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단어 & 문장2009. 4. 2. 08:39
-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37쪽 글쓰는 사람의 첫째 목적은 그가 쓰는 글의 내용이 아닙니다. 그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쓴다는 행위입니다. 쓴다는 것은 세상과 자기 자신을 문학적 구상의 소재로 만드는 것입니다. 다루는 '주제'에 대한 문제는 그 다음에야 제기되는 것입니다. 주제는 필요조건입니다. 글을 만들어 낼 때 부차적일 수밖에 없는 조건이지요. 글을 쓸 수만 있게 해준다면 어떤 주제든 좋은 주제입니다.

52~53쪽 나는 내 생각을 구조화하기 위해 이론이 필요했고, 구조화되지 않은 생각은 항상 경험주의와 무의미 속에 빠져버릴 위험이 있다고 당신에게 반박했습니다. 그러면 다인은 대답했지요. 이론이란 언제든 현실의 생동하는 복잡성을 인식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4. 1. 00:00
 드디어 야구 시즌이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야구팬으로써 어떻게 겨울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올해는 WBC로 인해 야구시즌이 앞당겨진 느낌이라서 좋긴 하지만, 그래도 프로야구에 비하지는 못한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WBC 국가대표팀 보다, 우리 KIA 타이거즈가 훨씬 좋다는 말씀. 지난 WBC 중계를 볼 때도, KIA 타이거즈 소속인 윤석민 선수나, 이용규 선수가 선발로 나오지 않으면 중계를 보지 않거나, 긴장감을 갖지 않은 채로 중계를 보곤 했다. 다행히 본선에서는 이용규 선수는 붙박이 1번 타자로, 그리고 윤석민 선수는 준결승전 선발 투수로 출전해, 흐뭇한 기분으로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윤석민, 이용규 선수는 신인 시절부터 유심히 지켜보던 선수였기 때문에 KIA 내의 다른 선수에 비해 애정이 더 크기 때문이다.

 윤석민 선수는 석민 어린이로 불리우는데, 유망한 신인 투수들이 많다는 KIA 투수진 가운데 신인 때부터, 아마도 유일하게 스트라이크와 볼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었던 선수로 기억된다. 음. 다른 유망한 선수들도 많았지만, 모두 제구력이 안 좋았던 것 같다.  윤석민 선수 지명에 대해서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KIA는 2004년 신인 2차 지명 때 원래 지금은 한국 최고의 소방수로 불리오는 오승환 선수를 1순위에 올려놓고 있었다. 하지만 앞의 순서에 있는 삼성이 오승환을 먼저 지명해서 허를 찔렸다고 한다. 하지만 KIA에게는 윤석민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고 한다. 어쨌든 이제 윤석민 선수는 KIA의 보물이 되었다. 그리고 이용규 대해서 쓰자면, 일단 순수 호랑이 혈통은 아니다. LG에서 홍현우 선수와 같이 KIA로 트레이드 되어 왔다. 그리고 KIA에서 LG로 간 선수는(소소경, 이원식) 감감 무소식이다. 이용규 선수 트레이드를 놓고 많은 네티즌들이, 당시 이순철 전 LG 독이 선수시절 친정팀인 KIA에 보낸 선물이라고 표현하는데, 음. 이건 이용규 선수가 KIA에 와서 성공했기 때문에 나오는 이야기다. 어쨌든 트레이드의 승자는 분명 KIA이다. 장기적으로 이종범 선수를 대체할 수 있는 선수를 얻는 행운을 얻었으니. 음. 그런데 이순철 감독의 입장에서는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가 3명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한 명을 트레이드를 해서 다른 약점을 보완하는게 최선이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KIA가 선수를 보는 능력이 다른 팀보다 - 적어도 LG 보다는 - 좋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단지 KIA 팬의 입장으로 생각하는 거지만.

