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해당되는 글 60건

  1. 2009.09.04 양을 쫓는 모험
  2. 2009.08.23 나의 영어회화 측정기
  3. 2009.08.08 젊음의 탄생
  4. 2009.07.24 야구인의 필독서
  5. 2009.07.16 이슬람 금융이 뜬다!
  6. 2009.06.05 위기 이후 세계
  7. 2009.05.24 잃어버린 헌법의 변론
  8. 2009.05.17 철학의 즐거움
  9. 2009.05.10 농담의 나비효과
  10. 2009.05.03 연어와 연아
2009. 9. 4. 18:20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여름에 읽어야 제맛(?) 이라며 이 책 읽기를 여름이 되기까지 주저해왔다. 결국 무더운 7월달에 이 책을 집어 들어 읽었다. 그리고 리뷰를 쓰려고 하는 지금은 9월 초.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때의 느낌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앞으로는 조금 더 부지런해져야 겠다. 음. 하지만 지금 리뷰가 밀린 책이 벌써 몇권이더라;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질리지가 않는다. 벌써 이 책이 4번째다. 한 작가의 책을 이렇게 많이 읽은 적은 처음 인 것 같다. 대부분 3권정도에서 그치는데 반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은 질리지가 않는다. 읽는 책마다 느낌이 다 다른 것 같다. 어떻게 한사람의 머리에서 이런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오는지 궁금해진다. 이야기 보따리가 정말 있다면, 그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머리에는 무한대로 있는 것 같다.
 
 음. 이 책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왠지 차분한 추리소설이라고나 해야할까. 차분한 이라는 단어와 추리소설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는 않지만. 어쨌든 양을 쫓아야 하는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아마 이것때분에 차분한 추리소설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의 모티브는 아마도 283~289쪽의
 
"양이 사람의 몸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중국 북부, 몽고 지역에서는 그다지 드문 일은 아니라네. 그 사람들 사이에서는 양이 체네에 들어온 다는 것은 신의 은총이라고 여겨지고 있지. 예를 들어서 원(元) 나라 시대의 어떤 책에는 징기즈칸의 체내에는 '별을 짊어진 백양' 이 들어가 있었다고 씌여져 있지. 어때, 재미있지?"
 "재미있습니다."
 "사람의 체내에 들어갈 수 있는 양은 영원히 죽지 않는다고 여겨지고 있다네. 그리고 양을 체내에 가지고 있는 사람 역시 영원히 죽지않는다는 거야. 그러나 양이 달아나 버리면, 그 불사성(不死性)도 상실되는 거지. 모든 것은 양에 달린 거네. 양은 마음에 들면 몇십년 이라도 같은 데에 있고, 마땅찮으면 홱 나가 버리지. 양이 달아나버린 사람들은 보통 '양이 빠져 나간 사람' 이라 불리는 데 즉 나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거네."
 
인 것 같다. 정말로 이런 이야기가 있는지 인터넷 검색을 이용해서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실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보통 양은 순한 느낌인데, 이 책에서 나오는 양은 뭔가 다른 느낌이다. 신비한, 범접할 수 없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꼭 양(羊)일 필요는 없을텐데. 아마 위의 설화가 양이 아니라 개(犬)였다면, 개를 쫓는 모험이었을려나;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전하고 싶어했던 메시지는 학생운동에 빠졌던 자신의 과거를 청산이라고 한다. 사실 이것은 해설을 통해 알게 된 건데, 관념을 의미하는 양을 쫓았지만, 결국 양은 죽고(관념이 무너짐), 다시 현실로 돌아오는 그런 이야기 인 것 같다. 본인이 직접 이런 이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다.
 
 이 책에 있는 해설과 연관지어서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면  자신의 나약함인 것 같다.
 
420쪽 "일반론은 그만두자. 조금 전에도 말했듯이 물론 인간은 누구나 나약해. 그러나 진정한 나약함은 진정한 강인함과 마찬가지로 드문 법이야. 끊임 없이 어둠 속으로 끌려 들어가는 나약함을 자네는 모를걸세. 그리고 그런 것이 실제로 존재하는 거야. 모든 것을 일반론으로 규정 지을 수는 없어."
 
423쪽 "난 나의 나약함이 좋아. 고통이나 쓰라림도 좋고 여름 햇살과 바람 냄새와 매미 소리, 그런것들이 좋아. 무작정 좋은 거야. 자네와 마시는 맥주라든가……"
 
 아마도 뭔가 해설과 연관지어 본다면 자신이 쫓았던 관념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자신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을 느꼈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번에도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 책을 읽는 동안 그의 생각을 담은 독특한 문장들을 읽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아참, 그리고 이 책에는 다른 책과는 다르게 언급된 책이나 작가의 이름이 적은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읽으면 여러 작가와 여러 책들을 언급하는데, 상대적으로 이 책에서는 적었다. 이 책속의 책은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고요한 돈강, 도이치(독일) 이데올로기, 주니타키의 역사이다. 위의 3권의 책은 검색하면 결과가 나오지만, 주니타키의 역사는 검색 결과가 없다. 이 책의 중심 배경이 되는 곳이 주니타키인데, 하루키가 주니타키에 찾아 가면서 읽은 책이다.
 
447쪽 나는 강을 따라서 하구까지 걸어가 마지막으로 남은 50미터 정도 되는 모래사장에 앉아 두 시간 동안 울었다. 난생 처음 그렇게 울어 보았다. 두 시간 동안 울고 나서 겨우 일어설 수가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할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나는 일어서서 바지에 묻은 고운 모래를 털었다.
 날은 완전히 저물었고, 걷기 시작하자 등뒤에서 파도 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문장이다. 왠지 상실의 시대의 마지막 부분과 느낌이 비슷했다. 무언가 깨닳은, 하지만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그런 느낌.
 
 음. 책을 처음 읽을 때는 뭔가 이해가 잘 안되었었는데,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때 그랬던 것 처럼. 이 또한 상실의 시대를 다시 읽었던 것 처럼 나중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양을 쫓는 모험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사상사, 1995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8. 23. 01:26

 이벤트로 받은 책.

 리뷰를 진작에 썼어야 했는데, 한 다섯박자는 느린 리뷰인 것 같다.

 책의 표지를 보면 100% 실제 상황 퀴즈로 당신의 영어회화 지수를 측정해 보세요! 라는 글을 볼 수 있다. 나는 평소에 영어 회화를 못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 계기는 어디에서 들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사람들한테 영어 회화 잘하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못한다고 대답한다고 한다. 반면에 한국에 대해서 아는 미국인에게 한국어 할 수 있냐고 물어볼 때, 한국 단어를 조금만 알아도 한국어 할 수 있다고 대답한다고 하는데. 뭐 이게 진짜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고.

