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009. 3. 24. 01:15

 오늘 학교에서 진중권 교수님 강연회를 했다. 주제는 디지털 시대의 문화였다. 열심히 강의 필기를 해가면서 들었다. 유익했던 강의였다. 강의 요약한 내용을 다시 정리해야하는데, 오늘은 졸려서, 못하겠다. 그래서 일단 교수님을 만났던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티비에서만 보던 진중권 교수님을 실제로 보니깐 새로웠다. 그렇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목소리도  귀에 익고, 방송에서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아서 마치 방송을 보는 듯한 착각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정말 막힘없이 말을 하시고, 학생들의 질문에도 곧 바로 대답을 하시는 달변가이신 것 같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안좋아 할 수도 있는데, 음 나는 그 분을 좋아한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사실 강연을 마치고 대단한 만족감을 갖고 지하철 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하철 역을 가는 길에, 뭔가가 아쉬웠다. 역시 막혀있는 공간에서는 생각도 제한되는 것 같다. 길을 걸으며, 생각하는데, 뭔가 강의에서 본질적인 질문을 못한 것 같아서 아쉬웠다. 그러면서 그냥 아쉬운 마음을 갖고 걷는 길에, 학교 후문의 서점을 발견했다. 서점가서 이런 저럭 책을 스치며 보니, 아쉬운 마음은 조금 풀렸다. 여러 책들을 스치며 보는 중에 진중권 교수님이 얼마 전에 출판한 이매진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나중에 읽어야하고, 그냥 훑어보고, 서점에서 나왔다.

 

 서점을 나와서, 가는 길에 진중권 교수님 일행을 마주쳤다. 근처의 호프집에에 들어갔는데, 진보신당 당원과 학교 교지편집위원회의 조촐한 뒤풀이 같았다. 뭔가 그냥 가기 아쉬워서, 사인을 받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서 예전의 나라면 하지 않았을 짓을 저질렀다. 서점에가서 이매진을 구입하고, 사인을 받으러 조금 뒤 늦게 따라 들어갔다. 사인을 받고나서 가려는데, 진중권 교수님께서 시간있으면, 조금 있다 가는게 어떻겠느냐는 말씀에, 사실 0.000001초만 고민하다가 바로 진중권 교수님 옆자리에 앉았다. 뭔가 꼽사리라고 해야하나, 주최 측의 모임에 무임승차자(free rider)가 된 것 같아서 살짝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사실 말주변이 별로 없어서, 이런 저런 얘기는 많이 못했지만, 주위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듣는 것만으로도 재밌었고, 진중권 교수님 옆에서 있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티비 토론회에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사실 토론회의 특성상, 조금 날카로운 모습만 보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런 모습은 아니었다. 예의바르시고, 상대를 배려하고, 음. 이런걸 젠틀이라고 해야하나. 젠틀 앞에 수식어를 하나 붙이자면, 뭔가 자유로운 젠틀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어쨌든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에 악수를 하고 진중권 교수님은 먼저 들어가셨다. 그리고 나도 지하철 시간도 있고, 기숙사까지 들어가려면 너무 늦으면 안되니까, 적당한 시간에 먼저 일어났다.

 

 오늘 느낀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진중권 교수님의 책을 탐독해야겠다는 생각이고, 다른 하나는 나의 재발견이다. 사실 예전이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무슨 일로, 내가 이런 일을 했는지. 한편으로는 가상하기도 하다. 뭐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나저나 내일 1교수 수업이라서 빨리 자려고 했는데, 일단 기숙사에 늦게 들어와서, 씻고 나니 12시가 넘었고, 블로그에 글을 쓰고, 네이트온에서 수다를 떨면서 벌써 1시가 넘었다. 오늘 강연도 정리 못했는데, 이것은 아마도 내일 혹은 주말로 미뤄질 듯 싶다. 흑. 빨리 자야겠다. 1교시 수업이 있는 날엔 지하철을 타고 파김치가 되서 학교에 도착하곤 하는데. 조금 더 일찍 출발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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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2009. 3. 22. 22:09

 어제 난생 처음, 극장에 혼자 갔다. 음. 그리고 한가지 덧붙이자면 아마도 2007년 <화려한 휴가>를 본 후에 처음 간 것 같다. 원래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에 취미는 없는데, 요즘 부쩍 영화가 땡겼다. 이번 주 내내 벼르고 있었는데 못가다가, 여유로운 그리고 약간은 따스한 토요일 오후에 시간이 남아, 신촌에서 독서 모임을 마친 후에 극장을 갔다. 극장에 온 대부분은 모처럼 따뜻한 토요일을 즐기기 위한 연인들이었다.

 

 영화를 보려고 약 한시간 넘게 기다린 것 같다. 영화를 기다리는 동안 얼마 전에 완독 했던 앙드레 고르의 를 다시 읽었다. 절반 정도 읽으니, 영화 시간에 다다랐다. 어제 봤던 영화는 <슬럼독 밀리어네어>이다.

