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11. 4. 14. 23:03





# 급 자소서 마무리하고, 학교 후문 미용실에서 이발할까 해서, 학교로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에. 날씨도 좋으니, '어린이 대공원에 가볼까.' 해서 가봤다.

 

대학교 2학년 때에는 친구들이랑 몇 번 갔었는데, 그 이후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특히 최근에는 자주 지나가면서도, 선뜻 가기가 어려웠었는데, 오늘은 바람도 쐴 겸.

 

평일이라서 사람이 없을 줄 알고 갔는데, 왜 이리 많은 거야. 특히 연인들. 혼자서 벚 꽃 길을 거니는데, 의식이 안될 수가 없더라.

 

꽃 길을 거니면서, 생각났던 시 한편.

 

고려시대 유리왕의 황조가

 

편편황조(翩翩黃鳥)        펄펄 나는 꾀꼬리는
자웅상의(雌雄相依)        암수 서로 놀건마는
염아지독(念我之獨)        외로운 이 내 몸은
수기여귀(誰其與歸)        뉘와 함께 돌아갈꼬

 

 

어대 산책을 마치고, 미용실 고고. 오랜만에 만난 미용실 누나.

 

"어떻게 잘라 드릴까요?"

"그냥 면접 볼 것도 아니라서요. 대충 잘라주세요."

"왜 대충 대충할라 그래요. 그래 인생 뭐 있어.

그까이꺼 그냥 대충 자르면 되지.(내가 장동민 닮은 지 알고 있어서.)"

"아, 아참. 현빈처럼 잘라주세요."

"고놈의 현빈 타령. 현빈 처럼 시원하게? 다 밀어달라고?"

 

 

# 대학교 1학년 때였나, 어린이 대공원의 코끼리에 얽힌 기억.

 

공연을 하던 코끼리의 도주. 어린이 대공원을 뛰쳐 나와서, 학교 후문 근처까지 왔더랬다. 지나가던 행인들 다치기도 하고, 후문의 식당 파손시키고 난리였었는데. 그 이후로, 학교 후문에 코끼리 들어온 집이라는 식당도 생겼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10. 12. 16. 23:09

# 얏호, 드디어 보고 싶은 영화 생겼다. 클라라 슈만과 슈만, 브람스의 3각 관계를 다룬 영화 "클라라" 꼭 봐야지. 이런 클래식사(史)를 다룬 영화가 나오기를 얼마나 고대했던가.

 

이 참을 수 없는 허세.

 

# 새벽예배 가면서,

 

무화과 나뭇잎이 마르고, 포도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 열매 그치고 논밭에 식물이 없어도, 우리에 양떼가 없으며 외양간 송아지 없어도 난 여호와로 즐거워하리

 

라는 찬양이 떠올랐다.

 

열매가 없다는데, 어떻게 감사할까 하는 생각들. 포도 열매를 맺기 위해서 많은 수고와 노력을 했을 텐데, 막상 포도를 따서 먹거나, 혹은 팔려고 밭에 갔는데, 포도가 하나도 없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허무할까 하는. 그래도 즐거워 할 수 있다니.

 

오늘 결과가 나오는데, 과연 결과 여부에 관계없이 나도 즐거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

 

정신이 아플 것 같았는데, 막상 그렇진 않았다. 정말 예상 외로 멀쩡하다. 당연히 즐거운 건 아니지만. 이제 불합격이 습관이 되어버렸나. 나는 얼마나 더 다듬어져야 할까. 나의 무능을 이렇게 포장하는 것이 죄송하지만.

 

# 오늘 두 자매를 만났는데, 지금 내가 예배를 드릴 수 있는 환경 주심에, 팀 모임에 참여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우리가 누리는 평범한 것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정말 간절한 것들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 처음 교회와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명을 보며, 너무 예쁘다고 즐거워 하던 그 모습이 선명하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10. 12. 7. 23:11

# 미용실에 갔다.

 

어 오랜만이네요.

네. 면접용 머리로 잘라주세요.

또 떨어졌어요?

네 그렇게 됐네요ㅋㅋㅋㅋ

한 달 정도 됐나요?

네. 빼빼로 데이 때 왔었거든요. 빼빼로 받아서 기억이 나요.

 

하반기 때, 면접을 4번 봤는데, 그 중 3번이 다 16조였다. 어떻게, 이런. 우연의 일치가. 이번에도 16조되면 안되는데. 흠. 숫자 16. 완전 싫어할꺼야.

 

# 마지막 수업. 화, 목요일에 듣는 전공 수업 있는데, 오늘 급 마무리. 목요일 수업은 휴강. 그리고 오늘 오후에 들은 교양으로 4년 동안 마지막 수업 끝. 이제 끝. 끝. 뭐. 내년에 또 학교 다닐 수도 있지만.

 

 무언가 정해진 게 없어서. 그냥 오후에 또 근심 걱정 한 움큼. 기도 기운은 오전에 다 없어진 것 같다. 그래도 또 내일 새벽에 희망을 찾아야지.

 

# 대학교 때문에 2004년도에 처음 서울 왔었다. 아직도 웃긴 추억이 생각나서. 일산 친척 집에서 자고, 학교로 처음 갔었다. 지하철 어떻게 타는 지 몰라서,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물어봤더랬다. 몇몇은 이런 것도 모르냐는 듯이 쳐다봤었다. 왜 이렇게 복잡한지.

 

 나는 처음에 지하철로(路) 건너 편으로 가려면, 철로를 가로질러 가야하는 줄 알았다. 어떤 아저씨가 철로를 가로지르는 것을 서울에서 지하철 처음 타자마자 봤기 때문이다. 요즘은 스크린 도어가 거의 모든 지하철 역에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그런 사람은 거의 없지만, 그 때는 정말. 그 얼굴도, 옷차림도 기억 나지 않는 아저씨는 아직도 나에게 영웅이다.

 

 어느새, 벌써 대학교 4년을 이곳에서 다녔고, 이제 사투리도 조금씩 고쳐졌고. 대학교 2학년 때, 나는 나름대로 서울말 쓰는 줄 알았는데, 서울 토박이 친구는 서울말 쓰는 것 같다는 내게, "내가 들을 땐, 아무리 들어도 사투리"라는 이야기를 했더랬다. 음. 요즘도 약간의 억양은 남아 있긴 하다. 나름대로 서울말을 쓴다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이젠 내가 듣기에도 확실히 사투리는 가끔씩 쓴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는 덜하지만, 조금 친해지면 억양이 나오긴 한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봤다. 나 서울에서 안 살꺼야. 마치 서울은 기능은 많지만, 그 기능들은 사용하지 않는 최신 핸드폰이라는. 오직 통화만 되는 핸드폰을 쓸 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나름대로 복잡한 스마트 폰을 사용하고 나니, 무궁무진한 스마트 폰의 최신 기능. 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갖고 있는 것 만으로도 위안(?)이 되더라. 그래서 가치관이 또 바꼈다. 그 기능 다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최신 기기가 좋더라고. 그래서 가능 하다면, 서울에서 직장 잡아서 계속 살고 싶다는.

