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에 해당되는 글 152건

  1. 2009.06.05 위기 이후 세계
  2. 2009.05.24 잃어버린 헌법의 변론
  3. 2009.05.18 5월 18일
  4. 2009.05.17 철학의 즐거움
  5. 2009.05.13 교보문고에서 받은 선물 - 북마스터 체험
  6. 2009.05.10 농담의 나비효과
  7. 2009.05.03 수다 떠는 남자
  8. 2009.05.03 연어와 연아
  9. 2009.04.28 시골의사의 통찰
  10. 2009.04.20 족보의 유혹
2009. 6. 5. 18:14
 
 올해도 어김없이 스위스의 작은 마을, 다보스에서 세계경제포럼이 열렸다고 한다. 스위스의 작은 휴양지로, 매년 1월만 되면 세계 유명인사들로 북적거리는 곳. 나는 언제 그곳에 가볼 수 있으려나. 휴양 말고, 포럼 참석으로. 음. 특히 올해는 세계경제포럼(WEF)가 더욱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고 한다. 그 이유는 뭐 다들 알다시피, 최근의 금융, 경제위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참석하고, 열기가 뜨거웠다고 한다.
 
 이번 다보스 포럼에는 많은 이슈들이 있었다. 신자유주의의 몰락, 보호주의 대두, 아시아의 급부상, 녹색 성장 등등. 요즘 정말 격변기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불안정하고, 변화를 갈망하지만, 그 변화의 방향을 잘 모르는. 어차피 인류의 역사는 항상 발전해 왔고, 항상 현인들이 깜짝 등장해 보통 사람들을 이끌어 갔지만, 지금 이 시기의 현인은 누구일 것인가. 궁금해진다.
 
 먼저 이 책을 읽으며, 흥미로웠던 점이, 그 동안 많은 국가들이 신봉했던 신자유주의가 완벽하게 몰락했는데,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전문가들이 논의 한 점이다. 지금까지 너무 규제가 없었는데, 규제를 더 해야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보호주의를 해서도 안된다는 점에도 대부분 동의 했지만, 과연 그럴 수 있을 지. 지금 미국에는 보호주의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그로 인해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이 주목 받고 있다. 바이 아메리칸 정책이란, 미국의 자국 상품 구입을 촉진하는 정책이다. 잘은 모르지만, 조금 비싸더라도 자기 나라 상품을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 우리가 1998년도에 IMF 경제 위기를 겪을 때, 미국은 우리나라에 요구했던 것과 상반된 행동을 하기 때문에, 뭐랄까 이중적인 미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하준 교수님 책 제목을 빌려, 우리나라가 올라갈 사다리는 걷어 차 놓고, 자기네는 사다리를 다시 구해서 사다리를 딛고 올라가려는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뭔가 발상의 전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배드뱅크 얘기는 많이 들어봤는데, 굿뱅크에 대한 이야기는 못들어 봤었다. 다보스 포럼에서 조지 소로스는 굿뱅크 설립을 제안했었다. 배드뱅크는 부실자산을 인수해 처리하는 반면에, 굿뱅크 방식은 우량자산을 굿뱅크로 이동시킨 뒤 자본 재확충을 하는 방식이다. 결국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음. 결과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또 한 가지 이슈가 되는 것은, 요즘 역시 녹색 성장이다. 지금 인류 앞에 놓인 위기는 경제 위기보다는 장기적으로는 아마 환경 오염, 기후 변화일 것이다. 이 역시 다보스 포럼에서 다루어진 주요한 이슈 중의 하나였다. 경제 위기로 인해, 이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많이 줄었는데, 일단 단기적인 어려움이 앞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문제는 더 이상 지체되면 안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 빨리 머리를 맞대고 무엇을 해야할지, 정말 급하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최근에 미국에서는 자동차 연비에 관한 규제와 우리나라에서는 뉴스에서 얼핏 들었는데 전자제품에 대한 전력 소비량에 관한 규제가 생긴 것 같다. 뭔가 잘 된 일 인 것 같다. 자고로, 음. 우리가 서있는 지금 이 지구는, 우리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후대로부터 빌려왔다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시아의 영향력 증대. 이번 금융 위기로 아시아의 영향력이 증대되었다. 특히 역시나 중국이 슈퍼파워로 등장하고 있다. 차이메리카, G2라는 단어도 최근 등장한 단어이다. 차이메리카는 차이나+아메리카의 합성어이고, G2는 2개의 강대국 즉, 미국과 중국을 뜻하는 단어이다. 최근에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중국이 급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력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은 경제위기 가운데 중국 앞에 꼬리를 내리는 모습을 최근에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팀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중국 방문, 높아진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다. 어쨌든, 이와 관련해서 다보스 포럼에서 이슈가된 단어가 있는데, 그것은 아시아나이제이션(Asianization)이다. 과거의 세계화는 서구 주도의 세계화였다면, 이제는 아시아 주도의 세계화가 될 꺼라는. (음. 그럼 이제 영어 공부 안해도 되는건가?;;)
 
 음. 아무래도 이 책에서 가장 의견이 분분한 내용은, 아마도 경기 회복과, 경기 불황의 형태인 듯 싶다. 경기 회복이 곧 될거라는, 혹은 아직도 멀었다는 그런 내용이다. 아무래도 1월달만해도 경제 수치라던가 여타 측면들 고려했을 때 비관론이 득세를 했기 때문에, 이 책에도 비관론적인 글들이 많은 것 같다. 아마 다보스 포럼을 5월달에 했다면, 내 생각에는 이 책에서 보다는 비관론이 줄어들었을 것 같다. 어쨌든, 경제학자들의 예측은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경기 회복이 곧 될거라는 이야기도 많은데, 과연. 그리고 경기 변동이, V, U, L, W 등 여러가지 모양이 있는데, V자는 안될 것이 거의 확실하고, L자나 W자의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강연회 갔을 때 우려되는 부분이 W자 모형이라고 한다. 경기가 회복되는 듯하다가, 고꾸라지는 그런 모형이다. 음. 어쨌든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대공황 이후의 가장 큰 위기. 어쩌면 우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시 나중에 몇십년 후에 경제교과서에 동장할 만한 그런 위기 말이다. 대공황이 끝난 후에도 여러 책이나 사람들에게서 회자 되듯이, 지금 이 위기도 후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될 것이다. 어쨌든 지금 이 어려운 시기, 슬기롭게 잘 헤쳐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
 
 
39~40쪽 차를 운전할 때 기업 · 금융기관은 발을 액셀러레이터에 올려 놓고, 규제당국은 브레이크에 올려놓는다. 때문에 대다수 나라들은 규제를 없애 차가 좀 더 속도를 낼 수 있게 하는 데만 집중했다. 그러나 속도를 너무 내면 차가 전복될 수도 있고 옆길로 빠져 대형 사고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때 그나마 차량의 안전에 도움을 주는 것이 가드레일(방호책)이다. 규제도 마찬가지다.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규제가 경제발전 과정에서 꼭 필요한 안전장치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규제가 사업활동에 어려움을 줄 정도로 과도해서는 안 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로써 규제의 역할은 꼭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136쪽 은행들은 그동안 경기순응적인 대응으로 일관해왔다. 경기가 좋아지면 부실대출이 줄어든다. 이때 자금여력이 커진 은행들은 대출을 늘리기 시작한다.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경기는 급등세를 타게 된다. 그러나 일단 경기가 꺾이기 시작하면 부실대출이 서서히 증가한다. 은행들은 BIS비율을 의식해 급격히 대출을 줄이게된다.
 그러면 갑작스러운 대출축소에 따른 신용경색으로 잘 돌아가던 기업들까지 흑자를 보게 될 개연성이 높아진다. 돈줄이 말라붙으면서 자연히 경기는 급락세를 타게 된다. 이것이 경기순응적 영업방식의 약점이다. 대신 앞으로는 경기가 어려울 때는 돈을 풀고, 경기가 호황일 때는 적절하게 대출을 조정하는 경기대응적인 영업방식을 지향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167쪽 경영자는 직원들에게 효율성을 10% 올리거나 비용을 10% 줄이자고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10%를 얘기하면 20%를 얻을 수도 있다.
 