 이 책에는 여러 상황별 아리송한 문제를 4개의 보기로 맞출 수 있도록 해서 더 이해하기 쉽게 한 것 같다. 그런데 틀린 답이 기억나면 어떻하지; 어쨌든, 이해를 쉽게할 수 있도록 노력한 느낌이다. 그리고 각 챕터별로 문제를 풀면 정답개수로 자신의 영어회화 지수를 측정할 수 있게 했다. 하하. 나는 대부분 고득점을 하긴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뭐 자신감이 생기거나 그렇지는 않는다. 이 책이 영어 회화 수준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어쨌든 이게 약간 이 책의 맹점인 것 같긴 하다.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문법, 문화, 유머 부분 인 것 같다. 문법편에서는 평소에 헷갈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문화편에서는 문화도 배우고 영어도 배울 수 있는 일석이조, 유머 또한 마찬가지다. 아참 그리고 CD가 이 책에 수록되어 있어서 듣기편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명연설문들을 다룬게 좋았다. 그런데, 실제 연설을 담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뭐 저작권 문제가 있었겠지만.

 영어회화 레벨 체크하려는 사람에게는 비추. 그냥 슥 한번 읽어보려는 사람에게 추천.

115쪽 요즘 다양한 idioms를 소개하고 있는 책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당연히 영어를 제대로 배우려면 idiom에 관련된 지식도 많이 갖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마디 충고하자면, idioms는 영어를 자연스럽게 speaking하는 것보다 주로 'LISTENING' 할 때 더 필요한 지식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이런 표현들을 접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의미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영어회화 측정기
카테고리 외국어
지은이 CHRIS WOO (젠북, 2009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8. 8. 01:42

 몇 달 전, 내가 다니던 교회에서 이어령 교수님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그 때 강연 내용이 인상적이어서 바로 사긴 샀는데, 읽기 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음. 그런데 그 때 강연에서 들었던 내용의 많은 부분이 이 책에 있는 내용과 일치 했던 느낌이었다. 읽은 것을 딱히 후회하지는 않은데, 즉흥적으로 샀던 것은 조금 후회했다.
 
 이 책은 젊게 살아야할 젊은이들에게 젊게 살기 위한 9가지의 카드를 제시하고 있다. 9개의 카드는 각각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중에서 인상깊었던 카드 중의 하나는 카니자 삼각형이다. 카니자 삼각형은 실제로 존재하는 삼각형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시각속에서만 나타나는 삼각형이다. 이 삼각형은 가상의 삼각형인데, 이 가상의 공간은 창조적 상상력과 지성을 의미한다. 이와 관련한 설명에서 우리 동요 "떴다 떴다 비행기 날아라 날아라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비행기" 가사에서 떴다날아라를 구분하고 있다. 얼핏 생각하면 위의 두 단어는 별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떴다에 비해서 날아라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다. 우리 젊음도 뜨는 것에 그치는게 아니라 높이 높이 날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개미의 동선이다. 개미의 동선을 살펴보면 먹이를 찾아 헤맬 때에는 어지러운 곡선을 그리지만, 먹이를 찾은 뒤에는 곧장 직선으로 집으로 향한다. 그러니까 개미의 동선은 곡선과 직선을 그리는데 곡선은 끝없는 도전을 의미하고 직선은 흔들리지 않는 믿음을 의미한다. 책에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이 부분을 읽을 때 왠지 무하마드 알리가 말한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다가 생각 났다. 뭔가 개미의 동선과 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른 부분도 재밌었지만 이 두 카드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이런 젊게 살기 위한 키워드를 찾는 것 이외에 다른  재미가 있다면 책이 예쁘다는 점과 이런 저런 알면 유식하다는 소리를 들을만한 지식들이 늘어난 다는 점이다. 연필이 왜 육각형인지, 거북선이 만들어지게된 이유라든지 등. 몰라도 사는데 지장이 없지만, 알면 유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긴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전반적으로 이 책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대충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자인 이어령 교수의 호기심이 이러한 책과 통찰력을 낳지 않았나 싶다. 책을 읽다보면 "물음표는 왜 ? 이렇게 생겼을까?" 어렸을 때 호기심을 가졌었다고 했는데, 그냥 보통 우리들은 '그게 뭐가 중요한거야' 하고 넘겨버릴 텐데, 이어령 교수는 달랐던 것 같다. 당시에는 유별난 아이였겠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석학이 되었다.
 
 책을 읽고나서 뭔가 내 성미(?)에 맞지 않은 점을 찾자면, 뭔가 역시 끼워 맞추기 식인 느낌이었다. 보통 자기계발서는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들을 끼워 맞추려는 노력을 많이 하는데, 이 책도 그런 느낌이다. 젊음의 업그레이드를 약속하는 창조지성으로 9개의 카드를 제시했는데, 그것이 9개 뿐이랴. 9개의 카드에 이야기를 맞춘 느낌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억지다라는 이야기는 아닌고, 자기계발서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또 이 책의 주를 이루는 부분도 아니고, 잠깐잠깐 언급된 부분이었지만, 정치적인 부분은 동감을 할 수 없었고 동의를 할 수도 없었다.
 
25쪽 360명이 360도의 다른 방향으로 달리면 360명 모두가 일등이 될 수 있지요. 그것이야말로 '넘버 원'이 아니라 '온리 원' 의 독창성을 확증하는 경주입니다.
 

73쪽 아무리 부지런해도 먹이를 찾을 때에는 홀로 방황할 수밖에 없었던 개미처럼, 혹은 진리를 찾으려고 소요하는 옛날 희랍의 철학도들처럼, 혹은 새벽의 숲속에서 날쌘 사슴을 뒤쫓는 사냥꾼처럼 지금 새벽 같은 대학 캠퍼스의 젊음들은 방황해도 좋다는 겁니다. 괴테도 말했습니다. 노력할수록 방황하게 된다고 말입니다.


93쪽 비범한 것을 평범한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세렌디피티란 존재하지 않지요. 단지 평범한 것도 비범하게 바라볼 줄 아는 마음과 눈을 지닌 사람에게만 우연이나 실수까지도 행운이 되는 세렌디피티의 가능성이 찾아옵니다.

 
260쪽 이제 여러분들이 대학생이 되었다는 것은 곧 '공부'를 할 수 있는 짬leisure - 일생 동안 대학 생활처럼 공부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두 번 다시 없을 겁니다 - 얻었다는 뜻입니다. 그 시간에 열심히 공부study를 하면 여러 가지 공부idea를 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는 겁니다.
 
261쪽 젊은은 새롭게 탄생합니다. 젊음은 대학을 낳고 대학은 시대를 낳습니다. 시대는 다시 대학을 낳고 대학은 다시 젊음을 낳습니다. 둥글게 둥글게 앎은 삶으로 삶은 앎으로 순환합니다.

