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단어 & 문장2011. 7. 24. 23:27




방문객

 

                                          정현종

 

사람이 온다는 건

사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의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매 순간 만나는 사람들.

그들의 일생을 만나는 거라고 생각하니,

모든 만남들이 소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또한 나의 일생 또한 그들에게 간다.

 

하지만, 이런 인연들을 경히 여기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

잠시 잠깐의 만남이라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매 순간의 만남을

지나쳐 흘려 보내는 만남이 아니라,

평생 마음을 나눌, 일생과 일생의 만남을 갖고 싶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11. 7. 23. 00:55

 2009년에 1940년대편 1권을 읽고, 2년이 지나서야 2권을 읽었다. 앞으로 읽어야 할 책들이 산더미다. 90년대편까지 연대별로 3~4권의 책이 있는데, 장기 프로젝트로 읽어야 할 듯. 점점 장기 프로젝트가 늘어난다. 조정래 장편 소설 부터 시작해서...

 

 09년에 읽었을 땐, 왜 우리나라가 이 지경이 되었을까, 근본부터 알고 싶어서 읽게 되었었다. 요 근래 2권을 읽은 이유는 그냥 다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부터.

 

 40년 대는 격변의 시기이다. (사실 생각해보면, 격변이 아닌 시기는 없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난세에 영웅이 되고 싶었던 사람이 많았었나, 너무도 많은 이름들이 등장했다. 누가 누구인지 잘 모를 정도로.

 

 2권에서의 주인공은 1권에 이어서 이승만과 김구이다. 그 중에서도 김구에 대해 조명을 해보자면, 저자는 김구에 대한 평가에 '안전의 욕구'가 스며들었다고 한다. 사실 김구가 정말로 존경받아야 할 시기는 장덕수 암살의 배후자로 지목 받고, 경찰에 연행되어 씻을 수 없는 수모를 당한 후 부터였다고 한다. 그 전까지는 소원이 통일이 아니었을 게다.

 

68쪽 " 장덕수가 암살되었을 때 이승만은 김구를 배후로 지적했고 그 후 김구는 경찰에 연행되어 씻을 수 없는 수모를 당한 후로 이승만과 헤어질 것을 결심했다. 그 후속 조치로 나온 것이 단정론의 철회와 남북협상론이었다. 따라서 김구의 남북 통일론의 배후에는 우국적 고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이승만과의 애증의 문제가 밑바닥에 깔려 있었다." (신복룡, 「한국사 새로 보기: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던 역사의 진실」재인용)

 

 1권을 읽고서, 김구가 그렇게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 아닌 것 같은데 왜 만인의 존경의 대상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물론 내가 그 시대에 살았더라도 그만한 업적을 남기지는 못했을테지만, 공이 과에 비해서 너무 크게 평가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승만에 대해서도. 건국의 아버지라고 추대받지만, 분단을 고착화 시킨 장본인. 그리고 본인의 권력을 위해 많은 힘 없는 국민을 죽인 장본인. 특히 그 당시의 종교라고 할 수 있었던 반공과 마녀라고 할 수 있었던 좌익, 빨갱이는 권력 유지에 아주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제주 4.3 사건에 대한 텍스트를 읽을 때는,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해보았다. 국민을 마음대로 죽일 수 있는 국가란 무엇인가. 4.3 사건에 대한 글을 읽을 때, 책을 던져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아직도 나이드신 제주 도민들은 4.3 사건에 대해 기억할 때는, 언급하기 꺼려하고 몸서리를 친다고 한다. 참고로 국가의 4.3 사건 희생자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는 노무현 대통령이 했다고 한다.

 

 이 사건에 비할 바 못되지만, 최근 국민들에게 최루액을 사용한 물포를 사용하기도 했다. 국민에게 최루액을 사용해야만 하는 국가는 과연 선인가? 물론 국가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올림픽, WBC 등을 보면, 우리나라 국민이라는 것이 자랑스럽지만, 국가의 유지, 혹은 권력의 유지를 위해 언제고 국민을 피해자로 만들 수 있는 여지가 항상 있다는 건 명심해야할 일인 것 같다. 이는 헌법의 풍경이라는 책을 읽을 때도 느꼈던 점.

 

 그런 점에서 욕망과 폭력의 제도화라는 소제목은 이 시기를 잘 압축해준다. 누구의 욕망을 위함이며,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동원되었던 폭력. 폭력은 당연히 이 시기에 좌익이라고 의심받던 사람들. 사실 단지 희생양이 필요했을 뿐이었기 때문에, 좌익이 아니었더라도 언제나 그 폭력이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역시 이 시기에는 친일파의 득세도 빼놓을 수 없다.

 

312쪽 해방정국에서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는 데 있어서 친일파 위주의 기능적 효율성만을 따져선 안 될 이유가 전쟁 중에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말았다. 지배집단은 일제 시기에도 그랬던 것처럼 전쟁이 터지자 다시 해방 전으로 돌아가 자신과 자기 가족 챙기기에만 바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이후 한국의 지배, 엘리트 집단의 전통으로 굳어져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게 된다.

