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해당되는 글 26건

  1. 2009.05.03 수다 떠는 남자
  2. 2009.04.01 드디어 야구 시즌 2
  3. 2009.03.25 아침에 클래식을 듣는 것
  4. 2009.03.24 진중권 교수님을 만나다
  5. 2009.03.22 영화를 본다는 것
  6. 2009.03.15 청소의식
일상2009. 5. 3. 01:39

# 1

 

 최근 알게 된 사실. 내가 수다떠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깨워준 한 사건(?)이 있다.

 

 친구가 하는 이야기.

 

 친구 : "너는 도대체 좋아하는 게 뭐냐? 술, 담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기숙사 들어가면 뭐 하는 것도 없으면서, 재미있어 하는 게 뭐냐?"

 나 : "뭐지? 나도 잘 모르겠다."

 친구 : "아, 하나 있다. 수다떨기."

 

 약간 각색을 한거지만, 요지는 수다떨기이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수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서 나의 수다력(歷, 이 한자가 맞게 쓰인건지 모르겠다.) 떠올려 보았다.

 

 음. 정말 수다를 좋아하긴 좋아한다. 이 역사는 고등학교 때 부터 시작되었다. 중학교 이전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 버렸고, 특별히 수다를 많이 떨지는 않았던 것 같다. 친한 친구와 같은 방에 묵기라도 한다면, 거의 그날 밤은 잠을 못잔다. 수다를 떠느라. 그리고 한 때 전화 통화를 자주 했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통화를 하면 기본이 한 시간이었다. 뭐 여자친구도 아니었고, 그냥 친구 사이었는데, 할 얘기가 왜 이렇게 많았었는지. 

 

 할 얘기가 왜 이렇게 많았던지,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았던 친한 친구와는 집에 거의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바퀴를 돌며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그리고 찻집에 가면 수다가 아마 기본이 2시간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리고 최근에 수다를 많이 떨었던게, 친구와 책 수다를 한시간 정도 떨었던 것 같다.

 

 수다를 떨고 나서 돌아서 생각해보니, 수다 떠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 것이, 그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못해서 아쉽다고 느꼈을 때 이다. 다른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헤어지고 나서 생각났을 때의 괴로움이란.

 

 뭐, 이건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 건데, 나만 유난스럽게 수다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일 수는 없다.

 

 이러한 수다는 꼭 말로만 하는 수다가 전부는 아니다. 가끔 그냥 아무나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그럴 때 생각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한다. 사람들, 왜 이렇게 바쁜지 첫 번째 전화에 안받는 경우가 많다. 늦게 전화가 오면, 수다 떨고자 하는 의욕(?)도 조금 떨어져 있고, 덜 재밌다. 그리고 전화로 수다를 떠는게 약간은 어색한 사람에게는 문자를 보내곤 한다.


 음. 또 생각해보니 메신저가 있다. 메신저에 접속. 그리고 말걸기. 혹은 누군가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기. 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접속하기도 하는데, 누가 접속해 있나 보러도 접속하기도 한다.
 

 전화나, 문자, 메신저로 하는 수다 이외에 또 다른 수다의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그냥 글을 쓰는 것이다. 뭐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머리에 맴도는 생각들을 그냥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면, 뭐랄까, 수다에 준하는 만족(?)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지껄인 글들이 어느새 글곳간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지금 이 글도 약 40분 정도 쓰고 있는데, 일단 이렇게 쓰고 나면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음. 그런데 오늘 포스팅을 2개나 해서 조금 힘들긴 하다.

 

# 2

 