 

 빈민가에서 자란 자말(주인공)이 퀴즈쇼에서 엄청난 상금을 탄다는 내용이다. 음. 퀴즈쇼에 나간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볼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쨌든 퀴즈쇼에 나가서 문제를 푸는데,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빈민가 출신의 자말이 문제를 척척 맞추는데, 결국 마지막 문제를 남겨두고 생방송 퀴즈쇼의 묘미로 인해 다음 날 다시 출연하게 된다. 하지만 퀴즈쇼를 마치고 사기죄(추정)로 인해 체포된다. 체포되고나서, 공범자가 있는지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진술한다. 그리고 자신의 과거의 어두웠던 사건들이 퀴즈쇼 문제의 정답과 얽히면서 우여곡절 끝에 문제를 맞춰나간 이야기를 한다. 형사는 그 이야기가 거짓이 아님을 믿고 풀어주고, 자말은 다시 퀴즈쇼에 나가 마지막 한 문제를 맞춰 밀리어네어가 된다. 그리고 TV로 자신을 지켜본 라티카를 만나고 끝난다. 음. 마지막 엔딩은 조금 촌스러웠다. 영화를 보다가 몇몇 부분은 개연성이 없는 부분이 있었고, 약간은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소재가 참신하고, 접하기 어려운 인도 영화를 보게 되어서 좋았다. 음. 아무 정보 없이 영화를 접했는데, 좋은 영화를 발견해서, 즐거운 토요일 오후를 보냈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한가지 생각한 게 있었다. 37쪽에는 "글쓰는 사람의 첫째 목적은 그가 쓰는 글의 내용이 아닙니다. 그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쓴다는 행위입니다." 라는 내용이 있다. 를 읽은 직 후 영화를 봤던 터라,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었다.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해서. 나는 영화를 보는 것에 취미가 없어서 많은 영화를 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가끔씩, 영화를 미치도록 보고 싶은 때가 있다. 딱히 어떤 영화를 꼭 찝어서 보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지만, 영화를 본다는 행위 자체가 그리워 질 때가 있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것 보다는, 그냥 영화를 봤다는 자체로 만족을 얻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어떤 극장에서 어떤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는 누구와 봤고, 그날 영화를 보고나서 무엇을 했고, 영화를 보기전에는 무엇을 했는지가 더 머릿속에 남아 있곤 하다. 그래서 영화는 나에게 기억의 촉매제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하나의 이야기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화 <왕의 남자>는 친구가 군대를 가기 며 칠전에 만나서 밥 먹고나서, 영화 보고, 당구장에 갔던 기억이 하나의 영화이다.

 

 음. 그리고 이건 잡소리지만 영화 말고도, 어떤 날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이야기를 못하는 경우에는 이런 저런 글을 쓰곤 한다. 그런 날이 많지는 않지만, 어쨌든 그렇게 글을 쓰기 시작하면 3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주제도 없고 그리 대단한 글도 아니지만, 글을 쓰고 나면 뭔가 후련해지기도 하고, 나중에 보면 챙피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글을 쓰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그냥 글을 쓰고 있다는 -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는 - 사실 자체로 만족을 얻곤 한다. 그렇게 키보드를 두드린 결과물이 블로그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지금 쓰고 있는 글은, 음. 사실 짧게 쓰려고 시작한 글이 너무 길어진 느낌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생각한 것은, 영화를 혼자 본다는 것이다. 지금 까지 극장에 혼자가서 영화를 본 적은 없었는데, 혼자 다녀오니까 왜 이렇게 편한지. 뭔가 혼자를 즐기는 타입은 아니고, 그렇다고 친구가 없는 것도 아니고, 음. 영화를 같이 볼 여자친구는 없구나. 어쨌든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즐기고 오니 좋았다. 가끔 여러명이 영화를 보러 갈 때 - 특히  어떤 영화를 보러 갈지를 정하지 않았을 때 - 는 한참을 고민하곤 한다. 대부분 즐겁게 보긴 하지만, 가끔 나의 주장이 강해서 영화를 보게 될 때 - 그런 경우는 많지 않지만 - 그 영화가 한숨만 나오게 하는 영화였다면, 등에서 미안한 땀(?)이 나오게 된다. 반대로 다른 사람의 의견으로 영화를 봤는데, 그 영화 또한 한숨이 나오는 영화라면. 음. 어쨌든 그래서 영화를 혼자 보는게 좋다. 그리고 또한 어떤 사람을 꾀어서(?) 영화를 보게 되면 - 이런 경우는 별로 없지만, 사실 내가 꾀임을 당한 적이 더 많다 - 상대방의 시간을 빼앗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미안해진다. 영화 러닝 타임이 한시간 반에서 두시간은 족히 되니까. 어쨌든, 딱 한번 영화를 혼자 봤을 뿐인데, 영화 혼자보기 예찬론자가 되어버렸다.

