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5. 17. 01:44

 작년에 선물 받은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읽은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한 박자 늦은 리뷰이다. 시험기간 동안 이 책을 들고 다녔더랬다. 그냥 지하철에서 통학할 때 읽으려고. 음. 그리고 이 책을 굳이 들고다닌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시험기간 동안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을 가지고 다니면 왠지 여유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낱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 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뒤에서는 공부를 죽어라 하는;; 솔직히 죽어라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예전보다는 열심히 하기는 했다. 이 책을 들고다니면서 "나는 시험기간에도 이런 책을 읽고 있어."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때 스스로 생각했던 것이, 책의 장식효과이다. 들고 다니는 책에 따라 어떤 사람인지 파악 할 수 있는. 혹은 자신을 나타내기도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이 책은 일단 삶과 관련된 여러가지 주제와 그 주제에 맞는 여러 유명한 사람들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철학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크게 실망할 여지가 있다. 사실 나도 당황했으니까. 그저 여러 유명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만 생각이 되기때문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이 글들에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글들이 좋긴 한데, 문장들을 보고나서 뭔가 뭔가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뭔가 엄청 메말라 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모든 글들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좋은 글들도 충분히 많이 있었다.
 
 그리고 한 책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 다 읽고 나면 뭐가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다. 독자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은 편저자의 생각은 십분 이해하지만, 나같은 독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편저자의 각 글에 대한 해설도 재미가 없었다. 너무 뻔한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가슴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다.
 
 사실, 선물 받은 책이라서 리뷰를 이렇게 쓰는게 예의에 어긋나는 아닌가 싶고, 대부분 이 책에 대한 호평들밖에 없는데, 유독 나만 혹평이다. 그래도 나같은 사람도 있는 게 세상이니깐.
 
70쪽 깨끗하고 상쾌한 마음속에서 지혜가 샘솟으며 이런 지혜가 진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리는 결코 격언 상자 안에서만 존재하는 죽은 이념이 아니다. 깨끗한 마음에서 솟아난 진리는 자유이며 힘이다. - 빈부차이,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인도
 
91쪽 열정은 주변 사람도 자극한다. 그러므로 열정적인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된다. - 생명의 열정, 나폴레옹 힐(Napoleon Hill), 미국
 
124쪽 운명은 우리의 열정과 편견까지도 지배한다. 우리는 사람의 재능과 능력이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허영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적으로 허영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 조차도 어쩌면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운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 운명, 볼테르(Voltaire), 프랑스
 
254쪽 우정은 한 권의 책이다. 끝까지 다 읽어야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269~270쪽 사람마다  뼛속 깊이 새겨진 인성은 별 차이 없이 비슷비슷하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착하지도 더 악하지도 않다. 만약 내가 내 생각과 행동, 이념들을 모두 기록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모두 나를 몹쓸 마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서로 다른 사람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지자.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엄격해지자. - 입장바꿔 생각하다,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영국
 
392쪽 여든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늘의 축복이다. 80년이란 세월이 무척 길게 느껴지지만 10년씩 나누어 생각해 보면 겨우 여덟번이다. 10년 세월은 번개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 80년도 여덟 번의 번개에 불과하다. 결코 많은 날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을 사랑하고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 이렇게 살아야 죽기 전에 만족하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우다, 이판(依凡), 중국

철학의 즐거움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왕징 (베이직북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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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5. 13. 13:29

 

 

매월 7일은 좋은 책을 펼치는 날.

북마스터데이.

BOOKMASTER DAY.

 

5월 7일. 북마스터 체험 행사.

 

 

 5월 6일에 예비군 훈련을 받았더랬다. 예비군 훈련의 여파로, 음. 엄밀히 말하자만 예비군 훈련의 여파는 아니었고- 농담의 리뷰에도 썼지만-그 전날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새벽 3시까지 읽은 여파로 인해, 예비군 훈련전 날 잠을 자지 못했고, 훈련 다음 날의 아침 수업으로 인해, 수면 보충을 제대로 못했다. 결국 초췌한 몰골로, 북마스터 체험을 했더랬다. 그렇지 않아도 내 몰골은 초췌하긴 하지만.