 

 최근 역사 왜곡을 한다고 추정되는(?) 다큐멘터리가 이슈가 되었고, 반대편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에 페인트를 뿌리기도 했다. 아직도 역사는 우리를 지배한다. 매 시기의 역사적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시기도 쌓여가, 후대가 어떻게 이 시기를 기억할 지는 모르겠지만, 최대한 객관적으로 역사를 대하고,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다.


한국현대사산책1940년대편2(개정판)(8·15해방에서6·25전야까지)
카테고리 역사/문화 > 한국사 > 근현대사 > 해방전후사/한국전쟁
지은이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0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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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tigerbh's 칼럼2011. 7. 17. 02:59

드림 소사이어티

 

 모 독서통신교육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잠깐 한 적이 있다. 책을 읽고 책의 내용과 관련한 창의적인 문제를 만드는 일을 해야했다. 결국 내가 창의적이지 않다는 것만 깨달았던 기억이. 그런데 그 때 읽었던 책들이 문득 생각이 나고, 나의 사상(?)을 만들어 갔던 것 같아서 놀랄 때가 있다. 책을 읽고, 문제를 만들려면 여간 꼼꼼하게 읽지 않고서는 중복되지 않은 39개의 문제를 만들기가 어렵다. 그래서 정독 그 이상의 꼼독(?)을 - 꼼꼼한 독서 - 해서 인지 시간이 지나도 책의 내용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그 때 읽었던 책 중의 하나가 저명한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이 쓴 드림 소사이어티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강조했던 내용은 스토리 텔링이다. 성공한 기업의 스토리 텔링 마케팅 - 의도하건, 의도 하지 않았든지 - 의 사례와 앞으로 각광받을 이야기 시장을 소개했다. 아무리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만들었더라도, 좋은 점만 소개해서는 성공할 수 없다. 그 제품에 이야기를 입혀,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야 베스트, 스테디 셀러가 될 수 있다. 결론은 좋은 이야기꾼(스토리 텔러)이 되라는 내용인 것 같았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이야기를 갈망하는 속성이 있다. 재밌는 일, 혹은 특종(?)이 생기면,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지 않고서는 가만 못 있어서, 바로 핸드폰을 들어 통화를 하게 된다. 그리고 친구들을 오랜만에 만나면 보통 하는 말이 있다.

 

"야, 요즘 뭐 재밌는 이야기 있냐? 재밌는 이야기해봐."

 

오죽하면, "오랜만에 만나 이야기 꽃을 피우다."라는 관용적인 말이 생겨났을까? 그만큼 우리는 이야기를 갈망한다. 끊임 없이 우리는 이야기를 한다.(논리의 비약인가....)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를 뒤늦게 봤다. 모든 곡이 예능에서 만들어진 곡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빼어난 곡들이었다. 가수들의 타이틀 곡을 삼아도 될 정도로, 완성도가 뛰어났다. 특히 강변 북로 가요제, 올림픽 대로 가요제 - 올림픽 대로에 얽힌 웃지 못할 필자의 이야기가 있다 - 와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를 거치면서, 이제 격년으로 열리는 하나의 행사로 승화했고, 점점 가요제는 무한도전의 대표적인 이야기로 자리잡고 있다. 또 2년 뒤에 어느 도로에선가 열릴 가요제의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대 된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지난 2번의 가요제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줬다. 노래 뿐만 아니라, 6회에 걸친 편성으로 이야기를 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노래에서 폭발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오래 남는 노래는 바닷길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처진 달팽이의 말하는 대로.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는 제작 과정에서 바다와 길이 갖고 있는 공통된 이야기를 담았던 것을 보여줬고, 말하는 대로는 유재석과 이적의 음악 여행 가운데, 이적이 노래에 유재석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말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이런 이야기와 노래가 결합되어서, 결국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별히 말하는 대로에 대한 찬가를 써보려고 한다. 이 노래에는 유재석이 말한 그의 스무살적 이야기를 그대로 담았는데, 과거의 시련이 지금의 그를 만들었고, 이는 지금 시련을 겪고 있는 많은 이 - 특히 20대 - 들을 위로하고 격려했기에 공감을 얻어내며 오래 동안 기억에 남는 것 같다. 나 또한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안한 잠자리에 누울 때면 내일 뭐하지? 난 왜 안되지?, 왜 난 안되지?"라고 걱정을 했다.(지금은 이런 불안을 조금 유예시켜 놓긴 했다.) 하지만 그의 성공 스토리는 많은 이들에게 말하는 대로, 다시 희망을 주었다.

 

(말하는 대로는 성경적이기도 하다. 말에도 권세가 있다고 했고, 민수기 14장 28절에는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라는 말씀도 있다.)