295쪽 그럼바 회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위기상황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는 이미 검증된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라며 "검증된 전략 속에서 장기 성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최적의 인적자원 구성과 활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인재를 많이 확보해야 한다"며 "기존 팀원을 평가해 이들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파악한 뒤 이들에게 부족한 게 무엇인지, 그리고 현 상황에서 어떻게 더 나은 성과를 발히할 수 있도록 만들지(아마 오타?)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위기 이후 세계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박봉권 (매일경제신문사, 2009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5. 24. 00:55


 올해 1월달이었나. 교보문고에서 반 값 할인 행사를 했었는데(아마 정확한 행사 이름은 OIL이 었을 것이다. Once In a Lifetime, 맞나?) 이 책이 리스트에 있었다. 그 때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엔 샀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 중에는 법과 관련된 책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평도 좋고, 교양도 쌓을 겸, 이 책을 샀다. 한 권만 사니깐 배송료가 붙었는데, 배송료를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싼 가격이었기 때문에 사게됬다. 음. 그런데, 솔직히 책꽂이에만 꽂아놓고, 계속 후순위로 밀리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날 갑자기, 이번에는 이 책을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읽게 되었다.
 
 일단 책 제목처럼, 우리나라 헌법의 풍경에 대해서 쓴 책이다. 책은 서장과 8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마다 헌법 조항을 들어가며, 현실과 유리됨을 지적하고, 자신의 생각을 가감없이 써내려 갔다. 대학 교수라는 생각을 하면서 이 책을 읽으니까 마치 대학교 교양 수업을 듣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아마 이렇게 강의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05년도에 법학 입문이라는 교양 과목을 들은 적이 있었다. 사이버 수업이었는데, 교양 수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과제도 많았고, 인터넷 상으로 토론도 해야했고, 귀찮은 수업이었다. 그리고 수업과 관련해서 읽어야 할 책들도 많았는데, 그 때는 교양 수업이 왜 이렇게 힘들어, 하는 생각을 하며 귀찮았었지만, 나중에 생각해보니, 교양 수업중에 기억에 남는 수업 중 하나가 되었다. 생각할 거리들도 많이 남겨주고, 뭔가 사고의 폭도 넓혀 준 것 같고(정말?;;) 음. 조금 뜬금 없는 소리이지만.
 
 이 책도 마찬가지로, 한번 쯤 곰곰히 생각해볼만한 것들을 머릿속에 던져준다. 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2장. 국가란 이름의 괴물이다. 국가라는 이유로 최고의 선으로 여겨져, 자행되었던 일들. 그 중에서도 제주도와 실미도, 두 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제주 4.3 사건. 실미도 사건. 모두 사람들을 죽인 것은 누구였을까? 다름 아닌 국가이다. 국가라는 이름의 괴물로 인해 소리 없이, 사라져간 사람들. 이런 사건들에는 늘 엉터리 재판이나 국가 권력의 무조건적 정당화를 통해 이를 묵인한 법률가들이 끼어 있었음(99쪽)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저자는 이야기 한다. 뭔가 법률가로서 자기반성적인 글 이다. 이러한 자기반성적인 글들이 전반적으로 책의 많은 부분을 통해 나와있다. 사법연수원에서, 훈련소에서, 그리고 검사로 재임기간 동안 느꼈던 것들을 통해 볼 수 있었다. 이런 기간동안 자신도 모르게, 특권의식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이야기 한다. 사회 정의를 위해 법조인이 된 사람들도 자신도 모르게 특권의식을 갖게 된다고 한다. 이를 내면화된 특권의식이라고 했다.
 
 그리고 리갈 마인드라는 단어의 허구성에 대해서도 지적한다. 리갈 마인드란 법률가들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는 과정에서 작동하는 '그 어떤 것'(46쪽)이라고 저자는 이야기 하는데, 리갈 마인드란 매우 주관적인 법률가의 가치관 또는 판단력에, 객관성이라고 하는 면죄부를 주기 위해 만들어낸 개념에 지나지 않고, 이것이 소수 법률가 집단의 독점을 합리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48쪽)고 말하고 있다. 결국 리갈 마인드는 법조인의 편의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리갈 마인드를 강요하는 것은 조금 모순 인 것 같다. 사실 경제학에서도 얼핏 들어본 것 같은데, 이코노믹 마인드, 책 제목으로까지 있는 이코노믹 씽킹이라는 말이 있다. 그냥 한글로 쉽게 경제학적 사고라는 단어는 경제학을 공부하면서 많이 들어보고 있다. 나는 스스로 경제학적 사고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런데 경제학적 사고가 무엇일지 생각을 해본적이 별로 없다. 그런데 진짜 경제학적 사고는 어떻게 하는거지? 음. 아마 이건 타고 나는 것 같다. 분명한 것은 나에게는 이것이 없는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것들 이외에도 생각할 거리들을 많이 남겨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신, 무죄추정의 원칙 등등. 우리가 살아가면서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내용들이 많은 것 같다. 조금 부정적인 것들을 많이 언급했는데, 최근에 사법시험 합격자가 늘어나고, 전국적으로 다양한 로스쿨이 설립되고, 법조인의 공급이 늘어나다 보니까, 다양한 색깔의 법조인들이 등장할 것이라고 말한다.(사실 로스쿨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저자는 최소한 법학 교육의 다양성만은 이끌어 낼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이른바 똥개 법률가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허약한 순수한 혈통의 특권의식을 갖고 있는 귀공자 법조인들보다 잡초처럼 자란 똥개 법률가들이 나타남으로써 싸움을 할 줄 아는 법률가들, 의뢰인들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법률가들이 등장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다.
 
 제목에 이 들어가는 책을 읽기 전에는 왠지 거리감이 느껴졌고, 왠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편하게 읽을 수있는 책이라서 좋았다.
 
 
21쪽 일단 변호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때부터 저는 법률가의 길이라고 하는 '생존을 위한 현실적 목표'와 읽고 싶은 책이라고 하는 '오늘의 즐거움' 사이에서 끝없는 갈등에 빠지게 됩니다.
 
 31쪽 한번 궤도를 이탈해보고 나니 '남과 다르게 사는 자유'를 알게 되었고, 그 자유에 기초한 선택은 이전보다 훨씬 더 수월했습니다. 마침내 좀 거칠더라도 '읽어야 할 책' 대신 '읽고 싶은 책'을 읽는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65쪽 '대화'는 "나만이 절대적인 진리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라는 자각에서 출발합니다. 우리들 중 누구도 정답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는 데서부터 대화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내가 잠정적으로 정답이라고, 정의라고 생각하는 것은 존재하지만, 그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하면서 언제든지 수정 가능한 것이어야 합니다. 상대방과 나누는 대화에 의해 내가 가진 정보의 양이 늘어나다 보면 분명히 어느 지점에선가 내 생각을 바꿔야 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대화' 란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임으로써 내 생각을 발전시켜 나가는 재미있는 작업입니다.
 