젊음의 탄생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이어령 (생각의나무, 2009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7. 24. 02:01
 프로야구 전반기 일정이 이제 모두 끝났다. 사실 정확히 전반기는 아니지만. 올스타전이 열리기 전을 전반기라고 한다면 적어도 그렇단 이야기. 유례없이 치열한 4강 아니 5강 싸움에 어느 해보다 야구가 더 재밌어지는 것 같다. 그리고 그 5강 싸움에 KIA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에 더더욱. 올해는 꼭 우승을~
 
 그리고 올 시즌 프로야구의 인기에 편승해 이 책을 읽었다. 지난 4월에 교보문고에 책구경을 하러 갔었는데, 마침 이 책이 생각나서 어떤 내용이 있나 보러 이 책을 찾아 갔다. 책을 보자마자 안 살 수가 없었다. 사실 이 책의 저자인 레너드 코퍼트와 역자인 이종남 기자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가장 신뢰하는 야구 기자인 박동희 기자의 글 때문에 안 살 수 없었다.
 
"자, 야구에 관해 알고 야구를 더 많이 이해하길 원하는가. 그렇다면 주저 없이 『야구란 무엇인가』를 펼치길 권한다. 이 책이 바로 야구의 성인聖人들이 쓴 야구의 성서聖書이기 때문이다."


<야구인의 필독서> 

 이 책의 목차를 보면 야구의 모든 것을 망라 해놓은 느낌이다. 이것들 이외에 더 이상 야구를 언급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리고 야구와 관련된 것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정말 야구 이야기로만 600페이지를 채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이 있다.

 
<다른 책들에 비해 심하게 두껍다>

 먼저 타자의 두려움. 타자의 두려움은 사실 야구 기사나 해설에서는 거의 들은 적이 없는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 사실이 있는데, 그것이 타자의 두려움이다. 시속 150km가 넘는 강속구가 타자의 몸쪽을 향해 온다. 잘못 맞으면 뼈가 부러질 수도 있다. 그리고 맞으면 굉장히 아프다. 그래도 아픈 내색을 하면 안된다. 사실 초창기 야구에서는 공이 별로 단단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베이스러닝을 할 때 아웃카운트를 늘리는 방법 중에 타자를 직접 맞히는 것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점점 공이 단단해지고 타자는 두려움에 맞서 타석에 서고, 베이스 위의 주자를 아웃시키는 방법으로 선수를 맞히는 방법은 사라졌다고 한다. 올시즌 프로야구에서 몸에 공을 가장 많이 맞은 선수는 SK 와이번스의 최정이다. 최정은 몸에 맞는 볼에 대해서 "요즘 같아서는 내가 맞은 공을 집어 나를 맞힌 투수를 향해 전력으로 집어던져 맞히고 싶다. 얼마나 아픈지 똑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 라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사구를 의식하면 몸쪽 공을 칠 수 없다." 며 "아직 몸쪽 공에 두려움이 없다. 내가 만만해서가 아니라 내가 잘치기 때문에 위협구가 많고 사구가 늘어간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109&aid=0002036825&)
 
 그리고 야구 선수들의 외로움. 사실 우리나라 프로야구보다 이동 시간이 길고 야구 팀이 많은 미국에만 해당되는 이야기 인지는 모르지만, 뭔가 새로웠다. 야구는 초저녁에 끝나서 밤 늦게 끝나는 운동이다.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 다른 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과의 경기를 위해 이동을 해야한다. 특히 원정을 떠나는 경우에는 가족과 떨어져 멀리 이동해야 한다. 미국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해야할 정도로 거리가 먼 경우도 많은데, 멀리 이동해 낯선 도시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냄으로 인해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을 했다.
 
 투수의 피칭. 투수가 피칭을 하는 것은 굉장히 부자연 스러운 행동이라고 한다. 사실 사람의 팔은 아래로 축 늘어져 있어야 정상이지만, 야구에서 투수가 피칭을 하는 동작은 분명 중력을 거스르는 동작이다. 그래서 투수는 특히 어깨 부상을 자주 당한다. 이에 반해 언더핸드 투수는 피칭을 할 때 부담이 적다고 한다. 초창기 야구에서는 피칭을 할 때 오버핸드스로는 허용되지 않았고, 오로지 언더핸드스로로만 던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주 경기에 나올 수 있었고, 호스 레드본이라는 선수는 1884년 시즌에 60승 12패를 거뒀다고 한다. 헉.
 
 야구 규칙의 변화. 사실 많은 스포츠 가운데, 규칙이 가장 복잡하고, 심판의 성향에 영향을 받는 것이 야구 인 것 같다. 일단 스트라이크 존은 심판마다 미세하게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트라이크 존도 몇 년전에 비해 좌우폭은 줄어들고 상하폭이 더 늘어났다. 또한 최근 투고타저로 인해 마운드의 높이를 낮춘적도 있다. 음. 올해는 타고투저인데, 내년에도 지속된다면 다시 마운드의 높이를 높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야구는 항상 변화한다. 그리고 야구 규칙의 복잡성인데, 왠만한 야구팬이 아니라면 야구의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야구를 볼 때마다 새롭게 규칙에 대해서 배우는데,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음. 최근에 배운 것은 포스 아웃에 관한 규칙인데, 뭔가 알고 나니 뿌듯하다. 어쨌든 야구는 공부할 게 너무 많은 스포츠이다. 아참. 그리고 초창기 야구의 규칙 변화는 공격과 수비의 균형을 맞추는 변화였다고 한다.
 
 구장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각 팀마다 경기장이 다르기 때문에, 야구장의 특성과 지역의 특성에 따라 기록이 미세하게 변한다고 한다. 음. 구장 이야기가 나왔으니까 말인데, 우리나라도 올림픽 우승국, WBC 준우승에 걸맞는 야구 실력에 맞는 경기장이 하루 빨리 지어졌으면 좋겠다. 되도록이면 각 구장의 개성이 묻어있는. 또 야구장의 특성 중에 인조잔디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인조잔디에 따른 타격, 수비에 대한 내용도 새로웠다. 일단 천연잔디와 인조잔디에서의 공격, 수비를 비교해서 보여준 것도 재밌었다.
 
 책의 후반부에는 구단 증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뭔가 새로운 안목이랄까 어쨌든, 미처 생각치 못한 것들을 배운 느낌이다. 예전에는 구단수가 많으면 많을 수록 좋을 거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금 8개 팀이 있는데, 내 생각에는 10개팀 정도면 적당한 게 아닌가 싶다. 팀이 많아질 수록 선수들에게는 직장(?)이 늘어서 좋겠지만, 좋은 선수들이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경기의 질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한다. 출중한 선수들이 띄엄띄엄 있다보면 공격력이 약화된다고 한다.
 