 음. 하지만 봄바람 살랑살랑 부는 이 때, 여자친구와 같이 영화를 보는 날이 머지 않았으면 좋겠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09. 3. 15. 23:08

 오늘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 대청소를 했다. 룸메이트가 없는 틈을 타서(?) 청소를 감행했다. 룸메이트가 있을 때 청소를 하면, 먼지가 많이 일고, 시끌벅적해져서 미안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한가로운 오후 시간을 보내는데, 뭔가를 해야겠고, 하다가 걸레를 들고, 빗자루를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솔직히 방이 큰 것도 아니고 해서, 뭔가 대청소라고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일단 먼저 청소보다는 빨래를 했다. 빨래를 다하고 나서, 빨래를 널고, 이불을 털고, 매트리스의 안쪽과 바깥쪽에 있는 먼지를 털어내고, 책상에 이것저것 어질러 놓았던 것들도 정리했다. 아참. 그리고 욕실이 환기가 안되기 때문에 곰팡이가 끼어있는데 - 완벽하게 깨끗하게는 아니지만 - 다른 방과 비교했을 때 깨끗할 정도로 정리했다. 사람은 비교를 통해서 만족을 얻는 동물이니까. 그리고 마무리는 빗자루로 먼지를 쓸고, 마무리로는 걸레로 구석구석 닦았다. 음. 최소한 내가 쓰는 영역(?)은 깨끗하게 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번엔 진짜 마무리로 잠시 동안 창문을 열어놓고, 차가운 공기로 환기를 시키는 시간에, 친구 방에 잠시 놀러갔다.

 

 청소를 하는 가운데, 뭔가 나에게 반복되는 패턴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뭔가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될 때에는, 그리고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을 때에는 청소를 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자격증 시험을 보기 전 날 이라던가, 집을 떠나 어디에 며칠 동안 가야한다거나, 혹은 며칠 동안 붙잡고 있던 일을 마친 후라거나, 했을 때는 항상 청소를 했던 것 같다. 그래야 뭔가 심적으로 안정이 되고, 뭔가 만족감이 든다. 그래서 음. 앞으로 이런 행위를 청소의식이라고 부르기로 스스로 정했다. 뭔가 단순히 청소라는 단어에서, 적어도 나에게는, 의식(儀式)으로까지 발전했다.

 

 음. 의식이라고 까지 하기에는 부끄럽지만, 어쨌든 삶을 살아가면서 - 어쩔땐 살아가는 것 보다 살아지는 경우도 많지만 - 뭔가 내 의식(意識)에서 조금이라도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기록하고 싶었다. 오늘 문득 떠올랐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3. 14. 15:59

 

 사실 회계에 대한 지식은 몇 년 전에 회계 기초 강의를 들었던 터라 일반인 이상이라고 생각하고 이 책 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음. 그 강의를 들은지도 4년이 다 되었고 해서, 이 책을 읽는데, 그 때의 지식은 겨우 희미하게 떠오르는 정도였다. 그것이라도 떠올렸다는게 다행이었다. 그래서 생각을 고쳐먹고 아예 무(無)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독자들이 이해하기 수월하게 쓰려고 노력한 것 같았다. 일본 자기계발서 특유의 세심함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런 느낌은 최근에 읽은 1日 30分에서도 느꼈었는데, 일본 자기계발서의 전반적인 특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일본 기업의 사례들로만 채워졌기 때문에 약간은 흥미를 잃었다. 뭐 그래도 한국이나 일본의 회계기준은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아니 같나? 음 잘 모르겠다.)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기업의 사례였다면 더 재미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보았다.

 

 재무제표를 분석하는데 3가지의 눈이 필요했다. 애널리스트의 눈으로 전체의 이미지를 파악하고, 회계사의 눈으로 재무제표를 완벽하게 해석하며, 투자자의 눈으로 판단하라고 전하고 있다. 3개의 눈의 목적이 다르니까, 당연히 재무제표를 바라보는데도, 각각 중요시 하는 것도 달랐다. 이 3 가지의 눈 중에 투자를 결정하는 눈은 투자자의 눈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았다. 3가지 눈을 사용할 때에, 어쩌면 가장 노력을 하지 않고 사용하는 눈이 투자자의 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뭐 눈이라는 단어를 쓰기에 부끄러울 정도로 분석 - 크게는 생각 - 도 하지 않고, 클릭 한 번이면 바로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주관이 가장 개입될 여지가 투자를 할 때에 가장 크다. 감사법인의 자료, 애널리스트의 리포트는 구하기가 어려운 일은 아닐텐데, 이런 자료는 나의 눈을 통해서 본게 아니라, 조작된 눈, 혹은 오류의 눈이 될 수도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재무제표를 보고, 분석할 줄 알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음. 그리고 이 책을 읽고 있던 기업 회계 담당자나 CEO는 조금 뜨끔뜨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구체적인지 아닌지를 내가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어쨌든 많이 발생하는, 그리고 경영진 등이 유혹이 빠지기 쉬운 회계 조작 테크닉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눈뜬 장님이 되는 게 정말 쉬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되었다. 초보자들은 눈 멀쩡히 뜨고서 속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는 회계 자료를 봐도 잘 모르고, 게을러서 막상 보려고 노력도 하지 않는 타입인데, 조금이라도 차근차근 노력해가야겠다. 결국 이 책을 읽고 느끼게 된 것은 "공부하고서 투자를 하자" 이다.