67쪽 민주주의는 그 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지만 합의가 도출된 이후에는, 외견상 효율적으로 보이는 권위주의 독재 체재보다 훨씬 손쉽게 굴러가게 됩니다.

헌법의 풍경 : 잃어버린 헌법을 위한 변론
카테고리 정치/사회
지은이 김두식 (교양인, 2004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단상2009. 5. 18. 21:50


 1980년 5월. 그리고 29년 후. 그날의 비명, 울분 그리고 시민을 향한 국가라는 괴물의 총성. 그리고 민주화.

 우리는 그날의 광주의 그분들을 잊어서는 안된다. 화려한 휴가의 신애(이요원)가 말했던 것 처럼.

 오늘 아침, 광주, 전남에서 출자(?)한 기숙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기숙사에서 추모식을 했다. 솔직히 체조점수 때문에 억지로 참석하긴 했지만, 기숙사에 들어온 이후에, 가장 의미있는 체조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대부분의 학생이 대충 점수를 얻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참여하는 체조시간. 오늘도 마찬가지이긴 했지만, 나는 나름대로 의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솔직히 누가(누굴까?) 시켜서 하는 것에 대한 반감때문에, 싫긴 했지만. 좋아하는 일도 누가 시키면 하기 싫어지듯. 어쨌든, 체조하고, 밥먹고 나서, 분향을 했다.

 다른 무엇보다, 그 시간에 흘러 나왔던 양희은의 아침이슬이 귀에 들어왔다. 평소에는 그냥 흘려 보냈을 노랫말인데, 이상하게 오늘따라 양희은의 목소리와 함께 귀에 알알이 박혔다. 


긴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이슬처럼
내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이제 가노라


내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이제 가노라


 구 전남도청 별관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 곳에 어떤 역사적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1980년 5월에 그 곳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곳이 사라진다면, 우리는 무엇으로 기억할 수 있을까? 사진으로, 영상으로, 책으로, 혹은 영화로? 하지만, 만지고, 느끼고, 그곳의 냄새를 맡지는 못한다. 그리고 우리의 후대로 내려갈 수록 1980년 5월은 점점 희미해 질 것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그날을 기억해야 하나.

 화려한 휴가에서 이요원의 마지막 대사. 이 대사는 광주시민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하는 이야기이다. 그들을, 그리고 그날을 잊지 말자.

                                                                                                                 (사진 출처 : 네이버 영화)


"광주시민 여러분,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5. 17. 01:44

 작년에 선물 받은 책인데, 이제서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읽은지도 꽤 오래되었는데, 한 박자 늦은 리뷰이다. 시험기간 동안 이 책을 들고 다녔더랬다. 그냥 지하철에서 통학할 때 읽으려고. 음. 그리고 이 책을 굳이 들고다닌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시험기간 동안 철학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는 책을 가지고 다니면 왠지 여유로워 보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낱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 라는 메시지를 보여주면서, 뒤에서는 공부를 죽어라 하는;; 솔직히 죽어라 하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예전보다는 열심히 하기는 했다. 이 책을 들고다니면서 "나는 시험기간에도 이런 책을 읽고 있어." 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그 때 스스로 생각했던 것이, 책의 장식효과이다. 들고 다니는 책에 따라 어떤 사람인지 파악 할 수 있는. 혹은 자신을 나타내기도 하는 수단이 되기도 하는.
 
 이 책은 일단 삶과 관련된 여러가지 주제와 그 주제에 맞는 여러 유명한 사람들의 글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그래서 혹시라도 철학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사람이 이 책을 읽는다면 크게 실망할 여지가 있다. 사실 나도 당황했으니까. 그저 여러 유명한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만 생각이 되기때문이다. 그리고 이상하게 이 글들에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글들이 좋긴 한데, 문장들을 보고나서 뭔가 뭔가 가슴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내가 뭔가 엄청 메말라 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모든 글들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좋은 글들도 충분히 많이 있었다.
 
 그리고 한 책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아, 다 읽고 나면 뭐가 남아있는지 잘 모르겠다. 독자에게 많은 것을 주고 싶은 편저자의 생각은 십분 이해하지만, 나같은 독자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솔직히 편저자의 각 글에 대한 해설도 재미가 없었다. 너무 뻔한 내용들로만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가슴으로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다.
 
 사실, 선물 받은 책이라서 리뷰를 이렇게 쓰는게 예의에 어긋나는 아닌가 싶고, 대부분 이 책에 대한 호평들밖에 없는데, 유독 나만 혹평이다. 그래도 나같은 사람도 있는 게 세상이니깐.
 
70쪽 깨끗하고 상쾌한 마음속에서 지혜가 샘솟으며 이런 지혜가 진리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리는 결코 격언 상자 안에서만 존재하는 죽은 이념이 아니다. 깨끗한 마음에서 솟아난 진리는 자유이며 힘이다. - 빈부차이, 라빈드라나드 타고르(Rabindranath Tagore), 인도
 
91쪽 열정은 주변 사람도 자극한다. 그러므로 열정적인 삶을 사는 것만으로도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 된다. - 생명의 열정, 나폴레옹 힐(Napoleon Hill), 미국
 
124쪽 운명은 우리의 열정과 편견까지도 지배한다. 우리는 사람의 재능과 능력이 우리의 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성적으로는 허영심을 부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제적으로 허영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 조차도 어쩌면 우리의 운명일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운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 운명, 볼테르(Voltaire), 프랑스
 
254쪽 우정은 한 권의 책이다. 끝까지 다 읽어야만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다.
 
269~270쪽 사람마다  뼛속 깊이 새겨진 인성은 별 차이 없이 비슷비슷하다. 나 역시 다른 사람들보다 더 착하지도 더 악하지도 않다. 만약 내가 내 생각과 행동, 이념들을 모두 기록해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면 사람들은 모두 나를 몹쓸 마귀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서로 다른 사람에 대해 좀 더 관대해지자.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해 좀 더 엄격해지자. - 입장바꿔 생각하다, 윌리엄 서머싯 몸(William Somerset Maugham), 영국
 
392쪽 여든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것은 하늘의 축복이다. 80년이란 세월이 무척 길게 느껴지지만 10년씩 나누어 생각해 보면 겨우 여덟번이다. 10년 세월은 번개처럼 순식간에 지나간다. 80년도 여덟 번의 번개에 불과하다. 결코 많은 날이 아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을 사랑하고 인생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 이렇게 살아야 죽기 전에 만족하며 웃을 수 있을 것이다.  - 인생을 즐기는 법을 배우다, 이판(依凡), 중국

철학의 즐거움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왕징 (베이직북스, 2008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5. 13. 13:29

 

 

매월 7일은 좋은 책을 펼치는 날.

북마스터데이.

BOOKMASTER DAY.

 

5월 7일. 북마스터 체험 행사.

 

 

 5월 6일에 예비군 훈련을 받았더랬다. 예비군 훈련의 여파로, 음. 엄밀히 말하자만 예비군 훈련의 여파는 아니었고- 농담의 리뷰에도 썼지만-그 전날 밀란 쿤데라의 농담을 새벽 3시까지 읽은 여파로 인해, 예비군 훈련전 날 잠을 자지 못했고, 훈련 다음 날의 아침 수업으로 인해, 수면 보충을 제대로 못했다. 결국 초췌한 몰골로, 북마스터 체험을 했더랬다. 그렇지 않아도 내 몰골은 초췌하긴 하지만.

