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2009. 3. 11. 21:48

악수를 나눈 뒤 나는 걸어 나왔다. 울타리에 이르기 전에 나는 무슨 생각이 나서 돌아섰다.

"그것들은 썩어빠진 인간들이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당신 한 사람이 그들을 모두 합해놓은 것보다 낫습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의 이 문구가 오늘 갑자기 정확히는 아니지만 머릿 속에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개츠비는 정상인인가? 비정상인인가?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판가름할 정확한 잣대는 없겠지만, 그냥 궁금했다.

 

 그냥 나만의 생각일 지는 모르지만, 위의 문장을 보고만 유추해 볼 때 개츠비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못받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썩어빠진 인간들은 개츠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츠비는 사람들로 부터 제대로 인정을 못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볼 때는 비정상인 사람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개츠비는 저택에서 파티도 자주 열고, 많은 사람들이 개츠비의 저택에 모여들어 파티를 즐겼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개츠비에 대한 평가는 멋대로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개츠비는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뭐 파티의 목적은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에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개의치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리고 문득.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다. 정말 정말 오만한 생각이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닉이 개츠비에게 말했던 것 같은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소심한 경제학도2009. 3. 11. 21:30

오늘 최배근 교수님의 강의 시간에 BOK SHOCK 이라는 것을 배웠다. 짧게 나마 언급하셨지만 인상 깊었다.

BOK SHOCK 이란 2005년 2월 당시 한국은행 박승 총재의 국회업무보고에서 외환 보유액의 90%가 달러화 표시 자산이라 너무 달러화에 노출되어 있어서 이것을 엔이나 유로 같은 통화 다변화를 시도하겠다는 한 줄의 문구가 블룸버그, 외신 등이 보도하면서 그날 달러화 가치가 전세계적으로 6개월내 최대화 낙폭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미국의 재정적 적자를 외국(특히 아시아)가 계속 사주지 않으면,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트리플 A등급의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이 흔들릴 수도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출처 : 블로그 
dreampaq's personality

이 BOK SHOCK는 경제의 포스트 모던화를 설명하며, 과거 미국 중심의 one-way system(일방통행시스템)에서 현재의 다중심의 시대로의 변화를 말씀하시면서 언급하셨다. 예전에는 미국이 거의 절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시대이다. 뭐 이 사례 하나만으로 어떻게 일반화하기는 그렇지만, 뭐 이게 대세 인 것 같다. 이제 국경의 의미가 없어지고, 하나의 세계가 되가고 있다고들 하는데, 최근 경제 위기를 보면서, 하나의 세계라는 말이 허튼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경제가 호황일 때는 하나의 세계라는 단어를 그렇게 자주 운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나의 세계를 지구촌이라고 하는데, 음. 지구촌이라는 단어는 호황보다는 불황, 위기시에 더 절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3. 7. 17:10

 르 클레지오.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때는 2008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 되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 고은 시인이 거론되기도 했었는데, 결국엔 르 클레지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나는 결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은 읽지 않아야지 하는 다짐을 했었다. 그 이유는 노벨문학상이라는 훈장으로 인해 수상자의 책을 읽는 내 모습이 뭔가 시류에 따라가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래서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사라진 <TV 책을 말하다>에서 방송된 그의 책을 보고나서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결국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또한 뭔가 프랑스 작가는 나와 궁합이 잘 맞았었다는 사실도 떠올리며.

 

 밤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라일라. 그녀는 물고기였다. 바로 아주 작고 하찮은 물고기 말이다.

 

197쪽  제복을 입고 수갑과 자동권총을 지니고 있는 힘센 남자들 앞에서 나는 나 자신이 아주 작고 하찮은 물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힘센 사람들 앞에서 연약한 그런 물고기였다. 처음 유괴를 당했던 때부터, 주위 사람들로부터 핍박을 당했을 때, 그리고 남자들의 정욕앞에서. 물살을 힘겹게 가르는 그런 물고기였다.