 

 듣는 것에 따라, 생각이 자주 바뀌는 사람을 귀가 가볍다. 팔랑귀라고 하는데, 자주 마음이 바뀌는 사람은 뭐라고 할까. 가벼운 마음, 팔랑 마음이라고 해야하나.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10. 6. 12. 14:50

서울 스프링 실내악 축제

(세남자의 못다한 사랑 이야기)

  

1.    프롤로그

 

클래식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는, 다름 아닌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덕분이다. 2007년도에 봤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무려 3일만에 11편을 다 봤었고, 그 이 후 클래식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노다메 칸타빌레에 나왔던 곡 위주로 들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즐겨 듣는 곡이 하나 하나씩 늘어났다. 덕분에 MP3 플레이어의 상당한 용량을 클래식이 차지하고 있다.

 

그 후 클래식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났고, 클래식 관련 서적도 몇 권 찾아서 읽었다. 그리고 예당아트 TV에서 방송하는 클래식 강좌라고 할 수 있는 조윤범의 파워클래식이라는 프로그램도 우연히 알게되어서 보게 되었고, 작년에는 시즌 2 “리스트, 파가니니편 녹화공연을 직접 보기 위해 찾아가기도 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강마에 신드롬을 불러 일으켰던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노다메 칸타빌레와 마찬가지로, 클래식에 대한 흥미를 더 불러일으켜준 드라마이다. 그 후, 영화 아마데우스, 불멸의 연인을 보며,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생애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 할 수 있었고, 그들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두 영화에서 볼 수 있었던, 세기의 작곡가들의 슬픈 이야기들을 떠올리게 되었다.

 

클래식을 접하게 된 이 후 피아노로 클래식을 연주하고 싶어서 피아노 학원에 2달여를 다녔었다. 괜히 마음만 급해져서, 빨리 클래식을 연주하고 싶은 생각에, 의욕적이었다. 하지만 당시 공익근무요원으로 국방의 의무(?)를 하고 있어서, 시간도 없었고, 자격증 공부를 하느라, 2달 정도 밖에 못다녔었다. 처음에는 왜 이제서야 피아노를 배우냐고, 어릴 때부터 배웠다면, 좋았을 텐데, 아깝네.’ 하는 칭찬을 해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2010, 4학년이 되었다. 학교를 다니면서 꼭 한번 들어보고 싶은 과목이 음악의 이해였는데, 지난 해에는 전공 과목과 시간이 매번 겹쳐, 수업을 들을 기회가 없었다. 하지만 대망의 2010, 전공 수업과 겹치지 않아, 수업을 무사히 들을 수 있었다. 이번 학기에 가장 즐겁게 들었던 과목이 하나 있다면, 단연 음악의 이해를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가장 재미있는 과목이었다.

 

2.    세 남자의 못다한 사랑이야기(Unfinished Love Story of Three Men)

 

 이번 음악의 이해 수업을 계기로 가게된 음악회가 있다. 올해로 5회를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이다. 특히 올해는 못다한 여정(unfinished Journey)이라는 주제로 31, 젊은 나이로 요절한 슈베르트의 음악을 집중 조명했다고 한다. 나는 가장 시간이 잘 맞고, 뭔가 주제도 마음에 와닿는, 5 8일에 공연했던, 세 남자의 못다한 사랑이야기(슈베르트, 슈만, 쇼팽) 공연을 예매했고, 수업을 같이 듣는 남자 친구(?)와 가게 되었다. 이 음악회를 알게 된 계기는, 신문을 읽으면서 우연히 이 공연에 대해서 다룬 기사를 읽었기 때문이다. 기사를 보고 , 이거다.’ 하는 생각을 했었고, 바로 예매를 했다.

 
 난생 처음 가본 예술의 전당. 사실 나에게 예술의 전당은 아주 멀리 있는 곳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리 먼 곳에 있는 곳이 아니었다. 가는 길도 멀지 않았다. 방배역에서 내려, 방배역 근처에 사는 후배를 만나 밥을 먹고, 예술의 전당으로 갔다. 가는 길이 시원했다. 그리고 두근두근 예술의 전당으로 들어갔고, 공연장을 향했다.

 

공연장을 갔더니, 클래식을 듣기 위해 모인 많은 사람들을 보고, ‘클래식을 좋아하고, 이렇게 공연장에 와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많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많은 사람들이 클래식을 딱딱하게 생각하고, 클래식을 좋아한다는 나를 일컬어 된장남, 허세남 이라고까지 했는데, 그들의 말을 빌린다면, 공연장에는 수 많은 된장남, 된장녀들이 모였다. 하지만 그들은 된장남, 된장녀의 즐거움은 모를 것이다.

시간이 촉박해 겨우 공연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고, 곧이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귀여운 아이 두 명이 피아노 공연을 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처음에 긴장했는지, 인사를 하는데, 약간 실수를 했지만, 그 나이의 아이들은 실수조차도 귀엽다. 그리고 연주를 시작했는데, 귀에 너무나 익은 곡을 연주했다. 슈베르트의 군대행진곡 작품번호 51-1이었다. 통통 튀는 연주였는데, 정말 경쾌했다. 사실 곡 제목은 군대 행진곡이지만, 통통 튀는 자유 분방함, 경쾌함을 느꼈다. 아마 군인들이 이 곡을 듣는 다면, 경쾌함에 행진을 하면서 춤을 쳤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음악평론가 장일범이 슈베르트 분장을 하고 등장했다. 마치 슈베르트인 양 슈베르트 연기를 하고, 슈베르트에 대해서, 즉 자신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의 별명 버섯에 대해서 설명해주셨다. 버섯이라는 별명이 지어지게 된 연유는 앉으면 일어설 줄 모를 정도로 곡을 썼기 때문이라고 한다. 역시 최고의 음악가에게 걸맞는 범상치 않은 별명이었다.