 

 어쨌든, 북마스터 체험 행사는 1시부터 시작이었는데, 수업이 1시 반에 끝난 관계로, 수업을 마친 후, 친구와 빵쪼가리를 조금 먹고 바로 내가 평소에 사모하는 서점(?) 광화문 교보문고 북마스터 체험 행사장으로 갔다. 수업에 관해서 참고로, 원래 이 수업은 출석 잘 부르지 않는 수업이라서 그냥 수업 듣지 말고 갈까했지만, 왠지 불안해서, 수업을 듣고 가기로 결심했는데, 마침 출석을 불러서, 가슴을 쓸어내렸더랬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출발 후 약 30분정도 후에 도착했다. 나는 조금 늦어서, 이미 많은 순서가 진행되었고, 마침 내가 도착 했을 때는 자신이 추천하는 책과 그 책에 대한 소개 카드를 만들고 있는 순서였다. 다른 분들은 이미 마무리 단계였을때, 시작했다. 나는 평소에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 했던 책인 기쁨의 천마일을 추천했다. 사실 책을 읽은 내용이 잘 기억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왠지 필요할 것 같아서 인쇄했던, 3년 묵은 리뷰를 바탕으로 책 소개를 썼다.

 

100만원을 가지고 1년간 아프리카에서 살아보겠다는 다부진(!) 꿈을 가지고 아프리카로 간 청년 박문수. 처음 기약한 1년이 그의 평생을 바꾸었다. 아프리카가 그의 인생을 바꾸었다. 무엇이 박문수를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아프리카에 있어도 아프리카가 그리운 청년 박문수의 기쁨의 천마일! I wish you have a good trip!

 

 혹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시면 눈여겨 봐주세요.^^ 많이 팔려야 할텐데. 흠.

 

 책 소개를 마친 후, CS 교육을 받았다. 인사하는 법, 명함 건내는 법, 책 건내는 법, 고객 응대하는 법. 바른 자세 등등. 실생활에서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이었다. 교육 중에 북마스터 체험하러 오신 분과 짝을 이루어, 인사를 하고, 명함을 건내고, 받고, 짧게 역할을 나누어서, 실전을 대비(?)하기도 했다. 사실 굉장히 쑥스러웠다.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유일한 청일점이 었던 나는 특히. 음. CS 교육을 받으며 교육 내용이 뭔가 사소한 것 같지만,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북마스터는 바로 교보문고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뭔가 사소한 배려일 수도, 고객이 전혀 신경쓰지 않는 배려일 수도 있지만, 북마스터분들의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모든 직업이 마찬가지겠지만, 북마스터라는 직업은 특히 더 직업에 대한 애착이 더 커야 힘든 일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CS 교육 후. 실제 현장에 투입(?) 되었다. 문학 코너로 갔었는데, 마침 스타 북마스터이자, 얼짱 북마스터인 신길례 북마스터님과 함께하게 되었다. 예전에 느낌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에 출연하셨고, 그 외 다른 방송에도 다수 출연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예전에 북마스터라는 직업이 궁금해서,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는데, 마침 기사에 신길례 북마스터님이 인터뷰했던 기사를 유심히 읽은 적이 있었는데, 마침 운이 좋게 신길례 북마스터님과 함께하게 되었다. 첫 시간은 교보문고 문학 코너에 대한 소개를 하셨다. 사실 며칠 전에 교보문고 매장에 갔었던 터라, 눈에 많이 익었었다. 그리고 나서 북마스터님께서 미리 정하신 책을 찾아오는 순서를 가졌는데, 빠른 시간에 찾아와서 칭찬을 받았다. 짝을 이룬 분께서는 나보다 더 빠른 시간에 찾았다. 책 찾기 순서를 마치고, 실제로 고객 응대를 했는데, 나는 멀뚱멀뚱히 서있기만 했었다. 다른 북마스터 체험하러 오신 분은, 실제로 고객이 원하는 책을 찾아주고, 고객 응대를 했지만. 나는 시간 관계상.

 

 모든 순서를 마치고, 북마스터 임명장과, 명예 자격증을 받고, 책도장-예전부터 갖고 싶었었는데-도 받고, 문화상품권도 받았다. 뭔가 뿌듯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상 비스무리한 것을 언제 받아봤더라. 기억이 가물가물. 기념 사진도 찰칵. 광화문 교보문고 점장님도 함께하셔서, 청이점이 되었다. 나는 꿋꿋이 V자를. 신길례 북마스터님께서, 나에게 사진 촬영이 끝날 때까지 꿋꿋이 V자를 계속 하고 있었다고, 말씀하시고 웃음을 지으셨다.

 

 웃음 속에서 북마스터 체험을 마무리하고, 점장님과 티타임을 가졌다. 이런 저런 얘기들을 많이 했다. 구체적으로 기억이 나지는 않았지만, 설문조사도 하고, 뭔가 제언할 점. 그리고 기억나는게 우리나라의 책 값, 그리고 은퇴 후 읽을 책 컬렉션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깊었다. 나도 나만의 책 컬렉션을 만들어 봐야겠다. 진짜로 모든 순서를 마치고, 모두 각자의 갈 길을 갔다. 사실 이름도 모르고-나의 까마귀 기억력 때문에- 나중에 언제 볼지도 모르지만, 소중한 인연 인 것 같다. 인연이라면 언젠가 한번 쯤은 다시 교보문고에서 스쳐 지나가며 볼 수도 있겠지. 나는 다시 교보문고로 돌아가, 내가 추천한 책인 기쁨의 천마일을 그윽하게 바라보고,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어갔다. 뭔가 뿌듯하다. 혹시 내가 소개한 글로 인해 이 책을 사려는 사람이 있을 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즐거운 하루였다. 평소에 동경하던 직업이었는데, 직접 체험하는 행운을 누릴 수 있게 되어서. 그리고 연애시대의 감우성의 직업이었던. 아참 참고로, 연애시대 촬영은 강남 교보에서 했다고 한다. 어쨌든 선망하던 일일 북마스터 체험으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앞으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면 아는 사람이 생기고 - 그날 만났던 북마스터님들- 단 하루였지만, 교보문고 북마스터였다는 사실을 생각하며, 좋은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5. 10. 23:2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의 제목은 한번 쯤 들어보셨으리라. 너무 유명하고, 이 제목을 패러디한 다른 제목도 많은 것 같다. 음. 그리고 영화화도 되었다고 한다.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책을 쓴 밀란 쿤데라의 처녀작이 최근에 읽은 농담이다. 어느 날 부터 였나, 도서관을 거니는데, 계속 이 책이 눈에 띄었다. 처음에는 나중에 읽어야지 하고 애써(?) 외면을 했었는데, 그냥 뭐랄까, 왠지 나에게 읽히기를 원했던 책이라 생각해서, 시험 끝나기 하루 전에 빌려서 읽게 되었다. 시험 기간동안에는 두꺼운 전공 서적만 보다가, 민음사의 아담한 책을 보니 뭔가 끌렸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처음 읽는 체코 출신 작가의 책. 뭔가 이름에서부터 풍기는 문학적 향취. 어쨌든, 내가 아는 작가의 이름 중에서 가장 멋진 것 같다. 참고로 폴 오스터도 내가 좋아하는 이름 중의 하나이다. 음. 어쨌든, 요즘 이 책을 자주 들고 다녔었는데, 기숙사 후배가 이 책을 보더니,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예전에 읽었었는데, 어려웠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되던 참이었는데, 사실 나도 집중이 잘 안되고, 뭔가 어렵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일단 그 이유로, 글씨가 작아서(?). 음. 그리고, 이 책의 스타일을 파악하지 못했었는데, 책에 너무 많은 ""가 나와서 헷갈렸다. (책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아마 이 책에서 나온 1인칭 화자가 4명 이었던 것 같다. 한 장에 한명씩 화자가 바뀌었다. 마지막 장에는 3명의 화자가 한꺼번에 나와서,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해보니, 보통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의 정신 세계를 투영된 인물이라고 하는데, 한 소설에 4명의 등장 인물들의 캐릭터가 겹치지 않게 서술한 작가의 능수능란함이랄까. 이런게 돋보였다.