 

 어쨌든, 북마스터 체험 행사는 1시부터 시작이었는데, 수업이 1시 반에 끝난 관계로, 수업을 마친 후, 친구와 빵쪼가리를 조금 먹고 바로 내가 평소에 사모하는 서점(?) 광화문 교보문고 북마스터 체험 행사장으로 갔다. 수업에 관해서 참고로, 원래 이 수업은 출석 잘 부르지 않는 수업이라서 그냥 수업 듣지 말고 갈까했지만, 왠지 불안해서, 수업을 듣고 가기로 결심했는데, 마침 출석을 불러서, 가슴을 쓸어내렸더랬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출발 후 약 30분정도 후에 도착했다. 나는 조금 늦어서, 이미 많은 순서가 진행되었고, 마침 내가 도착 했을 때는 자신이 추천하는 책과 그 책에 대한 소개 카드를 만들고 있는 순서였다. 다른 분들은 이미 마무리 단계였을때,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 했던 책인 기쁨의 천마일을 추천했다. 사실 책을 읽은 내용이 잘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 인쇄했던, 3년 묵은 리뷰를 바탕으로 책 소개를 썼다.

 

100만원을 가지고 1년간 아프리카에서 살아보겠다는 다부진(!) 꿈을 가지고 아프리카로 간 청년 박문수. 처음 기약한 1년이 그의 평생을 바꾸었다. 아프리카가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무엇이 박문수를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아프리카에 있어도 아프리카가 그리운 청년 박문수의 기쁨의 천마일! I wish you have a good trip!

 

 혹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시면 눈여겨 봐주세요.^^ 많이 팔려야 할텐데. 흠.

 

 책 소개를 마친 후, CS 교육을 받았다. 인사하는 법, 명함 건내는 법, 책 건내는 법, 고객 응대하는 법. 바른 자세 등등.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었다. 교육 중에 북마스터 체험하러 오신 분과 짝을 이루어,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내고, 받고, 짧게 역할을 나누어서, 실전을 대비(?)하기도 했다. 사실 굉장히 쑥스러웠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일한 청일점이 었던 나는 특히. 음. CS 교육을 받으며 교육 내용이 뭔가 사소한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북마스터는 바로 교보문고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뭔가 사소한 배려일 수도, 고객이 전혀 신경쓰지 않는 배려일 수도 있지만, 북마스터분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북마스터라는 직업은 특히 더 직업에 대한 애착이 더 커야 힘든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CS 교육 후. 실제 현장에 투입(?) 되었다. 문학 코너로 갔었는데, 마침 스타 북마스터이자, 얼짱 북마스터인 신길례 북마스터님과 함께하게 되었다. 예전에 느낌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에 출연하셨고, 그 외 다른 방송에도 다수 출연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에 북마스터라는 직업이 궁금해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는데, 마침 기사에 신길례 북마스터님이 인터뷰했던 기사를 유심히 읽은 적이 있었는데, 마침 운이 좋게 신길례 북마스터님과 함께하게 되었다. 첫 시간은 교보문고 문학 코너에 대한 소개를 하셨다. 사실 며칠 전에 교보문고 매장에 갔었던 터라, 눈에 많이 익었었다. 그리고 나서 북마스터님께서 미리 정하신 책을 찾아오는 순서를 가졌는데, 빠른 시간에 찾아와서 칭찬을 받았다. 짝을 이룬 분께서는 나보다 더 빠른 시간에 찾았다. 책 찾기 순서를 마치고, 실제로 고객 응대를 했는데, 나는 멀뚱멀뚱히 서있기만 했었다. 다른 북마스터 체험하러 오신 분은, 실제로 고객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고, 고객 응대를 했지만. 나는 시간 관계상.

 

 모든 순서를 마치고, 북마스터 임명장과, 명예 자격증을 받고, 책도장-예전부터 갖고 싶었었는데-도 받고, 문화상품권도 받았다. 뭔가 뿌듯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상 비스무리한 것을 언제 받아봤더라. 기억이 가물가물. 기념 사진도 찰칵. 광화문 교보문고 점장님도 함께하셔서, 청이점이 되었다. 나는 꿋꿋이 V자를. 신길례 북마스터님께서, 나에게 사진 촬영이 끝날 때까지 꿋꿋이 V자를 계속 하고 있었다고, 말씀하시고 웃음을 지으셨다.