 책을 다 읽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내가 미국 야구에 대해서 정통하지 못해서, 집중이 잘 안되었던 점이다. 특히 커미셔너에 관한 부분은 그냥 문자만 읽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한국판 야구란 무엇인가"를 언젠가는 읽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사실 야구의 본질은 바뀌지 않지만, 더 재밌게 읽고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음. 야구팬으로서 한번 쯤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책 인 것 같다. 책을 읽고나서 야구가 더 좋아졌다.

20쪽 야구가 '과학'이 아닌 '예술'이라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과학은 자연의 법칙이며 불확실한 인간적인 요소가 끼어들 여지가 없다. 어떤 법칙에 어떤 요소를 대입하면 언제나 똑같은 결과가 나타난다. 자연의 법칙은 흐트러지는 경우가 없으며 이를 부정하려고 대들다간 언제나 패배만 맛볼 뿐이다. 그러나 예술은 어떤 결실을 맺기까지 직관과 의지가 덧붙여진다. 여기에도 어떤 원리와 원칙이라는 게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당사자의 의지와 능력에 따라 결과는 천양지차로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우수한 선수나 감독일지라도 필자의 눈에는 완성을 향해 정진하는 예술가로 보일 뿐이다.

163쪽 선수의 마음 한구석에는 나도 언젠가 감독을 한번 해봐야겠다는 욕망이 담겨 있다. 팬들은 내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마음속으로 이미 감독이 돼 있는 거나 다름없다. 게임의 결과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입방아를 찧는 것이 야구팬들이 즐길 수 있는 최고의 재미니까. 그리고 야구 감독은 직업의 생리상 그런 추궁을 면할 길이 없다.

171쪽 아무리 위대한 감독이라도 새롭고 특별하고 기발한 작전을 고안해 낼 수는 없으며, 미식축구나 농구 코치처럼 공수 패턴을 뿌리째 바꿔 놓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야구는 옛날부터 모든 가능성을 폭넓게 타진해 본 끝에 더 이상 좋은 것을 찾을 수 없을 만큼 틀을 갖춰 놓았기 때문이다. 야구에서 구사할 수 있는 모든 작전은 '언제 하느냐' 하는 것이지 '무엇을 하느냐' 하는 게 아니다.

612쪽 야구는 '앞으로 무엇이 일어날 것인가'를 예측하며 지켜보는 데에 묘미가 있는 경기다. 가장 팽팽한 긴장감을 맛볼 수 있는 순간은 2사 만루 볼카운트 2-3에서 투수가 공을 던지기 '직전'이다. 그 다음의 결말은 순식간에 내려지며 그것은 바꿔 놓을 수 없는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된다. 텔레비전에서 채널을 이리저리 돌려가며 이른바 '주요 장면'만 지켜본다면 우리가 과거 150여 년 동안 야구를 접하면서 길러 놓은 식의 흥미는 도대체 어디서 느낄 수 있을 것인가?

 612쪽 야구가 독특하게 갖고 있는 매력 중의 하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얘깃거리와 쓸거리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필자가 지금 쓰고 있는 이런 책도 남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건 상관없이 '야구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130년 전에 헨리 채드윅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와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으로부터 20년 뒤에도 이런 식의 얘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을까? 우리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야구란 무엇인가
카테고리 취미/스포츠
지은이 레너드 코페트 (황금가지, 2009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7. 16. 02:13


 지난 해 금융 위기 덕분에 알게된 것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서브프라임모기지라는 것은 금융위기가 터지지 않았더라면 들어보기나 했을까? 음. 들어보기는 했을 것 같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태평양 건너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될 필요는 없는 단어였다. 당장 생각 나지는 않지만, 이 것 말고도 많이 있을 것이다. 당장 생각이 나지는 않지만. 그 중에서 내가 눈 여겨 본 단어는 이슬람 금융이었다. 경제신문을 3년 넘게 읽었는데, 이슬람 금융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 적이 작년처럼 많지 않았던 것 같다. 그 전에는 이슬람 금융에 관한 기사를 본 적도 없으니 말이다. 사실 내가 그 전에는 신문을 제대로 읽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뭔가 나중에 어딘가에 써먹어야지 생각하고 있다가, 마침 전공 수업 과제를 할 때 써먹을 기회가 생겼다. 이슬람 금융을 조사하는 과제는 아니었고, 평소에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를 스스로 조사해서 창의적인 결과물을 내놓아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 과제였다.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나로서는 어려운 과제였다. 일단 이슬람 금융을 조사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으니, 이슬람 금융에 관한 책을 읽기로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렸다. 이슬람 금융이 뜬다이슬람 금융이 다가온다가 그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슬람 금융이 뜬다를 중점적으로 읽었다.
 
 그러면 작년 부터 왜 이렇게 이슬람 금융이 자주 언급되었을까? 신문 상에 이슬람 금융에 관한 언급은 금융위기 피해를 적게 입었다는 사실과, 중동의 오일 머니와 관련한 기사가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서도 금융위기로 인한 피해가 적었다는 기사가 최근에는 더 자주 언급되었다. 왜 피해를 적게 입었을까? 이는 이슬람 금융은 불확실성을 배제하고, 투기를 금기시하는 이슬람 율법 덕분이라고 한다.
 
 이슬람 금융 특성 중에 눈길을 끌었던 게 이자 수취의 금지이다. 이는 이슬람 율법에 의한 것인데, 이로 인해 여러 금융 기법들이 생겨났다. 그래서 금리 개념을 대신하는 것들로 무라바하, 이스티스나, 이자라, 무다라바, 무샤라카,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 등 여러 기법들이 생겨났다. 이름도 비슷하고, 뭔가 이해하기도 복잡하다. 사실 이자의 개념을 대신하는 것들이지만, 이자와 다를 것은 없다. 그래서 이 책의 후반부에 이슬람 금융에 관해서, 이러한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일반 금융 기법들을 이리저리 꼬아 놓은 것과 다름 없는 점을 말이다.
 
 그리고 또 재미있었던 점이 이슬람 자본이 투자할 때 금기시 되는 업종이 있는데, 술, 돼지고기, 카지노, 담배, 금융업 등에는 투자가 제한된다. 모두 율법에 반하는 업종 들이다. 실제로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따른, 샤리아 지수도 존재하고 있고, 이슬람 펀드라고 해서 이러한 업종을 제외한 이슬람 율법을 따르는 펀드도 존재하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음. 금융 위기 때 수익률도 준수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우리나라에 이슬람 펀드를 만든다면, 담배회사인 KT&G, 카지노 업종인 강원랜드 등은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인이 쓴 책인데, 일본의 이슬람 금융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일본이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는데, 왠지 우리나라도 뒤쳐지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예전에 어떤 강연회에서, 우리나라가 미국과의 FTA 협정을 국회에서 비준해야 하는 이유를 한가지 들자면, 일본이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뭐 장난식으로 얘기한거지만. 음. 참고로 나는 FTA에 대해서 찬성해야할지, 반대해야 할지 잘 모른다. 귀가 얇아서 찬성론자, 반대론자 모두 맞는 얘기 같기 때문이다. 어쨌든 일본에서 이슬람 금융이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가 뒤쳐지면 안될 것 같다. 과제를 하면서 이런 저런 기사를 찾아 봤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슬람 금융관련 세미나도 주최하고, 민간 기업에서 이슬람 채권인 수쿠크도 발행하고, 중동에 진출하는 금융 회사도 있다고 한다. 이슬람 금융이 블루 오션이 될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세계적으로 오일머니가 증가하고, 이슬람 자본이 넘쳐나는데, 이때 금융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이슬람 금융이 성장해야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나 싶다.