 수다 떠는 남자라. 뭔가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자상(像)은 과묵하고, 입이 무거운 모습이다. 나는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 입이 가벼워 믿을만 한 사람이 아니란 뜻은 아니다. 나는 비밀은 잘 지키는 편이다. -  뭐 말이 많다고 해서, 노홍철처럼 쉬지 않고 말을 많이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목적은 입근육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어쨌든,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것에 당당해지자. 앞으로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 다면 당당하게 수다라고 말해야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4. 1. 00:00
 드디어 야구 시즌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야구팬으로써 어떻게 겨울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올해는 WBC로 인해 야구시즌이 앞당겨진 느낌이라서 좋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야구에 비하지는 못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WBC 국가대표팀 보다, 우리 KIA 타이거즈가 훨씬 좋다는 말씀. 지난 WBC 중계를 볼 때도, KIA 타이거즈 소속인 윤석민 선수나, 이용규 선수가 선발로 나오지 않으면 중계를 보지 않거나, 긴장감을 갖지 않은 채로 중계를 보곤 했다. 다행히 본선에서는 이용규 선수는 붙박이 1번 타자로, 그리고 윤석민 선수는 준결승전 선발 투수로 출전해, 흐뭇한 기분으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윤석민, 이용규 선수는 신인 시절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선수였기 때문에 KIA 내의 다른 선수에 비해 애정이 더 크기 때문이다.

 윤석민 선수는 석민 어린이로 불리우는데, 유망한 신인 투수들이 많다는 KIA 투수진 가운데 신인 때부터, 아마도 유일하게 스트라이크와 볼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었던 선수로 기억된다. 음. 다른 유망한 선수들도 많았지만, 모두 제구력이 안 좋았던 것 같다.  윤석민 선수 지명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KIA는 2004년 신인 2차 지명 때 원래 지금은 한국 최고의 소방수로 불리오는 오승환 선수를 1순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앞의 순서에 있는 삼성이 오승환을 먼저 지명해서 허를 찔렸다고 한다. 하지만 KIA에게는 윤석민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이제 윤석민 선수는 KIA의 보물이 되었다. 그리고 이용규 대해서 쓰자면, 일단 순수 호랑이 혈통은 아니다. LG에서 홍현우 선수와 같이 KIA로 트레이드 되어 왔다. 그리고 KIA에서 LG로 간 선수는(소소경, 이원식) 감감 무소식이다. 이용규 선수 트레이드를 놓고 많은 네티즌들이, 당시 이순철 전 LG 독이 선수시절 친정팀인 KIA에 보낸 선물이라고 표현하는데, 음. 이건 이용규 선수가 KIA에 와서 성공했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쨌든 트레이드의 승자는 분명 KIA이다. 장기적으로 이종범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얻는 행운을 얻었으니. 음. 그런데 이순철 감독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가 3명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을 트레이드를 해서 다른 약점을 보완하는게 최선이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KIA가 선수를 보는 능력이 다른 팀보다 - 적어도 LG 보다는 -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단지 KIA 팬의 입장으로 생각하는 거지만.

 어쨌든, 이제 개막전이 며칠 안남았다. 우리 KIA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무럭무럭 성장한 아기 호랑이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특히 작년 1차 1번 지명으로 입단한 안치홍과,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최단신인 꼬꼬마빈 김선빈, 그리고 KIA 좌완 투수의 희망 양현종, 전병두를 SK로 보내고 지킬정도로 장래성이 높게 평가 받았던 곽정철 정도가 떠오른다. 아참, 그리고 작년 KIA 마운드의 샛별로 갑작스레 떠오른 이범석과 차세대 거포로 기대받고 있는 나지완을 빠뜨릴 뻔했다. 신인급 선수 뿐만 아니라 EX-메이저리커인 서재응과 최희섭의 부활도 기대된다. 올해 KIA 타이거즈의 성패가 이 두선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이니다. 그리고 작년, (강요된) 은퇴설로 고생했던 KIA의 정신적 지주인 이종범 선수의 회춘(?) 또한 기대되는 바이다. 음. 그리고 작년에 조금 부진한 성적을 올렸던 장성호, 작년 시즌 초 타율이 한 때 칠 푼 정도밖에 안되서 네이버 문자중계 댓글에서 칠푼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한남자 김종국, 파이팅 넘치는 최경환, 북한 용병 김원섭, 갑상선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이현곤, 안방마님 김상훈, 작년에 뜻하지 않게(?) 기량이 급성장한 차일목도 떠오른다.

 그리고 부상과 관계된 선수들로는, 오랜 기간 동안 계속 거듭된 고된 재활 훈련을 이겨내고 복귀한지 올해 3년차(맞나?) 이대진, 병살을 많이 쳐서 팬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한 홍세환, 한 때 KIA의 원투 펀치였던 강철민도 떠오른다. (언제 복귀할런지는 잘 모르겠다.)