 

과거의 시련은 그에게 지금의 감사를 주었고, 지금은 성공했다라고, 누구라도 말 할 수 있는 삶이지만 그에게는 겸손함이 묻어나는 이유를 방송을 보며 새삼 깨달았다. 

 

말하는 대로와 같이 꼭 가사에 이야기를 담지 않았더라도, 제작 과정 자체에 서로의 이야기를 담았으므로, 시청자들에게 많은 기대를 심어줘, 결국 가요제는 성황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 부족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고 생각한다. (나만 그렇게 생각할지도...)

 

무한도전은 가요제 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갖고 있다, 그런 이야기에 울고 웃은 많은 시청자들은 매주 그들의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는 무한도전만이 가진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무한도전은 도전이라는 그 의미 자체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이는 경쟁 프로그램인 1박 2일이 무한도전을 따라 잡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1박 2일에서는 좀처럼 이야기를 캐낼 수가 없기 때문이다. 1박 2일에는 굴욕적이겠지만, 같은 요일의 경쟁 프로그램으로만 한정해도 나는 가수다보다 시청률은 높을지라도, 사람들에게 많이 회자가 되지 않는 이유 또한 이야기에 있다. 임재범의 눈물겨운 이야기, 요즘은 비주얼 가수로 거듭난 김범수의 이야기 등의 수 많은 이야기를 나는 가수다는 양산하고 있다. (요즘은 스토리 텔링를 하는 데 한계에 다다른 듯 하긴 하다.)

 

(TV 프로그램에 대한 내용을 잔뜩 써 놨지만, 집에 TV가 없어서, TV를 못본다. 개인적인 기호를 일반적인 내용인 것 마냥 쓴 것도 다 써놓고 나니 부끄럽다.)

 

결국 남는 것은 이야기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라는 속담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있다. 과연 이름을 남긴다는 의미가 무엇일까? 결국 이름을 남긴다는 의미는 이야기를 남긴다는 의미를 갖는 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누군가에 대해서 기억할 때, 종국에는 그 사람에 얽힌 이야기를 하게 된다. 우리가 잘 알 수 있는 많은 위인들은, 또한 그들의 삶 가운데에서, 많은 이야기를 남기기도 했다. 반대로 불명예스러운 이야기를 남긴 사람도 있다. 나라를 팔아 먹은 이야기로 영원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면 자업자득이라고는 하지만 얼마나 슬플까?  

 

다시 무한도전으로 돌아가서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부러운 점이 하나 있다. 자의든, 제작진의 의도이든 많은 도전을 하면서, 그들의 삶 가운데 많은 이야기를 남기기 때문에다. 비록 그들이 직업으로 삼으며 하는 일들이지만, 쉬이 하기 어려운 도전을 하면서, 성공과 실패의 이야기를 오래동안 만들어 가는 그들의 모습이 정말 부럽다. 매번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남기는 게, 아무리 방송일지라도, 그들의 평생에 남을 이야기라는 것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삶이고, 삶이 무한도전.

 

자소서를 쓰면서

 

자소서를 처음 쓸 때, 특히 고도화된 질문들에 맞닥뜨려졌을 때, 도대체 쓸 이야기가 없어서 좌절에 또 좌절을 했다. 하지만 자기소개서를 쓰는 양이 많아 질 수록, 새삼 나에게도 의외로 이야기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런데 기업에서 좋아하는 류의 이야기는 아니라서,..음 다 떨어졌나?) 그리고 이는 아직 나도 아직 깨닫지 못한 이야기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결국 이야기는 자신을 소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그런 이야기들을 요구하기도 한다. 스토리가 스펙을 이긴다는 책 제목도 있다.(그런데 스토리도 하나의 스펙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에 와 닿지는 않는다.) 어쨌든 스토리는 사람을 사로 잡는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 스토리를 잘 만드는 사람이 결국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실력은 기본!)

 

한 치 앞을 모를 불안한 청춘을 살아가고 있는 나. 그리고 많은 20대들. 지금 이 시기,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면,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희망을 갖게 될지 모르겠다. 이 시기에 아무런 이야깃 거리도 없으면 나중에 무슨 재미로 살까? 부끄럽지만 나 같이 20번 이상 면접을 보고, 떨어진 사람있으려나? 아직 내 주위에서 20번 이상 면접을 본 사람은 못봤다. 이도 나중에 나만의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

 

"나는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기대 해도 되겠지?"


Posted by 데이드리머
tigerbh's 칼럼2011. 7. 17. 00:39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있다. 그래서 한 신문사에 원서를 넣고, 필기도, 1차 면접도 어쩌다 보니 통과해서, 최종 면접까지 간적이 있다. 물론 최종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나에게 글쓰는 자질이 정말로 있나?'라고 진지하게 생각해본 계기로 삼기로 했다.

 

 그래서 팔로윙하고 있는 기자에게 Direct Message로 기자에 대해서 진지하게 물어봤는데, 메이저 언론사에서 기자를 하는 게 아니라면 박봉이라는 답변. 남다른 사명감이 있는 게 아니라면 비.추.