 

5쪽 투자란, 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하는 성실한 기업에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자금을 투입하여 수익을 얻으려는 행위다.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투자한 돈은 수익을 내기도 하고 때로는 손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자본주의는 원래 이런 식으로 돌아간다.

 

189쪽 덧붙여 말하면 회계는 경영자의 판단에 의해 회계방침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절대 유일의 올바른 이익'이라는 것이 없다. 따라서 지금부터 사례로 언급할 회계조작을 하는 기업들도 분식이라기 보다는 합법적인 이익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이익이 회계조작에서 비롯된 것인지, 또는 이익을 은폐한 것은 아닌지를 판단함으로써 이익의 질을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우리 자신의 자산을 지키기 위한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220쪽 주가를 높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익을 제대로 내고 있다는 것을 어필해야 한다. 즉,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에서는 이익을 부풀리려는 동기가 작용하는 것이다.

 

263~264쪽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디까지나 '확률' 이나 '가능성' 에 대한 판단의 질을 향상시켜 가는 일이다. 장래를 100% 예측할 수는 없지만, 더 가능성이 높은 결과를 파악해 전체적인 판단의 정확도를 갈고 닦는 일이라면 가능하다.

 

281쪽 시장이 아직 파악하지 못한 회계의 질을 꿰뚫으면 투자실력이 향상된다.

투자프로의 재무제표 분석법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카츠마 카즈요 (지상사,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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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단상2009. 3. 11. 21:48

악수를 나눈 뒤 나는 걸어 나왔다. 울타리에 이르기 전에 나는 무슨 생각이 나서 돌아섰다.

"그것들은 썩어빠진 인간들이오." 나는 잔디밭 너머로 소리쳤다.

"당신 한 사람이 그들을 모두 합해놓은 것보다 낫습니다."

 

 오래전에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의 이 문구가 오늘 갑자기 정확히는 아니지만 머릿 속에 계속 떠올랐다. 그리고 개츠비는 정상인인가? 비정상인인가? 하는 질문이 떠올랐다. 사람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판가름할 정확한 잣대는 없겠지만, 그냥 궁금했다.

 

 그냥 나만의 생각일 지는 모르지만, 위의 문장을 보고만 유추해 볼 때 개츠비는 다른 사람들의 인정을 못받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썩어빠진 인간들은 개츠비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개츠비는 사람들로 부터 제대로 인정을 못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볼 때는 비정상인 사람이라고 유추해볼 수 있다.

 

 개츠비는 저택에서 파티도 자주 열고, 많은 사람들이 개츠비의 저택에 모여들어 파티를 즐겼다. 하지만 사람들에게 개츠비에 대한 평가는 멋대로 떠돌아 다니고 있었다. 개츠비는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뭐 파티의 목적은 많은 사람들을 초대하는 것에 있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개의치는 않았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그리고 문득. 나도 그런 생각을 해봤다. 정말 정말 오만한 생각이지만, 나도 누군가에게 닉이 개츠비에게 말했던 것 같은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소심한 경제학도2009. 3. 11. 21:30

오늘 최배근 교수님의 강의 시간에 BOK SHOCK 이라는 것을 배웠다. 짧게 나마 언급하셨지만 인상 깊었다.

BOK SHOCK 이란 2005년 2월 당시 한국은행 박승 총재의 국회업무보고에서 외환 보유액의 90%가 달러화 표시 자산이라 너무 달러화에 노출되어 있어서 이것을 엔이나 유로 같은 통화 다변화를 시도하겠다는 한 줄의 문구가 블룸버그, 외신 등이 보도하면서 그날 달러화 가치가 전세계적으로 6개월내 최대화 낙폭을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이 사건이 보여주는 것은 미국의 재정적 적자를 외국(특히 아시아)가 계속 사주지 않으면,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트리플 A등급의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이 흔들릴 수도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출처 : 블로그 
dreampaq's personality

이 BOK SHOCK는 경제의 포스트 모던화를 설명하며, 과거 미국 중심의 one-way system(일방통행시스템)에서 현재의 다중심의 시대로의 변화를 말씀하시면서 언급하셨다. 예전에는 미국이 거의 절대적으로 다른 국가에 영향을 미쳤지만, 지금은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시대이다. 뭐 이 사례 하나만으로 어떻게 일반화하기는 그렇지만, 뭐 이게 대세 인 것 같다. 이제 국경의 의미가 없어지고, 하나의 세계가 되가고 있다고들 하는데, 최근 경제 위기를 보면서, 하나의 세계라는 말이 허튼 소리는 아닌 것 같다. 경제가 호황일 때는 하나의 세계라는 단어를 그렇게 자주 운운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나의 세계를 지구촌이라고 하는데, 음. 지구촌이라는 단어는 호황보다는 불황, 위기시에 더 절실히 느껴지는 것 같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3. 7. 17:10