 

그리고 슈베르트의 가곡 들장미송어가 이어졌는데, 솔직히 가곡에는 조예가 없고, 독일어를 알아 듣지 못해서, 별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사람의 목소리에서 어떻게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그리고 가곡은 지루할 지 알았는데, 사실 알고 들으면, 더 재미 있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리고 그 다음 곡은 송어. 송어는 듣자마자, 어디에서 많이 들어본 곡인데, 하는 익숙한 선율들이 귓가에 머물렀다. 여기에서 연주된 곡은 피아노오중주 '송어' 라장조, D667 4악장이다. 너무 많이 들어봤지만, 음악회에서 들으니 또 다른 색달랐다. 송어를 듣는 것은 송어와 함께하는 작은 여행 같았다. 송어 한 마리가 물 속에서 한가로이 뛰어오르며 노니는 느낌이었다. 평화롭고, 아름답고 경쾌했다. 하지만 끝까지 경쾌할 지 알았는데, 중간에 분위기가 격정적으로 바뀌더니, 이 후에는 뭔가 숙연해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경쾌한 분위기로, 듣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이 곡을 들은 후 한 동안, 내 미니홈피의 배경음악을 분위기 있게, 이 곡으로 설정해놓았다.

 

그리고 덤으로 슈베르트의 사랑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17살 때의 첫사랑 테레제와의 사연을 들었다. 교회 100주년 행사 때 도망친 소프라노를 대신한 그녀. 곧 슈베르트는 그녀와 사랑에 빠졌다. 하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이어 연주된 곡은 피아노트리오 제 2번 내림마장조, D929, 2악장이다. 이 공연에서 처음으로 외국인 연주자가 연주한 곡이다. 곡에는 전혀 문외한이라서, 이런 것만 눈에 들어왔다. 사실 이 곡은 단조로웠다. 반복된 피아노 반주, 그리고 슬픈 첼로 연주. 귀에 익숙치 않아서 유난히 길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곡에는 뭔가 절제된 슬픔이 내재된 느낌이다. 감상문을 쓰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이 곡이 해피앤드La Pianiste라는 영화에 삽입되었다고 한다. 이 곡을 들으면서 감상문을 쓰고 있는데, 이것을 알고 나니, 왠지 새로운 느낌이다. 뭔가 더 음악이 친숙해진 느낌이다. 여기에서 알게 된 게, 인간의 생각은 편견에 너무 많이 좌우된다는 점. 사실 모든 인간이라고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나라는 인간에게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슈베르트는 이별 이 후, 많은 곡들을 작곡했다고 한다. 그 후 건강이 악화되고, 31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이른 나이에 요절한 슈베르트. 이번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의 주제가 못다한 여정인데, 31살에 요절한 안타까운 슈베르트를 기리기 위한 음악회인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예전에 읽었던 책, 음악가의 만년과 죽음에서 마음에 와 닿는 글귀가 있어서 메모한 것이 있다. 슈베르트가 한 이야기인데, "내가 창조한 모든 것은 음악에 대한 나의 이해와 나 자신의 슬픔에서 탄생한 것이다. 오직 슬픔에 의해서 태어난 것만이 세계를 즐겁게 해주는 것 같다." 역설적이지만, 슬픔 가운데 작곡한 곡이 불후의 명곡이 되어, 우리들을 즐겁게 해준다는 것. 어쩌면 우리들은 음악가들의 음악을 듣는 것 자체가 그들의 슬픔과 함께 한다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들에게 음악이라는 빚을 졌다.

  


그리고 이어진 곡은 8중주 바장조, D 803, 3악장. 음악회를 온 것 자체가 내게는 드문 일이지만, TV에서도, 실제로도, 8중주 연주는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연주를 본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이었다. 내 개인적인 느낌이 보편적이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곡을 들으면 왠지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봄소풍을 가는 아이들을 보는 느낌이었다.

 

이로써 1부 공연이 끝났다.

 

이어지는 순서는 슈만의 차례였다. 장일범 음악 평론가는 당연히 슈만으로 분장을 했고, 이제는 슈만이 되어 자신에 대해서 설명했다.

 

집에서는 법률가가 되기 원했지만, 슈만에게 피아노를 지도하던 비크 선생은 음악가가 되기를 권유했다고 한다. 결국 슈만은 피아니스트의 길을 걷기 위해 피아노 연습을 하지만, 무리한 훈련 탓에 손가락이 부러지고 말았다고 한다.

 

비크 선생에게는 11살 난 딸 클라라가 있었는데, 슈만과는 무려 9살 차이가 났다. 하지만 둘은 클라라의 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결혼에 성공했다. 옆의 사진은 클라라 슈만의 사진인데, 굳이 슈만의 사진을 올리지 않고, 클라라 슈만의 사진을 올린 것은, 너무 예쁘기 때문이다. 공연 중에 클라라 슈만의 사진도 보여줬는데, 슈만이 클라라 어버지의 결사 반대에도 불구하고 클라라와의 끝까지 밀어 붙여 결혼할 만할 정도로 예쁘다.

 

슈만 차례에서는 어린이의 정경이 연주되었다. 이번에도 귀에 익숙한 곡들이 많이 들렸다. 13편의 소곡 중 3곡이 연주되었다. 피아니스트 최희연 분의 연주였다. 처음엔 피아노 의자의 높이가 불편한지, 다소곳하게 조절하시더니, 열정적인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셨다. 그리고 이어진 순서는, 슈만이 가곡인 눈부시게 아름다운 5월에두 사람의 척탄병이었다. 분명 아름다운 가사의 곡이었을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이번에도 내용을 알아 듣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바리톤 분의 좋은 목소리를 듣고 온 것에 만족한다. 하지만 다음에 공연장에서 이 곡은 물론이고, 가곡을 듣게 된다면, 미리 공부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이제 쇼팽 차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쇼팽으로 변신한 장일범 음악평론가. 쇼팽은 예민한 편이었고, 폐병을 앓고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과 떨어져서 지냈다고 한다. 쇼팽의 여인은 조르주 상드라고 한다. 쇼팽은 그녀를 만났을 때 가장 창작열이 불타올랐다고 한다.

 

쇼팽의 가장 첫 곡은, 쇼팽 왈츠 작품번호 64, 2이었다. 왈츠 특유의 리듬이 좋았다. 하지만 뭔가 절제된 슬픔 가운데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이는 아마 그의 조국 폴란드와의 상황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피아니스트의 바삐 움직이는 손도, 왠지 슬퍼 보였다. 그리고 이 곡에는 그의 연인 조르주 상드와의 이별도 묻어난다.