 

 생각해보면 나에게 남다른 사명감이 있는 것 같진 않다. 그냥 한 번 써본거였는데, 된거라서. 다른 사람들이 볼 때, 특히 언론 고시를 준비한 사람들이 볼 때는 재수 없을 수도 있지만. 하지만, 여름에 메이저 언론사에 인턴 지원 서류를 제출했는데, 결론은 광탈. 아마 간절함이 없어서 였을 게다.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 글쓰는 것으로 업을 삼을 수는 없을까? 전업으로 글 - 어떤 종류의 글이든지 - 쓰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라는 책을 읽으며, '타자를 치며 빵을 굽는 게 쉬운 일이 아니겠구나' 라는 걸 느꼈다. 즉, 소위 말하는 배고픈 직업이다.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쓰는 것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 『빵굽는 타자기』중에서

 

 그래서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신문, 잡지, 일을 하고 있는 회사 사보에라도, 칼럼을 쓰는 칼럼니스트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일상 생활에서 맞닥뜨린 일에서 느낀 깨달음, 따뜻함, 그리고 때로는 - 가뭄에 콩나듯이겠지만, 그래도 가뭄에 콩나는 게 어딘가? - 통찰력이 있는 그러한 글을 말이다.

 

 

 며칠 전에 잠이 안와서 누워서 두 시간여를 뒤척였다. 뭔가 뒤늦게 무한도전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를 보고 나서의 잔상이 오래 남아서 잠이 안왔는지도 모른다. 특히 말하는 대로를 들으며 여운이 오래 남아서 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오랜만에 마신 아메리카노도 오밤중의 뒤척임에 기여하긴 했지만.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아, 그런데 말이지, 꼭 나중에 칼럼니스트가 될 필요가 있나? 싸이에라든지 블로그에라든지 칼럼 비스므레 한 것을 올려서 칼럼이라고 우겨볼까나?' 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되었다.

 

앞으로 간혹쓰는 일기와는 구분 되는 글을 이 폴더에 쓰려고 한다. 그냥 별것도 아니고. 칼럼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글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나누고 싶은 생각들을 써보려고 한다. 그것도 내가 사실은 게을러서 - 뭐 새삼스럽게. - 정기적으로 쓴다는 말은 못하겠고, 비정기적으로 영감(?)이 떠오를 때 칼럼을 연재하려고 한다.

 

음. 그런데 1회에 그칠 수도?

 

혹시 칼럼을 기다리다가 눈이 빠질 것 같으면, 독촉 한번씩 해주시길. 아니면 계좌(?)에 구독료를 입금한다면 책임감을 갖고 써보겠음.

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11. 7. 4. 00:41



지난 금요일. 마지막 특새를 마치고 산에 다녀왔다.

하루하루, 잉여력만 늘고 있는 상태에서, "오늘은 뭐하지? 내일은 뭐하지?" 고민만 늘어나고 있다.

그리하야, 그간 가봐야지 마음만 먹고 있던 곳, 집 뒷동산(?)인 아차산 등반 고고!

 

오후 3시에 집에서 출발. 산 기슭에 가는 길이 왜 이리 멀던지. 지하철 한정거장 거리인데,

막상 걸어가려니, 초행길이라서 헤메이다가, 겨우 도착.

평일이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많았다. 물론 어르신 분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아차산에 깃든 기억은 2010년 1월 1일 해맞이를 했다는 것.

눈이 녹지 않아서, 산에 올라가는 길이 미끄러웠었고, 기억으로는 당시 암벽(?)은 아니지만,

경사진 바윗길을 타고 올라, 겨우 해맞이를 보러 갔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해맞이가 아니라,

새해 기념 등산객 뒷통수 구경을 실컷하고 왔던 게 기억난다.

 

그 때 갔던 길과는 다른 길로 갔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지난 4월에 축구 할 때 땀뺀 이후로, 실로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 땀을 뺀 것 같다.

산을 오르면서 땀에 흠뻑 젖었던 것 같다. 앞으로 운동을 자주 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뭔가 땀을 흘리자, 살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정상을 향해 오르는 도중. 아차산 명품 소나무 1, 2호를 마주쳤다.

오랜 세월, 바람에, 비에, 그리고 햇볕이 그들 명품을 만들었겠지.

사실 정상적인 소나무라면, 곧게 자라야 겠지만,

그들의 굽어 있는 가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어떤 인고의 시간을 견뎌왔는지,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생각해보았다.

인고의 시간. 그 시간을 버텼기에, 명품이 되었겠지?

우리네 삶도, 인고의, 무명의 시간을 잘 견딜 때,

드디어 명품이 되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떻게? 하나님의 열심으로!

 

 

아차산 정상은 허무했다.