이슬람 금융이 뜬다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요시다 에츠아키 (예지(Wisdom), 2008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6. 5. 18:14
 
 올해도 어김없이 스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렸다고 한다. 스위스의 작은 휴양지로, 매년 1월만 되면 세계 유명인사들로 북적거리는 곳. 나는 언제 그곳에 가볼 수 있으려나. 휴양 말고, 포럼 참석으로. 음. 특히 올해는 세계경제포럼(WEF)가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뭐 다들 알다시피, 최근의 금융, 경제위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는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신자유주의의 몰락, 보호주의 대두, 아시아의 급부상, 녹색 성장 등등. 요즘 정말 격변기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불안정하고, 변화를 갈망하지만, 그 변화의 방향을 잘 모르는. 어차피 인류의 역사는 항상 발전해 왔고, 항상 현인들이 깜짝 등장해 보통 사람들을 이끌어 갔지만, 지금 이 시기의 현인은 누구일 것인가. 궁금해진다.
 
 먼저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이, 그 동안 많은 국가들이 신봉했던 신자유주의가 완벽하게 몰락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이 논의 한 점이다. 지금까지 너무 규제가 없었는데, 규제를 더 해야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보호주의를 해서도 안된다는 점에도 대부분 동의 했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 지. 지금 미국에는 보호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로 인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이 주목 받고 있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이란, 미국의 자국 상품 구입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잘은 모르지만, 조금 비싸더라도 자기 나라 상품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 우리가 1998년도에 IMF 경제 위기를 겪을 때, 미국은 우리나라에 요구했던 것과 상반된 행동을 하기 때문에, 뭐랄까 이중적인 미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하준 교수님 책 제목을 빌려, 우리나라가 올라갈 사다리는 걷어 차 놓고, 자기네는 사다리를 다시 구해서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려는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뭔가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배드뱅크 얘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굿뱅크에 대한 이야기는 못들어 봤었다. 다보스 포럼에서 조지 소로스는 굿뱅크 설립을 제안했었다. 배드뱅크는 부실자산을 인수해 처리하는 반면에, 굿뱅크 방식은 우량자산을 굿뱅크로 이동시킨 뒤 자본 재확충을 하는 방식이다. 결국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음. 결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또 한 가지 이슈가 되는 것은, 요즘 역시 녹색 성장이다. 지금 인류 앞에 놓인 위기는 경제 위기보다는 장기적으로는 아마 환경 오염, 기후 변화일 것이다. 이 역시 다보스 포럼에서 다루어진 주요한 이슈 중의 하나였다. 경제 위기로 인해, 이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많이 줄었는데, 일단 단기적인 어려움이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더 이상 지체되면 안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머리를 맞대고 무엇을 해야할지, 정말 급하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자동차 연비에 관한 규제와 우리나라에서는 뉴스에서 얼핏 들었는데 전자제품에 대한 전력 소비량에 관한 규제가 생긴 것 같다. 뭔가 잘 된 일 인 것 같다. 자고로, 음. 우리가 서있는 지금 이 지구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대로부터 빌려왔다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시아의 영향력 증대. 이번 금융 위기로 아시아의 영향력이 증대되었다. 특히 역시나 중국이 슈퍼파워로 등장하고 있다. 차이메리카, G2라는 단어도 최근 등장한 단어이다. 차이메리카는 차이나+아메리카의 합성어이고, G2는 2개의 강대국 즉, 미국과 중국을 뜻하는 단어이다. 최근에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은 경제위기 가운데 중국 앞에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최근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팀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어쨌든, 이와 관련해서 다보스 포럼에서 이슈가된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아시아나이제이션(Asianization)이다. 과거의 세계화는 서구 주도의 세계화였다면, 이제는 아시아 주도의 세계화가 될 꺼라는. (음. 그럼 이제 영어 공부 안해도 되는건가?;;)
 
 음.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의견이 분분한 내용은, 아마도 경기 회복과, 경기 불황의 형태인 듯 싶다. 경기 회복이 곧 될거라는, 혹은 아직도 멀었다는 그런 내용이다. 아무래도 1월달만해도 경제 수치라던가 여타 측면들 고려했을 때 비관론이 득세를 했기 때문에, 이 책에도 비관론적인 글들이 많은 것 같다. 아마 다보스 포럼을 5월달에 했다면, 내 생각에는 이 책에서 보다는 비관론이 줄어들었을 것 같다. 어쨌든,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경기 회복이 곧 될거라는 이야기도 많은데, 과연. 그리고 경기 변동이, V, U, L, W 등 여러가지 모양이 있는데, V자는 안될 것이 거의 확실하고, L자나 W자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강연회 갔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 W자 모형이라고 한다. 경기가 회복되는 듯하다가, 고꾸라지는 그런 모형이다. 음. 어쨌든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대공황 이후의 가장 큰 위기. 어쩌면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나중에 몇십년 후에 경제교과서에 동장할 만한 그런 위기 말이다. 대공황이 끝난 후에도 여러 책이나 사람들에게서 회자 되듯이, 지금 이 위기도 후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될 것이다. 어쨌든 지금 이 어려운 시기, 슬기롭게 잘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39~40쪽 차를 운전할 때 기업 · 금융기관은 발을 액셀러레이터에 올려 놓고, 규제당국은 브레이크에 올려놓는다. 때문에 대다수 나라들은 규제를 없애 차가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러나 속도를 너무 내면 차가 전복될 수도 있고 옆길로 빠져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때 그나마 차량의 안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가드레일(방호책)이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규제가 경제발전 과정에서 꼭 필요한 안전장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규제가 사업활동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과도해서는 안 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써 규제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136쪽 은행들은 그동안 경기순응적인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경기가 좋아지면 부실대출이 줄어든다. 이때 자금여력이 커진 은행들은 대출을 늘리기 시작한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경기는 급등세를 타게 된다. 그러나 일단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 부실대출이 서서히 증가한다. 은행들은 BIS비율을 의식해 급격히 대출을 줄이게된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대출축소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잘 돌아가던 기업들까지 흑자를 보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돈줄이 말라붙으면서 자연히 경기는 급락세를 타게 된다. 이것이 경기순응적 영업방식의 약점이다. 대신 앞으로는 경기가 어려울 때는 돈을 풀고, 경기가 호황일 때는 적절하게 대출을 조정하는 경기대응적인 영업방식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167쪽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효율성을 10% 올리거나 비용을 10% 줄이자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10%를 얘기하면 20%를 얻을 수도 있다.
 