 음. 지역주의 그런 것 안좋아하지만, 야구에서 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어쩌면 나는 KIA 팬이 된게 아니라, KIA 팬으로 태어났다고 해야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이건 다른 지역 팀의 팬들도 마찬가지일 터인데, 아마 부산 지역 사람들 또한 롯데의 팬이 된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롯데의 팬이 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KIA팬으로써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과거 해태시절에는 항상 우승후보였는데, 최근에는 가을 잔치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한다. KIA 팬으로써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올해 어떤 해설자는 KIA가 8개구단 가운데 2약에 해당된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올 시즌을 위해 투수 용병 2명을 영입한 것 외에 뚜렷한 전력보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서는 최희섭과 서재응의 부활과 어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기다리는 것 밖에 전력 상승 요인이 없다. 한편으로는 작년과 비교해서 뚜렷한 전력 이탈이 없다는 것은 살짝 위안이 되기도 한다.

 최근 약 3년 동안 야구중계를 원없이 봤던 것 같다. 특히 작년에는 전경기 출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정도로 야구 시청을 했던 것 같다. 야구를 못 볼 때는 친구한테 야구 실황을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음. 그 친구와는 상부상조하는 사이라서, 그 친구가 야구를 못 볼 경우에는 내가 알려주기도 한다.) 작년에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거의 모든 경기를 중계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끔 인기 없는 팀의 경기는 중계를 안하기도해서 전경기는 아니다.) 그리고 딱히 할일이 없었고, - 사실 없었던 것은 아니다. - 할 일이 있더라도 야구 생각에 할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야구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TV를 켜서 중계를 보거나, 네이버에서 중계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음. 지는 경기가 너무 많아서, 야구를 보면 볼 수록 짜증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야구의 인력(引力)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른바 야구 인력의 법칙이라고 해야겠다. 덕분에 야구 지식은 부끄럽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낫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자랑할 게 없어서) 음. 어쨌든 올해는 아마 작년처럼 야구를 보기가 힘들 것 같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걸로 만족해야지. 아쉽지만.

 며칠 뒤면 잠실 구장에서 개막전이 열린다. 작년 순위가 최종 결정되자마자, 계산(?)을 해보니, KIA와 두산의 경기가 잠실에서 있어서 엄청 반가웠었다. 올해부터는 서울에서 지내게 되어서, 서울 올라가면 꼭 개막전 보러 가야지 하고 다짐 했었는데(음. 그리고 또 한가지 서울가면 꼬옥 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그것은 TV, 책을 말하다 방청하는 것이었다. 올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 누군가의 압력 때문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 우습게도 신년특집을 끝으로 폐지되었다.) 결국 둘 다 물건나 갔다. 야구 개막식날 팔자에도 없는 산행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쉽다. 음. 그나저나 앞으로는 꼭 4강 들어서 광주에서 개막전을 했으면 좋겠다.

 음. 여기까지가 야구 개막전에 못가게 되서 아쉬움에 써내려간 변이다. 야구 감상은 다음 기회에.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3. 25. 22:21

 오늘 아침에 음악을 들으며 쓴 글이다.

 

 엠피쓰리플레이어에서 클래식이 나온다. 랜덤 듣기로 설정했는데, 이번 순서는 클래식이다. 클래식을 들으며 학교에 가고 있으니 뭔가 새롭다. 귓가에 들리는 음악과 함께 모든 소리들이 함께 합주가 된다. 지하철 소리, 똑깍거리는 구둣소리, 신문 펼치는, 그리고 신문 넘기는 소리다.

 

 클래식을 들으며 사람들을 바라보니, 사람들이 조금 평화롭게 보인다. 음악이 잠시나마 귀와 세상을 단절시키니, 내 사고도 약간은 잠시나마 단절된 느낌이다. 그리고 왠지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착각도 들게 한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무언극의 무대인 것 같다.

 

 지금 듣고 있는 곡은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나오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이다.

