수업 듣던, 같이 자전거 여행을 하기도 했던 JJ가 내가 아는 사람의 전부였다.

 

 특별히 소중한 인연이었던 JJ는 동아리에서 만난 것도 아니었는데, 같은 수업을 듣다가, 우연히 중간고사 즈음에, 시험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했는데, 우연히 JJ에게 물어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 연락처 주고 받다가 - 아마도 내가 먼저? - 친해졌던 것 같다.

 

 어쨌든, 그 이후로, 혼자 밥먹는 횟수는 줄어들었던 것 같다. 뭐 그 때 혼자 밥먹는 것이 훈련이 되어서 그런지, 지금은 혼자 밥먹어도 아무렇지도 않더라.

 

 혼자 밥먹기의 절정은, 작년 1월달에 하숙할 때였다. 너무 배고파 죽을 것 같았는데, 마침 하숙집에 밥이 없었다. 내가 하숙집에서 밥을 할 리가 만무했고, 만일 밥을 하더라도, 밥이 다 될 때 까지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토요일 저녁. 혼자서, 학교 후문의 식당에 가서, 불고기를 시켜 먹었던 적이 있었다. 2인분 이상은 주문이 안되는 메뉴였는데, 내가 딱해보였는지, 그리고 그 식당에 여러번 가서, 안면이 있어서 그런지 특별히! 주문을 받아주셨다.

 

 사실 글의 방향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 말거는 것에 초점을 마추려고 했는데, 결국은 혼자 밥먹기로 끝나버렸네;;

 

# 오늘도 같은 회사 서류 합격한 사람들과 - 완전 처음 보는 사람들 - 신촌에 있는 스터디 룸에서 만나서, 정보 공유하고, 자소서를 보면서, 서로 돌아가며, 질문과 대답! 내 자소서를 보며, 글의 내공이 다르다며, 칭찬 받아서 뿌듯하다. 지금까지 본 자소서 중에 최고라며. 하하. 나도 그 회사꺼는 실험작으로 쓴 거 였는데.

 

 하지만, 역시 어디서나 듣는 피드백. 소극적으로 보인다. 이는 순전히 나의 외소한 체구에서 기인하고. 사실은 진짜로 소극적이기도 하다. 자소서를 보면, 역량이 뛰어난 것 같은데, 면접에서는 그것을 다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런 평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정말로, 소극적인 걸 어떻게 하란 말인가. 이게 고쳐지지 않다면, 취업은 점점 요원해질 것 같은데. 나 같은 사람 뽑아주는 회사, 어디 없나?


후. 그런데, 나의 경쟁자 중의 한 명이, 경영학 석사다. 경쟁자를 미리 만나서, 반갑긴 헌데. 나는 경영의 "경"자도 모르는데 말이지.

 

# 우이동 엠티촌 다녀옴. 젊은 느티나무라는 곳. 공기도 맑고, 정말 엠티 분위기 나는 곳. 좋더라. 사정이 있어서 - 엠티를 빠져야하는 정당한 사정인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정당하다고 생각했기에 -  저녁만 먹고, 집에 들어옴.

 

마침 오늘 그 동안 밀린 신문을 엄청 읽었더랬다. 신촌에서 마침 우이동으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신문 3개를 읽었다. 그 중에 읽은 한겨레 신문의 한 칼럼. [삶의 창] 나를 울려주는 봄비 / 하성란

 

봄비에 대한 내용이 심각하게(?) 언급되었고, 그 중에, 한 시가 소개되었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이라는 시.

 

오, 왠지 좋은데? 라는 생각을 하고, 핸드폰에 메모를 했다. 그냥 그렇게 지나갈 수 있었는데, 마침. 우이동에서 집에 가는 버스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비를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다가, 쉬이 그칠 비가 아니라는 생각에, 결국 비를 맞고 가기로 했다. 그래.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잖아. 라는 생각에. 결국, 오랜만에 비를 맞았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 다는 말. 뭔가 의미심장한 말이다. 젖은 자가 젖지 않는 다는 말은, 분명히 역설적인 말이지만. 그 역설이 시의 매력.

 

비가 시련을 뜻한다면, 이미 닥친 시련은 시련이 아니다. 그러니까, 좌절하지말라는 의미일 수도 있겠다.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뭐 인터넷에 찾아 보니깐, 그런 의미로 쓰인 것 같다. 또 다른 한 편 생각해보면, 이미 비를 맞아서, 흠씬 젖었기 때문에, 이판사판(?)의 기분으로. 이 어려움을 헤쳐보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오규원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 위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 이번 달은 가계부를 꼬박꼬박 작성. 가계부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부터 작성하긴 했는데, 했다가, 안했다가의 반복이었다. 그래도 아이폰을 쓴 이 후, 나름대로 꼬박꼬박 작성하고 있다. 이번 달은 나름대로 살뜰하게 살았던 것 같다. 그런데, 마지막 날에 합산을 해보려 하니, 살뜰하게 썼다고 생각했는데, 평소와 별 다른 차이가 나질 않네.

 

음. 그리고 오늘부터, 가계부 작성 원칙을 하나 세웠다. 회계를 잘 모르지만, 현금주의로 작성하기로 결정! 발생주의는 어렵다ㅠ그리고 정말 예산이 적은 상태에서는 현금의 매일 매일의 변화가 생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데, 현금주의로 해야지, 그 날 그 날의 유동성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서.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