 

 이 책에는 일단 4명의 화자가 나오지만, 모든 이야기에 동시에 등장하는 사람은 루드빅뿐이다. 루드빅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정치적인 내용과 사랑, 복수의 내용이 잘 버물려졌다. 엄밀히 말하자면 실패한 복수이지만. 주인공 루드빅의 대학 시절, 그가 좋아했던 여자 동지(마르케타)에게 쓴 엽서의 내용이 공산주의자의 입장에서 용납이 되지 않는 내용이었는데, 이 엽서의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그리고 그는 재판에 회부되고, 이것은 단순히 자신의 농담이었다고 변호하지만, 공산당에서 쫓겨나게 된다. 결국엔 정치범으로 강제로 탄광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첫눈에 반한 루치에를 만나게 된다. <100쪽 첫눈에 반한다는 말들을 잘 한다. 나는 사랑이 자기 자신의 전설을 만들어낸다거나 그 시작을 나중에 신비화시키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니 지금 그것이 그렇게 돌연히 불붙은 사랑이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분명 어떤 예시 같은 것이 있었다.> 루치에를 만나 순수한 사랑을 이어가던 중, 결국 어느 순간 그의 남성이 꿈틀거려, 결국 그녀와의 하룻밤을 묵고자 했으나, 루치에의 완강한 거부로 결국 둘은 헤어지고, 루치에는 그 곳을 떠난다. 루드빅은 후회한다. 그녀를 찾아보려 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게 운명의 장난인지는 몰라도, 루치에는 루드빅의 고향이었던 곳으로 가게된다. 그곳에서 루치에 코스트카를 만나 자신의 과거(성폭행을 상습적으로 당했던)를 이야기했고, 코스트카에게 마음을 연다. 결국 자신의 과거 때문에, 즉 처녀성이 없다는, 루드빅을 거부했었는데, 코스트카를 만나 루치에는 변화되었고, 코스트카와 잠을 자게 된다. 나중에 루드빅은 코스트카와의 만남에서 그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자신이 루치에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루치에의 마음을 열게 하지 못했던 자신에 대해서 후회를 하게 된다.

 

 또 다른 이야기는 복수에 관한 이야기이다. 루드빅은 자신의 정치 재판 때, 자신의 편이 되어줄 지 알았던 제마넥으로부터 배신을 당한다. 복수는 우연한 기회에 찾아왔다. 어느 날 루드빅의 부인이었던 헬레나를 만나게 되는데, 루드빅은 그녀가 제마넥의 부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나서, 은근하게 헬레나를 유혹한다. 유혹에 성공하고 헬레나와 잠을 자게 된다. 헬레나는 루드빅을 진심으로 사랑했었고, 루드빅은 헬레나를 복수의 도구로만 사용했었다. 제마넥이 사랑하는 헬레나의 육체를 경험함으로써, 그에게 복수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헬레나와 제마넥은 법적으로만 부부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을 뿐, 제마넥은 젊은 여학생과 사귀고 있었다. 루드빅이 볼 때에도 매혹적인. 어쨌든 자신의 복수가 실패했음을 알고, 헬레나를 떼어놓으려고 하지만, 헬레나는 루드빅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었다. <396쪽 내가 제마넥 앞으로 나아가 그의 따귀를 때렸어야 했던 것은 바로 그때, 대학 강당에서, 제마넥이 『교수대 아래에서 쓴 르포』를 낭독하고 있었을 때, 바로 그때였고 오로지 그때뿐이었다.> 결국 루드빅은 차갑게 돌아섰고, 헬레나는 자실을 기도하게 된다. 입에 진통제를 털어 넣었지만, 그것은 진통제 통에 들어있던 변비약이었다. 결국 그 변비약이 헬레나를 구했고, 급히 헬레나를 구하기 위해 찾아온 루드빅과 화장실에서 창피한 모습으로 재회한다. 소설 속 인물인 헬레나는 창피했겠지만, 책을 읽는 나는 뭔가 "풉"하는 웃음이 세어나왔고, 이거 뭔가 시트콤 같은 상황인데? 하는 생각을 했었더랬다. 밀란 쿤데라식의 유머인지는 몰라도, 뭔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마 소설을 읽는 묘미가 아닌가 싶다.

 

 처음에는 소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지만, 읽다 보니 어느새 술술 읽게 되었고, 예비군 훈련 가기 전날, 새벽 3시까지 이 책을 완독했다. 사실 5월 5일 어린이 날때 잠을 너무 많이 자서 그랬는지, 잠을 쉬이 잘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끝까지 읽어보자." 하고, 새벽까지 이 책을 붙잡고 있었다. 결국 이 책 덕분에, 3시에 잠들어, 5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여섯시 반 경에 학교로 갔다. 음. 이 여파가 훈련때는 없었는데, 다음 날 수업시간에 나타나, 결국 수업시간 내내 졸았던.

 

 농담. 결국 사소한 농담이었지만, 농담이 루드빅의 인생의 행로를 결정, 아니 바꿔버렸다. 이 책을 읽으니, 예전에 보았던 영화 에쉬튼 커쳐 주연의 나비효과가 생각났다. 결국 인생을 바꾸는 것은 사소한 것 때문이다. 혹시 내가 하는 사소한 행동이, 앞으로 짧게는 며칠 후, 길게는 몇 십년 후의 인생이 결정된다하면, 얼마나 억울할까? 하지만 결국 그것 또한 남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결국 자기탓이다. 밀란 쿤데라의 농담같은 소설을 읽은 후의 나의 농담같은 리뷰.

 
73쪽 서로가 다 초면이고 익명인 불투명함 속에서 타인들에게서 거칠고 낯설기만 한 모든 것이 가차없이 발산된다. 우리를 묶어주는 단 하나의 유일한 인간적 연결 고리란, 짤막하게 서로 무어라 추측이나 해보고 있던 불투명한 미래뿐이었다.
  
 
77쪽 이 이미지(아무리 나와 비슷하지 않다 해도)는 나 자신보다 비교할 수도 없이 더 실제적이며, 그것은 결코 나의 그림자가 아니라, 나, 바로 나 자신이 내 이미지의 그림자였다. 왜 나를 닮지 않았냐고 그 이미지를 탓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며, 이미지와 다른 것은 내 잘못이었다. 그리고 이 다름은 바로 나의 십자가, 그 누구에게 떠넘길 수도 없고 내가 짊어지고 가야하는 것으로 선고받은 십자가였던 것이다.

 

259쪽 여자의 생각을 다루는 데에는 반드시 지켜야 하는 나름의 규칙이 있는 법이다. 이성으로 여자를 설득하려 하거나, 아주 합리적은 근거를 들어 여자의 의견을 반박한다거나 하는 사람은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여자가 자기 자신에게 부여하고자 하는 이미지(원칙이나 이상, 신념 같은 것)를 파악하고, 우리가 바라는 그녀의 행동과 그 이미지가 조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궤변을 동원하여) 노력하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한 일이다.