 

 그리고 노라존스의 Don't know why로 곡이 넘어갔다. 노라존스의 목소리는 이상한 마력을 지닌 것 같다. 비록 아는 노래도 별로 없지만. 어쨌든 나만의 느낌이지만, 뭔가 몽환적? 아니면 뭔가 표현은 잘 못하지만, 잠들기전 의식이 조금 남아있을 때, 사고활동이 정지될 때 즈음의 기분이다. 음. 몽롱하다고나 해야할까? 어쨌든 노라존스의 노래를 들을 때면 왠지 잠을 자야 할 것 같은 느낌이다.

 

 노라존스의 노래가 끝나고 휘성 1집에 수록된 magic eye가 흘러나온다. 휘성 1집은 CD를 사서, CD가 닳지는 않지만, 닳을 정도로 들었는데, 아마도 그 때가 고 2, 고 3때였다. 이제 도착했다. 지하철에서 내릴 시간이다. 으. 날씨 춥다. 이제 슈베르트 현악4중주인 것 같은데, 무슨 곡인지는 모르겠다.

 

 

 아침에 음악을 들으며, 핸드폰 메모장에 쓴 글이다. 사람이 많아서 책 읽을 틈도 없을 땐 음악을 듣는다. 보통 굿모닝 팝스를 들으며 가는데, 오늘 아침에는 당최 굿모닝 팝스 책을 어디에 놓았는지 보이질 않았다. 그래서 그냥 노래나 듣자 하고 - 날씨도 추우니 - 귀마개겸 헤드폰을 쓰고 음악을 들으며 가자는 심산이었다. 어쨌든, 조금 특별한(?) 아침에 특별한 메모다. 그나저나 굿모닝 팝스 책을 기숙사 돌아와서도 못찾았었는데, 침대와 벽 틈새에 먼지와 함께 고이 이틀정도 묵혀있었다. 음. 일단 찾아서 다행이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3. 24. 01:15

 오늘 학교에서 진중권 교수님 강연회를 했다. 주제는 디지털 시대의 문화였다. 열심히 강의 필기를 해가면서 들었다. 유익했던 강의였다. 강의 요약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야하는데, 오늘은 졸려서, 못하겠다. 그래서 일단 교수님을 만났던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티비에서만 보던 진중권 교수님을 실제로 보니깐 새로웠다. 그렇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목소리도  귀에 익고, 방송에서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아서 마치 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막힘없이 말을 하시고, 학생들의 질문에도 곧 바로 대답을 하시는 달변가이신 것 같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안좋아 할 수도 있는데, 음 나는 그 분을 좋아한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강연을 마치고 대단한 만족감을 갖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 역을 가는 길에, 뭔가가 아쉬웠다. 역시 막혀있는 공간에서는 생각도 제한되는 것 같다. 길을 걸으며, 생각하는데, 뭔가 강의에서 본질적인 질문을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러면서 그냥 아쉬운 마음을 갖고 걷는 길에, 학교 후문의 서점을 발견했다. 서점가서 이런 저럭 책을 스치며 보니, 아쉬운 마음은 조금 풀렸다. 여러 책들을 스치며 보는 중에 진중권 교수님이 얼마 전에 출판한 이매진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나중에 읽어야하고, 그냥 훑어보고, 서점에서 나왔다.

 

 서점을 나와서, 가는 길에 진중권 교수님 일행을 마주쳤다. 근처의 호프집에에 들어갔는데, 진보신당 당원과 학교 교지편집위원회의 조촐한 뒤풀이 같았다. 뭔가 그냥 가기 아쉬워서, 사인을 받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예전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짓을 저질렀다. 서점에가서 이매진을 구입하고, 사인을 받으러 조금 뒤 늦게 따라 들어갔다. 사인을 받고나서 가려는데, 진중권 교수님께서 시간있으면, 조금 있다 가는게 어떻겠느냐는 말씀에, 사실 0.000001초만 고민하다가 바로 진중권 교수님 옆자리에 앉았다. 뭔가 꼽사리라고 해야하나, 주최 측의 모임에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된 것 같아서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사실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이런 저런 얘기는 많이 못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재밌었고, 진중권 교수님 옆에서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티비 토론회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토론회의 특성상, 조금 날카로운 모습만 보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예의바르시고, 상대를 배려하고, 음. 이런걸 젠틀이라고 해야하나. 젠틀 앞에 수식어를 하나 붙이자면, 뭔가 자유로운 젠틀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에 악수를 하고 진중권 교수님은 먼저 들어가셨다. 그리고 나도 지하철 시간도 있고, 기숙사까지 들어가려면 너무 늦으면 안되니까, 적당한 시간에 먼저 일어났다.

