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2013. 5. 20. 00:49
우리가 살아가면서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일 들이 있다. (사실은 대부분의 일이 그렇다.) 예를 들어, 예전부터 시력이 나빠서 사물이 잘 안 보인다는 느낌이 어떤 걸까 궁금했었다. 그런데 시력이 나빠지고, 멀리 있는 사물이 잘 안 보이며, 멀리서 내게 인사하는 사람을 못 알아보는 일이 잦아지면서, '아, 시력이 나빠졌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때 그 쓸데없는 궁금증이 풀리긴 했으나, 이런 궁금증은 차라리 풀리지 않았으면 더 나았을 뻔했다.

이런 생각에 이르게 된 계기는 엉뚱하지만, 오늘 아침에 축구를 하면서였다. 조기 축구의 특성상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함께 축구를 했는데, 나이 드신 분들이 뛰는 모습과 공을 차는 모습을 보면서, 나이가 들어서도 축구를 하는 기분은 과연 어떤 걸까 궁금했었다. 젊을 때처럼 잘 뛰지도 못하고, 컨트롤도 잘 안되는데도, 축구에 대한 열정으로 아침을 깨워 공을 차기 위해 운동장으로 그들을 이끈 동력은 과연 무엇인가. 나도 나이가 들어 그들의 나이에 이르렀을 때, 내 맘대로 컨트롤이 안되는 몸을 이끌고 공을 차며, 지금은 나름대로 쉬지 않고, 공을 쫓는 체력도 나이가 들어서도 남아 있을 것인가도. 이는 도저히 나이를 먹기 전에는 풀릴 수 없는 류의 궁금증이다.

나이가 들어, 지금의 그 궁금증이 풀릴 즈음이면, 나의 청춘도 다 지났을테고, 운동장에서 축구를 하는 젊은 친구들을 보며, 나의 그 시절을 회상할 생각을 하니, 지금 이 청춘을 즐기지 않으면 나중에 많이 후회할 것 같았다. 흘러가는, 그리고 흘러갔던 시간이 너무 아쉽다.

나이를 들어서는 어떤 재미로, 또 어떤 재미를 기대하며 살아갈까? 어릴 때 정말 이해할 수 없었던 어른들의 재미 - 어릴 때는 아빠가 신문이나 TV 뉴스를 재미있게(?) 보는 것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TV를 켜면 뉴스보다 만화 영화가 훨씬 재미있었는데 말이다 - 를 느끼는 지금 이 나이에 이르니, 왠지 슬퍼 졌다. 뭐, 나름의 소소한 재미 - 말초적인 것이 아닌 - 를 추구하며, 살아갈 테지만 말이다. 때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며, 나이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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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