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1. 6. 13. 22:35
# 금요일엔,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회사에서 영어 말하기 시험(G-TELP) 시험 보고, 창의력 시험 보고. 입을 오물조물한 것 같긴 한데, 감히 내 입에서 영어가 나온 것 같진 않아서 부끄럽다. 채점하는 사람도 어이없어서 웃을듯.

그리고 창의력 시험은 "나는 창의력 없음."이라고 인정한 듯. 다만 창의력 시험으로 창의력을 측정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뭐 나는 평소에 창의력이 없는 것 같긴 하니까.

# 토, 일은 합숙면접. 첫 합숙 면접이다. 다음주 금, 토에도 합숙 면접 가는데, 예행연습 겸 간 측면이 있긴 하다.

 사실 주일에 면접을 본다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아서, 신앙의 선배께(정환형?ㅋㅋ) 조언을 구했다. 가도 된다는 게 대새. 그래도 고민고민하다가, 출발 전 쿠 형님께 물어봤더니, 편하게 다녀와도 된다는. 그래서 맘 편히 출발했다.

 잠실에서 천안으로 출발. 도착해서, 숙소에 짐 풀고, 1분 자기소개. 그것도 약 120여 명 앞에서 자기소개. 독창적인 자기소개로 눈길을 끌었다. 어떤 사람은 복싱이 취미라며, 복싱하는 시늉을 내기도 했다. 미리 준비해온 스케치북에 자기 PR 하는 사람도 있었고.

 초조하게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도중에, 사회보는 직원이, 여기는 단순히 자기소개자리가 아니라, PR하는 자리라며, 여기 들어오고자 하는 열망은 다 같으니,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빼고, 자기를 진짜로 소개해주라는 얘기를 했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혼란.

 나도 어떻게 자기소개를 하지 하다가. '에라 노래 한곡 하고 내려와야지.' 하는 생각에, 간단한 면접용 자기소개 하고, "아메리카노" 한곡 부르고 왔다. 결국에 120여 명 중에 노래를 불렀던 사람은 나 혼자.

 그리고 저녁 먹고, 토론 면접.

"대출부대비용" 은행 부담에 따른 향후 파급효과와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출방안은? 헉. 이거 처음들어본건데.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보다가, 소심 발언.

 두 번째는 남성 병역기피 이유와 개선 방안에 대해 토론. 그냥 무난하게.

그리고 옷 갈아입고 호프 면접.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싶었다. 이런 회사 꼭 가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고.

그 다음날. 아침 먹고, 또 2시간 토론.

 면접 본 회사의 미래 50년을 위해 준비해야 할 청사진에 대해서 토론하시오. 사실 면접보러 가는데, 그 회사에 대해서 조사를 많이 못해 가서, 그냥 눈치보며, 소심 발언.

 다음 주제는 "취업을 목적으로 한 성형수설 꼭 해야만 하는가?" 사실 성형수술이 가장 필요할 나는 반대의견. 대부분 사람들이 찬성 의견을 갖고 있어서 조금 놀랐다. 이 토론 때는 내가 제일 돋보였던 듯. 그런데 "꼭 해야하나?"

 그런데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토론 할 때, 태도를 많이 봤던 것 같다. 내 태도는 잘 모르겠다. 끝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어서. 토론 면접 중 꼴불견.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손드는데, "제가 하겠습니다." 자기가 먼저 말하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토론 하기전에는 골고루 발언하기로 말을 맞췄는데, 그 사람이 암묵적인 룰을 깨뜨려서.

 또한 그 사람이 내 생각을 가로채서 발언하기도 해서,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싶기도 했다. 이건 룰이 이상해서 만들어진 기 현상. 토론 면접 1시간. 면접관은 15분에 한명씩 바뀌었다. 아마 발언을 독점하는 사람보다, 다양한 사람이 평가하면서, 지원자에 대한 평균적인 평가를 하기 위함인 걸로 이해되긴하지만, 15분에 한번 씩 바뀌면서, 그 전에 다른 사람이 독창적인 의견을 냈을 경우. 다음 면접관이 들어왔을 때, 그 독창적인 의견을 자기걸로 가로 챌 여지가 있었다. 이런 점은 감안 해야할 부분.

 천안에서 1시 출발. 서울 도착 2시. 바로 교회로 갔다. 5부 예배 드리고, 젊은이 1부 예배 드리고, 저녁 먹고 저녁 예배 드리고. 집에 와서 뻗어서, 오늘 완전 늦게 일어났다.

 면접 보고 나서 많은 것을 느꼈다. 주일에 면접 보는 것에 대한. 맘 편하게 다녀오긴 했으니, 다녀 와서, 괜히 왔나 라는 생각도 많이 해보게 되었고, 그 기업 문화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정적인 조직이다 보니, 그리고 정년이 보장되는 조직이다 보니, 뭔가 일반 기업 면접에서 느꼈던 professionalism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면접 프로세스도 아마추어 같았다. 보통 면접 보면, 이 회사 꼭 가고 싶어라는 생각이 드는 회사도 있었고, 아닌 회사도 있는데, 이번에는 후자였다. 물론 뽑아주면 굽신굽신이겠지만.

 첫 합숙 면접. 뭐랄까.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기분. 다만 나는 자발적으로 감시를 받으로 갔지만, 트루먼은 감시를 받는 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 트루먼과 나 일거수 일투족이 평가의 대상. 일거수 일투족 모두라고 하면, 과장일지도 모르나. 그냥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영혼이 팔리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그랬다. 꼭 이렇게까지 취업해야 하나 싶었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