 

 오늘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진중권 교수님의 책을 탐독해야겠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재발견이다. 사실 예전이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무슨 일로, 내가 이런 일을 했는지. 한편으로는 가상하기도 하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나저나 내일 1교수 수업이라서 빨리 자려고 했는데, 일단 기숙사에 늦게 들어와서, 씻고 나니 12시가 넘었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네이트온에서 수다를 떨면서 벌써 1시가 넘었다. 오늘 강연도 정리 못했는데, 이것은 아마도 내일 혹은 주말로 미뤄질 듯 싶다. 흑. 빨리 자야겠다.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엔 지하철을 타고 파김치가 되서 학교에 도착하곤 하는데. 조금 더 일찍 출발해야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3. 22. 22:09

 어제 난생 처음, 극장에 혼자 갔다. 음.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아마도 2007년 <화려한 휴가>를 본 후에 처음 간 것 같다. 원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에 취미는 없는데, 요즘 부쩍 영화가 땡겼다. 이번 주 내내 벼르고 있었는데 못가다가, 여유로운 그리고 약간은 따스한 토요일 오후에 시간이 남아, 신촌에서 독서 모임을 마친 후에 극장을 갔다. 극장에 온 대부분은 모처럼 따뜻한 토요일을 즐기기 위한 연인들이었다.

 

 영화를 보려고 약 한시간 넘게 기다린 것 같다.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얼마 전에 완독 했던 앙드레 고르의 를 다시 읽었다. 절반 정도 읽으니, 영화 시간에 다다랐다. 어제 봤던 영화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이다.

 

 빈민가에서 자란 자말(주인공)이 퀴즈쇼에서 엄청난 상금을 탄다는 내용이다. 음. 퀴즈쇼에 나간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볼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쨌든 퀴즈쇼에 나가서 문제를 푸는데,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빈민가 출신의 자말이 문제를 척척 맞추는데, 결국 마지막 문제를 남겨두고 생방송 퀴즈쇼의 묘미로 인해 다음 날 다시 출연하게 된다. 하지만 퀴즈쇼를 마치고 사기죄(추정)로 인해 체포된다. 체포되고나서, 공범자가 있는지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진술한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의 어두웠던 사건들이 퀴즈쇼 문제의 정답과 얽히면서 우여곡절 끝에 문제를 맞춰나간 이야기를 한다. 형사는 그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믿고 풀어주고, 자말은 다시 퀴즈쇼에 나가 마지막 한 문제를 맞춰 밀리어네어가 된다. 그리고 TV로 자신을 지켜본 라티카를 만나고 끝난다. 음. 마지막 엔딩은 조금 촌스러웠다. 영화를 보다가 몇몇 부분은 개연성이 없는 부분이 있었고, 약간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소재가 참신하고, 접하기 어려운 인도 영화를 보게 되어서 좋았다. 음.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접했는데, 좋은 영화를 발견해서, 즐거운 토요일 오후를 보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가지 생각한 게 있었다. 37쪽에는 "글쓰는 사람의 첫째 목적은 그가 쓰는 글의 내용이 아닙니다. 그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쓴다는 행위입니다." 라는 내용이 있다. 를 읽은 직 후 영화를 봤던 터라,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영화를 보는 것에 취미가 없어서 많은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끔씩, 영화를 미치도록 보고 싶은 때가 있다. 딱히 어떤 영화를 꼭 찝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가 그리워 질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것 보다는, 그냥 영화를 봤다는 자체로 만족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떤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는 누구와 봤고, 그날 영화를 보고나서 무엇을 했고, 영화를 보기전에는 무엇을 했는지가 더 머릿속에 남아 있곤 하다. 그래서 영화는 나에게 기억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화 <왕의 남자>는 친구가 군대를 가기 며 칠전에 만나서 밥 먹고나서, 영화 보고, 당구장에 갔던 기억이 하나의 영화이다.