 르 클레지오.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때는 2008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수상 후보로 거론 되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 고은 시인이 거론되기도 했었는데, 결국엔 르 클레지오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나는 결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의 책은 읽지 않아야지 하는 다짐을 했었다. 그 이유는 노벨문학상이라는 훈장으로 인해 수상자의 책을 읽는 내 모습이 뭔가 시류에 따라가는 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그래서 읽지 않으려고 했는데, 지금은 아쉽게도 사라진 <TV 책을 말하다>에서 방송된 그의 책을 보고나서 읽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고 결국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또한 뭔가 프랑스 작가는 나와 궁합이 잘 맞았었다는 사실도 떠올리며.

 

 밤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라일라. 그녀는 물고기였다. 바로 아주 작고 하찮은 물고기 말이다.

 

197쪽  제복을 입고 수갑과 자동권총을 지니고 있는 힘센 남자들 앞에서 나는 나 자신이 아주 작고 하찮은 물고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힘센 사람들 앞에서 연약한 그런 물고기였다. 처음 유괴를 당했던 때부터, 주위 사람들로부터 핍박을 당했을 때, 그리고 남자들의 정욕앞에서. 물살을 힘겹게 가르는 그런 물고기였다.

 

 하지만 라일라라는 물고기는 평범한 물고기는 아니었다. 황금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물고기인데, 이는 귀하고 빛나는 것을 뜻한다. 황금이라는 귀한 단어와 연약한 물고기, 이 두 단어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대조적인 두 단어. 그녀의 삶은 대조적이었다. 누군가에게 깊이 사랑을 받았던가 하면 또 누군가에게는 깊은, 이유없는 미움을 받기도 했다. 또한 정처없이 흘러가던 물고기였으며, 정처없이 흘러간 곳이 바로 그녀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목표했던 곳이었기도 했다.

 

 그녀는 능동적인 삶을 살았다. 그것은 그녀가 살아있는 물고기였기 때문이다. 죽은 물고기는 떠내려간다. 하지만 살아 있는 물고기는 물살과 함께하거나 물살을 거스르거나 능동적인 삶을 산다. 그녀는 급류에 휩쓸려 움직이기도 했고, 어떨 땐 물살을 거스르기도 했던 것 같다.

 

 그녀는 물고기처럼 한 곳에 오래 머물러 있지 못했다. (물고기의 집이 따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문득 궁금해지네.) 자의로든 타의로든. 그렇게 운명지어진 것 처럼. 편안한 안식처는 그녀에게는 사치였다. 그리고 의식적으로 편안한 안식처를 거부하기도 했던 것 같다.

 

프란츠 파농이 누군지, 그의 책은 어떠한지 궁금하다. 다른 작가들의 글들은 가슴을 찌르는 것이 없었고, 고통스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프란츠 파농의 책은 그렇지 않았다. 라일라에게는. 그녀가 좋아하는 프란츠 파농의 책을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한 번 읽어볼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 나오는 다른 왠지 끌리는 책들도 읽어야겠다.

 

이탈로 스베보의 제노의 양심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프란츠 하농의 자기 땅에서 유배당한 자들

니체의 선과 악을 넘어서

에드워드 클라인의 히프노스와 타나토스

(참고로 절판된 책도 있고, 다른 제목으로 번역된 책도 있고, 없는 책도 있다.)

 

 빌리 할리데이와 지미 핸드릭스는 라일라가 좋아했던 가수이다.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누구일까 궁금하다.

 

 오랜만에 읽은 소설책이라서 살알짝 긴장감을 갖고 읽었는데, 뭔가 물흐르듯이 흘러가는 이야기에 다다른 결말은 마치 바다에 다다른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의 역자는 근원에의 회귀라고 했다. 뭔가 정말 멋있는 문장이다. 역자 후기를 읽고 멋있다는 생각을 하기에는 이 책이 처음인 것 같다.

 

169쪽 그것은 우리가 뭔가 진정으로 원한 적이 없고 항상 타인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117쪽 나는 급류를 거슬러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 다른 사물들 사이를 누비며 살아가고 싶었다.

 

121쪽 나는 어렸을적부터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를 그물로 잡으려 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끈끈이에 들러붙게 했다. 그들은 자신의 감상과 그들 자신의 약점으로 내게 덫을 놓았다.

 

146쪽 우리는 젊었다. 돈도 없고 미래도 없었다. 우리는 마리화나를 피웠다. 그러나 이 모든 것, 지붕과 붉은 하늘과 도시의 웅웅거리는 소음과 하시시와 같이 그 누구의 것도 아닌 그 모든 것이 바로 우리의 것이었다.