 

 웃음 속에서 북마스터 체험을 마무리하고, 점장님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다.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설문조사도 하고, 뭔가 제언할 점. 그리고 기억나는게 우리나라의 책 값, 그리고 은퇴 후 읽을 책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나도 나만의 책 컬렉션을 만들어 봐야겠다. 진짜로 모든 순서를 마치고, 모두 각자의 갈 길을 갔다. 사실 이름도 모르고-나의 까마귀 기억력 때문에- 나중에 언제 볼지도 모르지만, 소중한 인연 인 것 같다. 인연이라면 언젠가 한번 쯤은 다시 교보문고에서 스쳐 지나가며 볼 수도 있겠지. 나는 다시 교보문고로 돌아가, 내가 추천한 책인 기쁨의 천마일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어갔다. 뭔가 뿌듯하다. 혹시 내가 소개한 글로 인해 이 책을 사려는 사람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즐거운 하루였다. 평소에 동경하던 직업이었는데, 직접 체험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되어서. 그리고 연애시대의 감우성의 직업이었던. 아참 참고로, 연애시대 촬영은 강남 교보에서 했다고 한다. 어쨌든 선망하던 일일 북마스터 체험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면 아는 사람이 생기고 - 그날 만났던 북마스터님들- 단 하루였지만, 교보문고 북마스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좋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5. 10. 23:2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의 제목은 한번 쯤 들어보셨으리라. 너무 유명하고, 이 제목을 패러디한 다른 제목도 많은 것 같다. 음. 그리고 영화화도 되었다고 한다.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쓴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이 최근에 읽은 농담이다. 어느 날 부터 였나, 도서관을 거니는데, 계속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 애써(?) 외면을 했었는데, 그냥 뭐랄까, 왠지 나에게 읽히기를 원했던 책이라 생각해서, 시험 끝나기 하루 전에 빌려서 읽게 되었다. 시험 기간동안에는 두꺼운 전공 서적만 보다가, 민음사의 아담한 책을 보니 뭔가 끌렸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처음 읽는 체코 출신 작가의 책. 뭔가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문학적 향취. 어쨌든, 내가 아는 작가의 이름 중에서 가장 멋진 것 같다. 참고로 폴 오스터도 내가 좋아하는 이름 중의 하나이다. 음. 어쨌든, 요즘 이 책을 자주 들고 다녔었는데, 기숙사 후배가 이 책을 보더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예전에 읽었었는데, 어려웠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던 참이었는데, 사실 나도 집중이 잘 안되고, 뭔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일단 그 이유로, 글씨가 작아서(?). 음. 그리고, 이 책의 스타일을 파악하지 못했었는데, 책에 너무 많은 ""가 나와서 헷갈렸다. (책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아마 이 책에서 나온 1인칭 화자가 4명 이었던 것 같다. 한 장에 한명씩 화자가 바뀌었다. 마지막 장에는 3명의 화자가 한꺼번에 나와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해보니, 보통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의 정신 세계를 투영된 인물이라고 하는데, 한 소설에 4명의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서술한 작가의 능수능란함이랄까. 이런게 돋보였다.

 

 이 책에는 일단 4명의 화자가 나오지만, 모든 이야기에 동시에 등장하는 사람은 루드빅뿐이다. 루드빅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정치적인 내용과 사랑, 복수의 내용이 잘 버물려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실패한 복수이지만. 주인공 루드빅의 대학 시절, 그가 좋아했던 여자 동지(마르케타)에게 쓴 엽서의 내용이 공산주의자의 입장에서 용납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는데, 이 엽서의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재판에 회부되고, 이것은 단순히 자신의 농담이었다고 변호하지만, 공산당에서 쫓겨나게 된다. 결국엔 정치범으로 강제로 탄광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첫눈에 반한 루치에를 만나게 된다. <100쪽 첫눈에 반한다는 말들을 잘 한다. 나는 사랑이 자기 자신의 전설을 만들어낸다거나 그 시작을 나중에 신비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 그것이 그렇게 돌연히 불붙은 사랑이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분명 어떤 예시 같은 것이 있었다.> 루치에를 만나 순수한 사랑을 이어가던 중, 결국 어느 순간 그의 남성이 꿈틀거려, 결국 그녀와의 하룻밤을 묵고자 했으나, 루치에의 완강한 거부로 결국 둘은 헤어지고, 루치에는 그 곳을 떠난다. 루드빅은 후회한다. 그녀를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운명의 장난인지는 몰라도, 루치에는 루드빅의 고향이었던 곳으로 가게된다. 그곳에서 루치에 코스트카를 만나 자신의 과거(성폭행을 상습적으로 당했던)를 이야기했고, 코스트카에게 마음을 연다. 결국 자신의 과거 때문에, 즉 처녀성이 없다는, 루드빅을 거부했었는데, 코스트카를 만나 루치에는 변화되었고, 코스트카와 잠을 자게 된다. 나중에 루드빅은 코스트카와의 만남에서 그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자신이 루치에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루치에의 마음을 열게 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서 후회를 하게 된다.