295쪽 그럼바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검증된 전략 속에서 장기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적의 인적자원 구성과 활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인재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기존 팀원을 평가해 이들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파악한 뒤 이들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그리고 현 상황에서 어떻게 더 나은 성과를 발히할 수 있도록 만들지(아마 오타?)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기 이후 세계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박봉권 (매일경제신문사, 2009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5. 24. 00:55


 올해 1월달이었나. 교보문고에서 반 값 할인 행사를 했었는데(아마 정확한 행사 이름은 OIL이 었을 것이다. Once In a Lifetime, 맞나?) 이 책이 리스트에 있었다. 그 때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엔 샀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는 법과 관련된 책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평도 좋고, 교양도 쌓을 겸, 이 책을 샀다. 한 권만 사니깐 배송료가 붙었는데, 배송료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사게됬다. 음. 그런데, 솔직히 책꽂이에만 꽂아놓고, 계속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이번에는 이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일단 책 제목처럼, 우리나라 헌법의 풍경에 대해서 쓴 책이다. 책은 서장과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마다 헌법 조항을 들어가며, 현실과 유리됨을 지적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써내려 갔다. 대학 교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으니까 마치 대학교 교양 수업을 듣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아마 이렇게 강의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05년도에 법학 입문이라는 교양 과목을 들은 적이 있었다. 사이버 수업이었는데, 교양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제도 많았고, 인터넷 상으로 토론도 해야했고, 귀찮은 수업이었다. 그리고 수업과 관련해서 읽어야 할 책들도 많았는데, 그 때는 교양 수업이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 생각을 하며 귀찮았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교양 수업중에 기억에 남는 수업 중 하나가 되었다. 생각할 거리들도 많이 남겨주고, 뭔가 사고의 폭도 넓혀 준 것 같고(정말?;;) 음. 조금 뜬금 없는 소리이지만.
 
 이 책도 마찬가지로, 한번 쯤 곰곰히 생각해볼만한 것들을 머릿속에 던져준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2장. 국가란 이름의 괴물이다. 국가라는 이유로 최고의 선으로 여겨져, 자행되었던 일들. 그 중에서도 제주도와 실미도, 두 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제주 4.3 사건. 실미도 사건. 모두 사람들을 죽인 것은 누구였을까? 다름 아닌 국가이다.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로 인해 소리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 이런 사건들에는 늘 엉터리 재판이나 국가 권력의 무조건적 정당화를 통해 이를 묵인한 법률가들이 끼어 있었음(99쪽)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뭔가 법률가로서 자기반성적인 글 이다. 이러한 자기반성적인 글들이 전반적으로 책의 많은 부분을 통해 나와있다. 사법연수원에서, 훈련소에서, 그리고 검사로 재임기간 동안 느꼈던 것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런 기간동안 자신도 모르게, 특권의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사회 정의를 위해 법조인이 된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게 특권의식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를 내면화된 특권의식이라고 했다.
 
 그리고 리갈 마인드라는 단어의 허구성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리갈 마인드란 법률가들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그 어떤 것'(46쪽)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하는데, 리갈 마인드란 매우 주관적인 법률가의 가치관 또는 판단력에, 객관성이라고 하는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에 지나지 않고, 이것이 소수 법률가 집단의 독점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48쪽)고 말하고 있다. 결국 리갈 마인드는 법조인의 편의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리갈 마인드를 강요하는 것은 조금 모순 인 것 같다. 사실 경제학에서도 얼핏 들어본 것 같은데, 이코노믹 마인드, 책 제목으로까지 있는 이코노믹 씽킹이라는 말이 있다. 그냥 한글로 쉽게 경제학적 사고라는 단어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많이 들어보고 있다. 나는 스스로 경제학적 사고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런데 경제학적 사고가 무엇일지 생각을 해본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진짜 경제학적 사고는 어떻게 하는거지? 음. 아마 이건 타고 나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나에게는 이것이 없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 이외에도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남겨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 무죄추정의 원칙 등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조금 부정적인 것들을 많이 언급했는데, 최근에 사법시험 합격자가 늘어나고, 전국적으로 다양한 로스쿨이 설립되고, 법조인의 공급이 늘어나다 보니까, 다양한 색깔의 법조인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사실 로스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저자는 최소한 법학 교육의 다양성만은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른바 똥개 법률가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허약한 순수한 혈통의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 귀공자 법조인들보다 잡초처럼 자란 똥개 법률가들이 나타남으로써 싸움을 할 줄 아는 법률가들, 의뢰인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법률가들이 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제목에 이 들어가는 책을 읽기 전에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고,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편하게 읽을 수있는 책이라서 좋았다.
 
 
21쪽 일단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때부터 저는 법률가의 길이라고 하는 '생존을 위한 현실적 목표'와 읽고 싶은 책이라고 하는 '오늘의 즐거움' 사이에서 끝없는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31쪽 한번 궤도를 이탈해보고 나니 '남과 다르게 사는 자유'를 알게 되었고, 그 자유에 기초한 선택은 이전보다 훨씬 더 수월했습니다. 마침내 좀 거칠더라도 '읽어야 할 책' 대신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65쪽 '대화'는 "나만이 절대적인 진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자각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들 중 누구도 정답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데서부터 대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내가 잠정적으로 정답이라고,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에 의해 내가 가진 정보의 양이 늘어나다 보면 분명히 어느 지점에선가 내 생각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대화' 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67쪽 민주주의는 그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합의가 도출된 이후에는, 외견상 효율적으로 보이는 권위주의 독재 체재보다 훨씬 손쉽게 굴러가게 됩니다.

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김두식 (교양인, 2004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5. 17. 01:44

 작년에 선물 받은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읽은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한 박자 늦은 리뷰이다. 시험기간 동안 이 책을 들고 다녔더랬다. 그냥 지하철에서 통학할 때 읽으려고. 음. 그리고 이 책을 굳이 들고다닌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시험기간 동안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을 가지고 다니면 왠지 여유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낱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 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뒤에서는 공부를 죽어라 하는;; 솔직히 죽어라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예전보다는 열심히 하기는 했다. 이 책을 들고다니면서 "나는 시험기간에도 이런 책을 읽고 있어."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때 스스로 생각했던 것이, 책의 장식효과이다. 들고 다니는 책에 따라 어떤 사람인지 파악 할 수 있는. 혹은 자신을 나타내기도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이 책은 일단 삶과 관련된 여러가지 주제와 그 주제에 맞는 여러 유명한 사람들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철학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크게 실망할 여지가 있다. 사실 나도 당황했으니까. 그저 여러 유명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만 생각이 되기때문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이 글들에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글들이 좋긴 한데, 문장들을 보고나서 뭔가 뭔가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뭔가 엄청 메말라 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모든 글들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좋은 글들도 충분히 많이 있었다.
 