 

155쪽 "라일라야, 너는 아직 어리니까 조금씩 세상을 알아나가기 시작할 거다. 그러면서 이 세상에는 도처에 아름다운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될테고, 멀리까지 그것들을 찾아나서게 될 거야."

 

168쪽 그 때 나는 세상이란 참으로 좁아서 실만 제대로 끌어당기면 모든 것이 끌려온다는 것, 이를테면 누구든 어떤 일에 관련되면 서로 한 동아리를 이루게 되고, 그들이 다른 사람들을 끌어들이게 되며, 노노와 나같이 그들과 무관한 사람들도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278쪽 내가 원하는 것은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다. 그것이 나를 두렵게 하기도 하고 매혹시키기도 한다. 그것은 나이기도 하고 내가 아니기도 하다.

 

294쪽 바닷물에 손을 담그면 물살을 거슬러올라가 어느 강의 물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이곳에서 사막의 먼지에 손을 올려놓으며, 나는 내가 태어난 땅을 만진다, 내 어머니의 손을 만진다.

 

300쪽 라일라의 표류가 조금씩 항해로서의 의미를 키워나가면서 새로운 출발을 위한 근원에로의 회귀를 도모할 수 있기에 이르듯이, 르 클레지오 자신도 다분히 의식적인 표류와 방황을 통해 궁극적으로 모든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고 진정한 가치를 향해 자연스럽게 나아갈 수 있는 글쓰기의 근원적인 상태에 도달하려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황금 물고기
카테고리 소설
지은이 르 클레지오 (문학동네, 199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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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3. 2. 22:02


 연일 증시가 요동을 친다. 특히 오늘은 40포인트 이상 하락 했고, 환율도 급등 했는데, 격변하는 금융 시장을 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은 분명 한 둘이 아닐 것 같다. 어렵게 번 돈이 이렇게 쉽게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 정말 분통할 일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존 템플턴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그에 대한 답이 이 책에 담긴 것 같다. 작년에 존 템플턴이라는 큰 별이 졌지만, 그의 종손녀인 로렌 템플턴이 방황하고, 손실을 내는 투자자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이 책에 담겨 있다. 가장 눈에 솔깃한 내용은 역발상 투자 전략이다. 마지막 한 사람이 매도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매수를 하고, 마지막 한 사람이 매수를 할 때까지 기다렸다 매도를 하는 그의 정신력을 이 책에서는 높이 평가하는 것 같다.

 

 재작년에 코스피가 2000이 돌파 했을 때는 너도 나도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에 직접 투자했지만, 요즘과 같은 때는 무슨 주식이냐며, 쳐다보기도 싫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기는 템플턴 같은 바겐 헌터에게는 시류에 흔들리지 않고, 가치보다 저렴한 주식을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음. 그러니까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가장 큰 주제는 남들이 살 때 팔고, 남들이 팔 때 살 수 있는 정신력을 가져라 라는 메시지 인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템플턴의 투자 방법 조금 구체적으로 나와 있긴 한데, 그 것 보다 더 큰 수확은 그가 전하는 역발상 투자 인 것 같다.

 

 기본적으로 성공적인 투자는 저렴한 가격에 매수해서 장기적으로 갖고 있을 때 이루어진다. 그에 따른 저렴한 가격을 찾는 방법도 책에 서술 되어 있다. 또한 그가 투자 했서 큰 수익을 얻었던 일본, 한국, 중국에 관한 이야기들도 있다. 특히 일본에 투자했을 때는 해외 투자에 대한 필요성을 못느끼고, 위험하다는 인식이 컸었는데, 저렴한 주식을 찾으려는 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그의 예측이 맞았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역시 남들보다 앞설 수 있는 이유는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소신과 부단한 노력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이 책을 통해서 느꼈다.

 

 그리고 또 이 책이 절묘한 시점에 출판 되었는데, 아마도 지금 상황이라면 존 템플턴은 주식을 매수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43쪽 "다른 투자자가 실망 속에 매도할 때 매수하고, 탐욕스럽게 매수할 때 매도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그 결과 기대 이상의 높은 수익을 얻게 될 것이다."

 

53쪽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현재 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70쪽 여러 상점에서 모든 물건을 50퍼센트 할인해서 판다고 했을 때 그 상품의 구매를 꺼리는 구매자가 있을까? 물론 없을 것이다. 하지만 증시에서는 주식을 할인해서 팔려고 하면 투자자가 꺼린다.

 

180쪽 주식 투기꾼들은 소비 성향이 강하다. 그들은 부(富)를 잡을 기회를 잡으면 그 부가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투기꾼들은 투자에 성공하면 새로운 부를 소비하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지 못한다.