 

그리고 두 번째 곡은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서주와 화려한 폴로네이즈 다장조, 작품번호3이다. 이 곡에서는 유난히 사람들의 환호, 박수 소리가 컸던 곡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유난히 페이지 터너가 바삐 움직인 곡이었다. 촘촘하게 이어진 음들. 아마도 피아노 음들이 높은 음에서 낮은 음으로 빠른 템포로 움직이는 부분이 많아서인 것 같다. 그리고 슬픈 첼로 소리가 조화를 이루었다.

 

마지막으로는 피아노협주곡 제 1번 마단조, 작품번호 11, 3악장. 피아노와 현악기가 대화하는 느낌이다. 사실 이 곡도 귀에 익지 않아서, 약간 듣는데, 지루하긴 했었다.

 

모든 순서가 끝나고, 깜짝 생일 파티가 있었다. 다름 아닌, 슈만과 쇼팽의 생일 파티였다. 올해가 슈만과 쇼팽의 탄생 200주년이라고 한다. 모든 연주자들이 무대에서 각자의 악기로 생일파티 곡을 연주했다. 나름대로의 편곡으로, 생일 축하 곡도 이렇게 재미 있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탱고의 느낌, 잔잔한 재즈의 느낌, 그리고 익살스러운 연주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3.    에필로그

 

아직 나의 음악을 듣는 수준은, 순수하게 음의 아름다움을 듣는다기 보다는, 뭔가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알아야지만 이해할 수 있는 수준뿐 인 것 같다. 그냥 음악을 이해하려고 하면 잘 안 된다. 특히 이 공연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처음 들어본 음악은 잘 들리지가 않고, 듣는데 집중도 안 된다. 음악을 알아야 들리는 것인가, 들려야 음악을 아는 것인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와 관련 해서, 음악을 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음악가의 인생 역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우리가 듣는 것은 그들의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을 더 잘 알수록, 그들의 음악의 이해도도 높아지고, 음악을 듣는 것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러한 생각은 영화 아마데우스, 불멸의 연인을 보고 난 후 느낀 것이다. 그 영화를 본 후,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음악을 들을 때면, 그 영화의 영상이 먼저 떠오른다.

 

이번 클래식 공연도 마찬가지 인 것 같다. 이 공연의 주제는 세 남자의 못다한 사랑이야기이다. 세 위대한 작곡가의 사랑은 그들의 창작열을 불타오르게 만들어 주었고, 우리들은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우리도 모르게 듣고 있는 것이게 된다. 모르고 들어도, 좋은 음악은 오래 기억 속에 남지만, 알고 듣는 다면, 더 오랫동안, 그리고 더 감미롭게, 때로는 더 슬프게 들을 수 있는 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진 출처>

 

클라라 슈만: http://sinconcerto.egloos.com/3632191

이 외의 모든 사진:

http://www.seoulspring.org/2010season/htm/p5/p5_1.asp?directory=notice&modes=view&idx=59&gubun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10. 3. 26. 22:11
#1. 계절이 바뀌려나 보다. 또 기(氣)를 느꼈다(感). 목요일에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가는데, 몸이 좋지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수업을 듣는데, 도저히 들을 수가 없었다. 감기 때문은 아니었고, 교수가 너무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해서, 배울 것도 없다는 교만한 생각 때문이었다. 몸을 뒤틀면서, 1시간 30분을 지냈었다. 시계를 적어도 5분에 한번씩은 계속 확인했었던 것 같다. 수업이 끝난 후, 점심을 먹고 도서관에가서 인터넷 강의를 보려는데, 그 때부터, 갑자기 열이 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앉아 있는게 힘들었다. 아무데서나 드러 눕고 싶었으나, 드러 누울 곳도 없었고. 그냥 버텼다. 5시에 수업이 있어서, 그 때 까지는 버텨야 했다. 도서관에서 나와 수업을 들으러 가는데, 어지러웠다. 머리가 띵! 한 느낌. 어쨌든, 수업은 들어야 하니까, 그냥 버텼다.
 
#2. 기숙사에 일찌감치 들어와 밥을 먹고, 따뜻한 물로 샤워를 했다.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니까 - 사실 따뜻한 정도가 아니라 뜨거운 물이었다 - 괜히 몸이 노곤해지면서 급하게 피로감이 몰려왔다. 불을 끄고, 한시간 정도 누워있었다. 누워서 생각하기를, 사실 오늘 기숙사 들어오면서 계획이 이게 아니었는데, 하는 생각을 계속 했더랬다. 기숙사 들어오자마자 도서관에 가서 공부쫌 하고, 일찍 자려고 했는데, 괜히 피로감에 일찍 누웠고, 결국 어설프게 잠들었다. 그런데 금새 다시 깼고, 한페이지만이라도 보고 자야겠다는 생각에 공부를 살짝 하다 잤더랬다.
 
#3. 금요일. 자고 일어나니 조금 나았다. 하지만 너무 피곤해서 아침에 겨우 일어났다. 어제 자기전에 룸메이트 TJ와 이런 저런 얘기를 꽤 오래 했었던 것 같다. 어쨌든 몸을 겨우 일어켜 세워 수업을 들으러 갔다. 다행히 지하철에 사람이 많지는 않았다. 덕분에 신문 좀 편하게 읽으면서 갔더랬다. 지하철에서 내려, 강의실까지 가는 길이 너무 추웠다. 강의실 도착! 강의실도 추운건 마찬가지. 같이 수업을 듣는, BH 군은 수업의 절반을 잤다. 쉬는 시간. 내 옆에 앉은 어떤 학생이 작업을 걸었다. 앞자리에 예쁜 학생이 앉았는데, 필기를 못했다고, 필기를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빌린 필기 노트를 흘끗 쳐다봤다. 그리고 옆의 학생의 필기도 봤다. 그런데, 사실 내 옆에 앉았던 학생은 필기를 많이 했었는데, 빌린 필기 노트에는 필기가 별로 없었다. 어쨌든, 뭐 그런가 보다 했는데, 잠시 후에 옆의 학생이 앞의 여학생에게, 수업 끝나고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러는데, 수업끝나고 밥을 같이 먹을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여학생은 사실 한국말이 서툰 중국 유학생이었다. 사실, 순간 중국인 유학생이 거절하면 재밌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는데, 여학생은 흔쾌히(?) - 사실 흔쾌힌지는 잘 모르겠다 - 알았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는 그 남자 정말 별로였는데. 어쨌든, 그 남자는 DOER였고, 용기만은 칭찬해 주고 싶다. 음. 다음 주에 두 학생이 수업을 같이 앉아서 들을 지는 두고볼 일이다.
 