 어쨌든, 이제 개막전이 며칠 안남았다. 우리 KIA 선수들이 경기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다.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무럭무럭 성장한 아기 호랑이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특히 작년 1차 1번 지명으로 입단한 안치홍과, 프로야구 선수 가운데 최단신인 꼬꼬마빈 김선빈, 그리고 KIA 좌완 투수의 희망 양현종, 전병두를 SK로 보내고 지킬정도로 장래성이 높게 평가 받았던 곽정철 정도가 떠오른다. 아참, 그리고 작년 KIA 마운드의 샛별로 갑작스레 떠오른 이범석과 차세대 거포로 기대받고 있는 나지완을 빠뜨릴 뻔했다. 신인급 선수 뿐만 아니라 EX-메이저리커인 서재응과 최희섭의 부활도 기대된다. 올해 KIA 타이거즈의 성패가 이 두선수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이니다. 그리고 작년, (강요된) 은퇴설로 고생했던 KIA의 정신적 지주인 이종범 선수의 회춘(?) 또한 기대되는 바이다. 음. 그리고 작년에 조금 부진한 성적을 올렸던 장성호, 작년 시즌 초 타율이 한 때 칠 푼 정도밖에 안되서 네이버 문자중계 댓글에서 칠푼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한남자 김종국, 파이팅 넘치는 최경환, 북한 용병 김원섭, 갑상선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이현곤, 안방마님 김상훈, 작년에 뜻하지 않게(?) 기량이 급성장한 차일목도 떠오른다.

 그리고 부상과 관계된 선수들로는, 오랜 기간 동안 계속 거듭된 고된 재활 훈련을 이겨내고 복귀한지 올해 3년차(맞나?) 이대진, 병살을 많이 쳐서 팬들로부터 원성이 자자한 홍세환, 한 때 KIA의 원투 펀치였던 강철민도 떠오른다. (언제 복귀할런지는 잘 모르겠다.)

 음. 지역주의 그런 것 안좋아하지만, 야구에서 만큼은 예외인 것 같다. 어쩌면 나는 KIA 팬이 된게 아니라, KIA 팬으로 태어났다고 해야 맞는 표현인 것 같다. 이건 다른 지역 팀의 팬들도 마찬가지일 터인데, 아마 부산 지역 사람들 또한 롯데의 팬이 된게 아니라, 태어날 때부터 롯데의 팬이 었을 것이다.

 최근에는 KIA팬으로써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과거 해태시절에는 항상 우승후보였는데, 최근에는 가을 잔치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를 고민한다. KIA 팬으로써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다. 올해 어떤 해설자는 KIA가 8개구단 가운데 2약에 해당된다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올 시즌을 위해 투수 용병 2명을 영입한 것 외에 뚜렷한 전력보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년보다 더 나은 성적을 위해서는 최희섭과 서재응의 부활과 어린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기다리는 것 밖에 전력 상승 요인이 없다. 한편으로는 작년과 비교해서 뚜렷한 전력 이탈이 없다는 것은 살짝 위안이 되기도 한다.

 최근 약 3년 동안 야구중계를 원없이 봤던 것 같다. 특히 작년에는 전경기 출석(?)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정도로 야구 시청을 했던 것 같다. 야구를 못 볼 때는 친구한테 야구 실황을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음. 그 친구와는 상부상조하는 사이라서, 그 친구가 야구를 못 볼 경우에는 내가 알려주기도 한다.) 작년에는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거의 모든 경기를 중계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가끔 인기 없는 팀의 경기는 중계를 안하기도해서 전경기는 아니다.) 그리고 딱히 할일이 없었고, - 사실 없었던 것은 아니다. - 할 일이 있더라도 야구 생각에 할 일들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야구 끊어야지 끊어야지 하면서도 TV를 켜서 중계를 보거나, 네이버에서 중계를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음. 지는 경기가 너무 많아서, 야구를 보면 볼 수록 짜증이 늘어나지만, 그래도 야구의 인력(引力)을 무시할 수가 없었다. 이른바 야구 인력의 법칙이라고 해야겠다. 덕분에 야구 지식은 부끄럽지만, 남들보다 조금 더 낫다고 자부할 수 있다. (자랑할 게 없어서) 음. 어쨌든 올해는 아마 작년처럼 야구를 보기가 힘들 것 같다.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는 것 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그걸로 만족해야지. 아쉽지만.

 며칠 뒤면 잠실 구장에서 개막전이 열린다. 작년 순위가 최종 결정되자마자, 계산(?)을 해보니, KIA와 두산의 경기가 잠실에서 있어서 엄청 반가웠었다. 올해부터는 서울에서 지내게 되어서, 서울 올라가면 꼭 개막전 보러 가야지 하고 다짐 했었는데(음. 그리고 또 한가지 서울가면 꼬옥 하고 싶었던 게 있었는데, 그것은 TV, 책을 말하다 방청하는 것이었다. 올해 이유는 모르겠지만 - 누군가의 압력 때문이라고 짐작할 뿐이다. - 우습게도 신년특집을 끝으로 폐지되었다.) 결국 둘 다 물건나 갔다. 야구 개막식날 팔자에도 없는 산행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쉽다. 음. 그나저나 앞으로는 꼭 4강 들어서 광주에서 개막전을 했으면 좋겠다.