 

318쪽 이제 당신은 성공적인 투자 결과를 성취하는 유일한 방법이 '다른 투자자들이 실망 속에 파는 것을 사고, 다른 투자자들이 탐욕스럽게 사는 것을 파는 것'임을 알게 되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다수의 투자자들보다 더 나은 실적을 달성하기를 원한다면 그들과 다르게 행동해야 한다. - 존 템플턴

존 템플턴의 가치 투자 전략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로렌 템플턴 (비즈니스북스,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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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2. 22. 01:22



 책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다. 행복한 작은 학교. 누구나 가고 싶어할 학교. 나도 초등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다면 꼭 이 학교를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이 학교는 학년의 이름부터 다르다. 해가 떠오르면(해오름) 터를 일구고(터일굼) 싹을 띄우니(싹틔움) 물이 오르고(물오름), 꽃을 피온 뒤(꽃피움) 씨를 영근다(씨영금). 대자연의 흐름과 같다고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은 상주남부초등학교를 다큐멘터리로 제작한 것을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영상을 못 봐서 아쉽기도 하지만, 책으로라도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이렇게 행복한 학교를 만든 선생님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대안학교도 아닌, 소수의 뜻을 모아 만든 사립학교도 아닌, 폐교 위기에 처하기까지 했던 공립 초등학교를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로 만들어진 모습에 그래도 아직 희망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시험성적에 비관해서, 자살을 하는 초등학생이 나오는가 하면, 영어 발음을 위해 혀를 수술한다거나, 어린 나이에 조기유학을 보낸다거나,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초등학생들은 아마 이 학교가 천국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과 함께 어우러지고, 권위를 내세우는 선생님이 아닌 친구 같은 선생님,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하는,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모습을 보며, 참다운 학교,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이런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기억나는 에피소드는, 전교 회장을 뽑는데, 한 학생이 약간은 불분명하게 투표를 했는데, 이는 투표 결과에 당락을 미칠 정도로 중대한 한 표였다. 선생님들이 그 투표 용지를 보고, 어떻게 처리 해야할지 고민하다가, 결국엔 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를 해서 학생들에게 알려 주었던 것이 기억난다. 이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요시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자 한 것이었다. 그리고 힘든 원두막 공사를 통해서도 아이들에게 과정을 가르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또한 이 곳의 아이들은 시험 성적에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선생님들은 등수를 매기는 시험 보다는 배운 지식을 잘 이해했느냐를 알아보는 수준에서 시험을 치른다. 특이한게, 시험을 보다가 선생님한테 스스럼 없이 질문을 하기도 한다는. 하하. 나는 고등학교 때 쪽지시험을 보다가, 목이 뻐근해서, 고개를 살짝 돌렸는데, 컨닝이라며 시험 점수 C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음. 상주남부초등학교 학생들을 생각해보면, 상급학교로 진학 할 수록, 심해지는 경쟁에 어떤 생각을 하게 될지, 이 아이들의 초등학생 시절을 생각해 보면 왠지 가련한 생각도 든다. 이 책에서 잠깐 언급이 되긴 했었는데, 상주남부초등학교의 선생님들과 같은 뜻을 가지고 있는 중학교가 지역에 있다고 한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아이들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은 뭔가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이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다른 학교에는 없는 주사님의 퇴임식을 통해서 아이들은 누구에게 보이는 화려한 일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눈에 띄지 않게 학교를 가꾸어 가는, 묵묵히 일하는 것도 큰 일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다.

 

 나는 시골의 작은 분교 5년 넘게 다니다가, 비교적 큰 학교로 전학을 갔었다. 지금은 수몰이 되어서, 어떻게 학교를 찾아 가려면, 스쿠버 다이빙을 배워야 한다. 아마 물고기들과 수초들이 학교를 점령했을 수도 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자 언젠가는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갈 수가 없다는 생각이 한동안 정말 울적했던 적이 있었다. 예전에 창가의 토토 리뷰를 쓰면서도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썼었는데, 도시 친구들이 들으면 우리나라에 그런 학교도 있어?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특별한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뭐 공부와는 먼 생활을 했다는 거. 예전에는 그런 학교를 다녔었다는게 창피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이야기 거리를 풍성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소재가 될 수 있어서 좋다.

 

저자의 말 중  우리가 사는 세상 속에서 교육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희망은, 마음을 활짝 열어 아이들을 대하는 교사, 한 인간으로서 스스로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아이, 또 다른 교육의 주체인 학부모가 모여 말 그래도 '참된 삶' '참된 사람다움'을 고민하고 몸으로 실천해 갈 때 가능하다.

 

70쪽 "누구나 인간다운 교육을 받을 권리는 있는 것이죠. 삶의 수준이 교육의 질적 수준까지 결정해 버린다면 얼마나 슬픈 현실입니까. 이곳의 아이들 얼굴을 보세요. 모두 다 웃고 있잖아요." - 김화자 선생님

 

79~81쪽 '공교육' 이라고 부르는 것. 세상 속에서 교육이 같는 '공공재적인 성격' 때문에 부르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이전 공교육 스스로가 공교육이기를 포기하는 것 같다. 세상 모두가 브레이크가 터진 폭주 기관차를 타고 달리는 모습이다.

