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2010. 4. 10. 21:12

#1. 낮잠을 잤다. 2시간 정도를 잔 것 같다. 그냥 잠깐 누워있으려고 했는데, 잠깐이 2시간이 되버렸다. 정말 이 참을 수 없는 패배감과 무력감이란. 덕분에 그날 계획했던 공부의 양을 달성하지 못했다. 음. 그래도 꿀맛같은 단잠이었다.

 

#2. 요즘 잠이 부족했다. 자소서를 밤 늦게까지 쓰느라, 잠을 많이 못잤다. 사실 글을 쓰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데, 생각하는 시간이 오래걸린다. 한 밤 중의 반갑지 않은 고뇌.

 

#3. 어쨌든, 이제 자소서가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 나의 짧은 인생가운데, 임팩트가 있었던 사건들이 의외로 많았다. 자소서의 순기능을 굳이 생각해보자면 이런 점이다.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살아왔는지 돌아보게 만든다는점. 좋은 작품(?)을 위해 나 자신을 끊임없이 돌아봐야 한다. 그러면서 재미있었던 추억도 떠올려본다. 이야깃 거리들을 쥐어 짜기 위해 나의 행적을 뒤좇아보면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4. 하지만 자소서를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를 포장하게 된다. 하나의 소설이 되기도 한다. 소설은 허구의 문학작품이다. 나는 그 허구의 작품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다. 자소서를 심사하는 분들은 어떤 소설이 가장 완성도(?)가 높은지 심사하는 심사위원이 된다.

 

#5. 자소서에 기입하라는 항목을 읽게되면 눈앞이 깜깜해진다. 정말 순수하게 그 질문에 적합한 경험을 기술하라는 건지, 거짓말을 유도하는 건지 저의가 궁금할 정도로. 결국 누가 거짓말을 더 잘지어냈나를 평가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어쩌면 거짓말을 더 잘하는 사람이 업무능력이 더 뛰어날 수도 있겠다.

 

#6. 솔직히 내가 쓴 글도 100% 진실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시간이 흘러 기억이 마모되어서 생긴 어쩔 수 왜곡과, 정말 어쩔 수 없는 의도적인 포장이 가미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나마 나는 최대한 정직하게 쓰려고 노력했다. 아마 93.28%는 진실로 썼다고 말할 수 있다.

 

#7. 요즘 날씨가 너무 좋더라. 어디든 놀러 가고 싶은데, 일단 같이 갈 사람이 없고, 시간도 없다. 따스한 봄볕과 함께 걸을 수 있는 심적인 여유와 함께 할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뚝섬 유원지에 가서 혼자서 라도 바람이라도 쐴까 하다가 그냥 기숙사로 들어왔다.

 

#8. 예전에 뚝섬 유원지에서 혼자 자전거를 탔던 적이 있었다. 뚝섬 유원지 근처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과의 약속시간이 한참이나 남아서 자전거를 차며 시간을 떼운 적이 있었다. 우리를 시원하게 만드는 바람 중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은 자전거를 탈때 맞는 바람이다.

 

#9. 이번주 수요일에도 봉사활동을 갔었다. 한 초딩이 나를 보며 민속탈을 닮았다며 계속 웃었다. 누군가에게 의도하든, 의도치 않든, 웃음을 주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음. 그런데 외모로 인해 웃음을 주는 일은....

 

#10. 어디를 가도 누군가를 닮았단 얘기를 많이 듣는다. 대표적으로 그까이꺼 장동민, 정말 장동민은 내가 봐도 닮았더라. 예전엔 박지성 닮았단 얘기도 들었었다. 그리고 축구 선수 중에 박강조라고 있다. 재일교포 출신, 단신의 축구 선수인데, 나랑 닮았나보다. 한 때, 보쳉을 닮았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옷가게에 갔는데, 시골에 있는 자신의 동생과 닮았다며, 옷 값을 깎아 주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학교 후문의 춘천 닭갈비 집의 이모는 자신의 조카와 내가 닮았다며, 나를 많이 반겨주신다. 다른 손님보다 나를 더 많이 챙겨주신다. 서비스도 듬뿍. 음. 흔치 않고 못생긴 FACE인데, 외모로 인해 손해본 적은 생각해보니 많지 않은 것 같다. 아참. 외모로 인한 손해를 찾아보자면 부끄럽지만 지금까지 연애를 못해봤다는 점? 비자발적 초식남이 되어가고 있다.

 

#11. 오늘 낮잠을 잤고, 게다가 몸에 안맞는 커피까지 마셔서인지, 잠이 안온다. 그래서 그 동안 쓰고 싶었지만 못썼던 글을 지금 침대에 누워서 핸드폰으로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잠자고 일어나서 포스팅 해야겠다.

-현재 시각 새벽 4시..

 

#12. 3시간여를 자고, 북한산에 갔다. 학교 교수님과 간 산행이었다. 작년에도 산행에 참여해서,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나서 좋은 추억들이 있었다. 올해도 그런 것들을 기대하며 갔다. 올해는 그런 건 없었다. 작년 이맘 때즈음에는, 뭐든지 의욕적이었더랬다. 내가 먼저 인사하고, 수업시간에도 학구열에 불타올라, 새로운 것들을 배워가는 기쁨들을 느꼈더랬다. 그런데, 한해가 바꼈을 뿐인데, 작년의 기세가 수그러들었다.

 

#13. 산행을 마친 후에는 연신내에서 막걸리 TIME. 나는 태생적으로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맛없는 것에 돈쓰는 것이 아깝다. 적어도 나에게 술은 경제학적 개념으로는 비재화이다.

 

산행 후, 교수님과 학생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 나는 그냥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  그냥 유익한 얘기가 있어서, 몇가지 적어본다.

 

박정희 시대의 과(過) - 수단이 어찌 됐든, 목적만 이루면 된다는 의식을 사람들 사이에 자리 잡은 점.

 

하늘을 쳐다보려면, 땅을 딛고 있어야 한다! - 현실을 바탕으로 한 이상주의

 

유연한 사고의 필요성!

 

#14. 공부도 못하고, 놀지도 못하는 이 어정쩡한 상황.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