#4. 수요일은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다. 날씨도 좋고, 햇빛도 좋고, 바람도 좋아서, 30분 정도 걸어서 복지관까지 걸어갔다. 약간의 땀이 날 정도의 기분 좋은 날씨였다. 봉사활동 2주차. 귀여운 아이들이 나를 기다렸을까. 하는 얼토당토 않은 생각을 조금 했었다. 그곳에서 하는 봉사활동 내용은 아이들 학습지도해 주는 건데, 아이들은 약 20여명 정도 인 것 같다. 그리고 봉사자 1명당 3~4명의 아이들을 지도하는 시스템이다. 사실 지도라기보다는, 아이들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수준인데. 이번 주는 저번주와 다르게 고난이도 질문들을 했었다. 사실 고난이도는 아니었고, 학교 숙제를 가져온 듯 한 주은이가 사회를 물어봤는데, 제대로 알려주지를 못했다. 개략적인건 다 알지만, 세세한 것을 어떻게 알랴. 주은이한테 "선생님 대학생 맞아요?" 하는 핀잔을 들었더랬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도 걸어왔다. 조금 쌀쌀했다. 옷도 그날 따라 마침 얇게 입었었는데. 아마 그 때 감기에 걸린 듯 하다.
 
#5. 월요일에는 듣기로는 엄청나게 큰 알맹이의 눈이 왔단다. 사실 나는 못봐서 모르겠지만, 태어나서 이렇게 큰 눈은 처음 봤다는 JH형과 눈이 슬러쉬처럼 내렸다는 NS군의 얘기를 들으니, 궁금했었다. 그 때 마침 수업시간이어서 일생 일대의 슬러쉬 눈을 볼 기회를 놓쳐서 아쉽다.
 
#6. 2분기 일드 기대된다. 일드를 볼 시간이 없지만, 우에노 쥬리와 아베 히로시가 복귀한단다. 우에노 주리는 모르겠고, 아베 히로시의 드라마는 항상 실망시키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까지 봤던 그의 드라마는 히어로, 드래곤 사쿠라, 결혼 못하는 남자. 그 중에서 결혼 못하는 남자가 가장 재밌었던 것 같다. 이번 드라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거란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은 적은 없었지만, 기대 된다. 아참, 그리고 2분기에 김탁구(기무라 타쿠야)씨도 복귀한다고 한다. 공부만 아니면 다 챙겨 보고 싶지만, 지금은 여유가 없다. 드라마 제목은 각각 우에노 쥬리 - 솔직해 질 수 없어서(에이타와 같이 나온단다, 은근히 에이타와 드라마 같이 많이 찍었다. 노다메 칸타빌레, 라스트 프렌즈에서 같이 연기 했다.) 아베 히로시 - 신참자, 기무라 타쿠야 - 달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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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10. 3. 6. 01:02
#1 CFA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나, 영어의 암초로 인해, 연일 좌절 중. 영어 공부 좀 해놓을껄. 어쨌든, 지난 2월 부터 시작했다. 2월 한달 간 하루 평균 약 5개의 강의를 들었다. 하숙집에서는 책상이 없어서, 엎드려서 공부했었고, 하숙집 계약이 끝나서 집에서 머무는 동안에는 하루에 적게는 약 4개, 많게는 7개의 강의를 들었던 것 같다. 단순히 강의의 양으로,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꾸준하게 하려고는 노력했다. 더군다다 개강하면 아무래도 강의 듣는 게 더 어려울 것 같아, 일부러 2월동안 많이 들으려고 노력했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2월데 들었던 강의 내용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그런지, 달력이 넘어가자마자, 이상하게 기운이 빠지고, 공부 의욕도 조금 줄어들었다. 2월에 에너지를 너무 소모했던 것 같다. 다시 회복해야겠다.
 
#2 개강했다. 이번엔 13학점 수강. 항상 18~20학점을 듣다가 수업을 적게 들으니 뭔가 허전할 만 한데, 전혀. 그냥 이번에 수강하는 과목은 과제가 많은 것 같다. CFA와 병행하는데 힘들긴 한데. 그냥 뭐 일단 하는 데 까지 해봐야지. 음. 이렇게 쓸데없이 글 쓰는 시간에, 공부를 조금만 더 한다면?
 
#3 올해는 개강일이 생일이었다. 음력으로 생일을 쇠니깐, 매번 생일이 바뀌는 매력이 있다. 올해는 개강일이었고, 기억나는 생일 중의 하나가 2월달에 장흥제일교회의 창립일과 생일이 같았던 때도 있었고, 양력으로 생일을 쇠는 친구와 생일이 겹치는 때도 있었던 것 같다.
 
 원래 생일을 다른 사람에게 잘 알려주지 않는 주의이다. 그래서 네이트온이나 싸이월드에서 생일은 비공개로 해놨다. 음. 굳이 이유를 만들자면 축하 받는 것이 어색하고, 쑥스럽기 때문이다. 덕분에 쑥스러움은 면했지만, 뭔가 아쉽기도 했었다. 음. 그렇지만 올해는  많은 사람이 축하해줬다. 고마울 따름이다. 사실 올해는 조금 광고를 하고 다니긴 했다. SKT에서 준 무료통화를 사용하면서, TV 광고에서 신민아가 그랬던 것처럼 몇몇에게 나도 그렇게 해봤다.
 
#4 사람들에게 충격은 예상치 못한 일들이 발생 했을 때 온다. 경제학에서는 - 사실 경제학을 전공하긴 하지만, 경제학을 전공으로 한다고 말하기에 부끄러울 수준이어서, 경제학에서 사용된 개념을 사용하는 것이 부끄럽지만 - 예상치 못한 기대를 중요시하게 생각한다. 예를 들어서 기대 인플레이션과 실제 인플레이션이 다를 때는, 예상치 못한 정부 정책 등은 많은 경제 주체들의 계획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그리고 Earning Suprise나 Earning Shock도 또한 예상된 실적을 빗나간 경우로, 주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음. 경제학에서 사용된 개념 말고도, 우리 생활에서도 이 개념을 설명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생일 때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에게 온 문자들은 신선한 감동이었다.
 
#5 최근에 말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그래서 필요한 말만 하기로 결심하지만, 매번 실천은 못하고 있다. 쓸데 없이 말이 많은 사람은 가벼워보이고, 신뢰를 주지 못한다. 맘에 없는 말을 만들어서 하기도 하며, 거짓말, 자신을 포장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말을 줄이자.
 