 
391~392쪽 그 순간 나는, 나 자신이 그리고 내 인생 전체가 훨씬 더 광대하고 전적으로 철회 불가능한 농담(나를 넘어서는) 속에 포함되어 있는 이상, 나 자신의 농담을 완전히 무화시켜 버릴 수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398~399쪽 그렇다, 갑자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두 가지 헛된 믿음에 빠져 있다. 기억(사람, 사물, 행위, 민족 등에 대한 기억)의 영속성에 대한 믿음과 (행위, 실수, 죄, 잘못 등을) 고쳐볼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이것은 둘 다 마찬가지로 잘못된 믿음이다. 진실은 오히려 정반대이다. 모든 것은 잊혀지고, 고쳐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엇을 (복수에 의해서 그리고 용서에 의해서) 고친다는 일은 망각이 담당할 것이다. 그 누구도 이미 저질러진 잘못을 고치지 못하겠지만 모든 잘못이 잊혀질 것이다.

농담(세계문학전집 29)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밀란 쿤데라 (민음사, 1999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5. 3. 01:39

# 1

 

 최근 알게 된 사실. 내가 수다떠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일깨워준 한 사건(?)이 있다.

 

 친구가 하는 이야기.

 

 친구 : "너는 도대체 좋아하는 게 뭐냐? 술, 담배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기숙사 들어가면 뭐 하는 것도 없으면서, 재미있어 하는 게 뭐냐?"

 나 : "뭐지? 나도 잘 모르겠다."

 친구 : "아, 하나 있다. 수다떨기."

 

 약간 각색을 한거지만, 요지는 수다떨기이다.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수다를 좋아한다는 것을. 그리고 나서 나의 수다력(歷, 이 한자가 맞게 쓰인건지 모르겠다.) 떠올려 보았다.

 

 음. 정말 수다를 좋아하긴 좋아한다. 이 역사는 고등학교 때 부터 시작되었다. 중학교 이전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 버렸고, 특별히 수다를 많이 떨지는 않았던 것 같다. 친한 친구와 같은 방에 묵기라도 한다면, 거의 그날 밤은 잠을 못잔다. 수다를 떠느라. 그리고 한 때 전화 통화를 자주 했었던 친구가 있었는데, 통화를 하면 기본이 한 시간이었다. 뭐 여자친구도 아니었고, 그냥 친구 사이었는데, 할 얘기가 왜 이렇게 많았었는지. 

 

 할 얘기가 왜 이렇게 많았던지, 집에 가는 방향이 같았던 친한 친구와는 집에 거의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바퀴를 돌며 이야기들을 하곤 했다. 그리고 찻집에 가면 수다가 아마 기본이 2시간인 것 같다. 생각해보니. 그리고 최근에 수다를 많이 떨었던게, 친구와 책 수다를 한시간 정도 떨었던 것 같다.

 

 수다를 떨고 나서 돌아서 생각해보니, 수다 떠는 것을 좋아했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 것이, 그 때 더 많은 이야기를 못해서 아쉽다고 느꼈을 때 이다. 다른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헤어지고 나서 생각났을 때의 괴로움이란.

 

 뭐, 이건 다른 사람들도 다 하는 건데, 나만 유난스럽게 수다를 좋아한다고 할 수는 없는 것일 수는 없다.

 

 이러한 수다는 꼭 말로만 하는 수다가 전부는 아니다. 가끔 그냥 아무나하고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주위에 아무도 없을 때, 그럴 때 생각나는 사람에게 전화를 한다. 사람들, 왜 이렇게 바쁜지 첫 번째 전화에 안받는 경우가 많다. 늦게 전화가 오면, 수다 떨고자 하는 의욕(?)도 조금 떨어져 있고, 덜 재밌다. 그리고 전화로 수다를 떠는게 약간은 어색한 사람에게는 문자를 보내곤 한다.


 음. 또 생각해보니 메신저가 있다. 메신저에 접속. 그리고 말걸기. 혹은 누군가 말 걸어주기를 기다리기. 뭐,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접속하기도 하는데, 누가 접속해 있나 보러도 접속하기도 한다.
 

 전화나, 문자, 메신저로 하는 수다 이외에 또 다른 수다의 방법이 있는데. 그것은 그냥 글을 쓰는 것이다. 뭐 대단한 글은 아니지만, 머리에 맴도는 생각들을 그냥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으면, 뭐랄까, 수다에 준하는 만족(?)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지껄인 글들이 어느새 글곳간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지금 이 글도 약 40분 정도 쓰고 있는데, 일단 이렇게 쓰고 나면 뭔가 기분이 좋아진다. 음. 그런데 오늘 포스팅을 2개나 해서 조금 힘들긴 하다.

 

# 2

 

 수다 떠는 남자라. 뭔가 긍정적이지는 못하다. 우리 사회에서 요구하는 남자상(像)은 과묵하고, 입이 무거운 모습이다. 나는 여기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 입이 가벼워 믿을만 한 사람이 아니란 뜻은 아니다. 나는 비밀은 잘 지키는 편이다. -  뭐 말이 많다고 해서, 노홍철처럼 쉬지 않고 말을 많이 한다는 뜻은 아니다. 목적은 입근육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라. 이야기이다. 그냥 이야기가 하고 싶은 것이다.

 

 어쨌든, 수다 떨기를 좋아하는 것에 당당해지자. 앞으로 누군가가 좋아하는 것이 뭐냐고 묻는 다면 당당하게 수다라고 말해야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5. 3. 00:18

 

 어른을 위한 동화책이라는 연어. 나도 어느새 어른이 되어있을 지도 모른다. 음. 왠지 이런 생각하니 서글퍼지네. 어쨌든 어른 위한 동화라는 말에는 모순이 있긴 하지만, 어른이 되어 가는 나를 위한 동화인 느낌이 들었다. 참고로 동화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은 이야기이다.

 

 연탄재를 함부로 발로 차지 말라던 안도현 시인. 시인이 쓴 문장들이라서 그런지, 섬세하고 예뻤다. 이야기를 읽는 기쁨 외에, 예쁜 문장들을 읽는 기쁨도 있었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에 지루하지 않게(?) 연필로 휙휙 그린 듯한 그림들도 좋았다.

 

 이 책에서의 사건(?)은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먼저 한가지 사건은 은빛연어와 눈맑은연어의 사랑이다. 고작 연어들의 사랑이야기이지만, 괜스리 설레였다. 예쁘고 아기자기하고 맑은 그런 사랑인 느낌이다. 그리고 다른 사건은, 폭포앞에서 다른 연어들이 쉬운 길로 가려고 할 때 주인공인 은빛연어는 쉬운 길보다는 꼭 가야 할 힘든 길을 택해야 한다고 주장해 결국 힘들게 폭포의 사나운 물길을 거슬러 올라갔던 일이다. 흐르는 강물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의 모습을 보고 쉬운길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연어를 읽는 내내, 이름이 비슷한 연아가 생각이 났다. 이건 뭐지. 어쨌든, 연어의 어에 점 하나를 지우고 옆으로 다시 찍으면 연아의 아가 된다. 그래서 생각해 봤다. 연아와 연어의 공통점을 찾자면, 연어는 거센 물결을 헤쳐 올라가고, 연아는 중력의 힘을 거슬러 올라가는(점프하는) 것. 아마, 연어도 연아도 자신을 무력화 시키는 것들을 거슬러 올라가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 거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간다. 다른 점이 있다라면, 연어는 힘겹게 물살을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자신의 생을 마감하지만, 연아는 중력의 힘을 거스르는 점프를 하고서 많은 사람들의 갈채를 받는 다는 것.

 

11쪽 연어를 완전히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은, 연어를 옆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알기 쉽게 말한다면, 마음의 눈을 갖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눈, 그리하여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 상상력은 우리를 이 세상 끝까지 가보게 만드는 힘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첫 입맞춤이 뜨겁고 달콤한 것은, 그 이전의, 두 사람의 입술과 입술이 맞닿기 직전까지의 상상력 때문인 것처럼.