 

 음. 그리고 이건 잡소리지만 영화 말고도, 어떤 날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이야기를 못하는 경우에는 이런 저런 글을 쓰곤 한다. 그런 날이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하면 3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주제도 없고 그리 대단한 글도 아니지만, 글을 쓰고 나면 뭔가 후련해지기도 하고, 나중에 보면 챙피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그냥 글을 쓰고 있다는 -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는 - 사실 자체로 만족을 얻곤 한다. 그렇게 키보드를 두드린 결과물이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은, 음. 사실 짧게 쓰려고 시작한 글이 너무 길어진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생각한 것은, 영화를 혼자 본다는 것이다. 지금 까지 극장에 혼자가서 영화를 본 적은 없었는데, 혼자 다녀오니까 왜 이렇게 편한지. 뭔가 혼자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고,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음. 영화를 같이 볼 여자친구는 없구나. 어쨌든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즐기고 오니 좋았다. 가끔 여러명이 영화를 보러 갈 때 - 특히  어떤 영화를 보러 갈지를 정하지 않았을 때 - 는 한참을 고민하곤 한다. 대부분 즐겁게 보긴 하지만, 가끔 나의 주장이 강해서 영화를 보게 될 때 - 그런 경우는 많지 않지만 - 그 영화가 한숨만 나오게 하는 영화였다면, 등에서 미안한 땀(?)이 나오게 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의견으로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 또한 한숨이 나오는 영화라면. 음. 어쨌든 그래서 영화를 혼자 보는게 좋다. 그리고 또한 어떤 사람을 꾀어서(?) 영화를 보게 되면 - 이런 경우는 별로 없지만, 사실 내가 꾀임을 당한 적이 더 많다 - 상대방의 시간을 빼앗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미안해진다. 영화 러닝 타임이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은 족히 되니까. 어쨌든, 딱 한번 영화를 혼자 봤을 뿐인데, 영화 혼자보기 예찬론자가 되어버렸다.

 음. 하지만 봄바람 살랑살랑 부는 이 때, 여자친구와 같이 영화를 보는 날이 머지 않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3. 15. 23:08

 오늘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대청소를 했다. 룸메이트가 없는 틈을 타서(?) 청소를 감행했다. 룸메이트가 있을 때 청소를 하면, 먼지가 많이 일고, 시끌벅적해져서 미안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는데, 뭔가를 해야겠고, 하다가 걸레를 들고,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솔직히 방이 큰 것도 아니고 해서, 뭔가 대청소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일단 먼저 청소보다는 빨래를 했다. 빨래를 다하고 나서, 빨래를 널고, 이불을 털고, 매트리스의 안쪽과 바깥쪽에 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책상에 이것저것 어질러 놓았던 것들도 정리했다. 아참. 그리고 욕실이 환기가 안되기 때문에 곰팡이가 끼어있는데 - 완벽하게 깨끗하게는 아니지만 - 다른 방과 비교했을 때 깨끗할 정도로 정리했다. 사람은 비교를 통해서 만족을 얻는 동물이니까. 그리고 마무리는 빗자루로 먼지를 쓸고, 마무리로는 걸레로 구석구석 닦았다. 음. 최소한 내가 쓰는 영역(?)은 깨끗하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엔 진짜 마무리로 잠시 동안 창문을 열어놓고, 차가운 공기로 환기를 시키는 시간에, 친구 방에 잠시 놀러갔다.

 

 청소를 하는 가운데, 뭔가 나에게 반복되는 패턴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뭔가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될 때에는, 그리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에는 청소를 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자격증 시험을 보기 전 날 이라던가, 집을 떠나 어디에 며칠 동안 가야한다거나, 혹은 며칠 동안 붙잡고 있던 일을 마친 후라거나, 했을 때는 항상 청소를 했던 것 같다. 그래야 뭔가 심적으로 안정이 되고, 뭔가 만족감이 든다. 그래서 음. 앞으로 이런 행위를 청소의식이라고 부르기로 스스로 정했다. 뭔가 단순히 청소라는 단어에서, 적어도 나에게는, 의식(儀式)으로까지 발전했다.

 

 음. 의식이라고 까지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어쨌든 삶을 살아가면서 - 어쩔땐 살아가는 것 보다 살아지는 경우도 많지만 - 뭔가 내 의식(意識)에서 조금이라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오늘 문득 떠올랐다.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