 음. 여기까지가 야구 개막전에 못가게 되서 아쉬움에 써내려간 변이다. 야구 감상은 다음 기회에.
Posted by 데이드리머
단상2009. 3. 29. 10:42

 오늘 씻으면서 문득 이런 질문이 머릿속을 스쳤다. 사실 어제 조금 과음을 했는데, 적어도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많이 마신 듯 하다. 다른 사람들 기준으로 봤을 때, 내가 마신 양은 미미한(?) 수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과음한 덕분에, 속이 조금 안좋고, 머리도 살짝 "띵"하다. 새벽 1시쯤에 잠을 자서, 6시쯤에 일어났다. 앞으로 다음 날 일찍일어나야 할 일이 생기면 술을 많이 마시고 볼일이다. 음. 생각해보니, 어제 2차를 간다고 했는데, 안가고 몰래 빠져나오길 잘한 것 같다.

 술자리를 별로 안좋아해서, 술자리에서 술을 안마시거나, 술자리에서 빠져나온다거나 하는 일에는 약간 도가 튼것 같다. 사람들은 왜 맛없는 것을 먹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마시고 나면 속이 쓰리기도 하고, 머리 아프기도 하지만, 항상 이렇게 말을 하는 나도 마시기는 하니,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적어도 나에게는 술을 마시고 이내 몇 잔 후면 효용이 마이너스가(마실 수록 고통이 되는) 된다. 음. 물론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왠지 즐거운 술자리다 싶으면 더 마시게 되기는 하지만, 취하도록 마시지는 않는다.

 음. 술자리에 가게되면 항상 나오는 질문은, 주량이 어떻게 되느냐이다. 나의 경우는 술을 취할 때 까지 마신 적이 없어서, 주량을 잘 모른다. 술을 잘 마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어느 정도 되면 스스로 자제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왠지 술에 취해 비이성적으로 바뀌는 - 정신줄을 놓는 -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싫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나도 내가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기는 하다. 어쨌든 주량 얘기를 하면 은근히 자존심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

 내가 술을 안좋아 한다고 하면 누군가는 그러면 앞으로 사회생활을 어떻게 할려고 그러느냐는 얘기를 하기도 한다. 그 얘기를 조금 확대 보자면 '사회생활=술자리', 즉 술을 마시지 않으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그렇다면 나는 사회생활 부적격자인 것 같다. 

 언젠가 한번은 이런 생각을 해봤다. 누군가와 밥을 먹으러 가면, 당연하다는 듯이 술을 시킨다. 그리고 어떤 모임을 하게 될 때 호프집을 가는 것도 당연하게 여겨진다. 밥을 먹을 때 술을 마시는 것이 당연한 것일까? 그리고 모임을 가질 때 호프집으로 가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인가? 뭔가 나에게는 어색한 행동이다. 내가 술을 시킨다거나, 호프집에 가자고 주동하는 건.
 
 일본 드라마를 보게되면, 유독 캔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여러명이서 마신다기보다는 주로 하루를 마무리 하는 도구로 쓰이는 것 같다. 내가 그 중에서 멋있다고 느껴지는 것은 별거 아니지만, 롱 베케이션에서 기무라 타쿠야가 밤에 집에 들어와서, 티브이로 야구를 보며 캔맥주를 마시는 장면이다. 왜 이게 기억에 남는지 모르겠다. 음. 누가 보면 변태인 줄 알겠다. 

 그리고 최근에 본 호타루의 빛이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이 회사일을 마치고 나서, 집에 들어가 마루에 누워 맥주를 마시는 장면도 뭔가 구미를 당겼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기억에 남는다. 어느 날에는 오랜만에 평소에 좋아했던 남자와 데이트 약속이 있었는데, "데이트. 데이트. 데이트" 하고 혼잣말을 하고 다니다가, 일을 마치고 퇴근시간에는 어느새 "비루. 비루. 비루"로 바뀌어서, 자기도 모르게 데이트 약속장소로 안가고, 집으로 가버린 장면도 기억에 남는다. 엄청 웃었었는데.

 아마 내가 일본 드라마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는 이유는, 혼자 마시는, 하루를 정리하는 뭔가 특별한 의식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냥 나만의 생각일 지도 모르지만. 아. 그런데 사람들은 왜 진짜 술을 마시는 거지?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술을 악마의 선물로 묘사했던 것 같다. 모두 술은 적당히 마셔요!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