 

39쪽 그리움, 이라고 일컫기엔 너무나 크고, 기다림, 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넓은 이 보고 싶음. 삶이란 게 견딜 수 없는 것이면서도 또한 견뎌내야 하는 거래지만, 이 끝없는 보고 싶음 앞에서는 삶도 무엇도 속수무책일 뿐이다.

 

60쪽 지나간 과거, 특히 아픈 기억의 과거를 함부로 말하는 것은 아주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그는 잘 안다. 기억이란 쓸데없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위험이 늘 있는 것이다.

연어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안도현 (문학동네, 2008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4. 28. 10:33



 내가 처음에 시장 참여자가 되었을 때는 아무것도 모를 때였다. 주식이 오르고 있는지 떨어지고 있는지도 관심이 없었다. 그냥 한번 해보고 싶었다. 나도 주식투자라는 것을. 계좌를 만들고 수중에 있는 몇만원을 갖고 투자를 해봤다. 그리고 까맞게 잊고 있었다. 오랜시간이 지나고 다시 투자를 해보려고 했는데, 당최 비밀번호가 생각이 안났다. 5회 이상 틀려서, 은행에 가서 다시 새로운 비밀번호를 설정했다. 이러고 보니 나도 어느새 주식투자를 시작한지가 햇수로 4년차이다. 에헴. 중간에 공백기가 많이 길긴 했지만.

 

 음. 시골의사라는 필명을 가진 의사 박경철. 그는 의사라는 직업보다는 성공한 주식투자자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그리고 TV 출연으로 익히 알려져 있고, 작년에는 민주당 공천심사도 했었다. 여러 책의 저자이기도 하고, 어떤게 진짜 직업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도 주식시장에서 개미로 일컬어 진다. 정말 개미중에서도 아마 가장 미미한 개미가 아닐까 싶다. 어쨌든, 이 책에서는 대부분의 개미가 주식시장에 뛰어들 때는 시장이 뜨겝게 달아오를 때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필연적으로 개미가 주식투자에서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처음 투자할 때는 장이 좋기 때문에 어떤 종목을 사더라도 거의 수익이 난다. 하지만 머지 않아 결정적인 순간에 이익을 초과하는 손실을 입게 된다. 파울로 코엘료가 말한 초심자의 행운이 가혹한 실패로 귀결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두번째로, 개미들은 구조적으로 주가의 바닥에서 매수해 고점에서 매도하는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이것은 기관과 외국인이 평균주가의 아랫쪽을 형성하고, 위쪽에는 일반 개인의 자금의 비중이 높다고 한다. 이는 개인 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시기로 인해 실패한다는 논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셋째로 개인의 투자금액이 작기 때문에 큰 수익을 바라면서 레버리지가 크고 변동성이 높은 종목을 고르게 되지만, 투자금액이 큰 사람은 다양한 투자수단을 동원하고, 안정적이고 우량한 종목을 고르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시골의사는 개인 투자자가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자의 마음으로 시장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음. 그러면 주식투자는 어떤 돈으로 해야할까? 여유자금으로 투자를 한다고 하지만, 정말 없어도 되는돈, 특히 있으면 짜증나 죽겠다는 정도의 돈을 갖고 투자를 해서 딱 한번 몰빵하는 것이 확률적으로 따져 보았을 때 승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한다. 나에게 있으면 짜증나 죽겠다는 정도의 돈이 언제쯤 생길지.

 

 신문의 광고에서 이 책에 대한 평을 인용한 것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서 다른 사람이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긴 했지만, 뭐 상관 없다. 이 책을 읽은 사람도 며칠 지나면 원래대로 돌아갈 테니.

 

 이 책을 읽고서 가장 얻은 큰 것은, 시장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이다. 시장을 예측하려 들었다가는 큰 손실을 입고 만다. 그저 겸허히 시장에 순응해야 한다. 예전에 거래의 신 혼마라는 책에서 시장을 하나의 생명체으로 여겼던 게 생각이 난다. 시장은 항상 움직이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눈은 항상 그대로이다. 그렇기 때문에 과거의 기준으로 시장을 오판하게 되고, 결국 큰 손실을 입는다. 우리도 시장이 움직이면서 같이 유연하게 변해야 한다. 이 책에서는 성공을 가져다준 하나의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같은 방식으로 투자를 하면 결국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고 해서 시장을 이중잣대로 판단해서는 안다. 시장이 좋을 때와, 좋지 않을 때 모두 같은 기준으로 판단해야한다.

 

그리고 작년 한 해의 대폭락을 지내면서, 이 책을 일찍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생겼다. 특히 대중심리에 관한 부분과, 공포에 관한 부분을 읽을 때는 완전 대공감을 했다. 2007년의 대상승으로 광란에 도취되었을 때, 빠져 나오지 못한 사람은 2008년 대폭락으로 도취의 잔을 빼앗기고 말았다. 정말 어느 누구도 의심이 없었다. 주식시장이 하락하지 않을거라는. 그 때 부터 주식시장은 폭락했었고, 2008년 더는 주식시장이 오르리라는 희망이 없을 때, 그 때 부터 반등을 시작했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 때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은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통찰편이다. 여기에서 통찰이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것들, 혹은 보이는 현상들을 놓치지 않고 다른 사람들과 다른 눈으로 바라보는 것 이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나도 시골의사 박경철님의 통찰을 갖고 싶다. 그의 통찰을 읽음으로써 얻게되는 통찰도 좋지만.

 

23쪽 사람들은 주식시장에서 평균을 넘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으리라 꿈꾼다. 하지만 세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람들은 바둑을 열심히 배운다고 해서 누구나 이창호나 조훈현 같은 최강의 고수가 되는 건 아님을 알고 있다. 아침마다 조깅을 하고 마라톤 대회에서 완주한다고해서 황영조나 이봉주가 될 수 없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워렌 버핏(Warren Buffett)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이것이 주식시장의 아이러니다.
 
53쪽 노동이 없는 투자는 기본적으로 도박이다. 좀더 직설적으로 말하면 놀고먹는 것, 거저먹는 것은 전부 도박이다. 우리가 우아한 말과 철학으로 포장하는 재테크는 일을 덜하면서 더 잘먹고 잘살자는 것이 목표다. 이것을 부정할 수 없다. 따라서 이 말에 긍정을 하든 부정을 하든 투자자들은 기본적으로 투기꾼들이다.
 
108쪽 출구가 보이지 않는 뒤편의 사람들은 한시라도 더 빨리 출구에 도착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지만, 정작 그들의 뒤를 쫓는 불길은 없다. 다만 그들의 망상 속에서만 뜨거운 불길이 뒤쫓고 있을 뿐이다. 그러 대중의 강화된 심리는 극명하게 반대로 뒤집히고, 흥분은 공포로 광기는 절망으로 변한다. 무너지는 주가가 폭포처럼 떨어지는 이유다.
 
109쪽 결국 우리가 시장에서 판단해야 할 것은, 대중의 광기가 과연 얼마나 치명적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감염시키는가 하는 것이다. 그 위력이 얼마나 큱에 따라 다음을 대비해야 한다. 주가가 이유 있는 확신을 근거로 일시적 고평가에 이른 것이라면 조정은 기회다. 그러나 모두가 "코스닥 주세요." "중국펀드 주세요." 하고 있는 상황은 그 다음에 올 조정이 비정상적일 것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암시하고 있다.
 