 

 하지만 라일라라는 물고기는 평범한 물고기는 아니었다. 황금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물고기인데, 이는 귀하고 빛나는 것을 뜻한다. 황금이라는 귀한 단어와 연약한 물고기, 이 두 단어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대조적인 두 단어. 그녀의 삶은 대조적이었다. 누군가에게 깊이 사랑을 받았던가 하면 또 누군가에게는 깊은, 이유없는 미움을 받기도 했다. 또한 정처없이 흘러가던 물고기였으며, 정처없이 흘러간 곳이 바로 그녀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목표했던 곳이었기도 했다.

 

 그녀는 능동적인 삶을 살았다. 그것은 그녀가 살아있는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죽은 물고기는 떠내려간다. 하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살과 함께하거나 물살을 거스르거나 능동적인 삶을 산다. 그녀는 급류에 휩쓸려 움직이기도 했고, 어떨 땐 물살을 거스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는 물고기처럼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했다. (물고기의 집이 따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문득 궁금해지네.) 자의로든 타의로든. 그렇게 운명지어진 것 처럼. 편안한 안식처는 그녀에게는 사치였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편안한 안식처를 거부하기도 했던 것 같다.

 

프란츠 파농이 누군지, 그의 책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다른 작가들의 글들은 가슴을 찌르는 것이 없었고,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프란츠 파농의 책은 그렇지 않았다. 라일라에게는. 그녀가 좋아하는 프란츠 파농의 책을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 번 읽어볼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오는 다른 왠지 끌리는 책들도 읽어야겠다.

 

이탈로 스베보의 제노의 양심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프란츠 하농의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

니체의 선과 악을 넘어서

에드워드 클라인의 히프노스와 타나토스

(참고로 절판된 책도 있고, 다른 제목으로 번역된 책도 있고, 없는 책도 있다.)

 

 빌리 할리데이와 지미 핸드릭스는 라일라가 좋아했던 가수이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누구일까 궁금하다.

 

 오랜만에 읽은 소설책이라서 살알짝 긴장감을 갖고 읽었는데, 뭔가 물흐르듯이 흘러가는 이야기에 다다른 결말은 마치 바다에 다다른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의 역자는 근원에의 회귀라고 했다. 뭔가 정말 멋있는 문장이다. 역자 후기를 읽고 멋있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169쪽 그것은 우리가 뭔가 진정으로 원한 적이 없고 항상 타인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117쪽 나는 급류를 거슬러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 다른 사물들 사이를 누비며 살아가고 싶었다.

 

121쪽 나는 어렸을적부터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를 그물로 잡으려 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끈끈이에 들러붙게 했다. 그들은 자신의 감상과 그들 자신의 약점으로 내게 덫을 놓았다.

 

146쪽 우리는 젊었다. 돈도 없고 미래도 없었다. 우리는 마리화나를 피웠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지붕과 붉은 하늘과 도시의 웅웅거리는 소음과 하시시와 같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그 모든 것이 바로 우리의 것이었다.

 

155쪽 "라일라야, 너는 아직 어리니까 조금씩 세상을 알아나가기 시작할 거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는 도처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될테고, 멀리까지 그것들을 찾아나서게 될 거야."

 

168쪽 그 때 나는 세상이란 참으로 좁아서 실만 제대로 끌어당기면 모든 것이 끌려온다는 것, 이를테면 누구든 어떤 일에 관련되면 서로 한 동아리를 이루게 되고,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되며, 노노와 나같이 그들과 무관한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78쪽 내가 원하는 것은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다. 그것이 나를 두렵게 하기도 하고 매혹시키기도 한다. 그것은 나이기도 하고 내가 아니기도 하다.

 

294쪽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막의 먼지에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 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300쪽 라일라의 표류가 조금씩 항해로서의 의미를 키워나가면서 새로운 출발을 위한 근원에로의 회귀를 도모할 수 있기에 이르듯이, 르 클레지오 자신도 다분히 의식적인 표류와 방황을 통해 궁극적으로 모든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고 진정한 가치를 향해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는 글쓰기의 근원적인 상태에 도달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황금 물고기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르 클레지오 (문학동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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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