 그리고 한 책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 다 읽고 나면 뭐가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다. 독자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은 편저자의 생각은 십분 이해하지만, 나같은 독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편저자의 각 글에 대한 해설도 재미가 없었다. 너무 뻔한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가슴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다.
 
 사실, 선물 받은 책이라서 리뷰를 이렇게 쓰는게 예의에 어긋나는 아닌가 싶고, 대부분 이 책에 대한 호평들밖에 없는데, 유독 나만 혹평이다. 그래도 나같은 사람도 있는 게 세상이니깐.
 
70쪽 깨끗하고 상쾌한 마음속에서 지혜가 샘솟으며 이런 지혜가 진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리는 결코 격언 상자 안에서만 존재하는 죽은 이념이 아니다. 깨끗한 마음에서 솟아난 진리는 자유이며 힘이다. - 빈부차이,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인도
 
91쪽 열정은 주변 사람도 자극한다. 그러므로 열정적인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된다. - 생명의 열정, 나폴레옹 힐(Napoleon Hill), 미국
 
124쪽 운명은 우리의 열정과 편견까지도 지배한다. 우리는 사람의 재능과 능력이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허영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적으로 허영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 조차도 어쩌면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운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 운명, 볼테르(Voltaire), 프랑스
 
254쪽 우정은 한 권의 책이다. 끝까지 다 읽어야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269~270쪽 사람마다  뼛속 깊이 새겨진 인성은 별 차이 없이 비슷비슷하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착하지도 더 악하지도 않다. 만약 내가 내 생각과 행동, 이념들을 모두 기록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모두 나를 몹쓸 마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서로 다른 사람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지자.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엄격해지자. - 입장바꿔 생각하다,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영국
 
392쪽 여든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늘의 축복이다. 80년이란 세월이 무척 길게 느껴지지만 10년씩 나누어 생각해 보면 겨우 여덟번이다. 10년 세월은 번개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 80년도 여덟 번의 번개에 불과하다. 결코 많은 날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을 사랑하고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 이렇게 살아야 죽기 전에 만족하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우다, 이판(依凡), 중국

철학의 즐거움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왕징 (베이직북스, 2008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5. 10. 23:2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의 제목은 한번 쯤 들어보셨으리라. 너무 유명하고, 이 제목을 패러디한 다른 제목도 많은 것 같다. 음. 그리고 영화화도 되었다고 한다.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쓴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이 최근에 읽은 농담이다. 어느 날 부터 였나, 도서관을 거니는데, 계속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 애써(?) 외면을 했었는데, 그냥 뭐랄까, 왠지 나에게 읽히기를 원했던 책이라 생각해서, 시험 끝나기 하루 전에 빌려서 읽게 되었다. 시험 기간동안에는 두꺼운 전공 서적만 보다가, 민음사의 아담한 책을 보니 뭔가 끌렸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처음 읽는 체코 출신 작가의 책. 뭔가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문학적 향취. 어쨌든, 내가 아는 작가의 이름 중에서 가장 멋진 것 같다. 참고로 폴 오스터도 내가 좋아하는 이름 중의 하나이다. 음. 어쨌든, 요즘 이 책을 자주 들고 다녔었는데, 기숙사 후배가 이 책을 보더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예전에 읽었었는데, 어려웠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던 참이었는데, 사실 나도 집중이 잘 안되고, 뭔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일단 그 이유로, 글씨가 작아서(?). 음. 그리고, 이 책의 스타일을 파악하지 못했었는데, 책에 너무 많은 ""가 나와서 헷갈렸다. (책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아마 이 책에서 나온 1인칭 화자가 4명 이었던 것 같다. 한 장에 한명씩 화자가 바뀌었다. 마지막 장에는 3명의 화자가 한꺼번에 나와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해보니, 보통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의 정신 세계를 투영된 인물이라고 하는데, 한 소설에 4명의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서술한 작가의 능수능란함이랄까. 이런게 돋보였다.

 

 이 책에는 일단 4명의 화자가 나오지만, 모든 이야기에 동시에 등장하는 사람은 루드빅뿐이다. 루드빅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정치적인 내용과 사랑, 복수의 내용이 잘 버물려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실패한 복수이지만. 주인공 루드빅의 대학 시절, 그가 좋아했던 여자 동지(마르케타)에게 쓴 엽서의 내용이 공산주의자의 입장에서 용납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는데, 이 엽서의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재판에 회부되고, 이것은 단순히 자신의 농담이었다고 변호하지만, 공산당에서 쫓겨나게 된다. 결국엔 정치범으로 강제로 탄광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첫눈에 반한 루치에를 만나게 된다. <100쪽 첫눈에 반한다는 말들을 잘 한다. 나는 사랑이 자기 자신의 전설을 만들어낸다거나 그 시작을 나중에 신비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 그것이 그렇게 돌연히 불붙은 사랑이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분명 어떤 예시 같은 것이 있었다.> 루치에를 만나 순수한 사랑을 이어가던 중, 결국 어느 순간 그의 남성이 꿈틀거려, 결국 그녀와의 하룻밤을 묵고자 했으나, 루치에의 완강한 거부로 결국 둘은 헤어지고, 루치에는 그 곳을 떠난다. 루드빅은 후회한다. 그녀를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운명의 장난인지는 몰라도, 루치에는 루드빅의 고향이었던 곳으로 가게된다. 그곳에서 루치에 코스트카를 만나 자신의 과거(성폭행을 상습적으로 당했던)를 이야기했고, 코스트카에게 마음을 연다. 결국 자신의 과거 때문에, 즉 처녀성이 없다는, 루드빅을 거부했었는데, 코스트카를 만나 루치에는 변화되었고, 코스트카와 잠을 자게 된다. 나중에 루드빅은 코스트카와의 만남에서 그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자신이 루치에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루치에의 마음을 열게 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서 후회를 하게 된다.