115쪽 현명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대중으로부터 한발 물러나서 그것을 대중심리라고 규정했다 하더라도, 그는 예상보다 장기간 대중으로부터 소외되어 외로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렇게 힘든 혼자만의 번민에 빠져 있다보면 결국 지쳐서 판단력이 흐려지고, "이번에는 다르다."는 논리의 함정에 매몰된다.
 이것이 대중의 광기가 무서운 진짜 이유다. 대중의 광기는 타이머가 달린 기폭장치가 아니다. 정해진 시간에 정확하게 폭발하는 시한폭탄처럼 그 끝이 보인다면 아무도 그곳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다. 대중의 광란을 담은 폭탄은 시간이 지나 경계심이 흐트러지고, 많은 사람들이 불발탄이라고 확신할 때 갑자기 폭발한다. 어떤 방비나 대비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일거에 휩쓸어버리는 것이다.
 광기의 끝은 시계로 계측할 수 없다. 어부가 바람의 냄새를 맡고 폭풍우를 예측하듯 대중의 광란을 포착하려면 예민한 감각을 소유하는 길밖에 없다. 현명한 투자자는 광란을 기피하지만 영민흔 투자자는 그것을 이용한다. 하지만 그것을 이용할 수 있다고 믿는 자신감이 때로는 함정에 빠뜨리기도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118쪽 소문의 실체를 덩어리만 보지 말고 양파껍질처럼 까 들어가며 하나하나 해체해보면 대중의 터무니없는 확신은 그 실체를 드러내게 마련이다.
 
119쪽 당신이 초과수익에 관심이 있고 성장이 주는 유혹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다면, 또 그로 인해 감당할 수밖에 없는 위험을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면, 대중의 광란에 주목하라. 하지만 대중의 광란이 갖는 특성을 잘 이해하고 주변에 회의론자가 사라지고, 마지막에 남은 당신의 이성마저 그것을 사실로 인정하려 들 때, 과감하게 망치로 자신의 머리를 내려치며 흥분에서 깨어나 그곳을 빠져나오라. 광기는 악마의 술잔이다. 그것을 가까이하다보면 당신도 어느새 도취되어 악마가 내미는 술잔을 거침없이 받아 마시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라.
 
130쪽 최소한 내일의 주가를 알 수 있는 확률은 신이 아닌 이상 50%에서 ±1%의 차이도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람만이 주식투자를 해도 된다는 면허증을 가진 셈이다. 최소한 이 말을 이해해야 주식시장의 계좌를 트고 거래버튼을 누를 수 있는 것이다. 시장은 그만큼 무서운 존재다.

 

 327쪽 항상 어떤 사안이 최악의 지점에 이르면 투자자들은 더욱 절망하며 그 순간 나아보이는 수단을 찾아 떠나지만, 투자자가 찾아내는 새로운 엘도라도는 늘 새로운 파국의 시작점이다.
 그래서 그것은 농산물이든 금융위기든 전쟁이든 간에 인간사회가 만들어나가는 사회는 늘 해결점이 있다고 믿는 것이 현명하다. 만약 그러한 해결국면이 없이 극적인 문제를 싣고 있는 열차가 서로 충돌한다면 시장뿐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생존 자체를 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인류의 진화를 믿어야 한다. 그리고 심각하고 극적인 문제를 만났을 때 무조건 비관에 빠지지 말고 인류의 진화라는 바탕 위에서 낙관적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용기도 필요한 것이다.

 

 388쪽 우리는 우리가 서 있는 자리가 항상 어떤 지점인지를 돌아보고 그에 답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만의 안목과 판단이 없는 사람은 아직 투자자로서 자질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시골의사의 주식투자란 무엇인가. 1: 통찰 편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박경철 (리더스북, 2008년)
상세보기

Posted by 데이드리머
단상2009. 4. 20. 17:07
# 1 바야흐로 시험기간이다. 시험기간에 블로그 질이나 하고, 무슨 짓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중간고사 기간. 복학하기 전에, 절대 학교 다니면, 평소에 공부를 해서, 시험기간 때 무리하는 짓은 안해야 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복학 전이나, 후나 똑같다.

# 2 어쨌든, 벌써 중간고사 시험을 보는 6과목 중에서, 3과목 시험을 마쳤다. 내일은 학교 안가고, 수요일에 2과목 시험을 본다. 하하. 내일 학교 안가니깐, 벌써 마음이 설렌다. 비록 수요일의 2과목을 위해 공부를 해야하지만, 하루 푹 잠을 잘 수 있어서 - 아니 있을 것 같아서 - 좋다. 이게 시험기간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학창시절에도 시험기간이 좋았던 이유는, 오전 수업만 하고 집에 갈 수 있어서였다. 물론 야자도 안해서 좋고.

# 3 대학교 와서, 이전 2년을 다니며, 족보라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적어도 내 기억에는 없다. 그래서 그런지 성적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뭐, 그래도 평균은 했으니깐. 그런데, 이번에는 2과목의 족보를 구해서 봤다. 내가 구한 것은 아니고, 친구가 구해줘서, 나도 덕을 봤다. 나의 인적 네트워크가 뛰어나서 구한 것은 절대 아니었고, 인맥이 좋은 친구와 친하게 지내다 보니, 어부지리로 나도 덕을 본 것 같다. 그 친구에게는 감사할 일이다.

# 4 얼마 전에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이준구 교수님께서, 대학생들이 족보를 보고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 개탄을 하셨다. 개탄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학생의 입장에서는 남들 다 보는 족보를 안 볼 수도 없는 입장이다. 아니, 안 볼 수는 있지만, 상대평가 하에서, 다른 학생들이 접하는 정보를 내가 접하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뒤쳐지게 된다. 주식시장과 비교하자면 -효율적 시장 가설에 의하면 - 모든 정보가 시장에 반영된 것이 현재의 주가이지만, 정보를 접하지 못한 사람은 덥썩 미끼를 물어버리게 된다. 음. 그러니깐 쉽게 낚인다는 말이다.

# 5 하지만 족보를 보는 나의 모습을 보며, '이게 진정한 공부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진정한 공부라는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족보를 보면서 공부를 하는 것은 진정한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시험성적으로 평가된 점수가, 나의 진정한 공부의 결과물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럼 진정한 공부는 무엇인가? 그것은 잘 모르겠다.

# 6 그럼 족보를 보고 공부했던 결과는? 일단 재정학 과목에서는 나름대로 선방을 했다. 족보를 구하고도 제대로 보지 않았던 나의 게으름때문에, 실수를 많이 했다. 그리고 노동경제학 과목은 그냥 대충 문제 유형만 눈에 익히고, 풀어보지는 않았다. 시험은 족보보다 훨씬 쉽게 나와서, 만점자가 속출할 것 같은 느낌이다. 기말고사에 사활(?)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족보를 보고서, 공부를 대충했다가 큰일 날 것 같아서, 어제 새벽 4시까지 책과 씨름을 했었는데 - 결국 덕분에 기상시각은 10시로 늦어졌지만 - , 시험은 너무 허무하게 쉽게 출제되었다.

# 7 언제쯤, 나는 시험 성적에 해질 수 있을까? 시험 성적에 너무 연연하는 모습이 갑갑하다. 뭐 그렇다고 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시험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공부를 하고 싶다. 하지만, 시험을 안보면 공부 자체를 안한다는.

# 8 이제 3과목 남았다. 수요일에 2과목 시험보고, 또 목요일은 쉬고, 그 다음주 금요일에 시험. 일단 수요일만 잘 지나가면, 중간고사가 다 끝난 기분은 낼 수 있겠다.

# 9 오늘은 미드 한 편 보고 공부해야겠다. 시험기간 중의 여유! 혹은 수요일 시험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
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