나는 정상인지도 몰랐었는데, 지나가는 등산객 아저씨께서,

아까 지나온 곳이 정상이었고, 용마산으로 가려면 왼쪽으로 가야한다고 하셔서,

그제서야 내가 정상을 지나왔구나 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사실 용마산까지 갈 생각은 없었는데,

한 큐에 용마산까지 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 어차피 할 일도 없고 - 용마산까지 고고!

 

용마산 가는 길이 훨씬 재밌었다.

아차산 정상 가는 길 보다 더 가팔랐기 때문에.

 

용마산 정상을 즈려 밟고 가볍게 사진 한 컷 찰칵!

 

 

 

등산을 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엄청 많이 했다.

달리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혼자서 하는 활동은 이런 저런 생각을 잇고 또 이을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혼자 달리기를 하면서 글의 소재를 떠올리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도 썼더랬지.

하루키 에세이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에세이 중의 하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지리산 종주, 히말라야 트레킹하고 싶다는 생각, 복싱, 우쿨렐레도 배우고 싶고.

그럼 공부는 언제 하지?

CFA 공부 다시 해볼까나 하는 생각도.

리더도 쫌 열심히 해야지 이제는.

- 그래놓고 선교 강습회랑 철야는 등산으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안 감 -

이제 열심히 살고 싶다는 생각도 해보았고,

그 동안 못 만났던 사람도 만나고 싶기도 하고,

집에도 내려갔다 오고 싶고,

이런 자유 시간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그리고 나는 이런 자유 시간을 엄청 허비 했던 것 같아서,

뜨끔뜨끔했다.

뭐 변명을 하자면, 100%의 자유 시간은 없었던 것 같지만.

 

어쨌든 2011년 하반기의 첫 날의 등산.

이런 저런 생각에


Posted by 데이드리머
단상2011. 6. 26. 23:17
블로그에 글을 쓰는 이유? 수취인 불분명한 호리병에 편지 담아 창파[滄波]에 띄우는 심정으로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누군간 읽겠지. 그리고 누군가는 공감해주겠지'를 목적으로 끊임없이 웹에 띄우는 게 나도 몰랐던, 이제 깨달은 목적이 아니었나 싶다.

iPhone 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11. 6. 25. 01:26

 베스트 셀러가 된 이유가 있더라. 사실 베스트 셀러를 골라 읽는 내 모습이 싫어, 이 책 읽기를 미뤄왔다. 사실 소설 상실의 시대의 한 등장 인물이 했던 말. 죽어서 30년이 지나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읽지 않는다는. 나도 이 때 이게 기억에 오래 남았던 것 같다. 비록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아니지만, 시류에 따른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오래 남을 책을 읽고 싶어서 베스트 셀러에 쉬이 손을 옮기지 않으려고 노력 중. 어쨌든 이는 쓸데 없는 개똥 독서학이라고 해야할까?

 

 주저 하고 있다가, 이 책이 미국의 뉴욕 타임즈의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한 번 읽어 볼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괜한 개똥 독서학은 괜한 독서 사대주의(?)라고 해야할까? 여튼 그런 거라고 해두자. 한 번에 와르르 무너져, 줏대 없음을 인증하게 되었다. 물론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이야기 이지만.

 

 엄마를 부탁해를 읽으며, 그냥 괜히 눈시울이 붉어지고, 엄마가 생각나서, 엄마한테 일주일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전화를 살짝 더 자주하긴 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는데 나는 그냥 가슴이 먹먹해지기만 하고, 왜 눈물이 안나는지, 눈물이 메마른 사람인 것 같다. 그래도 책에 눈물 한 방울은 떨어뜨려줬다. 중학생 때, 가시고기를 읽고, 또 딴 사람들도 이 책 보고 울었다니깐. 조창인의 가시고기, 그리고 김정현의 아버지라는 책을 읽은 이 후로 오랜만에 책 읽다가, 눈물 - 한 방울 - 흘린 것 같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는 이야기는 아무래도 가족이야기 인 것 같다. 위에 언급한 가시고기와 아버지라는 소설, 그리고 엄마를 부탁해 모두 가족의 부재 - 질병, 실종 - 로 인한 슬픔을 그린 소설이다. 시대가 각박해질 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가족의 사랑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있을 때는 티가 나지 않는다는 것, 소중한 지 깨닫지 못한다는 것. 이게 안타깝지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익숙한 지명이 자주 등장해서 반가웠다. 숙대입구, 남영동, 남영역, 서울역 등. 이는 신경숙 작가의 전작 외딴방을 읽었을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외딴방도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사실 외딴방에서도 엄마에 대한 아련한 미안함이라고 해야할까, 그런게 등장했었는데, 이 책에는 아련한 미안함이라기 보다는 이 세상에서 미안해 할 수 있는 가장 미안한 그런 정도의 미안함이 묻어 있다. 그리고 그건 신경숙 작가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엄마에게 갖고 있는 미안함이다. 무조건적인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모습. 그리고 그 무조건 적인 희생을 항상 엄마의 부재로 밖에 느끼지 못 한, 그리고 못 할 우리의 모습. 왜냐면, 엄마는 당연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외딴방 168쪽 부재의 느낌은 그렇게 엉뚱한 곳에서 오는 것 같아요. 특히 죽음으로 인한 부재는 처음엔 실감이 안 나죠. 점차 일상 속에서 그 사람이 없다, 다시 만날 수 없다, 라는 걸 깨달아가는 것 같아요. 생전에 그 사람이 즐겨 앉았으나 이젠 텅 비어 있는 의자나, 세숫비누를 놓는 위치, 양말을 신는 스타일, 그런 것으로 말이죠.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매 장마다, 관점이 다르다는 점. 엄마를 잃어버리고 나서, 딸, 큰 아들, 남편, 그리고 마지막에는 엄마로 책의 관점이 바뀌면서, 각자의 삶 속에서 엄마의 부재를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마지막에는 엄마의 이야기. 미안함, 고마움, 그리고 가슴에 묻어둘 수 밖에 없었던, 아무도 모를 비밀 이야기.

