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2009. 6. 7. 03:20

 또 시험기간이다. 평소에는 과제다 뭐다 해서, 블로그에 자주 오지 못했는데, 오히려 시험기간이 되니까 블로그에 자주오는 나는 뭐지? 뭔가 엇박자이다.

 

 음. 시험기간체제(?)에 들어감에 따라, 요즘 읽고 싶은 책을 못읽고 있다. 최근에 들고 다니던 책은 600여 페이지 분량의 야구란 무엇인가라는 책이다. 다분히 야구 매니아적, 혹은 일본말로 오타쿠적인 책이다. 어쨌든, 약 200여 페이지를 읽다가, 시험공부 한답시고, 책을 못읽고 있다. 원래 지하철에서, 도서관에서 책을 조금씩 읽는 편인데, 요즘은 뭐랄까, 정말 속된, 내가 교양을 운운하는게 조금 웃기지만, 교양없는 표현이긴 자히만, 똥줄이 탔다고 해야하나. 그래서 지하철에서도 강의 교재를 읽거나 - 막상 기숙사에 들어오면 공부를 많이 하지는 않는다 - 노트 필기 같은 것을 읽는다. 뭔가 급하긴 급했나보다.

 

 어쨌든, 평소에는 책도 그리 많이 읽는 것은 아니지만, 시험 기간이 되니까 읽고 싶은 책들이 왜 이렇게 눈에 밟히는지. 두꺼운 전공 서적만 보다가, 뭔가 아담한 아기자기한 그런 책을 보고 싶다. 예를 들어서 얼마전에 찜해 두었던 맛있는 문장들이라는 책과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가서 샀던 달과 6펜스 같은 책들이다. 음. 내용은 몰라서 아기자기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표지를 봐서는 아닌 듯. 어쨌든, 사놓고 안본 책들이 조금 많이 쌓여 있다. 예전 같으면, 이렇게 쌓아 놓지 않고, 읽고 싶을 때 사서 읽는 편이었는데, 요즘은 당장 읽지 않더라도, 책을 사는 편이다. 책이라는 게, 살 때 사야지, 미루다 보면, 그 책에 대한 흥미와 관심이 떨어지는데, 미리 사놓으면, 언젠가는 손길이 갈 것 같아서이다. 덕분에 책들이 쌓여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헌법의 풍경에서, 저자 김두식씨가 쓴 내용이 오래동안 남았다. 헌법의 풍경에 대한 내용이 아니라, 그의 책에 관한 이야기이다. '읽고 싶은 책''읽어야 할 책' 들을 두고 스스로의 투쟁(?)에 관한 이야기인데, 재밌다.

 

 21쪽 일단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때부터 저는 법률가의 길이라고 하는 '생존을 위한 현실적 목표' 와 읽고 싶은 책이라고 하는 '오늘의 즐거움' 사이에서 끝없는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법대에 가려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당위를 애써 무시한 채, 읽고 싶은 책에 빠져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 보니 학교 성적은 뚝뚝 떨어져만 갔습니다. .....(중략)..... 고3 기간 내내 시달렸던 '읽고 싶은 책' 과 '읽어야 할 책' 들 사이의 딜레마는 법률가로서 제 삶에 대한 일종의 예고편이었던 셈입니다. 그때 '읽고 싶은 책' 쪽 전공으로 제 진로를 선택해야 했던 게 아닌가 하는 후회도 없지 않지만, 지금은 그것도 제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사학, 인류학, 사회학 대신 법학을 선택한 것은, 늘 경계선에 서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가면 꿈이나 이상 대신 현실을 택하는 저의 부끄러운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기도 했습니다.

 

 나 또한 최근 '읽고 싶은 책'과 '읽어야 할 책' 을 두고, 자그마한 내적 갈등(?)을 하고 있다. 뭔가 대단한 독서가인 양 말하는 내가 싫지만. 음. 단지 두꺼운 전공 서적에 질렸다고나 해야할까. 어쨌든 다독가인 것 처럼 글을 쓰는 내 자신이 부끄럽다. 어쨌든 지금은 '읽고 싶은 책'을 읽고 싶은 소박한 소망이 있다.

 

 그래서 말 인데, 방학되면, 정말 책 많이 읽을거다. 항상 결심만 이렇게. 음. 그래도 벌써 방학 생각하니, 기분이 좋다. 뭔가 스펙이라는 것도 쌓아야 할테고, 음. 뭔가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강박도 있지만, 그래도 일단은 책을 많이 읽어야 겠다는 생각 뿐이다. 시험 공부 조금 하다가, 새벽 3시 17분 즈음에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는 말이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