 

 또 다른 이야기는 복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루드빅은 자신의 정치 재판 때, 자신의 편이 되어줄 지 알았던 제마넥으로부터 배신을 당한다. 복수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어느 날 루드빅의 부인이었던 헬레나를 만나게 되는데, 루드빅은 그녀가 제마넥의 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은근하게 헬레나를 유혹한다. 유혹에 성공하고 헬레나와 잠을 자게 된다. 헬레나는 루드빅을 진심으로 사랑했었고, 루드빅은 헬레나를 복수의 도구로만 사용했었다. 제마넥이 사랑하는 헬레나의 육체를 경험함으로써, 그에게 복수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헬레나와 제마넥은 법적으로만 부부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을 뿐, 제마넥은 젊은 여학생과 사귀고 있었다. 루드빅이 볼 때에도 매혹적인. 어쨌든 자신의 복수가 실패했음을 알고, 헬레나를 떼어놓으려고 하지만, 헬레나는 루드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396쪽 내가 제마넥 앞으로 나아가 그의 따귀를 때렸어야 했던 것은 바로 그때, 대학 강당에서, 제마넥이 『교수대 아래에서 쓴 르포』를 낭독하고 있었을 때, 바로 그때였고 오로지 그때뿐이었다.> 결국 루드빅은 차갑게 돌아섰고, 헬레나는 자실을 기도하게 된다. 입에 진통제를 털어 넣었지만, 그것은 진통제 통에 들어있던 변비약이었다. 결국 그 변비약이 헬레나를 구했고, 급히 헬레나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루드빅과 화장실에서 창피한 모습으로 재회한다. 소설 속 인물인 헬레나는 창피했겠지만, 책을 읽는 나는 뭔가 "풉"하는 웃음이 세어나왔고, 이거 뭔가 시트콤 같은 상황인데? 하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밀란 쿤데라식의 유머인지는 몰라도, 뭔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마 소설을 읽는 묘미가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소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읽다 보니 어느새 술술 읽게 되었고, 예비군 훈련 가기 전날, 새벽 3시까지 이 책을 완독했다. 사실 5월 5일 어린이 날때 잠을 너무 많이 자서 그랬는지, 잠을 쉬이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끝까지 읽어보자." 하고, 새벽까지 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결국 이 책 덕분에, 3시에 잠들어, 5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여섯시 반 경에 학교로 갔다. 음. 이 여파가 훈련때는 없었는데, 다음 날 수업시간에 나타나, 결국 수업시간 내내 졸았던.

 

 농담. 결국 사소한 농담이었지만, 농담이 루드빅의 인생의 행로를 결정, 아니 바꿔버렸다. 이 책을 읽으니, 예전에 보았던 영화 에쉬튼 커쳐 주연의 나비효과가 생각났다. 결국 인생을 바꾸는 것은 사소한 것 때문이다. 혹시 내가 하는 사소한 행동이, 앞으로 짧게는 며칠 후, 길게는 몇 십년 후의 인생이 결정된다하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지만 결국 그것 또한 남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결국 자기탓이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같은 소설을 읽은 후의 나의 농담같은 리뷰.

 
73쪽 서로가 다 초면이고 익명인 불투명함 속에서 타인들에게서 거칠고 낯설기만 한 모든 것이 가차없이 발산된다. 우리를 묶어주는 단 하나의 유일한 인간적 연결 고리란, 짤막하게 서로 무어라 추측이나 해보고 있던 불투명한 미래뿐이었다.
  
 
77쪽 이 이미지(아무리 나와 비슷하지 않다 해도)는 나 자신보다 비교할 수도 없이 더 실제적이며, 그것은 결코 나의 그림자가 아니라, 나, 바로 나 자신이 내 이미지의 그림자였다. 왜 나를 닮지 않았냐고 그 이미지를 탓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며, 이미지와 다른 것은 내 잘못이었다. 그리고 이 다름은 바로 나의 십자가, 그 누구에게 떠넘길 수도 없고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으로 선고받은 십자가였던 것이다.

 

259쪽 여자의 생각을 다루는 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나름의 규칙이 있는 법이다. 이성으로 여자를 설득하려 하거나, 아주 합리적은 근거를 들어 여자의 의견을 반박한다거나 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여자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이미지(원칙이나 이상, 신념 같은 것)를 파악하고, 우리가 바라는 그녀의 행동과 그 이미지가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궤변을 동원하여)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391~392쪽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인생 전체가 훨씬 더 광대하고 전적으로 철회 불가능한 농담(나를 넘어서는)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상, 나 자신의 농담을 완전히 무화시켜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398~399쪽 그렇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 사물, 행위, 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질 것이다.

농담(세계문학전집 29)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밀란 쿤데라 (민음사, 1999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5. 3. 00:18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라는 연어. 나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음. 왠지 이런 생각하니 서글퍼지네. 어쨌든 어른 위한 동화라는 말에는 모순이 있긴 하지만, 어른이 되어 가는 나를 위한 동화인 느낌이 들었다. 참고로 동화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이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던 안도현 시인. 시인이 쓴 문장들이라서 그런지, 섬세하고 예뻤다. 이야기를 읽는 기쁨 외에, 예쁜 문장들을 읽는 기쁨도 있었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지루하지 않게(?) 연필로 휙휙 그린 듯한 그림들도 좋았다.

 

 이 책에서의 사건(?)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한가지 사건은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사랑이다. 고작 연어들의 사랑이야기이지만, 괜스리 설레였다.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맑은 그런 사랑인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사건은, 폭포앞에서 다른 연어들이 쉬운 길로 가려고 할 때 주인공인 은빛연어는 쉬운 길보다는 꼭 가야 할 힘든 길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힘들게 폭포의 사나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던 일이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모습을 보고 쉬운길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연어를 읽는 내내, 이름이 비슷한 연아가 생각이 났다. 이건 뭐지. 어쨌든, 연어의 어에 점 하나를 지우고 옆으로 다시 찍으면 연아의 아가 된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연아와 연어의 공통점을 찾자면, 연어는 거센 물결을 헤쳐 올라가고, 연아는 중력의 힘을 거슬러 올라가는(점프하는) 것. 아마, 연어도 연아도 자신을 무력화 시키는 것들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거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다른 점이 있다라면, 연어는 힘겹게 물살을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자신의 생을 마감하지만, 연아는 중력의 힘을 거스르는 점프를 하고서 많은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 다는 것.

 

11쪽 연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연어를 옆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알기 쉽게 말한다면, 마음의 눈을 갖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상상력은 우리를 이 세상 끝까지 가보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입맞춤이 뜨겁고 달콤한 것은, 그 이전의, 두 사람의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인 것처럼.

 

39쪽 그리움, 이라고 일컫기엔 너무나 크고, 기다림, 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넓은 이 보고 싶음. 삶이란 게 견딜 수 없는 것이면서도 또한 견뎌내야 하는 거래지만, 이 끝없는 보고 싶음 앞에서는 삶도 무엇도 속수무책일 뿐이다.

 

60쪽 지나간 과거, 특히 아픈 기억의 과거를 함부로 말하는 것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안다. 기억이란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위험이 늘 있는 것이다.

연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안도현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