 

 나는 4개의 관점 중에, 남편의 관점에서, 엄마(부인)의 부재를 그린 부분이 가장 슬펐다. 잘 해 주지 못해 가장 미안할 사람이라서, 그러한 미안함이 서린 슬픔이 가슴을 여미었다.

 

 또 이 책에 공감할 수 있었던 것은, 작가의 고향이 시골이라는 점과 신경숙이 그린 소설 속 가정의 모습이 우리 가정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시골집의 모습과 부모님께서 서울에 올라오는 모습, 서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부모님의 모습이 눈에 그려졌다.

 

 그런데 이렇게 신경숙만의 아름다운 문장과 우리 나라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가 어떻게 번역되었을까 궁금하다.


18쪽 모든 일은, 특히 나쁜 일은 발생하고 나면 되짚어지는 게 있다. 그때 그러지 말아야 했는데 싶은 것.

 

26쪽 가족이란 밥을 다 먹은 밥상을 치우지 않고 앞에 둔 채로도 아무렇지 않게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다.

 

40쪽 세상의 대부분의 일들은 생각을 깊이 해보면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뜻밖이라고 말하는 일들도 곰곰 생각해보면 일어날 일이 일어난 것이다. 뜻밖의 일과 자주 마주치는 것은 그 일의 앞뒤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는 증거일 뿐.


엄마를부탁해
카테고리 소설 > 한국소설 > 한국소설일반
지은이 신경숙 (창비,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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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단상2011. 6. 24. 23:18

# 포퓰리즘에 대해서 생각해보다가,

 

 최근 한 언론사에서 포퓰리즘 감시단을 발족했다는데, 사실 이것도 포퓰리즘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인기를 끌기 위한 또 하나의 포퓰리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란 어려운 것 같다는 생각.

 

 '하지만 누구를 만족시켜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이다. 힘없고, 돈없는 사람을 위한 정책을 마냥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기득권을 위한 정책이 대부분이지 않았던가?

 

 예를 들어, 요 근래에는 비즈니스 후렌들리(?)의 일환으로 고환율 정책으로 막대한 이익을 일부 대기업에게 안겨주었는데. 전경련이라는 단체는 막무가내 포퓰리즘을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낸다고 했던 것 같다.

 

 최근 포퓰리즘 논쟁을 보면서, 이제 원래 자리로 찾아가는 과정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외환위기 때마다, 서민들이 허리를 졸라, 심지어는 금모으기 운동을 통해서도 - 일 저지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 책임과 피해는 착한 일반 국민이 고스란히 지면서, 경기가 회복되면 남몰라라 하는 행태는 분명 고쳐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최근 한진중공업 사태를 바라보면서도, 과연 지금 우리 사회의 정의는 자본의 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지난 주 목요일부터 이번 주 화요일까지 폭풍 면접을 봤다. 주일 하루 빼고, 매일 매일 면접. 사실 뭐 하나 제대로 준비해 간게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비슷한 형식의 면접 전형이 있는 곳에 면접 보러 갈 때는 준비한 시간과 합격률은 비례할테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사실 준비한 시간과 비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사실 어느 곳이든 준비한 시간 보다는 인상과 합격률과 많이 비례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겁한 변명인가? 내 첫인상이 썩 좋지 않은 것은 나도 알기 때문에. 특히 서비스 업종에서는 첫인상이 중요하긴 하다.

 

 첫인상 뿐이겠느냐마는, 실력도 부족한 것은 두말할 필요 없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오긴 했었는데, 내향적인 성격은 정녕 사회에서 필요 없는 성격인가?

 

 그리고 사실은 취업에 대한 열망도 많이 부족한 것 같긴 하다. 내가 뭘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지 못찾았기 때문인 것 같다. 사실 게중에는 정말 이런 곳에서 일해본다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한 곳도 있었고, 누구에게도 자랑할 만한 회사와 직업, 그리고 평균을 훨씬 상회하는 연봉. 그런데 그런 곳을 원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고, 항상 귀하의 자질은 뛰어나지만, 한정된 자리 때문에 채용을 할 수가 없다는 메일을 받는 것도 이제는 덤덤하다.