 

112쪽 지금 대한민국의 수많은 학교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영어몰입교육, 우열반 편성 모두 학력 수준의 향상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교육은 '사람을 길러 내는 것' 이지 '평가나 테스트를 위한 기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이 알까? 그 모든 평가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136쪽 시험이라는 것은 아이들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기 위함이 아닐 것이다.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다만 아는 것을 제대로 행하지 못할 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197쪽 "한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생은 절대 후진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유치원에서 초등학교로 갈 수는 있어도 초등학교에서 다시 유치원으로 갈 수 없다는 얘깁니다." - 노윤중 주사님의 퇴임사 중에서

 

 이 책을 덮고서 미친듯이 돌아가고 싶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로. 하지만 노윤중 주사님이 퇴임사 중에 하셨던 말씀 처럼 인생을 뒤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이 날 정도로 슬프다.

행복한 작은학교 365일간의 기록
카테고리 가정/생활
지은이 이길로 (글담,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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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2009. 2. 15. 23:42



 2008년 10월, 그를 봤다. 로버트 치알디니. 제 9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특별강연을 했는데, 그 때 그를 보고 싸인을 받았다. 그 강연을 듣지는 않았다. 바로 옆에 있던 홀에서 다른 분의 강의를 들었는데, 그의 강연을 들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반응은 정말 재미있었다는 것이었다. 강연을 마치고 싸인을 받는 시간이 있었는데, 남들도 다 하길래, 나도 싸인 받았다. (이것은 사회적 증거의 법칙인가.) 그리고 그냥 싸인만 받은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어 설득의 심리학 2 를 샀었다. (이건 상호성의 법칙인가.) 그로부터 4개월이 흐른 후 잊고 지내다가, 설득의 심리학 2 를 꺼내 읽게 되었다.

 

 약 5년 전에 설득의 심리학을 읽었었다. 당시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남아있었다. 내용은 다 잊어버리고. 음. 사실 그 때 싸인만 받지 않았더라면, 이 책을 읽을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니 책을 읽는 내내 부정적인 생각을 깔고 읽게 되었다.

 

한국어판 서문 中 설득은 강요나 야만적인 힘. 공식적인 비난을 동원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이다.

 

23쪽 사람들은 경제학, 정치학 등의 분야는 따로 공부를 해서 지식을 습득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심리학의 경우에는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동안 이미 그 기본적인 원리들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의사결정을 할 때 심리학 관련 책을 들춰볼 가능성이 적어진다. '심리학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는 지나친 자신감 때문에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게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심리학 원리를 잘못 사용해서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손해를 끼치기도 한다.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조금 뜨끔했다. 이 책의 내용에는 크게 공감이 가고, 맞는 말이야 하면서 동의하면서도, 무슨 설득을 공부해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니. 하지만 이 부분은 설득에 대해서 공부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책을 읽으며 전반적으로 실험이나 사례를 통해 접한 내용들에 동감을 했는데, 최소한 설득은 못하더라도, 실패를 하는 경로를 밟는 것은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은 설득의 6가지 법칙.

 

1. 사회적 증거의 법칙_다수의 행동이 '선'이다.

2. 상호성의 법칙_호의는 호의를 부른다.

3. 일관성의 법칙_하나로 통하는 기대치를 만들라.

4. 호감의 법칙_끌리는 사람을 따르고 싶은 이유.

5. 희귀성의 법칙_부족하면 더 간절해진다.

6. 권위의 법칙_전문가에게 의존하려는 경향.

 

 이 법칙만 알고 있어도 크게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하다. 모두 각각의 법칙에 알맞는 사례들로 채워져서 이해를 도와주었다. 하지만 읽으면서 조금 의아한 부분도 있었다. 내가 머리가 안 좋아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사례와 법칙이 이게 무슨 상관이 있지 하는 생각을 하게끔 하는 경우가 있었다. 제시된 법칙과 사례와 뭔가 희미한 끈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웬지 구색맞추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서 느낀 점은 1권, 2권 모두 읽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권 읽을 때는 뭔가 유익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었는데, 두 권 모두 읽으니깐, 괜히 읽었다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1권을 읽은지 오래 되었다면 뭐 기억을 환기 시키는 차원에서 다시 1권을 훑어보는게 나을 듯 싶다. 1권의 내용을 거의 모두 잊어버리긴 했지만, 2권을 읽다보니, 1권에서 읽었던 사례를 하나 발견했었다. 2권을 낸다면 최소한 1권에서의 내용은 빼고, 새로운 주장, 사례, 실험들로 채웠어야 하는 게 옳지 않는 건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설득의 심리학. 2
카테고리 자기계발
지은이 로버트 치알디니 (21세기북스,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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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