 

 또 다른 이야기는 복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루드빅은 자신의 정치 재판 때, 자신의 편이 되어줄 지 알았던 제마넥으로부터 배신을 당한다. 복수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어느 날 루드빅의 부인이었던 헬레나를 만나게 되는데, 루드빅은 그녀가 제마넥의 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은근하게 헬레나를 유혹한다. 유혹에 성공하고 헬레나와 잠을 자게 된다. 헬레나는 루드빅을 진심으로 사랑했었고, 루드빅은 헬레나를 복수의 도구로만 사용했었다. 제마넥이 사랑하는 헬레나의 육체를 경험함으로써, 그에게 복수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헬레나와 제마넥은 법적으로만 부부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을 뿐, 제마넥은 젊은 여학생과 사귀고 있었다. 루드빅이 볼 때에도 매혹적인. 어쨌든 자신의 복수가 실패했음을 알고, 헬레나를 떼어놓으려고 하지만, 헬레나는 루드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396쪽 내가 제마넥 앞으로 나아가 그의 따귀를 때렸어야 했던 것은 바로 그때, 대학 강당에서, 제마넥이 『교수대 아래에서 쓴 르포』를 낭독하고 있었을 때, 바로 그때였고 오로지 그때뿐이었다.> 결국 루드빅은 차갑게 돌아섰고, 헬레나는 자실을 기도하게 된다. 입에 진통제를 털어 넣었지만, 그것은 진통제 통에 들어있던 변비약이었다. 결국 그 변비약이 헬레나를 구했고, 급히 헬레나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루드빅과 화장실에서 창피한 모습으로 재회한다. 소설 속 인물인 헬레나는 창피했겠지만, 책을 읽는 나는 뭔가 "풉"하는 웃음이 세어나왔고, 이거 뭔가 시트콤 같은 상황인데? 하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밀란 쿤데라식의 유머인지는 몰라도, 뭔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마 소설을 읽는 묘미가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소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읽다 보니 어느새 술술 읽게 되었고, 예비군 훈련 가기 전날, 새벽 3시까지 이 책을 완독했다. 사실 5월 5일 어린이 날때 잠을 너무 많이 자서 그랬는지, 잠을 쉬이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끝까지 읽어보자." 하고, 새벽까지 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결국 이 책 덕분에, 3시에 잠들어, 5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여섯시 반 경에 학교로 갔다. 음. 이 여파가 훈련때는 없었는데, 다음 날 수업시간에 나타나, 결국 수업시간 내내 졸았던.

 

 농담. 결국 사소한 농담이었지만, 농담이 루드빅의 인생의 행로를 결정, 아니 바꿔버렸다. 이 책을 읽으니, 예전에 보았던 영화 에쉬튼 커쳐 주연의 나비효과가 생각났다. 결국 인생을 바꾸는 것은 사소한 것 때문이다. 혹시 내가 하는 사소한 행동이, 앞으로 짧게는 며칠 후, 길게는 몇 십년 후의 인생이 결정된다하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지만 결국 그것 또한 남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결국 자기탓이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같은 소설을 읽은 후의 나의 농담같은 리뷰.

 
73쪽 서로가 다 초면이고 익명인 불투명함 속에서 타인들에게서 거칠고 낯설기만 한 모든 것이 가차없이 발산된다. 우리를 묶어주는 단 하나의 유일한 인간적 연결 고리란, 짤막하게 서로 무어라 추측이나 해보고 있던 불투명한 미래뿐이었다.
  
 
77쪽 이 이미지(아무리 나와 비슷하지 않다 해도)는 나 자신보다 비교할 수도 없이 더 실제적이며, 그것은 결코 나의 그림자가 아니라, 나, 바로 나 자신이 내 이미지의 그림자였다. 왜 나를 닮지 않았냐고 그 이미지를 탓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며, 이미지와 다른 것은 내 잘못이었다. 그리고 이 다름은 바로 나의 십자가, 그 누구에게 떠넘길 수도 없고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으로 선고받은 십자가였던 것이다.

 

259쪽 여자의 생각을 다루는 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나름의 규칙이 있는 법이다. 이성으로 여자를 설득하려 하거나, 아주 합리적은 근거를 들어 여자의 의견을 반박한다거나 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여자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이미지(원칙이나 이상, 신념 같은 것)를 파악하고, 우리가 바라는 그녀의 행동과 그 이미지가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궤변을 동원하여)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391~392쪽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인생 전체가 훨씬 더 광대하고 전적으로 철회 불가능한 농담(나를 넘어서는)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상, 나 자신의 농담을 완전히 무화시켜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398~399쪽 그렇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 사물, 행위, 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질 것이다.

농담(세계문학전집 29)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밀란 쿤데라 (민음사, 199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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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