 

# 오늘도 면접을 보긴 했다. 사실 덤이라고 생각하고 면접 보긴 했다. 여의도에서 면접 보구서, '이제 뭐하지?' 하고 생각하다가, '남도학숙이랑 가까운데, 오랜만에 방문해볼까?'도, '5호선 타고 가면서 광화문 교보문고나 갈까?'도, 고민하다 '영화나 보자!'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 보게 된 영화는 소중한 날의 꿈! 애니메이션인데, 박신혜, 송창의 더빙. 참 잘 만든 것 같던데. 사실 극의 후반으로 갈 수록 너무 교훈을 주고자 하는 그런 강박이 있었던 것 같아서, 재미 없어 졌지만, 애니도 섬세하게 잘 만든 것 같고, 내용도 요즘 내 상황과 맞아 떨어진지라, 그냥 공감하면서 봤더랬다.


Posted by 데이드리머
2011. 6. 21. 23:11

 시리즈로 나오는 책 중에, 매번 가슴 벅차 오름을 주는 책은 지식 ⓔ 가 유일한 것 같다.

 

 독서도 편식하는 편이고, 같은 작가의 책이라도 쉬이 질려 많이 못 읽 편인데, 매해 나오는 이 시리즈는 매번 기대감과 그에 상응하는 가슴 울림을 선사한다.

 

 짧은 영상과 다르게 텍스트의 힘은 상상하게 만드는 데에 있다. 그 책을 읽고 계속 생각하고, 상상하고, 느끼게 된다.

 

 느낀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위와 같은 이 책의 슬로건 대로라면, 읽는 내내 미친 존재감을 선사한다.

 

 이번 시즌의 주제는 진, 선, 미 이다.

 

 진리를 좇는 사람, 선을 위한 몸부림, 아름다운 사람들을 조명함으로 여러가지 생의 의미를 선사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채식하는 사자 리틀타이크. 사자가 채식을 한다고? 그것도 모자라 새끼 양들과 산책하는 등 목장의 다른 동물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었다고 한다. 그의 베프는 고양이 핑키. (혹시 이런 곳이 천국?이 아닐까 싶다.)

 

 처음 목장에 왔을 때에 심한 부상을 입었었다고 한다. 이를 불쌍히 여긴 목장 주인이 정성으로 치료해주었고, 목장의 다른 동물들과 함께 생활했다고 한다. 리틀타이크는 피냄새를 강하게 거부했고, 우유에 피한방울을 섞었을 때 모두 토해낼 정도였다고 한다.

 

 맹수로 태어났지만, 삶의 궤적은 맹수와 거리가 멀었던 리틀타이크. 채식만 했지만, 건강은 양호했다고 한다.

 

 맹수의 본능은 길러지는 건지, 혹은 리틀타이크만 유전적으로 문제가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강자와 약자가 - 물론 힘의 논리로 판단컨데 - 한데 어우러져 사는 모습은 우리가 추구해야할 이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또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빅 이슈를 다뤘던 Working Not Begging.  알고 나니까, 요즘 거리를 지나가다 보면 빅 이슈가 눈에 자주 띈더라. 홈리스가 이 잡지를 팔게 해 수익을 얻어 자활을 돕는 것을 목적으로 창간한 잡지이다. 영국에서 시작되었는데, 우리나라에까지 상륙.

 

 사실은 이러한 일들은 국가가 해야하는 일이지만, 국가가 하는 게 아니라 민간 단체가 일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반성 정도는 해야할 것 같다.


지식eSEASON6가슴으로읽는우리시대의지식
카테고리 인문 > 인문학일반 > 인문교양
지은이 EBS 지식채널 e (북하우스,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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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데이드리머
일상2011. 6. 13. 22:35
# 금요일엔, 그토록 가고 싶어 하던 회사에서 영어 말하기 시험(G-TELP) 시험 보고, 창의력 시험 보고. 입을 오물조물한 것 같긴 한데, 감히 내 입에서 영어가 나온 것 같진 않아서 부끄럽다. 채점하는 사람도 어이없어서 웃을듯.

그리고 창의력 시험은 "나는 창의력 없음."이라고 인정한 듯. 다만 창의력 시험으로 창의력을 측정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뭐 나는 평소에 창의력이 없는 것 같긴 하니까.

# 토, 일은 합숙면접. 첫 합숙 면접이다. 다음주 금, 토에도 합숙 면접 가는데, 예행연습 겸 간 측면이 있긴 하다.

 사실 주일에 면접을 본다는 게 마음이 편치 않아서, 신앙의 선배께(정환형?ㅋㅋ) 조언을 구했다. 가도 된다는 게 대새. 그래도 고민고민하다가, 출발 전 쿠 형님께 물어봤더니, 편하게 다녀와도 된다는. 그래서 맘 편히 출발했다.

