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2011. 9. 2. 17:59

# 종류를 막론하고, 어떤 류의 이별이든 익숙치 않다. 가슴에 묵직한 돌이 하나 얹혀져 있는 기분이다.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기억에 남는 이별은 09년도에 복학하면서, 서울에 올라올 때에 막내 동생과의 이별이다. 3년 동안 같이 살면서 뭐 잘해준 것도 없는데, 서울 올라가는 날, 의연한 척 터미널까지 따라오더니, 버스에 올라서려고 하니, 기어코 눈물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버스에 출발하고 나서, 집에 가서도 한참을 울었다고 한다. 버스 출발 후에, 막내 동생과 통화 했는데, 괜스리 나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금 막내한테, 그 때 왜 울었냐고 물어보면, 내가 언제 울었느냐고, 잡아 떼지만.

# 예전에 요즘 SNS가 Social Network Stress가 되고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현재 티스토리 블로그, 한 서점에 블로그, 싸이월드, 트위터, 페이스북의 SNS를 운영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블로그는 SNS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예전에 가입했었던 페이스북을 그저께 한 번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더 이상의 SNS를 늘리고 싶지는 않았는데, 또 막상 시작하니까 재미를 붙일 수 있을 것 같더라. 그런데 최대한 자제할 예정. 오랜만에 연락이 닿은 사람도 있었고, 또 하나의 소통 창구가 늘어나 좋긴 했지만, SNS를 하면 할 수록, 어디까지 나를 노출해야 하나? 그리고 나의 좋은 면만 보이려고 하는 나의 모습. 그리고 글이나 사진을 보여주고 싶은 사람에게만 보여주고 싶은데,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뭔가 오픈하는 게 망설여 진다.

 처음 블로그에 입문한 게 한 서점의 블로그이다. 그 블로그에는 소싯적의 부끄러운 글들이 한 다발인데, 이 블로그는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은 블로그이다. 활성화 된 블로그는 아닌데, 당시 서점 블로그의 특성 상(?) 책에 관하여, 서로 댓글 품앗이를 하다가, 친해졌고, 서로 소포로 책을 보내주기도 하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받았던, 한 번도 만나본 적도 없었던 사람들끼리 수상한 관계를 맺기도 했었더랬다. 지금은 블로그도 시들시들해져서, 잘 찾지 않는 폐가가 되어버렸다.

 그래서 옮겨온 곳이 티스토리. 모르는 사람에게 초대장을 신청해서, 겨우 초대장 받고 나서, 이런 저런 부끄러운 글들을 많이 쓴 것 같다. 여기도 사실 철저한 비공개의 장(?)이었는데, 비공개의 장막은 걷혔다 ㅋㅋ

 블로그에 앞서 인터넷에 처음으로 애정을 갖고 글을 쓰게 된 곳은 누드 다이어리라는 곳이다. "누드" 라는 이름이 들어가, 19금 사이트로 뜨지만, 전혀 그런 사이트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날 그날 일기를 쓰면서, 서로 댓글도 소통하던 곳이었다. 이 곳도 지금은 사이트가 폐쇄됐다가, 다시 소생(?)되기도 한다.

 누드 다이어리에 앞서는 다모임이라는 게 있는데, 이런 저런 사진들을 꽤 올렸던 것 같은데, 그냥 어느 날 충동적으로 탈퇴해버려서 모든 자료는 사라졌다.

 나의 SNS 이용사(史). SNS를 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나를 보이고 싶은 마음. 그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픈 마음. 하지만 SNS를 통한 소통에는 한계가 있다. 어디서든 상대방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이점이 있지만, 어느 새인가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게 불편해질 때도 있고, 시간을 허비한다는 마음이 들 때도 있다. 그리고 원치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늘어난다. 무형의 공간에서가 아니라, 작은 카페에서 오손도손, 조곤조곤 이야기 하는 게 그리워진다.

# 이제 퇴근.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