#6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서는 뭔가를 포기해야 할 때가 있다. 뭔가 얻기 위해 포기해야한다는 것은 모순적이긴 하다. 하지만 몇 가지 예를 들어본다면, 새벽에 일찍 일어나려면, 밤을 포기해야 한다. 여기에서의 가정은 새벽이 소중한 것이라는 것이다. 삼일교회에서 강조하는 새벽 예배. 그리고 어떤 자격증을 공부해야 한다면 포기해야하는 것은, 노는 시간이다. 부끄럽지만 나는 여기에서 어떤 소중한 것을 얻기 위해 포기하지 못하고 움켜쥐고 있다는 느낌이다.
 
#7 이번 주 부터 달리기를 시작했다. 지난 여름엔 열심히 달렸더랬다. 딱히 열심히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러울 정도지만, 규칙적으로 달리려고 노력했다. 개강하고, 다시 뭔가 안정적인 환경에서, 정해진 시간에 달리려고 한다. 오랜 시간을 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달리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고, 뭔가 계획도 세우고, 우선 순위를 정하고, 뭔가 반성할 거리도 찾고, 이런 저런 생각을 하려는 계기로 삼으려고 한다. 아직까지는 서늘한 공기도 느끼면서.

#8 최근 책을 별로 못 읽고 있다. 최근 3주 동안 잡고 있는 책은 신경숙의 외딴방. 재밌게 읽고 있지만, 여간 책 읽을 마음의 여유가 없다. 해가 바뀐 후 읽은 책의 양은 5권. 솔직히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인데, 음. 더 그럴듯 한 핑계를 만들어야 하나. 책을 읽을 수 없는 핑계를 만드는 것 보다, 책을 읽어야만 하는 핑계를 만들자.
 
#9 올해 연중 기획이다. 모든 종류의 낭비 줄이기. 돈, 시간, 에너지, 등등. 아낄 수 있지만, 아끼지 않는 것들. 의식적으로 줄이려고 노력해야지.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11. 23. 00:42

 오늘 여의도중학교에서 토익시험을 봤다. 접수를 늦게해서 조금 먼 거리로 갔는데, 어쨌든, 아침 밥 든든히 먹어서 좋은 컨디션으로 시험장으로 갔는데.....

 

 L/C 시간에, 그것도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Part 2 시간에,누군가 다리를 떠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리를 떠는데, 신발과 신발의 마찰음 때문에 도저히 집중이 안됬다. 그리 큰 소리는 아니었지만, 이미 머리에 각인된 그 소리는 귓가에 짜증날 정도로 듣기를 방해했다. 지우개를 다리 떠는 남자의 머리를 향해 던지고 싶었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하고(사실 나는 그런 유형의 사람은 아니다) 그냥 이미 망쳤다는 생각에, 자포자기식으로 그냥 풀어 나갔다.

 

 그리고 별 문제 없이 - 물론 별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는 쉬웠다는 얘기는 아니다 - 문제를 풀어갔고, 어느덧 R/C 시간. 순조롭게 풀어갔다. 그런데 이게 왠일인지, 갑자기 피아노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설마 환청이 들린건 아니었겠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2악장(비창)이었던 것 같다. 좋아하는 피아노 곡중의 하나였는데, 하필 토익 시험보는데 들리는게 뭐람. 또 안들을 수 없지 않은가? 그냥 들으면서 하는데, 그 때부터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시작했다. 잠시후 피아노 소리는 멎었고, 그 때 부터 집중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음. 그런데 시험 끝나고 얄미운 것은, 그 다리 떨던 者는 모든 문제를 풀고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는 이번에도 또 문제를 다 못풀고, 마지막엔 찍고 끝났다. 아 짜증나.

 

 에이. 이번 시험 망쳤다. 물론 공부를 안하긴 했지만, 나중에 알고보니, 오늘이 인턴을 뽑는 SSAT 시험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토익 대박달이라는데, 나는 대박은 물건너 간 것 같고, 그냥 일단은 졸업점수만 넘기면 좋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6. 29. 01:30

# 1 방학 하고나서 집에 다녀왔다. 오랜만에 가족도 보고, 친구들도 볼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갔다. 고향 내려가는 버스에서부터 친구를 만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처음 만나는. 이런 저런 얘기하니깐 금방 도착했다. 오랜만에 시골 향기~를 맡으며, 집까지 걸어갔다. 집에 가서 가장 먼저 했던게 라면 직접 끓여서 먹는 것이었다. 기숙사 살면서 컵라면만 먹고, 혹시 분식집에나 학교식당에서 사먹는 라면만 먹다보니 직접 끓인 라면이 그리웠었다. 그래서 라면 끓여먹고 나서 씻고, 퍼질러 잤다.

 

# 2 집에 가서 뭐했을까? 정말 아무것도 안했다. 주로 잠을 많이 잤고, 컴퓨터 하고, 책은 하나도 안봤다. 책 보려고 몇 권 가져가긴 했는데, 책을 가져간 가방은 열어보지도 않을 정도였으니까. 예전에 고등학교 작문 시간에 작문 선생님께서 방학 때 책 한 권, 아니 활자 하나도 읽지 않는 계획을 가져보라고, 하셨던 게 기억난다. 그러면 며칠 지나지 않아서 활자가 그리워져 미친듯이 공부하게 될 거라는.

 

# 3 가족들 만난 시간 외에 만난 사람들은 일단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이다. 사실 말이 고등학교지, 초, 중, 고 동창이다. 친구들 만나서 한 잔씩 기울이면서 얘기도 많이하고, 다음 날에는 캐치볼하고 놀았다. 다들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다. 나를 포함해 2명은 학생이고, 다른 1명은 배를 타는(?) 친구인데 장기 휴가를 나왔다. 운 좋게 타이밍이 맞아서 같이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친했던 친구들 모이면 6~7명 씩 모이곤 했는데, 지금은 시간이 맞아야 3명이라도 만난다. 음. 이제 또 언제 볼 수 있을지 잘 모르겠지만, 조만간 8월달에 놀러갈 계획 잡아놔야겠다.

 

# 4 그리고 교회 청년부 형, 누나, 후배들을 만났다. 여전했었다. 3년 동안 머물다, 서울 올라갈 때 너 없으면 이제 심심해서 어떻하냐고 다들(?) 걱정했었는데, 사실 나 없어도 재밌게 다들 잘 지내고 있었던 것 같다.ㅎㅎ 다들 뵙고 간단한 담소를 나누고, 나는 금방 나왔다. 버스 시간도 있고해서 더 놀다 가고 싶었는데, 막상 빨리 헤어지니 아쉬웠다.