 잠실에서 천안으로 출발. 도착해서, 숙소에 짐 풀고, 1분 자기소개. 그것도 약 120여 명 앞에서 자기소개. 독창적인 자기소개로 눈길을 끌었다. 어떤 사람은 복싱이 취미라며, 복싱하는 시늉을 내기도 했다. 미리 준비해온 스케치북에 자기 PR 하는 사람도 있었고.

 초조하게 내 차례를 기다리는 도중에, 사회보는 직원이, 여기는 단순히 자기소개자리가 아니라, PR하는 자리라며, 여기 들어오고자 하는 열망은 다 같으니, 열심히 하겠다는 말은 빼고, 자기를 진짜로 소개해주라는 얘기를 했다.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혼란.

 나도 어떻게 자기소개를 하지 하다가. '에라 노래 한곡 하고 내려와야지.' 하는 생각에, 간단한 면접용 자기소개 하고, "아메리카노" 한곡 부르고 왔다. 결국에 120여 명 중에 노래를 불렀던 사람은 나 혼자.

 그리고 저녁 먹고, 토론 면접.

"대출부대비용" 은행 부담에 따른 향후 파급효과와 이에 대한 효과적인 대출방안은? 헉. 이거 처음들어본건데. 이 사람 저 사람 눈치보다가, 소심 발언.

 두 번째는 남성 병역기피 이유와 개선 방안에 대해 토론. 그냥 무난하게.

그리고 옷 갈아입고 호프 면접.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싶었다. 이런 회사 꼭 가야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고.

그 다음날. 아침 먹고, 또 2시간 토론.

 면접 본 회사의 미래 50년을 위해 준비해야 할 청사진에 대해서 토론하시오. 사실 면접보러 가는데, 그 회사에 대해서 조사를 많이 못해 가서, 그냥 눈치보며, 소심 발언.

 다음 주제는 "취업을 목적으로 한 성형수설 꼭 해야만 하는가?" 사실 성형수술이 가장 필요할 나는 반대의견. 대부분 사람들이 찬성 의견을 갖고 있어서 조금 놀랐다. 이 토론 때는 내가 제일 돋보였던 듯. 그런데 "꼭 해야하나?"

 그런데 끝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토론 할 때, 태도를 많이 봤던 것 같다. 내 태도는 잘 모르겠다. 끝나고 나서 들었던 생각이어서. 토론 면접 중 꼴불견.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손드는데, "제가 하겠습니다." 자기가 먼저 말하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공분(?)을 샀다. 토론 하기전에는 골고루 발언하기로 말을 맞췄는데, 그 사람이 암묵적인 룰을 깨뜨려서.

 또한 그 사람이 내 생각을 가로채서 발언하기도 해서,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 싶기도 했다. 이건 룰이 이상해서 만들어진 기 현상. 토론 면접 1시간. 면접관은 15분에 한명씩 바뀌었다. 아마 발언을 독점하는 사람보다, 다양한 사람이 평가하면서, 지원자에 대한 평균적인 평가를 하기 위함인 걸로 이해되긴하지만, 15분에 한번 씩 바뀌면서, 그 전에 다른 사람이 독창적인 의견을 냈을 경우. 다음 면접관이 들어왔을 때, 그 독창적인 의견을 자기걸로 가로 챌 여지가 있었다. 이런 점은 감안 해야할 부분.

 천안에서 1시 출발. 서울 도착 2시. 바로 교회로 갔다. 5부 예배 드리고, 젊은이 1부 예배 드리고, 저녁 먹고 저녁 예배 드리고. 집에 와서 뻗어서, 오늘 완전 늦게 일어났다.

 면접 보고 나서 많은 것을 느꼈다. 주일에 면접 보는 것에 대한. 맘 편하게 다녀오긴 했으니, 다녀 와서, 괜히 왔나 라는 생각도 많이 해보게 되었고, 그 기업 문화에 대해서도. 아무래도 정적인 조직이다 보니, 그리고 정년이 보장되는 조직이다 보니, 뭔가 일반 기업 면접에서 느꼈던 professionalism은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면접 프로세스도 아마추어 같았다. 보통 면접 보면, 이 회사 꼭 가고 싶어라는 생각이 드는 회사도 있었고, 아닌 회사도 있는데, 이번에는 후자였다. 물론 뽑아주면 굽신굽신이겠지만.

 첫 합숙 면접. 뭐랄까.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된 기분. 다만 나는 자발적으로 감시를 받으로 갔지만, 트루먼은 감시를 받는 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게 차이라면 차이. 트루먼과 나 일거수 일투족이 평가의 대상. 일거수 일투족 모두라고 하면, 과장일지도 모르나. 그냥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영혼이 팔리는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그냥 그랬다. 꼭 이렇게까지 취업해야 하나 싶었다.

Posted by 데이드리머