 

# 5 집에 내려가 있는 동안에 모든 성적이 떴다. 다른 글에서도 썼듯이, 걱정이 많았었는데, 생각보다 좋은 학점을 받았다. 학점 인플레가 있다고들 많이 얘기하는데, 잘 모르겠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물이 학점 인플레 때문제 저평가 받는 느낌이다. 뭔가 평가절하 받는 느낌. 마치 실제 경제에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기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느낌이다. 어쨌든 복학 전에 비해서 눈에 띄게 성적이 잘 나왔고 기분은 좋다. 장학금을 받을 성적에는 미치지 못한 것 같아서 열심히 했으면 이라는 생각에 아쉽긴 하다. 음. 그런데 열심히 했어도, 틀렸던 문제는 다시 풀어도 또 틀릴 것 같다.

 

# 6 나름대로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긴 좋은데, 그 중에서 더 기분을 좋게 하는 것은, 다들 기피하는 교수님의 과목에서 모두 A+를 받은 것이다. 나름대로 쾌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수강신청 하기 전에,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들어서 걱정 했었는데. 점수를 보고 절망한다는, 교수님께서 원하는 키워드가 답안에 있지 않으면 철저하게 점수를 깎는다는, 그런 얘기들 말이다. 어쨌든, 나는 복학생 파워(?)로 그런 우려를 불식시켰고,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할 정도로 재밌는 강의였을 정도로 좋은 강의였다.

 

# 7 이제 상경할 차례이다. 이런 저런 가져왔던 짐들을 싸고, 짐이 많아 3월달에 가져가지 않았던 책 몇 권들도 챙겼다. 어머니께서 찐 옥수수를 싸주신 다고 했는데, 그냥 안가져왔다. 버스 타고 나니깐 후회했다. 그리고 올해 중학교에 입학한 막내 동생이 버스 터미널까지 배웅 나왔다. 3월 달에 헤어질 때는 3년동안 같이 지냈던 형이랑 헤어지니깐 동생이 많이 울었었는데, 이제 중학생이라서 그런지 더 의젓해졌다. 버스에 올라타고, 동생은 곧 시험기간이라서 학원에 가야했다. 버스에 타고 나서 드는 생각이었는데, 날씨도 더운데 시원한 음료수라도 사줄껄 하는 뒤늦은 생각이 들어서 버스에서 다시 내려서 동생을 찾았는데 동생이 빠른 걸음으로 학원에 갔나,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다시 버스에 올라탔는데, 몇 분 후에 동생이 음료수를 사들고 창문쪽으로 왔다. 버스 떠날까봐 빠른 걸음으로 음료수를 사러 갔던 것이었다. 형이 동생을 챙겨야 하는데, 동생이 형을 챙기는 뭔가 어울리지 않은(?) 일이 발생했다. 고마운 마음이다.

 

# 8 버스는 출발했고, 2번 휴게소를 들렀고 서울에 도착했다. 2번째 휴게소에서 같은 버스에 탔었던 교회 권사님께서 과자를 사서 내가 앉아 있던 자리로 오셔서 건내 주셨다. 나도 음료수를 사드릴려고 했었는데, 휴게소에 가서 간식거리를 살 때 깜빡 했었다. 죄송했다.

 

# 9 저녁에 기숙사에 도착했고, 친구랑 이런저런 얘기하다가, 다시 내 방으로 왔다. 음. 날씨가 덥긴 덥다. 후텁지근 한데, 선풍기도 없고, 에어컨은 장식용으로 있는지 작동이 안되고. 조만간 선풍기를 사야겠다. 비가 내릴 준비(?)만 하고 있고, 정작 비는 안온다. 그래서 더 후텁지근하고, 불쾌지수도 높은 것 같다.

 

# 10 이제 진짜 방학 느낌이 난다. 뭐해야하지? 일단 영어공부 계획은 세웠는데, 의지력, 실천력이 없는 나로서, 방학동안 영어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을런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열심히 해야겠다. 자격증 공부도하고, 음. 일단 방학이니깐 놀러도 가야겠지? 복학생 파워(!)로 방학도 알차게 보내야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6. 21. 23:26

 드디어 시험이 끝났다. 그러니깐, 즉 방학. 좋다!

 

 후. 이번 한 학기 어떻게 보냈는지 정말 시간 빨리 갔다. 막상 한게 없는데,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가버리다니. 뭔가 아쉽기도 하다. 3년만의 복학이라, 긴장도 많이 되고, 잘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걱정도 많이 하고 그랬었는데, 어찌되었건, 나름대로 재미있는 한 학기를 보냈다.

 

 오랜 만에 수업을 들으니, 처음엔 정말로 머리가 안돌아 갔다. 지금도 마찬가지 이지만, 학기 초반에는 정말 한심할 정도로,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었었나 싶을 정도로 교수님께서 하시는 말씀도 정말 이해가 하나도 안되었었고, 그저 수업 시간에 멍하니 앉아있기만 한 것 같아서, 한숨밖에 나오질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점차 흐르자, 이제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는 대충 알아 들을 정도까지는 되었다.

 

 1, 2학년 때는 따로 재미있는 수업이 있다는 생각은 못했었는데, 3학년이 되어서 전공 수업을 들으니깐 재밌다는 생각도 들었다. 특히 이번 학기에는 노동경제학, 경제사와 세계경제, 화폐경제학이 재미있는 강의 중에 하나였다. 음. 그런데 성적은? 잘 모르겠다. 성적은 어떻게 나올지 잘 모르겠는데, 그냥 뭔가 머리에 많이 채웠다는 느낌은 든다.

 

 이번 학기에는 학교 수업 외에, 뭔가 재밌는게 없나 탐색(?) 하고 다녔었는데, 그 중 하나가 KBO 대학생 마케터 였다. 지원했다 1차 합격하고, 2차 면접에서 아깝게(?) - 그렇게 생각하는게 마음 편하긴 하지만) - 탈락했다. 그리고 독서모임, 여러 강연회에 찾아다녔었다. 다음 학기에는 뭔가 더 눈을 붉히고 탐색하고 다녀야겠다. 뭔가 재밌는게 없나.

 

 이렇게 한 학기가 지나갔다. 그냥 한 학기가 끝났다라고만 생각 했는데, 오늘 친구한테 받은 문자. 이제 일년 반 남은거네?  새삼 깨달았다. 한 학기가 끝났다고 해서 마냥 좋아 할 수도 없다는 것을. 그리고 마냥 놀 수도 없다는 것을. 뭔가 머리가 지끈 거린다. 해야할 건 많은데, 아니 뭘 해야할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머리를 아프게 한다.

 

 후. 에잇 모르겠다. 이번 주만 아무것도 안하고 푹 쉬자^^;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5. 13. 13:29

 

 

매월 7일은 좋은 책을 펼치는 날.

북마스터데이.

BOOKMASTER DAY.

 

5월 7일. 북마스터 체험 행사.

 

 

 5월 6일에 예비군 훈련을 받았더랬다. 예비군 훈련의 여파로, 음. 엄밀히 말하자만 예비군 훈련의 여파는 아니었고- 농담의 리뷰에도 썼지만-그 전날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새벽 3시까지 읽은 여파로 인해, 예비군 훈련전 날 잠을 자지 못했고, 훈련 다음 날의 아침 수업으로 인해, 수면 보충을 제대로 못했다. 결국 초췌한 몰골로, 북마스터 체험을 했더랬다. 그렇지 않아도 내 몰골은 초췌하긴 하지만.

 

 어쨌든, 북마스터 체험 행사는 1시부터 시작이었는데, 수업이 1시 반에 끝난 관계로, 수업을 마친 후, 친구와 빵쪼가리를 조금 먹고 바로 내가 평소에 사모하는 서점(?) 광화문 교보문고 북마스터 체험 행사장으로 갔다. 수업에 관해서 참고로, 원래 이 수업은 출석 잘 부르지 않는 수업이라서 그냥 수업 듣지 말고 갈까했지만, 왠지 불안해서, 수업을 듣고 가기로 결심했는데, 마침 출석을 불러서, 가슴을 쓸어내렸더랬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출발 후 약 30분정도 후에 도착했다. 나는 조금 늦어서, 이미 많은 순서가 진행되었고, 마침 내가 도착 했을 때는 자신이 추천하는 책과 그 책에 대한 소개 카드를 만들고 있는 순서였다. 다른 분들은 이미 마무리 단계였을때,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 했던 책인 기쁨의 천마일을 추천했다. 사실 책을 읽은 내용이 잘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 인쇄했던, 3년 묵은 리뷰를 바탕으로 책 소개를 썼다.

 

100만원을 가지고 1년간 아프리카에서 살아보겠다는 다부진(!) 꿈을 가지고 아프리카로 간 청년 박문수. 처음 기약한 1년이 그의 평생을 바꾸었다. 아프리카가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무엇이 박문수를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아프리카에 있어도 아프리카가 그리운 청년 박문수의 기쁨의 천마일! I wish you have a good trip!

 

 혹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시면 눈여겨 봐주세요.^^ 많이 팔려야 할텐데. 흠.

 

 책 소개를 마친 후, CS 교육을 받았다. 인사하는 법, 명함 건내는 법, 책 건내는 법, 고객 응대하는 법. 바른 자세 등등.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었다. 교육 중에 북마스터 체험하러 오신 분과 짝을 이루어,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내고, 받고, 짧게 역할을 나누어서, 실전을 대비(?)하기도 했다. 사실 굉장히 쑥스러웠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일한 청일점이 었던 나는 특히. 음. CS 교육을 받으며 교육 내용이 뭔가 사소한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북마스터는 바로 교보문고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뭔가 사소한 배려일 수도, 고객이 전혀 신경쓰지 않는 배려일 수도 있지만, 북마스터분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북마스터라는 직업은 특히 더 직업에 대한 애착이 더 커야 힘든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CS 교육 후. 실제 현장에 투입(?) 되었다. 문학 코너로 갔었는데, 마침 스타 북마스터이자, 얼짱 북마스터인 신길례 북마스터님과 함께하게 되었다. 예전에 느낌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에 출연하셨고, 그 외 다른 방송에도 다수 출연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에 북마스터라는 직업이 궁금해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는데, 마침 기사에 신길례 북마스터님이 인터뷰했던 기사를 유심히 읽은 적이 있었는데, 마침 운이 좋게 신길례 북마스터님과 함께하게 되었다. 첫 시간은 교보문고 문학 코너에 대한 소개를 하셨다. 사실 며칠 전에 교보문고 매장에 갔었던 터라, 눈에 많이 익었었다. 그리고 나서 북마스터님께서 미리 정하신 책을 찾아오는 순서를 가졌는데, 빠른 시간에 찾아와서 칭찬을 받았다. 짝을 이룬 분께서는 나보다 더 빠른 시간에 찾았다. 책 찾기 순서를 마치고, 실제로 고객 응대를 했는데, 나는 멀뚱멀뚱히 서있기만 했었다. 다른 북마스터 체험하러 오신 분은, 실제로 고객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고, 고객 응대를 했지만. 나는 시간 관계상.

 

 모든 순서를 마치고, 북마스터 임명장과, 명예 자격증을 받고, 책도장-예전부터 갖고 싶었었는데-도 받고, 문화상품권도 받았다. 뭔가 뿌듯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상 비스무리한 것을 언제 받아봤더라. 기억이 가물가물. 기념 사진도 찰칵. 광화문 교보문고 점장님도 함께하셔서, 청이점이 되었다. 나는 꿋꿋이 V자를. 신길례 북마스터님께서, 나에게 사진 촬영이 끝날 때까지 꿋꿋이 V자를 계속 하고 있었다고, 말씀하시고 웃음을 지으셨다.

 

 웃음 속에서 북마스터 체험을 마무리하고, 점장님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다.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설문조사도 하고, 뭔가 제언할 점. 그리고 기억나는게 우리나라의 책 값, 그리고 은퇴 후 읽을 책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나도 나만의 책 컬렉션을 만들어 봐야겠다. 진짜로 모든 순서를 마치고, 모두 각자의 갈 길을 갔다. 사실 이름도 모르고-나의 까마귀 기억력 때문에- 나중에 언제 볼지도 모르지만, 소중한 인연 인 것 같다. 인연이라면 언젠가 한번 쯤은 다시 교보문고에서 스쳐 지나가며 볼 수도 있겠지. 나는 다시 교보문고로 돌아가, 내가 추천한 책인 기쁨의 천마일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어갔다. 뭔가 뿌듯하다. 혹시 내가 소개한 글로 인해 이 책을 사려는 사람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즐거운 하루였다. 평소에 동경하던 직업이었는데, 직접 체험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되어서. 그리고 연애시대의 감우성의 직업이었던. 아참 참고로, 연애시대 촬영은 강남 교보에서 했다고 한다. 어쨌든 선망하던 일일 북마스터 체험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면 아는 사람이 생기고 - 그날 만났던 북마스터님들- 단 하루였지만, 교보문고 북마스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좋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